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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미디어 시대의 '관종' 경제

On August 23, 2019

겸손이 미덕인 시대는 끝났다. 뉴미디어 시대엔 이른바 ‘관종(관심 종자의 준말)’이 경제를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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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종의 세상이 왔다

초고층 철탑 위에서 셀카를 찍다 사망한 여성, 여자친구의 신체 부위를 찍어 ‘여친 인증 글’을 올린 남성, 대학교 커뮤니티에 게시된 폭파 예고 글…. 이들이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을 한 이유는 ‘관심을 받기 위해서’였다.

이런 것들이 요즘의 일만은 아니다. ‘싸이월드’에선 ‘눈물 셀카’가 SNS를 휩쓸었다. 페이스북에서는 우울함을 호소한 여성이 이유를 묻는 친구에게 ‘안알랴줌(‘안 알려줄 거야’라는 의미)’이라고 답하며 관심을 유도하는 대화가 화제에 오르기도 했고 온라인 기사에는 ‘악플’로 관심을 끄는 이도 상당수다. 이들을 타인에게 주목받고 싶어 과도하게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관심 종자, ‘관종’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부정적 의미로 쓰이던 ‘관종’이 요즘 들어 긍정적인 의미의 단어로 바뀌고 있다. 주목받기 위해 독특한 행동이나 발언을 하는 이들이 인기를 얻는 것도 모자라 트렌드세터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관종’에서 ‘대세’가 된 박나래

‘아프리카TV’ BJ로 시작된 ‘1인 크리에이터’는 영향력이 막강해졌다. 업계 관계자들에게 인기 유튜버를 섭외하려다 그들이 요구하는 금액을 듣고 깜짝 놀랐다는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듣는 것을 보면 그 인기를 짐작할 수 있다. 대표적인 인물은 ‘겟레디위드미(메이크업 영상)’의 원조인 ‘이사배’다. 본래 연예인 메이크업과 특수 분장을 했던 메이크업 아티스트 ‘이사배’는 연예인 커버 메이크업 영상을 업로드하며 웬만한 걸 그룹 멤버에 버금가는 인기 유튜버로 거듭났다. 그녀는 현재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은 물론 TV CF, 매거진 모델로 활동하는 유명인이 됐다. 또 각종 외부 활동에서 직접 메이크업을 하고 자신이 입을 의상도 꼼꼼하게 체크하며 직접 스타일링을 한다는 후일담은 대중이 그녀를 프로페셔널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유튜버만 ‘관종’이 되는 것은 아니다.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사는 연예인 중에서도 관종이 대세다. 그 중심에는 개그우먼 박나래가 있다. 그녀의 독특함은 각종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서서히 알려지기 시작해 MBC <나 혼자 산다>에서 빛을 발했다. 자신을 향한 관심과 소문을 멀리하고자 ‘집순이’를 자처하는 다수의 연예인과는 달리, 그녀는 자신을 향한 대중의 관심을 즐기며 사생활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집에 ‘나래BAR’라고 불리는 공간을 만들어 직접 안주와 혼합 술을 제조해 내놓으며 애주가의 삶을 만끽하는 그녀의 모습에 반한 이가 상당수다. 그 결과 오랜 무명 시절을 거친 그녀는 대체 불가한 대세녀로 거듭났다.
 

‘관종’이 돈 버는 시대

이런 변화 때문일까? 청소년들은 친구들에게 주목받는 ‘인싸(인사이더의 줄임말)’가 되고 싶어 포털 사이트에 ‘인싸가 되는 법’을 검색하고, 일부 사람들은 공개적으로 자신이 관종임을 밝히기도 한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우리는 모두 매일 관심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부지런히 사진이나 영상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타인의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을 달며 타인의 관심을 얻으려고 하는 것. 그중 일부는 ‘인플루언서’라는 타이틀 아래 일반 회사원 월급과는 비교되지 않는 수익을 얻고 있다.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능력 있는 관종들은 선망의 대상이자 경제를 이끄는 키 플레이어가 됐다. 그들이 이끄는 ‘관종 경제’의 핵심 자본은 관심이다. 그런데 관심도 화폐와 마찬가지로 누구에게나 평등하지 않다. 외모를 비롯해 직업, 재능, 능력, 희소성 등 타인과 다른 무엇이 있어야 하고, 이를 통해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 그들의 매력은 예전보다 훨씬 넓은 영역에서 많은 이의 눈길을 사로잡으며 상상을 초월하는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며 대중이 ‘관종’을 꿈꾸게 만들고 있다. 물론 때로는 그들의 콘텐츠가 혐오를 유발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은 뉴미디어 시대에 ‘관심’은 돈이 되고, 돈을 벌고 싶다면 관종이 돼야 한다는 점이다.
 

