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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차예련

차예련은 지금 겨우내 웅크렸던 몸을 활짝 펴고 여름을 만끽할 준비가 됐다. 그녀는 어느 때보다 행복하다.

On June 19,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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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숄더 디자인의 옐로 페플럼 원피스 가격미정 막스마라, 골드 후프 이어링 2만5천원 쥬얼 카운티, 골드 브레이슬릿 개인 소장품.


촬영 현장은 대부분 긴장감이 감돈다. 중요한 것은 이 긴장감이 얼마 동안 지속되느냐인데, 대개 분위기의 전환은 모델에게 달려 있다. KBS2 드라마 <퍼퓸>으로 복귀에 나선 차예련이 주인공인 촬영 현장은 봄이 막 시작될 때처럼 따뜻하고 포근했다. 모든 것이 순조로웠고 곳곳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의자에 앉아보면 어떨까요?” “이런 포즈는 어떨까요?” 차예련은 기분 좋게 촬영을 리드했다.

“오랜만에 화보 촬영을 하니 재미있어요. 드라마 <화려한 유혹>(2016)을 마치고 결혼했고 출산 후 육아에 집중하다 보니 3년이 흘렀더군요. 모든 순간이 설레고 즐거워요.”

지난 2017년 배우 주상욱과 백년가약을 맺은 그녀는 이듬해 딸, 인아를 낳았고 한동안 육아에 집중했다. 오랜만에 연기자 차예련으로 존재감을 드러낼 채비를 마친 그녀는 <퍼퓸>에서 톱 모델 출신의 모델 에이전시 이사 ‘한지나’ 역을 맡았다. 날카로운 이성과 프로 의식으로 무장한 ‘차도녀(차가운 도시 여자)’다.

“‘한지나’는 여성들의 워너비예요. 프로페셔널하고 하고 싶은 말을 할 줄 아는 당찬 여자죠. 그동안 다양한 작품에서 차도녀 역할을 소화했지만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매번 다른 매력과 성격의 ‘차도녀’를 만들어나가는 재미가 있거든요.”

그동안 꽤 많은 작품에서 차도녀로 등장해 또 다른 매력의 캐릭터를 만드는 것이 쉽진 않을 것 같다고 하자 그녀는 “연기는 항상 어렵다”고 답했다. 하지만 매번 반짝이는 변주를 만들어내는 그녀다. 드라마에 등장한 ‘차예련 가방’ ‘차예련 코트’ 등이 화제에 오르는 것을 보면 그녀의 노력이 통한 듯하다.

“제 이름이 붙은 가방이나 옷이 생기는 게 좋아요. 사람들이 제가 입은 것을 똑같이 입고 싶어 한다는 뜻이니까요. 이번 작품에서는 ‘톱 모델’이라는 타이틀이 붙어 더욱 고민이 돼요. 스타일리스트와 ‘제대로 보여주자’고 작정하고 기획했죠. 이번엔 컬러가 포인트예요. 비비드한 블루나 핑크, 네온 오렌지 같은 컬러를 사용해 생동감이 넘치는 룩을 만들려고요.”

누구나 쉽게 소화할 수 있는 스타일은 아니다. 하지만 큰 키와 가늘고 긴 팔다리를 소유한 차예련이기에 세련된 스타일링이 가능할 것이다.

“체질적으로 살이 찌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임신 후 밤낮없이 먹고 싶은 것을 다 먹었더니 살이 찌더군요. 만삭 때 25kg 정도 살이 붙었는데 그때 깨달았어요. ‘아, 나도 살이 찔 수 있는 사람이구나’라고요.(웃음)”

그동안 자신이 무심코 해온 행동들이 모두 다이어트였다는 것. 스케줄이 있으면 전날 저녁 8시 이후엔 먹지 않는 것이나 의식적으로 물을 많이 마시는 것 등이 모두 몸매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출산 후 살이 빠지지 않아 필라테스와 식단 조절을 병행했어요. 배고픈 것을 참지 못하는 편이라 허기질 땐 두유나 귀리 음료, 견과류를 먹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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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 컬러 스트라이프 롱 셔츠 1백19만원·슬릿 디테일 롱스커트·미니멀한 실루엣의 롱 베스트 모두 가격미정 3.1 필립림. 골드 이어링 가격미정 고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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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한 톱과 풍성한 튤 스커트가 우아하게 어우러진 드레스 가격미정 델포조, 볼드 이어링 5만5천원 마마카사르, 피시네트 레이스업 부티 1백29만원 지안비토 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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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지 실크 터틀넥 슬리브리스 톱·실크 와이드 팬츠·트렌치코트 모두 가격미정 문초이, 골드 후프 이어링 8만3천원 고이우.

“저 요즘 행복해요”

차도녀 이미지의 그녀이지만 눈을 맞추고 대화를 나누며 느낀 인간 차예련의 온도는 사뭇 달랐다. 편안하고 친근했고 정이 많은 사람이었다. 같은 스태프와 10년 가까운 세월을 함께하고 있다는 것이 이를 증명했다.

“캐릭터 때문에 인간 차예련도 차가운 사람일 거라고 생각하는 분이 많아요. 그런데 대화를 몇 마디만 나누면 편하고 친근한 스타일이라는 것을 아시더군요. 저는 사람들과 대화하고 장난치는 것을 좋아해요. 적어도 겉과 속이 다르진 않고요.(웃음)”

그녀와 이야기를 나눌수록 지금까지 보지 못한 차예련의 모습이 궁금해졌다. 결혼과 출산이라는 커다란 소용돌이를 지나왔기에 그녀에게 변화가 생겼을 것 같다는 생각은 호기심을 더욱 자극했다.

