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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주는 김남주다

과거의 김남주는 까칠했지만 프로페셔널했다. 똑똑한 엔터테이너랄까. 6년의 공백 뒤 그녀를 만났다. 변해 있었다.

On April 09, 2018



인터뷰 중 그녀가 가장 많이 했던 말은, "질문을 까먹었어요" "긴장이 돼서…"였다. 김남주의 입에서 '긴장'이라는 단어가 나오다니.
과거의 김남주는 '여배우스러웠다'. 예뻤고, 완벽했고, 그럴수록 숨기는 게 많아 보였다. 지금의 김남주는 담백하게, 그저 여배우였다. 예쁜 슈트 핏을 위해 달걀만 지겹도록 먹었고, 앵커를 연기하기 위해 대본을 달달달 외우는 무식한 방법을 택했고, 도도한 배역을 연기하기 위해 끈적한 음악을 들으며 손짓 발짓까지 연습을 죽도록 했단다. '아줌마'에서 '고혜란'으로 후회하지 않을 만큼 열정을 다 쏟았고, 이것이 자신의 능력 최대치라고 했다. 48살 아줌마 여배우는 고군분투했다고 시원스레 말했다. 멋있었다. 드라마 종영 직전 그녀를 만났다.


"역시 김남주" 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힘든지 모르고 막바지 촬영을 하고 있어요. 파격적인 결말이 기다리고 있답니다.(웃음) 개인적으로는 40대에 마지막으로 만난 웰 메이드 드라마이기도 하고, 또 JTBC 드라마의 새 역사를 쓰는,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는 기록을 만들고 싶었어요. 고혜란스럽죠? 욕망 덩어리.(웃음)


의외로 남자 시청자들에게도 인기가 많았다.
자신의 삶을 지키고자 하는 어른들의 감정에 대한 이야기이니까요. 우리 모두 이 자리를 지키기 위해 전쟁터 같은 삶을 살잖아요.


군살 하나 없는 몸매가 보는 내내 놀라웠다.
지난 6년 동안 엄마로 살면서 많이 변했었어요. 그래서 고혜란을 준비하는 과정이 무척 힘들었어요. 고혜란은 날카로운 캐릭터라 살을 빼야 된다고 생각해 눈물 나는 다이어트를 했죠. 5개월 동안 일반식을 안 먹었어요. 드라마 끝나면 가장 하고 싶은 게, 한식을 먹는 거예요. 드라마 준비하면서 '닭'하고 굉장히 친해졌어요. 달걀을 엄청 먹었거든요. 저라고 특별한 다이어트식이 있는 건 아니에요. 달걀이면 충분하죠.


아나운서보다 더 아나운서 같은 말투와 스타일도 화제였다.
천재적인 연기자가 아니기에 연습을 많이 했어요. 앵커분들은 강조할 단어 하나를 콕 찍어 강약을 주면서 말하는데, 그걸 캐치해 대사가 외워질 때까지 반복하며 연습했어요. 백번도 넘게 읽으면 자연스러울 것 같아 읽고 또 읽었죠. 거울을 보면서 어떻게 하면 멋있어 보일까 연구했고, 끈적이는 음악을 들으면서 눈빛과 손짓을 연습했어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다했어요.


그래서일까, 김남주라는 배우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눈으로 연기하고 싶었어요. 많은 사연이 있는 절실하고 고독한 캐릭터잖아요. 걸음걸이도 연습했어요. 아줌마로 살아서 여배우의 몸짓을 찾을 수 없었거든요. 낮은 신발을 신고 빨리 걷다 보니까 팔자로 걸었고 목소리도 크고 말도 빠르게 변해서 고칠 게 많았거든요. 많이 고민하고 연습한 결과예요. 최선을 다했으니 후회는 없습니다.


