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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윙 경수

On January 08, 2019

순수한 소년의 얼굴과 대조적인 시니컬한 눈빛. 묘한 매력의 청춘 도경수는 꾸밈없는 그 자체로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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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2년 그룹 ‘엑소’로 데뷔한 도경수는 비주얼, 가창력, 춤 실력을 모두 갖춘 인기 절정의 아이돌이었다. 데뷔 2년 만에 연기자라는 새로운 영역에 도전한 그는 그로부터 2년이 흐른 뒤 배우 송강호, 하정우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주연배우로 거듭났다. 영화 배급사에서는 극장 최대 성수기인 연말에 대규모 제작비를 투입해 흥행이 확실시되는 기대작을 내놓는데, 지난 연말 쇼박스는 송강호 주연의 <마약왕>을, CJ엔터테인먼트는 하정우 주연의 <PMC: 더 벙커>를 선보였다. NEW에서는 제작비 153억원을 투입해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거제도 포로수용소에서 탭댄스에 빠진 전쟁 포로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스윙키즈>를 제작했다. 그리고 주연으로 도경수를 낙점했다.

손에 꼽히는 배우들을 주연으로 내세운 타 영화와 달리 <스윙키즈>는 왜 아이돌 출신 연기자를 주연으로 택했을까. 고리타분한 소리일 수도 있겠으나 아이돌로 성공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 안에서 살아남은 이들은 보상을 받듯 비교적 수월하게 다른 것을 쟁취하는데 그중 하나가 연기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연기돌(연기하는 아이돌)’이란 꼬리표가 다시 그들의 발목을 잡는다. 대체로 쉽게 얻은 기회로 여겨지기 때문에 시작부터 엄격한 평가를 받고, 배우로 인식되기까지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런데 최근 편견을 뛰어넘는 ‘연기돌’이 늘어나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그룹 ‘엑소’의 디오(D.O), 도경수다.

“가수 디오와 배우 도경수 사이에서 괴리감이 느껴지지 않느냐고 묻는 분들이 있어요. 그런데 전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아요. 디오도, 도경수도, 그 어떤 배역도 저 자체예요. 모두 한 인물이죠.”

도경수는 SBS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2014)에서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고등학생이자 조인성의 또 다른 자아인 ‘한강우’를 연기했고, 영화 <카트>(2014)에서는 ‘을’을 대변했다. 또 시력을 잃은 유도선수(<형>(2016))나 학자금 대출에 허덕이는 대학생(<7호실>(2017)), 관심병사(영화 <신과 함께>(2017, 2018)) 역을 맡으며 로맨스물이나 학원물에서 활약하는 여느 연기돌과 다른 행보를 보였다. 가장 최근엔 tvN 드라마 <백일의 낭군님>(2018)에서 까칠하지만 정인 ‘윤이서(홍심, 남지현 분)’에게만은 애틋한 연심을 품는 ‘이율(원득)’을 연기해 매력을 발산했다.

그는 <스윙키즈>에서는 연기력은 물론, 극을 이끄는 주연으로서도 실력을 증명했다. 수용소 내 문제아로 통하는 북한군 ‘로기수’ 역을 맡아 브로드웨이 출신 미군 ‘잭슨(자레드 그라임스 분)’의 탭댄스를 보고 매료돼 춤에 대한 열정으로 이념의 대립, 전쟁으로 인한 상처, 인종 차별 등을 극복해나가는 모습을 진정성 있게 그린다.

“실화이고 뮤지컬 <로기수>가 있었지만 어떤 이야기인지 잘 몰랐어요. 첫 미팅 때 감독님이 ‘심장이 두근두근하는 영화를 만들 것’이라고 하셨고, 두 번째 미팅 때 시나리오를 받았는데 심장이 쿵쾅거렸어요. 그 정도로 좋았어요. 대작의 주연이라 부담되긴 했지만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먼저였죠.”

<스윙키즈>의 캐릭터들은 각기 다른 이유로 모여 댄스팀을 결성한다. 조국에 있는 가족에게 돌아가기 위해, 피난길에 헤어진 아내를 찾기 위해, 부모를 잃고 굶주린 동생들의 배를 채우기 위해 모인 그들은 탭댄스를 추며 하나가 된다.

“이상과 현실이 다른 상황에서 펼쳐지는 젊은이들의 춤에 대한 열정이 좋았어요. 지금 제 나이에 할 수 있는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었는데 그 청춘들의 마음이 가슴에 와 닿았거든요. 포로수용소의 골목대장인 로기수는 꿈과 이상을 말하는 인물이에요. 로기수를 통해 스스로 이루고 싶은 꿈을 제쳐두고 다른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주고 싶었어요.”
 

‘엑소’ 디오와 도경수 사이

영화에서는 국적, 언어, 이념, 성별이 다른 인물들이 탭댄스로 하나가 되는데 도경수의 탭댄스 실력이 수준급이다. 함께 출연한 오정세에 따르면 도경수는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았고 만날 때마다 실력이 늘어 있었다고.

