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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우는 거침없지

On November 11, 2019

권상우는 심플하다. 하고 싶은 건 그냥 해버린다. 그 단순함이 지금의 그를 만들었고, 소신도 생기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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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연예계에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남자 배우 계보가 있다. 장동건, 정우성, 이정재를 거쳐 최근으로 치면 송중기, 박보검, 정해인으로 이어지는 '계보' 말이다. 권상우는 그 '계보'에 당당히 이름이 올라 있는 스타다. 결혼 후 활동이 줄어든 것도 사실이지만 그의 필모그래피를 찬찬히 들여다보니 의외로 꾸준히 활동을 해왔다.

"제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영화를 사랑합니다.(웃음)" 이 솔직함에 무장해제가 된 인터뷰였다.


이번 영화에서도 느낀 거지만, 코믹 연기를 참 잘합니다(그는 최근 영화 <두번할까요>를 들고 컴백했다. 결혼과 이혼에 관한 로맨스 코미디물이다).
저는 제 연기에 큰 변화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영화 <탐정> 시리즈 이후 대중이 제 연기를 더 편하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배우로서 참 고마운 일이죠.


오랜만에 권상우의 주 종목, 로코 주연이에요.
장르가 다양해지면서 상대적으로 로코나 멜로가 줄어들었어요. 제 나이에 표현할 수 있는 로코를 만나서 좋았죠. 나이에 맞는 멜로도 하고 싶어요. 젊은 배우들이 주목을 받는 건 당연한데, 그들이 표현 못 하는 게 있죠. 나이 먹는 게 마냥 서운한 건 아니에요.


과거에 출연했던 <말죽거리 잔혹사>의 패러디 장면이 있다면서요?
사실 걱정을 많이 했어요. 자긍심이 있는 작품이라 더욱 그랬죠. 흥행에 성공하면 이 장면이 더 빛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소비'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에 부담스러웠어요. 현장에 모니터를 가져다두고 보면서 똑같이 촬영했죠.


이종혁과는 <말죽거리 잔혹사> 이후 처음 재회했어요. 감회가 남달랐을 것 같아요.
종혁이 형은 그 작품이 첫 상업영화 출연이었어요. 당시에 굉장히 믿음직스럽고 돋보이는 형이었죠. 다들 또래다 보니 당시에 우르르 몰려다니며 대본 연습도 하고, 쌍절봉 연습도 하고, 밥도 같이 먹었어요. 그래서 이 작품을 했던 배우들과는 지금 만나도 어제 봤던 사람처럼 편해요. 우리끼리는 나름의 동질감이 있어요.


상대 배우인 이정현과의 호흡은 어땠나요?
첫 촬영하던 날 정현 씨가 엄청 긴장을 했어요. 그게 기분 좋게 와닿았죠. 그만큼 작품을 진중하게 대한다는 의미 아닌가요? 사실 정현 씨는 데뷔도 나보다 빠르고 가수로서 정점을 찍은 엔터테이너예요. 그래서 그 마음가짐이 풋풋하게 느껴지기도 했어요. 그 모습을 보고 정현 씨에게 무장해제가 됐죠.


감독과의 호흡도 중요하죠. 박용집 감독과는 어땠나요?
영화는 결국 감독의 작품이에요. 신인 감독이라고 해도 배우가 나서서 어떤 의견을 강하게 피력하는 게 개인적으로는 좋아 보이지 않아요. 그래서 저는 현장에서 감독과 대화를 많이 하지 않고, 그저 대본 속에서 내 역할만 자유롭게 하는 편이죠. 한데 의외로 박 감독과 대화를 많이 했어요. 유쾌하고, 유머가 있거든요. 더구나 연기 디렉팅을 잘해서 순간순간 즐겁게 촬영에 임했어요.


<탐정> 시리즈를 함께 했던 성동일과 이번에도 나란히 출연했어요.
내 제안에 선배가 흔쾌히 응해주셨어요. 덕분에 매 신이 살아났죠. 선배 덕에 현장을 즐기는 법을 알았어요. 개인적으로 가장 많이 영향을 받은 배우예요. 선배의 행보를 똑같이 따라 할 수는 없지만 좋은 점을 벤치마킹하고 싶어요. 선배는 자신을 내려놓고 연기해요. 그럼에도 사람들이 좋아하고, 인정해주죠. 저도 선배의 그런 부분을 배워 편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얼마 전 제가 영화 홍보를 하느라 라디오에 출연한 적이 있는데, 선배가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주면서 라디오를 들었나 봐요. "돈 버느라 수고 많다"고 문자메시지가 왔죠. 선배는 작품을 많이 해서 친한 배우가 많은데, 나와는 <탐정>으로 맺어진 단단한 그 무언가가 있어요.


