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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리포트' 시리즈 - Los Angeles

LA REPORT 단지 달콤할 뿐!

지난해 겨울, 프랑스의 대표 디저트 브랜드 ‘라뒤레’가 론칭했다. 로스앤젤레스 디저트 문화의 모든 것.

On March 31,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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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댓바람부터 케이크로 배를 채우고 점심에는 맥주와 딸기파이로 끼니를 해결하던 필자에게 프랑스 대표 디저트 숍 라뒤레(Ladurée)의 로스앤젤레스 상륙은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소식이다. 얼그레이, 장미, 라벤더, 레몬, 산딸기, 피스타치오 등 색색의 마카롱을 파는 이곳. 단맛이 일품인데 그렇다고 질리도록 달지는 않아 식사 후 간단한 디저트로 그만이다. 

지난해 겨울, 로스앤젤레스에 문을 연 라뒤레는 보통 디저트 숍과는 다른 분위기다. 격식 있는 레스토랑 한편에서 마카롱과 커피를 파는 콘셉트다. 다양한 콘셉트의 레스토랑이 넘쳐나지만 새로운 식당에 목말라하는 LA를 꿰뚫어본 전략인 셈이다. 결과는 성공적이다. 필자처럼 식사 후 라뒤레를 기웃거리는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로스앤젤레스에 마카롱이 그전에는 없었느냐 하면 그건 또 아니다. 지금은 인기가 줄었지만 ‘레뜨’라는 체인점이 로스앤젤레스 곳곳에 분점을 두고 있고 필자는 그중 리틀 도쿄점과 라치몬트점을 애용했었다. 사실 LA는 달달한 먹거리의 천국이다. 5년 전에는 파이 열풍이 불었고, 크루아상을 도넛 모양으로 튀긴 크로넛, 그리고 여전히 뜨거운 인기를 누리는 컵케이크까지, 다양한 디저트가 공존했다. 글루텐 미함유, 유전자 변형 작물 불포함, 스트레스 프리, 방목해서 키운, 천연의 등등 갖가지 수식어를 한 접시에 붙여놓고 ‘건강한 먹거리’임을 강조하는 LA의 일면에는 이렇게 새로운 단것에 열광하는 모습이 있다.

사실 과거 미국인들은 파이를 즐겨 먹었다. 덜 익은 풋사과를 얇게 썰어 산처럼 쌓아 구운 사과파이부터 바닐라 향 커스터드 크림을 파이에 부어 굳힌 키라임 파이, 파이 껍데기에 아이스크림을 채우고 머랭을 얹어 노릇하게 불로 지진 베이크드 알래스카 나폴리탄 파이까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국은 파이 열풍에 휩싸여 있었다. 

한 전문가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전쟁 내내 먹을수 없었던 디저트와 전채 음식에 관심이 쏟아지면서 생긴 열풍”이라고 분석했다. 또 각 가정에 냉장고와 오븐이 들어서고 각종 기성 재료들을 슈퍼마켓에서 구입할 수 있게 되면서 파이는 일반인도 쉽게 만들 수 있는 요리로 분류되기 시작했다. 가게에서 구입한 파이 밑동에 냉동 보관하던 아이스크림을 얹은 뒤 거품기로 돌린 머랭을 넣어 불로 지져내는 파이는 다소 호화로워 보이기까지 했다. 

최근에는 컵케이크가 대세다. 사이즈가 큰 데다 들고 다니며 먹기 불편하다는 이유로 파이의 인기가 줄면서 컵케이크가 미국 대표 디저트가 된 것이다. 아침을 대충 때울 때 먹는 머핀보다 달고, 집에서 만들기는 파이보다 손이 덜 간다. 그뿐이랴, 무엇을 얹고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클래식한 분위기를 냈다가도 톡톡 튀는 개성을 자랑하곤 한다. 

한때 ‘크럼스’라는 컵케이크 가게가 대세였으나 머핀에 가까운 그 맛은 더 달콤한 다른 가게들에 밀려 사라졌다. 뉴욕에서 넘어온 ‘매그놀리아 베이커리’는 미국 남부 스타일의 가정식 베이커리를 모토로 바나나 푸딩으로 승부를 보는 제과점이었으나 현재는 케이크와 컵케이크로 재미를 쏠쏠히 보고 있다. ‘스프링클스’는 귀여운 컵케이크로 보는 이들의 심장을 사정없이 후벼판다. 굳이 단것을 찾는 이가 아니어도 ‘이거 한 번 사볼까’ 하게 되는 비주얼을 자랑한다.

오랜만에 ‘매그놀리아 베이커리’에 들렸다. 친구들을 위해 버터크림이 듬뿍 올라간 초콜릿 컵케이크를 집어 들었다. 달콤한 디저트는 드라이한 화이트 와인과 잘 어울린다. 깨끗한 과일 맛에 살며시 스며드는 디저트의 단맛은 어느 식사의 마지막이라도 멋지게 장식해주기 마련. 카드와 함께 오렌지꽃 향, 바닐라, 커렌트, 각종 베리와 샴페인, 피스타치오와 초콜릿 등 6가지 맛의 마카롱을 포장해 신세를 진 적 있는 이웃들에게 건네주었다. 미국인들에게 디저트는 사랑이다.

                   

미국인과 디저트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파이 열풍을 시작으로 크루아상, 크로넛을 거쳐 컵케이크까지, 워너비 디저트는 진화해왔다. 최근에는 마카롱이 그 열풍에 가세했다. 건강한 먹거리를 찾는 일면에는 단것에 열광하는 모습도 숨어 있다.

글쓴이 척홍 씨는…


글쓴이 척홍 씨는...

 

미국에서 나고 한국에서 자란 뒤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 갤러리에서 큐레이터로, 또한 예술 작가로 일하고 있다. 음식을 좋아해 취미는 요리하기. 또한 이것저것 특이한 물품을 모으기도 한다.​​

CREDIT INFO

기획
이예지 기자
사진
척홍
2017년 03월호

2017년 03월호

기획
이예지 기자
사진
척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