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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콧 재팬! '노아베'를 외치는 목소리

On September 09, 2019

지난해 10월 대법원이 확정한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한일 경제 갈등이 극에 달했다. 국내에서는 ‘노아베’를 외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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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강제징용 배상 판결

한일의 갈등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그 시작은 2018년 10월 30일 대법원이 고 여운택 씨 등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재상고심 선고 공판에서 일본 전범 기업에게 피해자 1인당 1억원씩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리면서부터다.

일본의 아베 정부는 주일 한국대사에게 '국가 간 합의'를 뒤집는 행동이라며 국제법에서 볼 때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해결된 문제를 번복한 것이라고 강력하게 항의했다. 그동안 일본 정부는 1965년 체결된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강제징용에 대한 개인 보상 문제를 이양했기 때문에 강제징용 피해에 대해 개인에게 배상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해왔다. 한일 청구권 협정에서 일본은 한국에 대해 조선에 투자한 자본과 일본인의 개별 재산 모두를 포기하고, 3억 달러의 무상 자금과 2억 달러의 차관을 지원했다. 그리고 한국은 대일 청구권을 포기하는 것에 합의하고, 우리 정부는 1975년과 2008년 두 차례에 걸쳐 관련자들에게 보상금을 지원한 바 있다. 이번 판결 후 문재인 정부는 지난 6월 19일 강제징용 배상에 대해 '1+1+α' 협상안을 제시했다. 일본과 한국 기업이 낸 기금(1+1)으로 해결하되, 나머지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가 책임지는(+α) 새로운 협상안을 일본에게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가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한다며 '1+1'을 거부했던 일본 정부의 요구를 반영한 협상안이다.

아베, 백색국가에서 한국 제외

하지만 일본은 새로운 협상안에 대한 입장 대신 경제 보복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한일 경제 갈등이 시작된 것이다. 일본은 자국의 안전 보장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첨단기술과 전자부품 등을 타 국가에 수출할 때 허가신청을 면제하는 국가 '백색국가(화이트 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개정안을 공포했다. 이에 따라 3년간 일본 기업 등이 군사 전용이 가능한 규제 품목을 한국에 수출할 경우 일반포괄허가를 받을 수 없게 되는 등 수출 절차가 한층 까다로워졌다. 또 비규제(일반) 품목의 경우 일본 정부가 무기 개발 등에 전용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면 별도의 수출 허가를 받아야 한다. 반도체·디스플레이의 핵심 소재 리지스트, 에칭가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품목이 개별 허가 대상에 포함됐다.

당장 영향을 받는 기업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업체에 국한됐다.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은 곳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다. 양 사는 규제 강화로 수출 허가 신청과 심사 기간이 길어지면 생산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부담을 안게 됐다.

삼성전자의 이재용 부회장은 전자계열사 사장단을 소집해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긴장은 하되 두려워 말고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자"고 독려했다. 직접 일본으로 건너가 소재 확보를 위해 노력하는 등 동분서주하다 '재팬 프리'를 선언했다. 반도체 생산 공정에 들어가는 일본산 소재를 국내산이나 유럽, 미국 등 제3국이 생산한 소재로 모두 교체하기로 결정한 것.

SK그룹은 SK하이닉스와 SK이노베이션 등이 반도체·배터리 부문에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태원 회장은 16개 주요 관계사 대표 이사회를 열고 "흔들리지 말고 자기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위기를 슬기롭게 대처하자"며 "위기 때 하나가 돼 기회로 바꿔 온 DNA가 있으므로 이번 위기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불매운동 시작

국내에서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일어났다. 온라인에서는 일본 기업 리스트가 퍼졌고, '노노재팬'이라는 불매운동 사이트도 개설됐다. SNS에는 일본 여행을 취소했다는 인증샷이 잇따라 게재되기도 했다.