작품을 고르는 기준은요?
10년 동안 함께해온 매니저와 상의를 해요. 그다음엔 회사 식구들에게 딱 한 가지만 물어보죠. "재미있어?" 하고. 장르를 불문하고 재미있어야 해요. 그다음은 '내가 잘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요. 도전할 가치가 있는지도 생각하고요. 그런 다음엔 결정을 빨리 해요. 혹시나 뺏길까 봐.(웃음)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장르는 휴먼 코미디나 잘 짜여진 액션이에요. 내 장점이 돋보이는 작품을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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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후 앞만 보고 치열하게 달려왔어요. 어떤 순간에는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게 살고 있더군요.
그런 과정에서 오해도 생기고, 나쁜 사람이 돼 있기도 했죠. 그래서 오래전에 마음이 맞는 친구와 회사를 만들었어요.
미숙한 점도 많았지만 마음만은 편해졌죠. 40대 중반이 되고 나니 젊은 스태프들과 호흡하는 자체가 행복합니다.

회사를 오랫동안 운영하고 있어요.
데뷔 후 앞만 보고 치열하게 달려왔어요. 어떤 순간에는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게 살고 있더라고요. 그런 과정에서 오해도 생기고, 나쁜 사람이 돼 있기도 했어요. 그래서 오래전에 마음이 맞는 친구와 회사를 만들었죠. 미숙한 점도 많았지만 마음만은 편해졌어요. 직접 하나하나 체크하다 보니 예전에는 몰랐던 것들도 알게 됐고요. 40대 중반이 되고 나니 젊은 스태프들과 호흡하는 자체가 행복해요. 옆을 볼 줄 아는 여유도 생겼어요. 현장의 긴 기다림이 재미있고, 지방 촬영도 즐거워요. 요즘의 저는 그렇게 다 좋아요.


20년째 몸짱이에요. 다이어트 루틴이 있을 것 같아요.
누군가 내게 "운동만 해?" "다른 취미는 없어?"라고 물을 수도 있지만 매일 오전 한 시간의 운동 시간은 내게 정말 소중한 일과예요. 저 역시 운동을 하러 가기까지 수만 가지 생각을 해요. 쉽지 않죠. 하지만 그 한 시간 동안 생각이 정리되고, 내 생활을 단속하는 부분이 있어요. 조만간 개봉할 다른 영화에선 액션이 많아요. 액션을 오래 하려면 자기 관리가 필수예요. 관리는 결국 내 꿈을 위해서 하는 거죠.


제목이 <두번할까요>인데 혹시 인생에도 두 번 하고 싶은 게 있나요?
흥행! 배우라면 다 그렇지 않을까요?


극 중에서 집안일을 잘해요. 실제는 어떤가요?
스스로 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시키면 잘해요. 나도 깔끔한 편인데 아내가 더 깔끔한 성격이에요. 한 수 위라 내가 못마땅한 부분이 많을 거예요.(웃음)


간접적이지만 극 중에서 이혼을 겪어보니 어땠나요?
남자들은 자기만의 동굴이 필요해요. 그 심리가 이해 되죠. 한데 막상 그 시간이 주어지면 할 일이 없어요. 경험해보지 않았지만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죠. 하지만 이혼을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아내도 바쁘지만 일 욕심 버리고 아이들 착하고 예쁘게 잘 키워준 것만으로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가족과 함께 있을 때가 가장 편해요. 그렇다고 이혼에 대해 공감 못 하는 건 아니죠. 죽을 것처럼 사랑하다가 자연스럽게 헤어졌던 경험은 다들 있지 않나요? 이 영화의 주제가 '사랑할 때 자존심 세우지 말자'예요.


연예계 대표적인 잉꼬부부예요.
요즘 그런 기사가 많이 나오니 아내가 나를 괴롭혀요. 자기를 그렇게 좋아했냐고 그래요.(웃음) 내심 기분이 좋은 것 같더라고요.


