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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을 대하는 일본인의 자세

일본인에게 ‘일’과 ‘직업’은 무엇일까? 교토 생활 3년 차 주부가 직접 겪은 교토의 직업 문화.

On August 17, 2017

 

교토의 상점들. 

 

일본에는 노후에도 안정적인 생활을 보장 받을 수 있는 제도가 많다. 대신 젊었을 때 그만큼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조건이 따른다. 직업도 가지각색이다.

필자가 가장 놀란 일본의 직업은 목욕관리사다. 놀라운 건 여탕이든 남탕이든 모두 목욕관리사는 여성이라는 점이다. 어떻게 여자가 남탕에서 일할 수 있느냐고? 그들은 이렇게 답한다. “남자가 남자의 때를 밀어주면 더 이상하지 않습니까?” 보통 한국 교포 직원이 많은데, 우리나라처럼 목욕관리사에게 직접 돈을 주지 않고 라커에 코인 형태로 지불하는 게 인상적이다.

다음은 호텔리어다. 다양한 분야의 호텔 직원 중 유독 방까지 짐을 가져다주는 일명 ‘벨보이’가 눈길을 끈다. ‘보이’가 아닌 ‘걸’이 오기 때문. 그것도 남자도 들기 버거운 짐을 싣고, 끌고 방까지 가져다준다. 나중에 들은 얘기로는 숙박하는 곳의 안전을 이유로 여자 직원이 안내 하며 짐을 운반하는 것이라고 했다. 여성 손님을 배려한 문화라는 것이다.
 

 

좌_활력 넘치는 교토인을 보며 나도 활기찬 하루를! 우_힘든 여건 속에서도 친절한 미소를 잃지 않는 교토인들.

 

교토는 세계적인 관광 도시답게 유난히 택시와 관광버스가 많이 보인다. 고등학생 관광객이 늘 성황을 이루는데 4~5명이 조를 이뤄 택시를 타고 다니며 교토의 이곳저곳을 둘러본다. 관광 가이드는 자격증이 있는 택시 기사다. 실제 관광지에서 제복을 차려입고 설명하며 아이들을 인솔하는 사람은 선생님이 아닌 택시 기사다. 택시 기사가 관광 가이드가 되는 재미난 도시다.

일본의 회사는 철저히 보고 체계 시스템이다. 오늘 업무를 받으면 전 직원이 남아 일을 해야 한다. 퇴근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팀장은 부장의 결재를, 부장은 상사의 결재를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잔 업무도 많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특정 요일을 잡무 없는 날로 정해놓고 저녁 약속도 그날로 정하는 ‘웃픈’ 제도가 있다.

회식도 우리와 사뭇 다르다. 함께 나누는 셰어(Share) 문화가 아니라 철저하게 1인 문화다. 규모가 큰 회식 때는 다다미방이 넓은 장소를 빌린다. 시간을 정해 한 가게를 통째로 빌리기도 한다. 개인 상이 하나씩 차려지고 각자 자리에 앉는다. 일본 영화에서 보면 두목이 앉고 양쪽으로 마주 보며 부하들이 앉는 그런 모습이다. 개인 음식과 개인 음료를 마시며 누군가 나와서 만담이나 콩트를 하며 즐긴다. 몸 개그를 하며 서로 머리를 많이 때리며 논다. 웃음 코드가 우리와 다르다. 이럴 땐 ‘정말 가깝고도 먼 나라구나’라고 느끼곤 한다.
 

 

좌_젊었을 때 열심히 일한 노인들은 여유로운 노후 생활을 즐길 수 있다. 우_열심히 일해서(?) 배고픈 우리 남편.

 

자연재해에 비교적 안전한 교토는 일본 여러 지역 중에서도 고령화 비율이 높다. 젊었을 때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세금을 낸 사람들은 나이 들어 여유롭게 생활한다. 나라에서 격월로 주는 연금만으로도 충분히 생활할 수 있기 때문. 가까이서 지켜보면 그들은 꽤 다양한 일을 하며 무척 다채로운 삶을 살고 있다.

그중 몇 명을 소개하자면, 필자의 대학원 동기인 히라야마 상은 67세에 대학원에 도전했다. 크고 작은 대학원 모임에도 꼬박꼬박 참여하는 열정 많은 할머니인데, 그녀가 이렇게 열심히 학교 생활을 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나라에서 제공하는 학비 덕분이다. 일본에는 어르신을 대상으로 3년 학비로 5년을 공부할 수 있는 제도가 있다. 25년째 교토에서 살고 있는 50대 초반 영국인 저스틴은 최근 두 아들과 함께 세계 일주를 다녀왔다. 6개월 여행 후 다시 교토에 돌아왔을 때 생활비는 어떻게 버냐고?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일본에는 젊었을 때 열심히 일하면 안정적인 노후를 보장받는 체계적인 연금 제도가 있으니까. 그래서 일본인들은 오늘도 열심히 일한다.
 

글쓴이 김보민

글쓴이 김보민


2014년 일본 교토 상가 FC로 이적한 남편 김남일 선수를 따라 일본으로 간 KBS 아나운서. 최근 중국 장쑤 쑤닝 코치를 맡게 된 남편을 중국으로 보내고 아들과 함께 교토 라이프를 즐기고 있다.

CREDIT INFO

에디터
이예지
김보민
2017년 08월호

2017년 08월호

에디터
이예지
김보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