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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티콘을 만드는 사람들

이모티콘 없는 대화는 상상할 수 없는 요즘이다. 이모티콘 하나로 대화의 시작과 종료를 알리고, 감정을 표현한다. 대화를 완성하는 이모티콘 작가를 만났다.

On November 22,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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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조 작가는…

게임회사 넥센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로 활동하다 이모티콘 작가로 전향했다. 시니컬 토끼를 시작으로 싸이의 강남스타일 캐릭터,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를 만들었다. 시니컬 토끼의 자꾸 살이 쪄, 호조의 미친 토끼, 헬로 브라운 등 다수의 캐릭터를 선보이고 있다.

위트 있는 액션 캐릭터 _ 호조 작가

카카오톡 대화에 빠짐없이 등장하며 이모티콘 전성시대를 연 것은 단언컨대 카카오프렌즈다. 새침한 고양이 네오, 자신감 넘치는 강아지 프로도, 발그레한 복숭아 어피치, 토끼 옷을 입은 단무지 무지, 초록색 악어 콘, 선글라스를 낀 두더지 제이지, 오리발을 신고 있는 오리 튜브까지 7개의 이모티콘은 퍽퍽한 우리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국민 이모티콘으로 거듭난 카카오프렌즈는 작가 호조(권순호)의 작품이다.

"카카오톡에서 제안을 받고 3개월 동안 작업했어요. 성공할 거라는 기대가 크지 않았어요. 당시 라인프렌즈의 인기가 높았고, 카카오톡 이모티콘의 영향력은 미미했거든요. 그래서 편하게 그렸어요."

하지만 치열하게 고민을 거듭했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작업이고, 공감을 얻기 위한 작업이기 때문에 대중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에 공감할지 고민하며 캐릭터를 구축했다.

"예쁘고 귀여운 캐릭터보다는 엽기적인 모습을 담자고 생각하고 제 모습을 되돌아봤어요. 채팅을 하다 보면 답답할 때가 많더군요. 그래서 과격한 액션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답답함을 표출하는 모습들을 그렸어요. 다만 끝맺음을 위트 있게 하자고 생각했죠. 캐릭터가 곧 나 자신이 하는 말이니까, 내가 보낸 이모티콘을 보고 상대방의 기분이 상하면 안 되잖아요."

7개의 카카오프렌즈를 만든 호조 작가는 카카오와 계약을 끝내고, 또 다른 시장을 개척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카카오프렌즈를 만들고 캐릭터 시장이 커지는 것을 경험하면서 좀 더 넓은 시장에 진출할 수 있게 됐어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죠. 현재 중국 상하이에 있는 기업과 라이선스 캐릭터 작업을 하고 있어요. 위챗에서 사용하는 캐릭터를 탄생시키려고요."

호조 작가의 캐릭터는 각각의 사연을 품고 있다. 2000년대 초반 싸이월드 미니홈피에서 선보인 이모티콘 '시니컬 토끼'도 그랬고, 카카오프렌즈 역시 저마다 사연을 품고 있다.

"캐릭터 이름을 지으려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캐릭터가 제 자신과 닮았더군요. 그래서 '시니컬 토끼'라고 이름을 지었죠. 카카오프렌즈는 새침한 성격에 가발을 쓴 고양이 '네오', 네오랑 사귀는 부잣집 도시 개 '프로도'라고 스토리를 구상했죠."

4,700만 명이 사용하는 메신저의 대표 캐릭터를 만든 호조 작가는 시니컬 토끼처럼 시니컬했다. 그냥 그리다 보니 이모티콘이 완성됐다며 가볍게 말했지만, 그 역시 슬럼프를 겪었다.