고혜란의 다른 이름은 '욕망'이다. 그 욕망을 연기하는 게 힘들지는 않았나?
김남주가 48년간 살아오면서 겪은 인생의 자료가 바탕이 됐어요. 살면서 저도 힘든 시기가 있었고 아픔이 있었죠. 고혜란은 '독한 년'이에요. 개인적으로 제가 이해하지 못한 장면도 있지만, 고혜란에 집중하다 보면 타당성이 생겼어요. '자리를 지키기 위해 이 정도쯤은 할 수 있지' 라고 생각됐죠. 6회에서 친구인 '은주(전혜진 분)'에게 "네 남편에게 내가 협박받고 있다"고 말하는 장면이 있는데, 당초 대본을 읽을 때는 이해가 안 됐어요. 한데 고혜란에 몰입하다 보니 이해가 되더라고요. 제가 느끼는 고혜란은 누구보다 솔직한 사람 같아요. 대부분의 사람이 남들 시선 때문에 욕망을 숨기는데, 고혜란은 당당하고 솔직한 인간이라 욕망을 행동으로 옮기죠. 시청자들은 그런 고혜란을 보고 통쾌해하는 것 같아요.


욕망 덩어리를 왜 시청자들이 사랑할까?
고혜란은, 독해요. 하지만 우리를 대변하는 인물이기도 하죠. 때로는 필요에 의해 사랑을 하고 싶을 때도 있지만 우린 못 그러잖아요. 하지만 고혜란은 해요. 직장 내에서도 하고 싶은 말, 우린 다 못 하잖아요. 그런데 고혜란은 국장 앞에서도 주머니에 손 넣고 할 말 다 하죠. 실제로 우린 그러면 짤리잖아요.(웃음) 그런 당당한 모습을 닮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실제 김남주의 성격은 어떤가?
소심하죠.(웃음) 그래서 고혜란을 연기하면서 통쾌했어요. 저는 <뉴스룸> 부스에 앉아 있을 때 가장 행복했어요. 손석희 사장님 부스보다 고혜란 부스가 더 컸답니다. 게다가 저 말고는 아무도 못 앉았으니 제가 왕인 것 같았죠. 세트를 부수는데 너무 아쉬워서 기념 촬영을 했다니까요.


스타일에 대한 질문도 빠질 수 없다. 완벽했다.
한 아이템에 집착하기보다는 앵커답고 지적인 소품을 많이 활용하려고 했어요. 실제 앵커들은 하지 못하지만, 드라마니까 용납되는 화려한 것들을 매치했어요. 극 중 남편의 집이 부자니까 그래도 된다고 생각했어요.(웃음)


김남주가 선택한 드라마, 믿고 보게 된다.
전 어떤 역을 해도 좋아요. 일단 시나리오가 재밌는 게 가장 중요하죠. 두 번째는 제가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는지를 봐요. 아무리 재미있고 조건이 좋아도 제가 가지고 있지 않은 걸 표현할 순 없어요. 제가 청순한 이미지와는 거리가 먼데 원피스 입는다고 청순해지진 않잖아요. 제가 어떤 역할을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을 때 그 배역에 도전합니다.


극 중에서는 후배와 기 싸움을 한다. 실제로 경험이 있나?
솔직히 말하면, 후배들 밟는 연기, 자신 있었어요.(웃음) 제가 SBS 공채, 군기반장이었거든요. 대사도 절로 외워지더라고요. 대사 중에 그런 게 있었어요. "얄팍하고 경박해, 천박해!" "야! 넌 그래서 안 되는 거야." 실제로 선배가 "야!" 하고 부르면 얼마나 무서운데요. 그 경험을 바탕으로 연기했습니다. 제가 SBS 후배들을 많이 혼냈거든요.


기억에 남는 대사는요?
방금 했던, "얄팍하고 경박해, 천박해!"라는 대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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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느끼는 고혜란은 독해요. 그리고 누구보다 솔직한 사람이죠. 대부분의 사람이 남들 시선 때문에 욕망을 숨기는데, 고혜란은 욕망을 행동으로 옮기죠. 그런 의미에서 우리를 대변하는 인물이기도 해요. 고혜란을 보면 통쾌하잖아요.