유통업계는 울상이다. 지난해 매출 1조 3,732억원으로 한 달 전까지 글로벌 SPA업계에서 1위를 차지했던 유니클로는 국내 소비가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카드사 매출은 70%나 급감했으며 서울 종로 한복판에서 10년간 영업을 해왔던 종로3가 지점은 매출 감소로 폐점을 결정했다. 불매운동에 참여하는 이들은 유니클로 대신 국내 SPA 브랜드인 '탑텐'과 'SPAO'를 구매하는 모양새다. ABC마트의 상황도 유니클로와 비슷하다. ABC마트 코리아의 지분 99.96%가 일본 ABC마트인 것이 밝혀지면서 불매운동 리스트에 포함된 것. 또 일본 기업이란 인식이 강한 롯데그룹은 계열사들의 주가가 크게 하락하면서 약 3주 만에 롯데의 시가 총액이 1조원 이상 증발했다. 불매운동이 심화되면서 일본 맥추 퇴출도 가속화되고 있다.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연간 맥주 수입액 1위를 차지했던 일본 맥주는 성수기임에도 수입액이 전월에 비해 반토막 수준인 45.1% 급감했다(관세청 기준). 또 렉서스나 도요타 등 일본차의 국내 판매도 급감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일본 수입차는 2,674대 판매에 그쳐 3,946대가 팔린 전월보다 32.2% 감소했다. 일본 여행을 보이콧하면서 엔화 환전도 줄어든 모양새다. 국내 5대 시중은행인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NH농협이 지난달 환전해준 엔화는 총 225억엔(약 2,579억원)으로, 한 달 전인 6월 244억 엔보다 7.7% 감소한 수치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콜마 윤동한 회장은 임직원 700여 명이 모인 월례조회에서 문재인 정부의 대(對) 일본 대응을 비난하면서 "아베(일본 총리)는 문재인 면상을 주먹으로 치지 않은 것만 해도 너무나 대단한 지도자"라고 한 말이 담긴 유튜브 영상을 참고 자료로 사용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에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며 불매운동이 시작되자 윤동한 회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하겠다고 밝혔지만 성난 여론은 잠재우지 못한 상황. '보이콧 재팬'은 연예계로도 번졌다. 일각에서 '트와이스'의 사나, 모모, 미나와 '아이즈원'의 미야와키 사쿠라, 혼다 히토미, 야부키 나코 등 일본 국적 연예인에 대한 퇴출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서울 중구는 일본 정부의 경제 보복에 국민과 함께 대응한다는 취지로 퇴계로, 을지로, 태평로 등 관내 22개로에 '노재팬'이라고 적힌 배너기를 설치했다가 배너기가 일본 정부와 일본 국민을 동일시해 일본 국민들에게 불필요한 오해를 줄 수 있다는 지적에 철회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노재팬'과 '노아베'를 구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아베 정부의 정책에 반대할 뿐 일본 국민을 적대하는 건 아니라는 의견이다.

문 정부, 일본 백색국가 제외로 맞대응

우리 정부는 8월 12일 한국의 백색국가 명단에서 일본을 제외한다고 발표하며 맞대응에 나섰다. 정부는 '가' 지역과 '나' 지역으로 분류되던 전략물자 수출 지역에 '가의2'를 신설하고 일본을 '가의2'로 분류했다. '가의2'는 4대 국제수출통제체제 가입국 가운데 국제수출통제 원칙에 맞지 않게 제도를 운영하는 국가를 포함한다고 밝혔는데, 이 지역으로 분류된 나라는 일본 한 곳뿐이다.

이로써 일본은 기존 3년 단위로 수출을 허가받는 포괄허가제를 적용받다가 건별 허가를 받아야 하는 개별허가제를 적용받게 됐다. 개별 허가의 경우 심사 기간이 5일에서 15일로 늘어나고 제출 서류도 3종에서 5종으로 늘어난다. 이런 수출통제제도로 우리가 일본을 압박할 품목으로는 석유화학, 철강, 반도체와 같은 경쟁 우위 품목이 꼽힌다. 하지만 석유화학, 철강의 경우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일본으로 수출되는 석유화학 제품과 철강 제품 일부는 당장 수출을 끊을 경우 자체 조달이나 중국, 동남아 등을 통해 쉽게 대체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출 규제 시 단기적인 타격은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우리 기업도 수출선이 끊겨 산업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일 갈등 타임라인

2018. 10.30. 한국 대법원, 신일본제철에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명령

2019. 1.9. 일본, 배상 판결 관련 정부 간 협의 요청

2019. 5.20. 일본, 한국에 중재위원회 개최 요청

2019. 6.19. 한국, 1+1+α 제안… 일본, 거절

2019. 7.1. 일본, 반도체 소재 포함 3개 품목에 대한 한국 수출 규제 강화 발표. '백색국가'에서 한국 제외하는 법령 개정안 고시

2019. 7.4. 일본, 수출 규제 강화 조치 단행

2019. 7.9. 한국, 세계무역기구 (WTO) 상품 무역 이사회에서 일본 조치 철회 촉구

2019. 8.2. 일본, 백색국가 한국 제외 법령 개정안 각의 결정

2019. 8.12. 한국, 백색국가에서 일본 제외 공식 발표

지난해 10월 대법원이 확정한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한일 경제 갈등이 극에 달했다. 국내에서는 ‘노아베’를 외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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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김지은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2019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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