“사실 춤을 추는 사람이니까 금세 잘 출 줄 알았는데 아니더군요. 처음에는 몸치가 됐었어요. 춤을 추면서 다섯 개의 소리를 내야 하는데 서너 개밖에 나지 않았고요. 실제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탭댄서로 활약하는 자레드 그라임스가 포인트를 짚어줬어요. 탭댄스는 하나의 악기를 배우는 것 같았어요. 다른 춤은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데 탭댄스는 소리를 만들면서 추니까요. 그렇게 탭댄스의 매력에 빠졌는데 침대에 누우면 리듬이나 루틴이 생각나 잠을 잘 수 없었어요. 처음 데뷔를 준비하면서 두근거렸던 경험이 떠올랐죠.”

‘엑소’ 콘서트 연습 중간에도 탭댄스를 연습했다는 도경수는 지금도 발이 땅에 닿아 있으면 탭댄스를 춘단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콘서트 솔로 무대에서 보여주고 싶다고. 그렇게 탭댄스에 빠진 그가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이라고 꼽는 장면 역시 기수와 ‘판래(박혜수 분)’가 탭댄스를 추는 장면이다.

“‘모던 러브’라는 곡에 맞춰 춤을 추는 장면이 가장 좋았어요. 기수와 판래가 포로수용소를 마음껏 돌아다니며 춤을 추는 상상을 하는 장면으로 춤에 대한 열망이 드러나죠. 탭댄스를 배우고 싶으면서도 마음을 숨기던 기수의 속마음이 보여 통쾌하고 후련했어요. 영화가 이념 대립을 다루지만 저는 기수를 춤을 사랑하는 젊은이로 그리고 싶었거든요. 억압 속에서도 하고 싶은 것을 하겠다는 마음에 중점을 두고 연기했어요.”

도경수는 춤만이 아니라 탁월한 연기력도 발휘한다. 머리를 짧게 자르고 펑퍼짐한 군복을 입고 걸쭉한 북한 사투리를 쓴다. 당시 종군기자가 찍었던 사진을 보고 머리를 삭발했고, 실제 북한에서 귀화한 선생님에게 사투리 레슨을 받았다. 그 결과 이번에도 연기력에 대한 호평을 받았다.

“북한 사투리는 선생님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북한에서 오셨지만 서울에 사신 지 오래돼서 서울말도 섞였는데 특유의 억양이 남아 있어 그걸 캐치하려고 했죠. 매번 최선을 다해 연기하는데 좋게 이야기해주시니 감사해요. 더 열심히 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어요. 그런데 개인적으론 작품마다 아쉬운 부분도 있어요. 이번에는 ‘동작을 더 크게 할걸’이라는 아쉬움이 있죠.”

도경수는 <스윙키즈>에서 말 그대로 날아다닌다. 춤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한 청년이었다가, 포로 생활을 함께 견딘 동료의 배신에 눈물을 흘린다. 적군이라도 폭행과 살인을 하지 않았지만 형을 지키기 위해 미국 장군을 살해하기로 결심한다. 그는 이 모든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며 배우로서 존재감을 확고히 했다. 그 중심엔 깊은 눈빛이 있다. <스윙키즈>의 강형철 감독 또한 “소년과 청년 사이의 얼굴을 가진 도경수의 눈빛이 좋아 그를 보자마자 로기수에 적격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배우로서 눈빛이 좋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는데 들을 때마다 쑥스러워요. 강형철 감독님이 한번은 이런 말씀도 하셨어요. ‘왜 계속 눈동자로 연기를 하려고 하느냐? 지금은 아껴뒀다가 나중에 하라’고요. 극의 클라이막스인 크리스마스 공연에서 터뜨리고 싶으셨다고 해요. 제 눈빛에 푹 빠지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고 하셨다는데 사실 저는 제 눈빛이 어떤지 잘 모르겠어요. 대화를 나누거나 연기를 할 때 최대한 상대와 눈을 맞추려고 하긴 해요. 눈은 누굴 닮았냐고요? 아버지를 닮았어요.”

도경수에게는 이번 작품이 배우로서 포인트가 되는 작품임은 분명하다. 힘 있게 극을 이끄는 주연으로서 그의 입지를 확고히 했기 때문. 지금까지 보여주지 못했던 캐릭터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더 나은 캐릭터에 도전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연기를 처음 할 땐 촬영 현장에서 긴장을 많이 했어요. 첫 작품인 <괜찮아, 사랑이야>에 출연할 땐 조인성 선배 앞에서 긴장감 때문에 대사를 까먹었죠. <카트>의 염정아 선배 앞에서도 마찬가지였고요. 이제는 촬영 현장이 조금 편해진 것 같아요. 선배님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배우는 자세로 바뀐 거 같고요. 그래서일까요? (조)인성 형이 영화를 보시고 ‘이제 네가 나한테 밥을 사야겠다’고 하셨어요. 최고의 칭찬이죠. 인성이 형이나 (이)광수 형과 만날 때 저도 밥을 사고 싶었는데 항상 형들이 사주셨거든요. ‘엑소’ 멤버들은 스케줄이 바빠서 7명 전원이 모인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 모든 멤버가 시사회에 참석했어요. 영화를 보고 단체 채팅방에서 제가 자랑스럽다고 이야기해줬고요. 부모님은 영화를 보시고 기뻐서 우셨어요. 앞으로 좋은 동생, 동료, 아들이 되고 싶어요.”