극 중 고혜란은 <뉴스룸> 앵커 자리를 지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치고 올라오는 후배 '한지원(진기주 분)'과 복도에서 나눈 대사는 많은 공감을 낳았다.
"선배한테 그 자리 무슨 의미예요? 어차피 오래 버텨봤자 1년? 그 1년 때문에 이렇게 해야 했어요?"
"어쩌면 쿨한 척, 그래줄 수 있을지 모르지. 네가 그럴 만한 자격이 있었으면, 어쩌면."
"내 자격이 어때서요? 국장님도 인정하고 사장님도 인정했는데."
"간절함. 절실함. 이게 아니면 안 되는 절박함. 너한텐 그런 게 없잖아. 과시하고 싶고 폼 내고 싶고 누리고 싶어서, 누구보다 간절히 그 자리를 원했겠지. 근데 지원아, 그 자리는 그런 욕심만 가지고는 안 되는 자리야. 니 입에서 나오는 한마디에 시청자는 울고 웃고 탄식하고 근심해. 자기 기분에 따라 뉴스 기저까지 흔들린다면 그것만으로도 너는 이미 자격 상실이야. 너 지독하게 굶어본 적 없지? 차별 때문에, 서러움 때문에 뼛속까지 사무쳐본 적 없지? 그러니 그 절박함이 어떤 건지 알 리가 없지. 내 눈에 니 간절함은 너무나 얄팍하고 경박해. 그리고 천박해."
"그래서 그렇게까지 간절하게 뭘 하고 싶은 건데요?"
"정의 사회 구현. 너한테는 교과서 같은 고리타분한 말에 불과하겠지만 나한테 밥그릇만큼 절실하고 절박한 말이야. 정의 사회 구현. 됐니?"
자기 주문을 거는 고혜란의 독백 역시 많은 화제를 낳았다.
"살면서 이런 막다른 곳에 몇 번이나 부딪혀 봤다.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도 없고 물러설 수도 없는 상황. 그런 상황에서 나는 단 한 번도 도망치거나 피해본 적이 없다. 무조건 정면 돌파. 내가 부서지든지 네가 부서지든지…. 그리고 나는 한 번도 진 적이 없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후배들한테 원고를 던지는 장면요. 그 장면을 6시간 정도 촬영했고, 한 열댓 번 던졌을 거예요. '앗싸' 하면서요.(웃음) 실제로 그런 거 한번 해보고 싶었거든요. 남편인 '태욱(지진희 분)'과의 선술집 장면도 기억에 남아요. 연애 시절의 태욱이 그러죠. "어디까지 올라가고 싶은데? 성공하고 싶다면 어디까지 올라가야 성공이냐고, 넌?" 고혜란이 대답해요. "내가 올라갈 수 있을 때까지. 최고로 높이." 얼굴에 미소를 띤 태욱이 "사랑해. 결혼하자, 네 명함 해줄게. 네가 어떤 모습을 원하든 내가 그렇게 해줄게. 약속해"라고 고백하죠. 그런 남자 좋아요. 멋있어요. 연기하면서도 달달하고 좋았어요.


김남주의 열정은 어디서 나오나?
충격적일 만큼 솔직한 캐릭터잖아요. 안방극장의 주인공치고는 굉장히 신선한 캐틱터였죠. 제 연기 인생에 어쩌면 이토록 매력적인 역할은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저를 온전히 쏟아부었어요.


남편 김승우 씨의 반응은 어떤가?
남편이 작품을 추천해주었고 드라마 방영 내내 가장 좋아했어요. 모니터도 열심히 해주고, 관련 기사도 많이 찾아보고 제게 알려주었죠. 딸도 굉장히 좋아해요. 많이 컸거든요.


