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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나라 공화국', 와보실래요?

춘천 남이섬을 유명 관광지로 만드는 데 성공한 강우현 대표의 신작 ‘탐나라공화국’이 지난 5월 공식 개장했다. 한 번도 안 온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온 사람은 없다는 이곳은 마법 같은 곳이다.

On July 18,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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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나라공화국'은 제주도 애월읍에서 차로 약 20분 거리에 있다. 나무가 양쪽으로 죽 늘어선 길을 달리다 보면 나오는데 간판도, 이정표도 없어 한눈팔다간 자칫 지나치기 십상이다. '탐나라공화국'에 입장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일일 입장권을 구매하든지, 1년 동안 수시로 방문할 수 있는 여권 형태의 입장권을 구매하면 된다. 직원들은 후자를 더 권하는데, 한 번 왔다 간 방문객은 꼭 다시 오기 때문이란다. 기자에게도 "아마 다시 오실걸요?"라고 말했다. 손님들이 간판도 없는 이곳을 다시 찾을 거라는 확신은 그만큼 자신 있다는 뜻이다.

강우현 대표는 2014년 남이섬에서의 일을 그만두고 제주도로 내려왔다. 허허벌판에 돌이 잔뜩 쌓인 황무지를 관광지로 만들어보겠다는 일념 하나로 육지에서의 생활을 접은 것이다. 그는 지난 6년 동안 직접 땅을 파고, 돌을 옮기고, 나무를 심고, 물을 길어왔다. 그 결과 80개의 연못이 만들어졌고, 곳곳에 정자와 쉼터가 생겼다. 노란 금계국이 반겨주는 제주의 관광 명소가 된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까지 꼬박 6년이 걸렸다. 인상적인 건 이곳이 작년과 올해가 다르고, 올해와 내년이 다를 거라는 사실이다. 강우현 대표의 말에 따르면 '탐나라공화국'은 우리(방문객)가 함께 만드는 특별한 공간이다.


남이섬 대표직을 내려놓고 제주도로 내려와 '탐나라공화국'을 만들게 된 계기는 뭔가요?
다들 저더러 "성공했다"고 하더군요. 혹자는 성공 스토리를 들려달라 하고, 또 다른 누구는 "앞으로 일 안 해도 되지 않느냐"고 말했죠. 만나는 모든 사람이 그렇게 말하니까 성공에 대한 피로도가 높아지더군요. 나는 아직 하고 싶은 게 많은데 말예요. 새로운 걸 하고 싶다는 열망이 강해질 즈음 지인으로부터 이 땅이 중국 사람에게 팔릴 위기에 놓였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아까운 생각에 "팔지 말고 나에게 맡겨달라"고 했고, 그렇게 해서 약 10만m²(3만 평)가 넘는 이 땅을 마주하게 됐죠.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였던 이곳을 처음 봤을 땐 막막했을 것 같아요.
오히려 흥미로웠어요. 여기엔 산책로를 만들고, 저기엔 도서관을 짓고, 또 저~기엔 넓은 연못을 만들어 거북이를 키워야겠다는 저만의 로드맵이 그려졌거든요. 물론 시행착오도 있었습니다. 파도 파도 계속 나오는 흙과 돌이 골칫덩어리였죠. 이걸 버릴 수도 없고, 모아둘 수도 없으니 말예요. 자원을 재활용해보자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헌책 등 쓸모없는 것이라고 여겨지는 것들을 다양한 곳에서 기증받았고, 유명 작가들의 재능 기부를 통해 지금의 '탐나라공화국'이 탄생했습니다.


가장 사랑하는 공간은 어디인가요?
한 군데도 제 손이 안 간 곳이 없어요. 3만 평 전부가 자식 같은 곳이죠. 어젠 죽어 있던 나무가 오늘 살아 있는 걸 발견하면 너무 기뻐요. 대나무 사이사이로 뻗어 나오는 이파리는 또 얼마나 사랑스러운데요. 그러니 어느 것 하나도 허투루 지나칠 수 없습니다. 굳이 한 곳을 골라보자면… 용이 똬리를 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등용문이에요. 돌을 무너뜨릴 수 없어 눈과 코를 만들었는데 정말 용처럼 보이지 뭡니까. 마음먹기에 따라 달리 보인다는 걸 또 한 번 느꼈죠. 직원들은 금계국이 만발한 돌 언덕을 좋아한다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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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나라공화국' 중앙엔 14개국 국기가 계양돼 있다. 찬찬히 들여다보면 모두 개발도상국 국기인데, '함께 개발하자'는 강우현 대표의 숨은 뜻이 담겨 있다.