연이어 영화가 개봉해요. 특별히 활동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가 있나요?
지난 1년간 세 편의 영화를 찍었어요. 포털 사이트에서 내 프로필을 보면 알겠지만 나름대로 결혼 이후에도 작품 활동을 꾸준히 해왔거든요. 그중에는 흥행 성적이 좋았던 작품도 있고요. 한데 해외 활동과 병행하다 보니 어느 순간 영화와 단절된 느낌이 들더라고요. 영화가 좋아서 배우가 되겠다고 결심했고, 그래서 영화로 데뷔를 했어요. 이런 말 하기 쑥스럽지만 내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영화를 사랑합니다.(웃음) 그래서 영화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해요. 개인적으로 슬럼프가 있었지만 <탐정> 시리즈로 잘 극복했다고 생각해요. 나는 대중에게 영화로 기억되고 싶고, 대단한 배우보다는 친숙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영화 제작에도 관심이 많다고 들었어요.
아이패드에 아이디어를 꽤 많이 메모해두었어요. 아이디어는 많은데 글로 표현하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주변 사람들에게 종종 얘기하기도 하는데, 다들 재미있다고 말해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일이 즐거워요. 그게 관객들에게 통했을 땐 얼마나 큰 희열감이 있겠어요. 배우로서 영화에 출연만 해도 벅찬데 말이에요. 이런 나를 보고 아내가 한마디해요. "제발, 일 좀 벌이지 마." 우리 아내가 현실적이죠.


포털 사이트에 권상우라는 이름을 치면 연관 검색어로 '권상우 세차장'이 나오던데요?
성수동 쪽에 매입한 폐공장 부지에 건물을 올렸어요. 2층에 제작사와 엔터 사무실을 만들어놓고 1층에 뭘 할지 고민하다가 최근에 세차장을 오픈했죠. 애초에는 주차장을 할까 했어요. 요즘엔 주차하기가 너무 힘들잖아요. 근데 그냥 돈을 더 들여서 세차장을 만들었어요. 예전에 명동에 카페를 오픈한 적이 있는데, 저는 내 공간에 사람들이 오고가는 것 자체가 기분이 좋아요. 세차장 역시 그런 단순한 의미에서 시작했어요. 차가 왔다 갔다 하고 사람들이 많이 오고가는 걸 보면 신나요. 뭐랄까, 극장이 관객으로 꽉 찬 느낌이랄까요. 손해를 보더라도 하고 싶은 건 다 하는 성격이에요.


재테크를 잘하는 것 같아요.
관심이 많아요. 그러다 보니 관련 뉴스도 보게 되고, 법도 공부하게 돼요. 돈은 내가 다 관리해요.


과거 20대를 떠올려보면 어떤가요?
성격상 과거를 잘 생각하지 않는 편이에요. 지나간 건 지나간 대로 두는 스타일이죠. 후회되는 일이 있더라도 바꿀 수 없잖아요. 그래도 잘 헤쳐 나왔다고 생각해요. 나를 잘 모르는 요즘 친구들한테 <천국의 계단> <말죽거리 잔혹사>를 말해서 뭐 해요. 그걸 헤쳐 나가는 것도 제 숙제라고 생각해요. 내게 주어진 한 작품 한 작품을 성실하게 해내고 싶어요. 내 연기를 보고 다른 배우가 떠오르지 않는다면 그것으로 난 행복해요.


함께 호흡을 맞추고 싶은 감독이나 배우가 있나요?
그동안 신인 감독들과 작업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거장들과 작품할 기회가 몇 번 있었는데 스케줄이 맞지 않아 연이 안 닿았어요. 한국 영화계는 몇 명의 감독, 몇 명의 배우로 돌아가는 것도 사실이에요. 그래서인지 숨어 있는 신인 감독과 작품을 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들의 출발에 함께하는 것도 내겐 유의미한 일이죠. 여자 배우로는 최강희 씨와 영화에서 다시 호흡을 맞추고 싶어요. 연기도 잘하고 의리가 있는 친구예요. 남자 배우로는, 기회가 닿을진 모르겠지만 황정민·송강호 선배와 연기를 하고 싶어요. 배우라면 다 그렇죠.


내년에 데뷔 20주년이에요.
또래 배우와 비교하면 데뷔가 늦은 편이죠. 막연히 서울로 와서 배우가 됐고, 결혼해 두 아이를 키우며 가장으로 살고 있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에요. 아직도 꿈을 키우고 있어 모든 게 절실해요. 간혹 낭떠러지 끝에 서 있는 기분도 들어요. 동시에 스스로 대견하다는 생각도 들고요. 이제 철이 드는 것 같아요.

권상우는 심플하다. 하고 싶은 건 그냥 해버린다. 그 단순함이 지금의 그를 만들었고, 소신도 생기게 했다.

Credit Info

에디터
하은정
사진
kth 제공

2019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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