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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YOTO REPORT 역대급 벚꽃

죽기 전에 꼭 한 번 봐야 하는 교토의 벚꽃

죽기 전에 꼭 한 번 봐야 하는 교토의 벚꽃 풍경.

On April 05,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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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의 4월은 온통 핑크빛이다. 50여 종의 벚꽃이 만발하는데, 약 3주 정도만 피었다 지기 때문에 서두르지 않으면 장관을 보지 못할 수 있다. 무엇을 보느냐보다 누구와 보느냐가 더 중요하다. 교토의 벚꽃 풍경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보면 더 아름답다.

교토의 4월은 온통 핑크빛이다. 50여 종의 벚꽃이 만발하는데, 약 3주 정도만 피었다 지기 때문에 서두르지 않으면 장관을 보지 못할 수 있다. 무엇을 보느냐보다 누구와 보느냐가 더 중요하다. 교토의 벚꽃 풍경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보면 더 아름답다.

교토의 사계절 빛깔은 철마다 뚜렷한 차이가 있다. 산과 나무가 많은 분지 지형인 데다 강이 도시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며 흘러 봄·여름·가을·겨울의 색깔이 확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오래된 시간의 색깔과 도시인의 감성이 묻어 더없이 황홀한 빛을 내는 곳이 이곳 교토다.

벚꽃이 만개하는 봄엔 도시가 온통 분홍빛으로 물들고, 여름엔 언제 그랬느냐는 듯 초록색 옷을 입는다. 가을엔 울긋불긋 단풍의 향연, 겨울엔 눈으로 덮인 하얀 풍경을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데, 관광 명소마다 교토의 사계절 풍경이 그려진 한정판 입장권이 등장하기도 한다. 이 한정판 입장권을 사기 위해 교토를 찾는다는 사람을 본 적도 있다. 아름다운 사계절을 자랑하는 교토, 그중에서도 4월에는 50여 종의 벚꽃 수천 그루가 펼치는 그러데이션의 물결을 볼 수 있다. 3주 정도 짧은 기간 동안 피었다 지기 때문에 지체할 틈이 없다.

이곳에 살면서 ‘교토 관광 안내 책자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나의 시각으로 본 교토의 이곳저곳을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싶었다. 그런데 벚꽃 축제를 다녀온 후 그 마음을 접었다. 욕심이라는 걸 알게 됐기 때문이다. 벚꽃 축제의 아름다움을 설명할 자신이 없어졌다고 할까. 지금도 눈으로 보고 마음에 담은 봄 향기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난감하다. 고민하고 또 고민해봤다. ‘자연이란 작품 속에 내가 서 있는 기분’. 필자의 표현력은 여기까지다. 안내 책자를 쓰려면 멀었다.

일본 전국의 벚꽃 명소를 들면 끝이 없다. 약 100군데의 명소가 있는데 교토에만 4곳이 있다. ‘교토의 벚꽃이라고 해서 뭐 별다른 게 있겠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단언컨대 ‘역대급’ 벚꽃을 볼 수 있는 곳이 교토다. 그리고 충고한다. 교토 벚꽃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세상에서 가장 편한 신발부터 장만해야 한다. 하루 종일 걷고 또 걸어도 모자란 게 교토의 벚꽃 나들이다.

교토인들에게 벚꽃 명소를 추천해달라고 부탁하면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그리곤 누구와 함께 가느냐고 먼저 묻는다. 관점에 따라 보이는 모습이 다르기 때문에 누구와 함께 가는지가 중요하단다. 그저 꽃구경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몇 백 년의 역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꽃놀이 여정이기 때문이다. 벚꽃 나들이 입문자라면 먼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다이고지’에 가보자. 다이고지는 오래전부터 ‘꽃의 다이고’라 불릴 만큼 널리 알려진 벚꽃 명소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1598년에 ‘다이고의 하나미’를 열었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모진 세월에도 이들을 상대로 나라를 지켜낸 역사 속 우리 조상들도 떠오른다.

다음은 교토 토박이들이 입을 모아 극찬하는 ‘마루야마 공원’의 벚꽃이다. 수양버들처럼 땅을 향해 핀 벚꽃이 겹겹이 쌓여 벚꽃 물결로 넘실댄다. 80년은 족히 됐다는 ‘기온 지다레자쿠라 벚나무’는 언제나 인기다.

벚꽃은 봄에, 그리고 밤에 보아야 제대로 보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기온의 요상한 뒷골목에 있는 기온 시라카와 샛강 주변의 벚꽃을 보러 가보자. 내가 가장 좋아하는, 혼자만 알고 싶은 길이다. 낮에는 관광객이나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의 사진 촬영 장소로 유명하지만, 교료리(교토 요리) 집들이 즐비해 밤에는 특유의 운치를 자랑한다. 구운 떡과 철마다 바뀌는 거대한 빙수, 가키고오리(かきごおり, 잘게 깬 얼음)를 먹으며 흐르는 샛강과 어우러지는 팝콘 모양의 벚꽃 야사쿠라를 그윽하게 바라보면 아름다워 눈물이 날 지경이다.

요즘 나는 아들과 함께 새로운 벚꽃 놀이에 흠뻑 빠졌다. 벚꽃이 만발한 곳에서 ‘포켓몬 고’ 게임을 한다. 벚꽃 나무 사이사이에 있는 희귀 아이템을 만나면 더없이 반갑다. 교토 꽃길 산책은 일 년 중 단 3주만 허락된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글쓴이 김보민 아나운서는…

글쓴이 김보민 아나운서는…

2014년 일본 교토 상가 FC로 이적한 남편 김남일 선수를 따라 일본으로 간 KBS 아나운서. 최근 중국 장쑤 쑤닝 코치를 맡게 된 남편을 중국으로 보내고 아들과 함께 교토 라이프를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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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기획
이예지 기자
사진
김보민
2017년 04월호

2017년 04월호

기획
이예지 기자
사진
김보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