'탐나라공화국' 중앙엔 14개국 국기가 계양돼 있다. 찬찬히 들여다보면 모두 개발도상국 국기인데, '함께 개발하자'는 강우현 대표의 숨은 뜻이 담겨 있다.

  • '탐나라공화국' 중앙엔 14개국 국기가 계양돼 있다. 찬찬히 들여다보면 모두 개발도상국 국기인데, '함께 개발하자'는 강우현 대표의 숨은 뜻이 담겨 있다. '탐나라공화국' 중앙엔 14개국 국기가 계양돼 있다. 찬찬히 들여다보면 모두 개발도상국 국기인데, '함께 개발하자'는 강우현 대표의 숨은 뜻이 담겨 있다.
  • 땅을 팠을 때 드러난 현무암에 새겨진 무늬를 살려 물고기 모양의 석상을 만들었다. 태초에 바다였던 제주도를 의미한다. 땅을 팠을 때 드러난 현무암에 새겨진 무늬를 살려 물고기 모양의 석상을 만들었다. 태초에 바다였던 제주도를 의미한다.
  • 강우현 대표는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담은 글을 돌에 새겨 넣었다. 강우현 대표는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담은 글을 돌에 새겨 넣었다.
  • 연못에 비친 하늘과 돌, 구름과 산을 들여다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다. 연못에 비친 하늘과 돌, 구름과 산을 들여다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다.
  • 우연히 발견한 돌에 새겨진 무늬에 상상력을 더해 만든 인디언 추장 석상. 이렇듯 '탐나라공화국'엔 재치 있는 작품이 많다.우연히 발견한 돌에 새겨진 무늬에 상상력을 더해 만든 인디언 추장 석상. 이렇듯 '탐나라공화국'엔 재치 있는 작품이 많다.
  • 몇몇 지자체의 도움과 시민들의 기증으로 만든 쉼터. 이곳에서 종종 공연이 열리기도 한다. 몇몇 지자체의 도움과 시민들의 기증으로 만든 쉼터. 이곳에서 종종 공연이 열리기도 한다.
  • '상상도서관'에는 한국은행에서 책 1만 1,000권을 보내왔고, '노자서원'에만 1만 2,000권의 책이 진열돼 있다.'상상도서관'에는 한국은행에서 책 1만 1,000권을 보내왔고, '노자서원'에만 1만 2,000권의 책이 진열돼 있다.
  • 산책하다 보면 웃음을 선사하는 재치 있는 작품들이 눈에 띈다.산책하다 보면 웃음을 선사하는 재치 있는 작품들이 눈에 띈다.
  • 강우현 대표는 버려지는 물건들을 재활용해 다양한 장식품을 만들었다.강우현 대표는 버려지는 물건들을 재활용해 다양한 장식품을 만들었다.
'탐나라공화국'은 보면 볼수록 재미있는 곳이다.
불과 10m를 사이에 두고 완전히 다른 공간이 펼쳐지는데,
흥미로운 건 이곳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이 모두 다르다는 거다.

직원들의 자부심이 대단하더군요.
제가 처음 이곳에 왔을 때부터 함께 일한 직원도 있고, 얼마 전 입사한 신입사원도 있어요. 제가 직원을 뽑는 기준은 하나입니다. 스스로 찾아서 일을 하느냐, 시키는 일을 하느냐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죠. 스스로 알아서 일하는 사람들은 결국 자기 일에 애착을 가질 수밖에 없어요. 누가 시키는 일을 하는 사람은 결국 그 일에 흥미를 잃게 됩니다. 우리는 매일 아침 조회를 하는데, 직원들이 저한테 보고하는 형태의 조회가 아니에요. 제가 직원들에게 돌아가며 "너 오늘 무슨 일 할래?"라고 물어요. 그러면 직원이 "오늘은 벌초를 하겠습니다"라고 대답하는 식이죠. 그걸로 끝이에요. 그 직원이 벌초를 얼마나 많이 하는지, 얼마나 잘하는지는 확인하지 않아요. 스스로 알아서 자기가 할 수 있는 만큼의 일을 하도록 믿고 맡기다 보니 이 일에 자부심이 생기는 것 같아요.