"30대 초반 무렵에 창작이 고통스러워 도망가고 싶었어요. 이모티콘 작가를 그만두고 싶었죠. 그런데 어떤 분이 제게 리스크가 클수록 더 재미있을 수 있다면서 '리스크가 없으면 편안하겠지만 삶이 얼마나 밋밋하겠냐고 하시더군요. 그 말을 듣고 생각을 전환했어요. 여전히 창작이 어렵고 마감이 스트레스지만 굉장히 행복해요. 그 안에서 느끼는 재미가 즐거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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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새 작가는…

올해 29세로 제품 디자이너로 활동하다 이모티콘 작가로 전환했다. 철저한 이모티콘 시장 분석을 토대로 B급 감성 캐릭터 '늬에시'와 '궁늬여'를 탄생시켰다. 볼빵빵 촐랑다람쥐, 얄미운 늬에시, 요망한 늬에시, 늬에시 뺨치는 궁늬여, 늬에시와 읽씹선비를 출시했다.

억눌린 감정을 표현했어요 _ 철새 작가

이모티콘 하나하나가 공감을 넘어 감탄을 자아내는 캐릭터 '늬에시'와 '궁늬여'를 그린 작가 철새(박철연)는 올해 3월까지만 해도 제품 디자이너였다. 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고향인 부산을 떠나 강원도 원주에 위치한 제조업 회사에 다니고 있었다. 사회 초년생 사이에서 이직을 위한 적정 경력으로 통하는 3년을 버티자는 생각으로 홀로 외로운 시간을 보내던 그는 어느 날 한 기사를 보고 자극을 받았다. 디자인을 전공하지 않은 한 작가가 연습장에 낙서를 하듯 대충 그린 이모티콘으로 대박이 났다는 내용이었다. 특이점이라곤 B급 감성이 담긴 것뿐이었다.

"당시 회사에서 '칼퇴'를 했지만 퇴근 후 할 게 없었어요. 지루한 날들이 이어지던 중 이모티콘 작가에 대한 기사를 발견했고 남는 시간에 부업으로 도전해보자고 생각했죠. 무턱대고 시작하면 실패할 것 같아서 시장 분석부터 했어요. 스타일별로 분류하고 어떤 것이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는지, 어떤 것이 단기간에 인기를 끄는지 분석했죠. 매일 업데이트되는 이모티콘 순위를 예측하는 연습을 하기도 했어요. 그러다 보니 귀엽거나 B급 콘셉트가 인기를 얻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죠."

철새 작가는 인기 콘셉트에 맞춰 작업을 시작했다. 퇴근 후부터 새벽까지 작업했고 5개월 후 '볼빵빵 촐랑다람쥐'와 '얄미운 긴팔원숭이'를 만들었다. 두 이모티콘의 미래는 정반대였다. 귀여운 다람쥐는 이모티콘 시장 진출에 성공했지만, 원숭이는 실패했다.

"'얄미운 긴팔원숭이'는 심사 1차에서 탈락했지만, 지금의 '늬에시'가 탄생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어요. 저는 다른 사람을 약 올리는 얄미운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는데, 긴팔원숭이가 얄미운 캐릭터가 아니었던 거죠. 그러던 중에 내시를 발견했어요. 내시 하면 가는 목소리와 간신, 얄미운 이미지가 떠오르잖아요. 그 후 여자 캐릭터인 '궁늬여'를 만들고, '읽씹선비'라는 캐릭터도 출시했어요."

철새 작가의 말처럼 '늬에시'와 '궁늬여' 등 그가 만든 이모티콘은 다른 사람의 약을 올리는 표정과 제스처, 말투가 특징이다.

"사람들을 만나면 '힘들다'면서 고함을 지르는 모습이나 때려 부수는 모습, 힘들어서 쓰러지는 모습 등을 그려달라고 하시더군요. 억눌린 감정을 표현하고 싶은 거죠. 그래서 얄밉지만 통쾌함을 선사할 수 있는 캐릭터를 그리자고 결심했죠. 최근에 고등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무미건조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인터넷에서 많이 사용하는 줄임말을 실생활에서 쓰고 감정 표현도 굉장히 자제돼 있더군요. '고마워요'라고 말하는 것도 낯 뜨거워하면서 '감사'라고 말해요. 무심하고 간단명료한 것을 좋아한다는 점에 집중해 10대가 좋아할 수 있는 이모티콘을 만들어보려고요. 딱딱하고 건조해진 아이들의 대화가 조금은 부드러워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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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소 작가는…

대학에서 국어국문학과 문화콘텐츠학을 전공하며 감성을 키운 25살 '소녀'다. 옴팡지게 귀여운 캐릭터 옴팡이를 그려 이모티콘 작가로 데뷔했다. 옴팡지게 귀여워 옴팡이, 옴팡지게 조아해 옴팡이, 옴팡지게 말랑해 옴팡이 등 다수의 옴팡이 시리즈가 있다.

