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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는 기꺼이 서서 마신다

술 좋아하는 요리사 박찬일이 직접 발품 팔아 찾아낸 오사카 술집과 미식 이야기가 한 권의 책으로 완성됐다. 신간 <오사카는 기꺼이 서서 마신다>를 위해 기꺼이 숙취를 무릅쓰고 아침부터 밤까지 열심히 달렸다는 그를 직접 만났다.

On March 18,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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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기자 출신인 셰프 박찬일은 어느 날 기자를 그만두고 자신이 좋아하는 국수 만드는 법을 배우기 위해 이탈리아로 떠나 요리를 배웠다. 벌써 20년 전 일이다. 지금까지 음식을 만드는 셰프로, 여러 권의 음식 문화 관련 책을 낸 작가이자 칼럼니스트로, 간간이 방송 활동도 하며 미식의 세계를 전파하고 있다. 그와 대화를 나누다 보면 계속해서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치게 된다. 자신의 전문 분야인 만큼 막힘이 없다. 그의 음식과 글만 맛깔스러운 줄 알았더니 낮은 목소리로 조근조근 술과 음식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가는 그의 화법 역시 그러했다.

술꾼들의 파라다이스를 찾아간 셰프 박찬일

책을 읽으면서 오사카로 달려가 한잔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저는 요리사이기도 하지만 음식 문화에 대한 기록을 하는 사람이라 일본의 식문화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일본은 서양 음식을 받아들여 일본화하는 과정을 통해 그들만의 독특한 음식으로 탄생시켰어요. 우리는 또 일본을 통해 서양 음식을 받아들였고요. 일본화된 세계의 음식들을 현장에서 직접 확인하는 것이 굉장히 흥미롭고 재미있습니다. 여기에 또 일본은 술을 먹기 좋은 곳이죠. 특히 오사카는 전형적인 상업 도시로 가게의 밀집도가 높고 경쟁이 심하다 보니 술값과 음식값에 거품이 없습니다. 술과 안주를 조금 시켜 먹어도 뭐라고 하지 않아요. 특히 오사카는 가까운 곳에 좋은 양조장이 많죠. 역사적으로도 술 문화가 발전할 수밖에 없는 곳입니다.


술 마시기 좋은 도시, 오사카만의 술 문화가 궁금합니다.
서서 먹는 선술집이 많아요. 원래 예전부터 있었는데 최근에 급격하게 퍼진 것은 거품 경기 이후 주머니 사정이 가벼워지고 개인주의가 심화되면서부터죠. 앉아서 마시면 12명밖에 들어갈 수 없는 술집에 서서 마시면 곱빼기로 24명 이상이 거뜬히 들어갈 수 있어요. 사람들 사이에 어깨만 들이밀면 자신의 술과 간단한 안주를 식탁에 올려놓고 먹을 수 있는 것이죠. 일본은 한 음식을 여럿이 나눠 먹지 않고 각자의 음식을 조금씩 먹는 문화예요. 우리는 술을 마실 때 두루치기 같은 양 많은 안주를 하나 시켜 나눠 먹는데 일본은 개인별로 다양하게 시켜 먹죠. 그렇다 보니 안주 종류가 굉장히 많습니다. 게다가 선술집에 가면 서로 마음을 열고 쉽게 친구가 돼요. 주인장과 요리사, 직원, 손님들이 서로 다 친굽니다. 남녀노소의 차별도 없어서 여자 혼자 술을 마시러 와도 자연스럽죠. 혼자 술을 마시는 사람도 많고, 낮술은 물론 아침부터 술을 먹는 사람도 많아요. 한마디로 술꾼들의 천국입니다.


사실 한국에서는 혼자 술 마시는 것이 쉽지 않아요.
여럿이 술을 마시면 좋은 사람과 마셔야 하고, 술 약속을 잡아서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상황에 대한 강박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한국은 혼자 술을 마실 곳이 없어요. 선술집을 비롯해 오사카의 많은 술집은 그 누구의 신경도 쓰지 않고 술을 마실 수 있어요. 게다가 저는 외국인에 완벽한 타인이니 더 자유로웠죠. 혼자 술을 먹으면서 오롯이 즐길 수 있고, 내가 술에 취해가는 과정을 통해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재미도 느꼈습니다. 혼술을 권장하는 듯한 문화 자체도 흥미롭죠. 오사카 술집은 무엇보다 현장 자체가 즐겁습니다. 그냥 즐기면 돼요.