직원들이 동행하며 설명해주는 시스템도 인상적입니다.
방문객이 한 명이든, 열 명이든, 백 명이든 직원이 동행하며 이곳을 설명해주는 시스템을 갖췄습니다. '탐나라공화국'의 스토리를 이해하고, 공간의 탄생 비하인드를 알아야만 이해가 쉽고 재미있는 곳이거든요. 직원들은 잡초를 뽑거나 나무를 심다가도 '콜' 하면 바로 투어에 투입될 수 있어요. 멀티플레이가 가능한 셈이죠.


직원 입장에선 힘들 수 있을 것 같아요.
힘들죠. 각자의 위치에서 맡은 일을 하다가도 손님이 오면 바로바로 투입돼야 한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겁니다. 힘들다고 생각하면 힘들겠지만, 재미있다고 생각하면 재미있는 게 이곳 일이에요. 매일 새로운 일이 일어난다는 게 얼마나 흥미로운 일입니까. 다행인 건 우리 직원들은 모두 이곳 생활을 만족해하고 있다는 거예요.


현무암을 녹여 유리로 만드는 작업은 누구의 아이디어인가요?
여기에 돌이 정말 많았어요. 깨고, 캐고, 털어도 나오는 게 현무암이었죠. 버릴 곳도 없었고, 버리기도 아까워 어떻게 하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번뜩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용암이 굳어 돌이 됐으니까 다시 용암의 상태로 돌려보면 어떨까' 싶었죠. 무작정 가마에 넣어 녹이기 시작했습니다. 몇 도에서 녹는지 연구했고, 녹인 현무암으로 뭘 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어요. 지금은 녹인 현무암으로 유리 공예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현무암 가루로 도자기를 빚는 모습도 인상적이에요.
현무암은 자연이 준 선물 같은 건데 아무렇지 않게 버릴 수가 없더군요. 이것저것 하고 남은 현무암 가루를 섞어 도자기를 빚어봤어요. 모양이나 질감이 독특하게 나오는 걸 보고 '이거다' 싶었죠. 그래서 '탐나라공화국'엔 도자기를 전공한 직원도 있습니다.(웃음)


정성과 관심이 담긴 이곳을 공격적으로 홍보하지 않는 이유가 있나요?
자신감에서 비롯된 겁니다. 이곳에 왔다 간 사람들이 다시 찾아올 거라는 확신이 있거든요. 입소문만으로도 제주 명소가 될 자신 있어요. 그래서 입구에 간판도 크게 달지 않았고, 적극적인 마케팅도 하지 않아요. '탐나라공화국'은 어제와 오늘이 다른 곳이에요. 사소한 부분 하나라도 바뀌어 있죠. 아마 내일도 다를 겁니다. 또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특별해요. 1년 동안 입장할 수 있는 여권을 가진 사람들은 언제든 재방문할 수 있는데, 원하면 나무를 심어도 되고 꽃을 심어도 돼요. 가지고 있는 것 중 필요 없어진 걸 기증하면 우리는 그걸로 근사한 공간을 만듭니다. 여기는 그렇게 만들어지고 있어요.


그래서일까요? 개장 한 달 만에 많은 사람이 찾고 있습니다.
적게는 하루에 50명, 많게는 200명 정도의 여행객이 옵니다. 크게 홍보하지 않은 것치고는 만족스러운 결과예요. 지자체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겁니다. 최근엔 영천시와 협업해 한우 축제를 열었어요. 제주 삼다수에 영천 한우를 우린 사골을 상품화할 계획입니다. 노란 꽃 금계국이 만발했을 땐 '노랑축제'도 열었습니다. 종종 벼룩시장도 열려요. 안 쓰는 물건 5개를 가져오면 무료로 입장시켜주는데 반응이 좋습니다. 여기서 셀프 웨딩 촬영을 하겠다는 사람도 있었어요. 저로선 기분 좋은 반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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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만난 강우현 대표는 바쁘게 움직였다. 인터뷰 중간 잠깐의 틈을 이용해 '탐나라공화국' 입구 푯말을 만들었고, 인터뷰 중에도 여러 번 전화벨이 울렸다. 하루 24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일하는 것처럼 보였다. 사람들이 그에게 '워커홀릭'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최근엔 동화책을 출판했더군요.
지난해 브라질의 동화 작가 로저 멜로와 함께 작업한 <마그마 보이>가 나왔어요. 해녀와 <인어 공주>에서 영감을 받아 시작했죠. 해녀의 조상이 인어 공주라는 발상에서 출발했습니다. 그는 영어를 하고 저는 한국어와 일어를 하기 때문에 통역사가 필요한 열악한 상황에서도 재미있는 동화를 만들기 위한 마음 하나로 탄생했어요. 영어, 포루투갈어, 프랑스어 등 여러 나라 언어로 출간될 예정이에요. '탐나라공화국' 곳곳에 숨어 있는 '마그마 보이' 캐릭터를 찾아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가 될 거예요.