지난 2012년 ‘엑소’로 데뷔한 그는 7년 동안 한 번도 휴가를 가지 못했다. 앨범 활동이 없을 땐 배우로 활동했고, 작품을 쉴 땐 ‘엑소’로서 역할을 다했기 때문이다. 쉴 틈 없이 이어지는 스케줄이 고통스러울 만도 한데 도경수는 그조차 행복하단다.

“제가 선택한 일이니까 스트레스를 받진 않아요. 연차가 쌓이면서 완급을 조절하는 법을 깨달았고 하는 일 안에서 행복을 찾으려고 하거든요. 가수와 배우 활동 중 어느 하나에 100% 집중하지 못하는 것은 아쉽지만 가수로서 무대에서 관객에게 받는 에너지가 굉장해요. 최근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봤는데 무대에 서고 싶은 마음을 참을 수 없었어요. 무대를 마치고 나면 희열이 굉장하거든요. 또 연기하면서 몰랐던 감정을 표현하며 느끼는 쾌감도 좋아요. <괜찮아, 사랑이야>에 인성이 형과 이별하는 장면이 있는데, 형의 눈을 보고 울컥해서 저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어요. 사실 제가 눈물이 없는 편이라 울컥하는 감정을 잘 몰랐거든요. 이렇게 제 안에 묶여 있던 감정의 끈들이 끊어지면서 새로운 감정을 발견하는 게 행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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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소’ 디오와 배우 도경수 사이에서 괴리감이 느껴지지 않냐고요?
디오도, 도경수도, 그 어떤 배역도 저라는 사람 그 자체예요.

요리하며 힐링하는 요즘

올 1월에 6일간의 휴가를 얻었다며 해맑게 웃었지만 아직까지 무엇을 할지 정하지 못했단다. 휴가라는 단어만으로도 설렘을 느끼는 듯했다.

“무엇을 해야 뿌듯하게 보낼 수 있을까요? 사실 침대에 누워만 있어도 행복할 것 같아요. 일단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서 음악을 듣고 싶어요. 요리도 하고 싶어요. 취미로 요리를 즐겨 하거든요. 만약에 가수나 배우가 아니라면 요리사를 꿈꿨을 거예요. 요리에 관심이 많아서 강형철 감독님이 칼을 선물해주시기도 했어요. 촬영장에서는 늘 촬영지에 있는 맛집에 대해 이야기했어요. 오늘은 어떤 요리가 생각나냐고요? 갈낙탕이오. 쇠갈비와 낙지를 넣은 탕인데 신사동에 기가 막힌 집이 있거든요. 뜨끈한 국물에 들어 있는 각종 해산물을 먹고 나면 속이 든든해요.”

도경수는 스스로 흥미 있는 메뉴가 있으면 직접 요리를 한다. 지난 2016년에는 V앱 <집밥됴선생>에서 밥과 된장찌개, 모듬전을 만드는 모습이 나오기도. 어머니에게 배운 비법이라며 그가 요리에 사용한 된장은 방송 직후 온라인에서 완판됐다.

“멤버들에게 생선조림, 찌개, 볶음밥을 해줬는데 반응이 나쁘지 않았어요. 넷플릭스 <셰프의 테이블>을 보면서 요리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미쉐린 식당을 방문하는 <쿡가대표>라는 예능도 즐겨 봤고요. ‘재료와 재료를 조합하면 어떤 맛이 날까?’라는 호기심이 커서 여러 시도를 해봐요. 나만의 레시피를 만드는 걸 좋아하고요. 언젠가 요리와 관련된 자격증을 따고 싶고, 관련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하고 싶어요. JTBC 예능 <냉장고를 부탁해>는 한 회도 빠짐 없이 챙겨 보고 있어요. 출연 제의가 왔었는데 아직 개인 냉장고가 없어서 나가지 못했어요. 언젠가 꼭 출연하고 싶어요.”

도경수는 ‘도전’이라는 단어를 반복했다. 노래도, 연기도 모두 그에게 도전이었고 보통 또래들이 하지 못하는 경험에 도전하는 게 행복하단다. <스윙키즈>에서 탭댄스를 얻은 것처럼 새로움에 도전하면서 도경수라는 사람을 그려나가겠다고. 도전하며 성장하는 청춘, 도경수다.

순수한 소년의 얼굴과 대조적인 시니컬한 눈빛. 묘한 매력의 청춘 도경수는 꾸밈없는 그 자체로 빛났다.

Credit Info

에디터
김지은
사진제공
SM엔터테인먼트

2019년 01월호

이달의 목차
에디터
김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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