“가장 큰 변화를 꼽자면 안정감이 생겼다는 거예요. 오빠(남편)와 제가 주민등록등본에 가족으로 나오는 사이가 된 거니까 큰 울타리가 생긴 거죠. 오빠는 무엇이든 이야기할 수 있는 ‘차예련의 사람’이라 제게 가장 큰 힘이 돼주는 존재예요. 저 요즘 행복해요.”

힘들 때는 소주를 나눠 마시며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한다. 본래 술을 잘 못했는데 애주가인 주상욱과 함께하며 소주의 맛을 알게 됐다.

“데뷔 이후 거의 쉬지 않고 달려왔는데 결혼과 출산으로 갑자기 휴식 기간이 생기니 행복하면서도 불안했어요. 그래서 모유 수유가 끝나고 스트레스 해소 차원에서 술을 마셔보자며 한 잔씩 먹기 시작했는데, 알고 보니 제가 술을 꽤 잘 마시더군요. 그 후로 스트레스를 풀고 싶을 때면 오빠와 소주나 ‘소맥’을 한잔하며 풀어요. 지금도 오빠가 집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오늘은 스태프와 함께 포장마차에 가기로 약속했거든요.”

요리 역시 그녀에게 즐거움을 줬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을 보며 요리를 배웠다는 그녀는 소속사의 유튜브 채널 ‘치비티비’에서 ‘차집밥’이란 코너를 맡아 수준급 요리 솜씨를 보여주고 있다.

“요리 프로그램을 보고 따라 하고, 맛집에 가면 어떻게 맛을 내는지 궁금해하곤 해요. 갑자기 누군가를 집으로 초대할 땐 샤브샤브를 내놓죠. 많이 준비한 것 같은데 의외로 간편한 메뉴거든요. 배추, 청경채, 버섯, 양파 등 야채를 손질해 내놓고 전골냄비에 육수를 끓이면 끝이에요. 술안주로도 제격이어서 손님에게 대접하기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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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스트라이프 원피스 2백75만원 니나리치, 화이트 롱부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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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링 디테일의 V넥 원피스 24만8천원 렉토, 진주 장식 볼드 이어링 2만7천원 블랙뮤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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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스 시스루 터틀넥 톱 가격미정 아이린 by 분더샵, 화이트 리넨 재킷 29만8천원, 와이드팬츠 19만8천원 모두 르비에르, 옐로 스틸레토 샌들 1백1만원 지안비토 로시, 골드 이어링 8만3천원 고이우, 실크 롱 셔츠 원피스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차예련은 주상욱과 자신에게 딸 인아가 찾아오면서 부부 사이가 더 돈독해졌다고 말했다. 대화 주제가 더 많아졌고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는 폭이 넓어졌다는 것. 자연스레 삶의 질이 높아졌단다.

“인아가 태어난 후 책임감이 강해졌어요. 이제는 나 혼자가 아니라 부부이고 엄마, 아빠이니까요. 제 행동 하나하나가 남편과 딸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욕심이 생겼어요. 그래서 촬영장에서도 더 열심히 해요. 적어도 욕은 먹지 말자고 생각하죠.”

이런 마음 때문에 복귀를 선언한 후 기쁘고 설레었지만 한편으로는 걱정하는 마음도 컸다. 대다수의 워킹맘이 복귀 직전 겪는 떨림과 비슷하다. 촬영장에 가는 길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긴장이 되곤 했다고.

“‘내가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할 수 있을까?’라는 불안함이 엄습했어요. 주변에서는 경력이 있으니 현장이 금방 익숙해질 거라고 했지만 쉽게 걱정이 덜어지진 않았어요. 촬영이 시작되고 눈앞에 카메라와 조명이 펼쳐져 있는데, 아찔하더군요. 그래도 이제 어색함이 좀 줄었어요.”

시간이 흐를수록 현장에 익숙해지고 있지만 워킹맘의 라이프에는 아직도 적응 중이다. 촬영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 딸과 남편을 돌보다 보면 몸이 3~4개로 분리되는 기분이란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행복하다.

“엄마라면 누구나 일과 육아를 병행하면서 어려움을 겪어야 하니까 ‘이정도쯤은 괜찮다’고 생각하는 거죠. 또 우연히 맞닥뜨리는 행복한 순간에 집중하다 보면 힘든 것을 잊게 돼요.”

가장 큰 힘이 되는 것은 역시 딸, 인아다. 딸을 보면서 ‘힘들어도 행복할 수 있다’는 의미를 깨달았다.

“이젠 몸이 힘들고 졸음이 쏟아져도 참고 딸을 돌봐요. 이런 게 모성애인 것 같아요. 이제 10개월이 된 딸은 아빠를 쏙 빼닮은 ‘주상욱 베이비’인데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이 사랑스러워요. 저를 보고 “어마마마” 하며 손을 뻗는 모습을 보면 정말 행복해요.”

차예련은 향기가 담긴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따뜻한 바람 냄새를 맡고 여름이 시작됐다는 것을 알고, 촬영 현장에서 풍기는 땀 냄새로 오늘도 열심히 일하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또 집에서 풍겨오는 딸의 냄새를 맡고 편안함을 느낀다. 차예련의 아름다운 순간은 바로 지금이다.

CREDIT INFO

에디터
정소나, 김지은
스타일링
이보람, 손유림(인트렌드)
헤어
선정(제니하우스 프리모)
메이크업
전성희(제니하우스 프리모)
사진
김참
2019년 06월호

2019년 06월호

에디터
정소나, 김지은
스타일링
이보람, 손유림(인트렌드)
헤어
선정(제니하우스 프리모)
메이크업
전성희(제니하우스 프리모)
사진
김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