동화 작가부터 그래픽 디자이너, 설계사…. 왜 이렇게 많은 일을 하나요?
단 한 번도 일이 많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몸이 반응하는 대로 움직이고, 눈이 보는 곳을 마음에 담고, 손이 가는 대로 그림을 그리는 것뿐이죠. 다양한 일을 하는 게 결코 인위적인 게 아니라는 겁니다. 자연스러운 거죠. 어떤 날은 그림을 그리고 싶어 붓을 들고, 어떤 날은 잡초를 뽑고 싶어 작업복을 입고, 어떤 날은 글을 쓰고 싶어 펜을 드는 것뿐이에요.


재미있는 걸 찾아서 하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재미를 좇지도 않아요. 그냥 하는 겁니다. 사람들이 사는 데 이유가 있나요? 살아지니까 사는 거잖아요. 그런 것처럼 저도 일하게 되니까 일을 하는 것뿐이에요. 생각에 생각이 더해지고, 그게 곧 상상이 되고, 상상력이 창조의 바탕이 되는 거죠. 어려서부터 그런 과정과 방법을 터득해 그런지 무언가 새로운 걸 만드는 게 힘들지 않아요.


시간을 엄청 쪼개서 쓸 것 같아요. 시간 관리는 어떻게 하나요?
시간을 아껴 써야 한다는 강박은 없어요. 일하고 싶을 때 일하고, 배고플 때 밥 먹고, 졸릴 때 잡니다. 제 생활에 어떤 규칙이 없다는 말입니다. 해야 할 일을 미리 계획하지도 않아요. 즉흥적으로 하죠. 그리고 시간을 쪼갠다고 쪼개지는 게 아니더군요. 부지런히 움직이는 게 몸에 배어야 하는 문제죠.


디자인을 전공했고, 지금은 '탐나라공화국' 기획부터 설계, 홍보까지 다 한다고 들었습니다.
내 사전에 '못 하는 건' 없습니다. 해서 안 되는 건 없다고 생각해요. 모르는 건 배우면 되고, 실수하더라도 시도해보는 게 중요해요. 남이섬을 이동하는 배를 만들고 남은 철근을 버리기 아까워 용접하는 걸 배웠어요. 몇 번의 실패 끝에 현무암을 상징하는 작품을 만들었고요. 이번엔 영상 편집을 배웠죠. 얼마 전 여기에서 있었던 '노랑축제'를 찍은 영상을 모아 편집해 홍보 영상을 만든 거봐요. 곧 일흔을 바라보는 저도 배우면 할 수 있잖아요. 부지런하면 다 됩니다.


워커홀릭인가요?
일을 하기 위한 일을 하는 게 아닙니다. 저는 제 삶을 사는 것뿐이에요. 일을 일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달까요. 사람들은 저더러 '워커홀릭'이라고 말하는데, 전 일에 미친 게 아니에요. 제 삶에 미친 거죠.


왠지 삶의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 거 없다니까요.(웃음) 큰 그림은 무슨 큰 그림. 하루하루에 충실할 뿐이에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탐나라공화국'이 어떻게 성장했으면 하나요?
그런 거 없습니다. 유명해져서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는 건 제가 바라는 게 아니에요. 이곳에 왔다 가는 사람들이 잠시라도 행복했다면 그걸로 끝이에요. 그래서 매일 이곳을 가꿉니다. 언제고 또다시 올 사람들에게 어제와 다른 '탐나라공화국'을 보여주고 싶거든요.


강우현 대표는 기자에게 함께 걸을 것을 권했다. 기자가 미처 다 보지 못했을 공간을 직접 보여주겠다고 했다. 소주병을 녹여 만든 벽, 폐업한 볼링장에서 가져온 볼링공과 볼링핀으로 세워 올린 공연장, 버려진 거울을 활용한 돌담…. 이미 보았던 공간인데 아까와는 느낌이 달랐다.

CREDIT INFO

에디터
이예지
사진
지다영
2019년 07월호

2019년 07월호

에디터
이예지
사진
지다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