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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준호의 ‘아빠 맘 모르겠니’

도대체 왜 우는 거니?

On September 28, 2017 0

옛말 틀린 거 하나 없다더니, 정말 자식은 부모 마음대로 되는 게 하나 없다. 내 아들 주안이 역시 마찬가지다.

 

주안이는 내 오른쪽 어깨에 기대 안기는 걸 좋아한다.

 

‘자식은 부모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아들을 낳아 키워보기 전까지 이 말은 나와 전혀 상관없는 말이었다. 그런데 이제 생각하니 시작부터 맞는 말이었다. 엄마 배 속에서 나온 주안이의 탯줄을 자르고 손가락, 발가락이 10개씩 있나 확인한 뒤 내가 알고 있는 평범한 아이의 모습을 내 아들에게 대입해보고 감사하고 안도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주안이에게 ‘황달’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 의사 선생님 진단에 착오가 있길 소망했지만, 사실이었다. 눈앞이 캄캄해졌다. 치료 중 망막이 손상될 수 있어 안대를 착용했는데, 갓 태어난 아들이 안대를 쓴 모습을 본 당시 심정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생후 24개월 동안 필수적으로 맞아야 하는 예방 접종이 굉장히 많다. 접종 후 열이 오르기도 하고 두드러기가 나기도 하며 예방 접종 약을 내뱉는 경우도 있다. 모든 부모는 접종 후 내 아이가 잘 견뎌주었으면, 접종하는 약에 두드러기나 거부반응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을 가질 것이다. 하지만 역시나 무사히 넘어갔으면 하는 희망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접종을 할 때마다 굉장히 어렵게 넘어갔다. 한번은 예방 접종 후 열이 많이 나서 급하게 해열제를 먹였다. 그런데 해열제가 아이에게 맞지 않아 두드러기가 났고 한동안 마음을 졸였다.

아이가 아프지 않을 때도 마찬가지다. 아이가 도대체 왜 우는지 알 수 없는 일이 반복됐다. 이유를 알 수 없어 아이와 함께 울었던 적도 여러 차례 있다. 배고파 우는 줄 알고 모유 수유를 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또 울기 시작한다. 그다음은 기저귀를 확인할 차례. 기저귀가 젖어 있으면 보송보송한 새 기저귀로 갈아주면 되지만 그렇지 않다면 우는 원인을 계속 찾아야 한다. 졸려서 우는 것 같아 안고 토닥이며 아이를 재우려 하지만 어찌나 잠이 안 드는지… 결코 울음을 멈추지 않았다. 안긴 자세가 불편한 것 같아 온갖 자세를 취해봐도 주안이의 눈물은 계속됐다. 혹여 어디가 아픈가 싶어 체온을 재보고 지인이나 책을 통해 얻은 육아 지식을 총동원해도 주안이는 쉽사리 잠들지 않았다. 분명히 무언가 원하는 게 있을 터인데 말이 통하지 않으니 알 수 없고 내가 생각하고 예상한 것은 어김없이 빗나갔다.

 

 

1 LA로 여행을 떠나 외식 중. 2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행복한 주안. 3 히어로처럼 주먹을 쥐고 불끈. 4 황달 치료 중 시력 보호를 위해 안대를 착용했다. 

 

그렇게 고난의 시간을 겪으며 주안이와 교감을 쌓았고 드디어 편안한 시간이 찾아왔다. 주안이는 아빠 오른쪽 어깨에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고 기대어 잠드는 자세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어찌나 기뻤는지. 그 자세에 맞춰 나 역시 편안하게 안는 법을 깨우쳤고 모유 수유 후 트림까지 시키는 아름다운(?) 경지에 이르렀다.

칼럼을 쓰면서 주안이의 어린 시절을 자주 떠올리는 요즘, 주안이를 키우면서 많은 일이 있었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은 비슷하다고 느꼈다.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해결점을 찾기 때문이다.

최근 주안이는 배꼽을 만지작거리는 버릇이 생겼다. 주안이에게 배꼽에 상처가 나면 아주 위험하고 많이 아프니 절대 만지지 말라고 여러 번 이야기했지만 결국 배꼽이 빨개지더니 염증이 생겨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다. 상처가 난 배꼽을 소독하면 주안이는 “따갑다”며 목청이 터져라 운다. 아빠가 소독하고 약을 발라서 아프게 한다고, 아빠 밉다고, 또 가려운 배꼽에 손을 못 대게 한다고 눈물을 뚝뚝 흘린다. 그런 주안이를 보면서 아들의 배꼽이 아픈 게 속상하고 아빠 마음을 몰라주는 아들이 서운해 마음이 쓰라리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 주안이가 언제쯤 아빠 마음을 알 수 있을지, 그날을 기다린다. 주안아,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글쓴이 손준호
1983년생으로 연세대학교 성악과를 졸업한 뮤지컬 배우다. <팬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오페라의 유령> 등 다수의 뮤지컬에 출연했다. 지난 2011년 8살 연상의 뮤지컬 배우 김소현과 결혼해 1년 뒤 2012년 아들 손주안 군을 얻었다. 뭘 해도 귀여운 6살 주안이의 행복을 위해 고군분투 중인 대한민국의 평범한 아빠다.

옛말 틀린 거 하나 없다더니, 정말 자식은 부모 마음대로 되는 게 하나 없다. 내 아들 주안이 역시 마찬가지다.

Credit Info

객원 에디터
김지은
손준호
사진
손준호 제공, 김소현 인스타그램

2017년 09월호

이달의 목차
객원 에디터
김지은
손준호
사진
손준호 제공, 김소현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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