40대 여배우, 김남주의 고민은 뭔가?
영화 출연은 어려서부터 고민이 많았어요. 노출 신에 대한 걱정이 많은데 제가 받는 시나리오는 항상 노출 신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영화를 많이 못 했어요. 그렇다고 영화를 하고 싶지 않다는 건 아니에요. 그 와중에 주부의 삶도 무지 바빴거든요. 40대 배우의 자리가 없다고 하죠. 그래서 40대 후반에 좋은 작품의 주연 배우를 할 수 있다는 것에 더 감사하게 됩니다. <내조의 여왕> 때도 조금은 특별한 주부의 모습으로 복귀할 수 있어서 행복했고요. 이번에도 나이가 아주 많은 여배우지만 매력적인 여주인공을 아직도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만족해요. 여주인공의 나이를 연장했다는 것만으로도 후배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쳤을 거예요. 극 중 시어머니로 나오시는 김보연 선생님께서도 제게 "예전 같으면 30살만 넘어도 여배우는 주인공 못 하는데 48살이 주인공을 하느냐"며 기특해하시더라고요.


얼마 전 예능 <한 끼 줍쇼>에 출연했다. 대본 없이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밥 한 끼를 먹는 프로그램인데, 천하의 김남주를 생각보다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충격 받지 않았나?
저는 긍정적인 성격이에요. 온 국민이 절 알 거란 생각도 안 하지만, 그날따라 벨을 누르는 집마다 아이가 나오더라고요.(웃음) 오히려 그 시간에 벨을 누르는 게 민폐라서 민망했어요. 제가 어려서는 집이 가난해 집에 친구를 못 데리고 갔어요. 그래서 벨을 누르는 게 더 민폐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사실 오랜만에 예능을 하면서 딜레마에 빠졌죠. 실제의 저처럼 풀어진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저는 또 내일이면 도도한 고혜란 역할을 해야 하잖아요. 고혜란과 예능에 출연한 김남주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열심히 하지 않는다고 악플을 꽤 받았죠. 풀어지면 드라마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아 얌전히 앉아 있었거든요. 이후 드라마가 방송되고 나서 많이 용서해주신 것 같아요.


요즘 미투 운동이 뜨겁다. 개인적으로 미투 운동을 어떻게 생각하나?
직장 다니는 여성분들이라면 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대부분 경험이 있을 거예요. 저도 신인 때 모욕적인 말을 많이 들었거든요. 숨길 일이 아니고, 충분히 있어날 수 있는 우리의 현실이기에 저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용기 내어 목소리를 내주신 분들의 말에 귀 기울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동시에 제가 속해 있는 연예계의 어두운 부분을 도려내고 정화하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김남주에게 <미스티>는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
작품이 끝나면 몸도 마음도 한동안 아플 것 같아요. 전작들도 어느 것 하나 빠짐없이 사랑했지만, 제 배우 인생에서 가장 노력하고, 가장 사랑한 작품일 거예요. <미스티>와 관련된 제 기사를 보고 많이 울었어요. 저에 대한 좋은 평가가 감개무량하게 다가왔고, 어떤 큰 상을 받을 때보다 훨씬 뭉클했죠. 그래서 촬영장에서도 울컥할 때가 많았어요. 특히나 여성 기자님들이 많이 좋아해준다고 들어서, 너무 힘이 났어요. 맞나요?(웃음)


때를 만났다면, 지금일 것이다. 48살의 여배우는, 풍파를 겪고 다듬어져, 인간 김남주와 배우 김남주 사이에서 현명하게 줄다리기를 하는 중이다. 아줌마이기에 이 악물고 여배우스럽게 변하려고 노력했고 그 과정도, 그 결과도 완벽했다. 인간 김남주도 배우 김남주도, 멋있다. 그런 여배우, 드물지 않나.

CREDIT INFO

에디터
하은정
사진
JTBC 제공
2018년 04월호

2018년 04월호

에디터
하은정
사진
JT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