기업인, SNS로 열일 중

이런 흐름 때문인지 대한민국의 경제를 이끄는 기업인들도 관심받기를 자처하고 있다. 신비주의를 내세우던 그들이 이제는 SNS에서 소통하며 대중에게 적극 다가가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은 신세계그룹의 정용진 부회장이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가족과 함께하는 일상부터 키우는 애견, 맛집 탐방, 취미 활동, OOTD, 업무 활동 등을 공개해 소통의 대가로 떠오른 것. 인스타그램 팔로어 19만 명을 거느린 그는 ‘신세계 홍보팀장’이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그가 기획 단계부터 참여한 이마트의 PB 라인업 ‘피코크’와 ‘노브랜드’ 제품을 구입하거나 먹는 모습을 공개하고, 이마트가 내놓은 화장픔 브랜드 ‘스톤브릭’ 광고 콘텐츠를 론칭에 앞서 공개했다. 그가 공개한 스톤브릭 광고 콘텐츠는 5시간 만에 조회수 1만 6,000건을 기록해 론칭 전부터 홍보 효과를 상당히 봤다. 또 지역을 막론하고 고급 음식점뿐만 아니라 일반 노점상 등 음식이 맛있으면 공유하는 ‘먹스타그래머’인 그의 맛집 리스트는 팔로어 사이에서 ‘신세계 정용진 맛집 리스트’로 공유될 만큼 인기가 좋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의 장남 박서원 두산 전무 역시 소통이 활발하다. 그의 인스타그램에는 인기 래퍼, 모델, 연예인과 함께 찍은 사진이 가득하며, 때로는 사업에 관련된 콘텐츠를 게시한다. 두타면세점의 모델 발탁 소식을 언급하거나 두타면세점의 인테리어를 공개하기도 했다. 그의 아버지 박용만 회장 역시 페이스북에 중요 사항에 대한 생각을 비롯해 일상 사진을 올리는데, 그가 공개하는 게시글의 내용이 신선하고 재미있다는 평이다. 지난 4월 27일 열린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만찬에 등장한 평양냉면의 맛을 자세히 묘사해 화제를 모으기도.

또 정태영 현대캐피탈 부회장 역시 페이스북을 애용한다. 일상에서 느낀 소소한 생각에 대해 적거나 업무와 관련된 소식을 전하는 글이 대다수인데, 댓글에 답글을 달며 적극적인 소통을 한다. 최근엔 코스트코 광명점을 방문해 현대카드 발급 현장을 보고 직접 고객 상담을 받는 모습을 공개해 대중과 소통하는 CEO의 이미지를 한층 더 굳건히 했다.

해외에서는 상당수 인사가 SNS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를 ‘140자의 헤밍웨이’라고 표현하는 그는 전 세계 정치인 가운데 트위터를 가장 많이 활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최근엔 북미 정상회담을 트위터를 이용해 제안하고 성사시켰으며 그 역사적인 순간들을 트위터를 통해 중계했다. 또 미국 내 일자리 창출을 위해 “미국에서 만들지 않으면 팔 생각도 말라”며 미국에서 사업하는 글로벌 기업을 압박하는 글을 게시하는 등 자신의 정책 홍보 수단으로도 적극 활용한다.

또 페이스북의 창시자 마크 저커버그도 SNS에 자신의 일상을 공개한다. 가족사진, 집 뒷마당에서의 바비큐 파티 등 일상을 올리며 친근한 기업인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다. 또 중국의 마윈 알리바바 회장은 중국 내 SNS인 웨이보를 통해 사내 정책을 밝히곤 했다. 그는 웨이보에 “젊어서 996근무(초과근무라는 의미) 안 하면 언제 해보나?”라는 글을 올려 뭇매를 맞은 바 있다. 당시 그의 글은 조회 수 3억 회를 기록하며 파장을 일으켰다.

겸손이 미덕인 시대는 끝났다. 뉴미디어 시대엔 이른바 ‘관종(관심 종자의 준말)’이 경제를 이끈다.

Credit Info

에디터
김지은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2019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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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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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