취재하는 과정에서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많았죠?
문 앞에서 쫓겨난 집도 있고, 한 술집에서는 휴대폰을 보다가 혼났어요. 주인장이 "우리 집에 왔으면 술 먹는 데 집중해라, 휴대폰 보지 말고 차라리 옆 사람과 이야기를 하라"고 하더군요. 네가 빨리 먹고 나가야 다른 손님도 먹을 수 있다고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는 오사카의 술 문화가 재미있습니다. 한번은 시키지 않은 안주가 나와서 의아해했더니 반대쪽 자리에 앉은 손님이 씩 웃고 있어요. 일본어를 못하는 한국 관광객이라는 걸 알고 호의를 베푼 거죠. 주로 60대 아저씨들이 안주를 잘 사줬어요. 함께 2차를 가자고 해서 바에 가서 술을 얻어먹은 적도 있고요. 카드를 받지 않아 현금을 찾아오겠다고 했더니 다음에 들르면 그때 술값을 내라는 호탕한 주인장도 만났습니다. 결국 그 술집에 다시 찾아갔고 친해졌죠.


취재라는 명목하에 하루에 술집을 몇 군데나 순례했나요?
일부러 강행군은 하지 않고, 밥집을 포함해 하루에 다섯 군데 정도씩 다녔어요. 조금씩 먹고 마시고, 다음 장소로 이동하곤 했죠. 한 집에 1인당 1만원 정도면 충분하니 세 집을 가도 5만원이면 얼큰하게 취할 수 있어요. 취재한 곳은 700~800군데인데, 그중에 200곳 정도 추렸고, 100군데가 조금 넘는 곳을 책에 실었습니다. 술꾼한테는 그야말로 풍덩 빠져서 헤엄칠 수 있는 술의 저수지입니다. 오사카는 아침 8시부터 술을 마시려고 줄서는 애주가들이 있어요. 이번 책은 취재라는 의무감을 내려놓고 전체적인 느낌에 젖어들면서 즐기는 마음으로 만들었어요. 그래야 더 좋은 내용이 나오니까.


그래도 책 구석구석 전직 기자의 향기가 났어요. 단순히 술집 기행이 아닌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좋았습니다.
물론 내용을 어떻게 분류하고 어디를 공략해 취재할 것인지, 사람들의 이야기를 어떻게 흥미롭게 풀어낼 것인지 고민했죠. 아무래도 기자들이 사람들을 유인하는 방식이 적용됐을 겁니다. 자부심을 갖고 최선을 다해 술안주와 요리를 만드는 모습을 들여다보며 같은 요리사로서 감동도 받았고, 1년 내내 새로운 제철 메뉴를 내놓는 프로 정신에 자극도 받았어요. 좋은 글, 유혹적인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도 했고요. 어쩌면 이 책은 매우 주관적인 나만의 음주 만행기이기도 합니다.


좀 다른 이야기인데, 셰프들은 평소에 어떤 음식을 먹는지 궁금합니다. 무슨 음식을 좋아하나요?
술안주를 좋아합니다. 어떤 음식이든 술안주화됐을 때 좋아요. 김치가 밥반찬으로 나오면 그저 그런데, 술안주로 나왔을 때는 진짜 맛있거든요. 삼겹살에 밥 먹는 것을 좋아하는 분들도 있지만 삼겹살은 역시 술안주로서 그 가치를 발휘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음식이 술상에 놓여 안주로 변화하는 과정이 흥미롭죠. 모든 음식이 훌륭한 안주가 됩니다. 오사카에서도 역시 술집에서 술과 함께 먹으면 뭐든지 맛있었죠. 저는 기본적으로 술안주라는 옷을 입고 나온 음식에는 관대합니다. 저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들이 대체적으로 그런 거 같아요. 짬뽕은 5천원인데 술안주인 짬뽕 국물은 2만원이고 식사용 돈가스는 7천원인데 돈가스 안주는 2만원이에요. 그래도 아무도 거기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고 용인합니다. 이런 우리의 술 문화도 참 재미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요?
아무 계획도 없어요. 저는 '오대수'예요. '오늘만 대충 수습'하고 살아가죠. 그냥 하루하루 닥치는 대로 삽니다. 혹시 또 모르죠. 이 책이 많이 팔려 제작비가 회수되면, 또 다른 도시의 또 다른 술 문화와 술집 기행을 떠날 수 있을지도.


오사카의 술집 주인들은 개성이 강하다.
팬을 둔 사람도 꽤 있다.
음식과 술이 좋고, 무엇보다 주인장도 사람을 끄는 집을 추렸다.
물론 오사카엔 멋진 주인이 있는 가게가 많다.
<오사카는 기꺼이 서서 마신다> 중에서

CREDIT INFO

에디터
이예지
인터뷰
박현구(프리랜서)
사진
박충열
2019년 03월호

2019년 03월호

에디터
이예지
인터뷰
박현구(프리랜서)
사진
박충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