직관적인 제 감정을 그렸어요 _ 애소 작가

작가 애소(정다슬)는 새침해 보이지만 입을 떼는 순간 사랑스러움이 흘러넘친다. 그녀가 만든 캐릭터 '옴팡이' 역시 그녀를 닮아 사랑스럽다. 애소 작가는 낙엽이 바람에 굴러만 가도 까르르 웃는다는 여고생 때부터 이모티콘 작가가 되고 싶은 꿈을 품어왔다. 그러나 이모티콘 작가가 되는 방법을 몰랐던 그녀는 그저 만화를 그려 인터넷 사이트에 올렸다.

"제가 올린 만화를 보신 메밀 작가님이 이모티콘으로 만들어보면 어떻겠냐고 하시더군요. 메밀 작가님의 도움을 받아서 이모티콘 제안서를 넣었고, 지난해 10월 승인이 났어요. 결과를 확인하고 기뻐했던 기억이 나요."

그렇게 세상에 나온 찹살떡처럼 하얗고 말랑말랑한 캐릭터 '옴팡이'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했다. 특히 10대 여고생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매일 순위가 업데이트되는 카카오톡 이모티콘 인기 차트에 이름을 올리고 있고, 지난 8월엔 옴팡이 팝업 스토어를 오픈하기도 했다.

"사실 제가 이모티콘 작가가 됐다는 것도 믿기지 않았어요. 그런데 팝업 스토어의 팬 사인회에 온 팬들을 보고 실감했어요. 응원 메시지를 전하고 선물을 주시기도 하더군요. 감격스러웠죠. 그때서야 작가가 됐다는 느낌이 왔어요."

애소 작가는 옴팡이가 많은 이의 사랑을 받는 이유로 '공감'을 꼽았다. 대학에서 문화콘텐츠학을 전공하면서 어떻게 하면 공감을 얻는지 공부한 것이 이모티콘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도움 됐다고.

"일단 제 감정에 집중해요. 일상생활을 하다가 격정적으로 무엇을 느꼈을 때 그림으로 메모를 해두는 습관이 있어요. 지루하거나 짜증 날 때, 기쁠 때 그림을 그려놓고 나중에 보면 도움이 되거든요. 이렇게 작업한 것들을 지인에게 보여주면 대부분 공감하더군요."

애소 작가는 단순한 형태의 이모티콘이 직관적으로 감정을 드러내길 원했다.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을 세세하게 분류하고, 그에 맞는 모습을 최대한 많이 그리며 이모티콘을 완성해나갔다.

"그래서일까요? 옴팡이가 자신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요. 팬 사인회 때도 어렸을 때 사진을 가져와 보여주면서 옴팡이랑 똑같이 생기지 않았느냐고 묻는 분들이 있었죠. 많은 분이 옴팡이에게 감정이입을 해주신 것 같아서 기뻤어요. 앞으로도 많은 분이 공감할 수 있는 모습을 그리려고 해요."

이런 목표 때문에 현재 애소 작가는 고민이 많단다. 이모티콘 24개가 담긴 시리즈 5편을 내놓다 보니 웬만한 감정을 다 그렸기 때문이다. 이젠 어떤 방식으로 옴팡이를 발전시킬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학교 편' '직장 편' 등 상황에 맞춰 구분해보라는 조언도 있어서 생각 중이에요. 특히 직장 편에 대한 요구가 많아요. 찌든 모습의 옴팡이를 상상해주셔서 시도해보려고 해요. 옴팡이는 사랑스럽고 귀여운 아이인데 찌든 모습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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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구 작가는…

도예를 전공하고 오브제 작가를 꿈꾸다 이모티콘 작가로 전향한 27세 청년이다. 오리너구리를 모티브로 한 오구를 선보여 귀여운 이모티콘계에 한 획을 긋는 중. 하찮은 오리너구리, 오구의 오리너구리한 일상, 아기 오구의 뿌시레기 생활 등을 선보였다.

무덤덤한 표정 같은 캐릭터_ 오구 작가

무표정으로 차분하게 말을 건네는 모습이 귀여운 오리너구리 캐릭터 '오구'를 그린 오구 작가(문종범)는 도예를 전공하고 오브제 작가를 꿈꾸는 청년이었다. 자신의 예술 철학이 담긴 도자기를 창작하던 그는 어느 날 범고래 작가의 '대충하는 답장'을 보고 이모티콘 시장에 관심을 가졌다. 그는 미술을 전공했으니까 도전해보자는 마음으로 이모티콘 시장에 발을 들였다.

"당시 저는 오브제 작가로 시장에 진입하려고 애쓰던 때였는데, 번번이 실패를 맛보고 있었어요. 좌절을 거듭하던 그때, 이모티콘이 눈에 띄었고 미술을 전공했으니까 도전해보자면서 가볍게 시작했죠. 지난해 7월에 작업을 시작해 12월에 오구를 출시했어요. 이왕 시작했으니까 1년 동안 해보자고 마음먹은 게 지금까지 이어졌죠."

지금의 오구 작가를 있게 한 캐릭터 '오구'는 작가가 대학 졸업 전시를 위해 오리너구리를 모티브로 만들었던 캐릭터다. 도자기의 깨끗한 색을 살려 몸은 흰색으로 칠했고, 금으로 도금했던 부리엔 노란색을 입혔다. 그 안에 작가가 살면서 느꼈던 감정들을 더했다.

"저는 오구가 무덤덤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오구는 표정이 거의 없어요. 우리 모두 힘들어도 안 힘든 척하면서 살잖아요. 스스로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살아야지 열심히 사는 거라고 생각하죠. 저도 연인과 이별해서 마음이 아픈데 덤덤한 척했던 때가 있었어요. 때로는 감정을 절제하지 않아도 되는데 참거나 숨기기도 하고요. 그런 현대인의 모습을 캐릭터에 담았어요. 오구가 무덤덤하니까 캐릭터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얼굴에 감정을 숨기지 않고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오구 작가의 설명처럼 오구는 표정이 변하지 않는다. 거의 무표정에 가깝다. 대신 고개를 갸우뚱하거나, 양 날개를 들어 올리는 등 행동으로 감정을 드러낸다.

"주로 친구들을 관찰하면서 모션의 모티브를 얻어요. 술을 마시다 보면 이상한 포즈를 취하거나, 독특한 표정을 짓는 걸 포착할 때가 있거든요. 저는 주로 카페에서 작업을 하는데 카페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즉흥적으로 그리기도 하죠. 그럴 때 꽤 괜찮은 결과물이 나오곤 해요."

가능한 한 다양한 사람의 마음을 드러낼 수 있는 이모티콘을 만들겠다는 오구 작가는 '오구프렌즈'를 만드는 게 목표다.

"오구프렌즈를 만들고 캐릭터 세계관도 구축하고 싶어요. 귀엽고 코믹하지만 심오한 내용을 담고 있는 애니메이션 <어드벤처 타임>처럼요. '오구' 옆에 작은 콩인 '파랑새'라는 이모티콘이 있어요. 파랭새는 '행복'을 의미해요. 아직 단독 이모티콘으로 출시되지 못했지만 발전시켜보려고 해요. 언젠가 완성될 오구프렌즈를 기대해주세요."

CREDIT INFO

에디터
김지은
사진
이대원
캐릭터제공
호조·철새·애소·오구
2018년 11월호

2018년 11월호

에디터
김지은
사진
이대원
캐릭터제공
호조·철새·애소·오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