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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의 순간

스타동네 만화방 사장이 꿈이었던 소년은 커서 배우가 됐다. 김영광이 말하는 영광의 순간에 대하여.

On January 24, 2017

 


여느 모델 출신 배우들과 비슷할 줄 알았다. 큰 키와 훈훈한 비주얼 덕분에 운 좋게 모델이 됐고, 또 모델 출신 배우들이 업계 트렌드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그 흐름을 따라온, 그러다가 별안간 인기까지 얻게 된, 그런 배우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KBS2 드라마 <우리집에 사는 남자>(이하 <우사남>)를 보기 전까지는.

<우사남>에서 김영광은 ‘홍만두 가게’의 사장이자 ‘홍나리’(수애)의 연하 새아빠 ‘고난길’ 역을 맡았다. 드라마에서 그는 듬직한 아빠, 능청스러운 연하남, 천진난만한 소년을 오갔다. 상황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감정을 풍부하고 섬세한 표현력으로 소화했고 안정감 있는 연기력으로 호평을 이끌어냈다.

이쯤에서 김영광의 필모그래피를 들여다보자. 2008년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 신인 배우 ‘영웅’ 역을 맡아 잠깐 얼굴을 내비친 것을 시작으로 <트리플> <굿 닥터> <피노키오> 등 데뷔 후 8년 동안 총 21편의 드라마에 출연했다. 영화도 세 편이나 찍었다. 김영광의 연기 내공이 결코 단시간에 만들어진 게 아니라는 말이다. 그는 단역에서 조연, 그리고 주연으로 찬찬히 스펙트럼을 넓혀왔다.

“지상파 첫 주연을 맡았어요. ‘와 이제 나도 주인공이야!’라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죠. 가장 좋은 건 나만의 스토리가 생겼다는 거예요. 중간중간 에피소드에만 등장했던 서브 캐릭터를 맡았을 때는 흐름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거든요.”

<우사남>은 그에게 꽤나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주연배우로서 지녀야 할 책임감이나 연기에 임하는 자세가 전과는 달라졌을 것이다.
“대본을 대하는 방식을 배운 것 같아요. 거짓되지 않게, 진실로 연기하는 법을 조금은 터득한 것 같아서 좋아요. 무엇보다 촬영 현장을 더 즐길 수 있게 되었고 캐릭터를 아끼고 사랑하는 방법을 배웠어요.”

아쉬웠던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밝고 긍정적이었던 이번 캐릭터 덕분에 활기차게 보냈다고는 하지만 시청률이 낮아 속상했다. 또 스스로도 이해하지 못하고 연기한 몇몇 장면은 지금 생각해도 아쉽다.
“아빠의 감정을 연기해야 하는 부분에서는 조금 힘들었어요. 경험해 본적이 없으니까 충분히 설명해주지 못하고 넘어가는 것 같아 걱정스러웠고요. 연기적으로 디테일하게 보여줄 수 있었으면 더 좋았겠다 싶어요.”

김영광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말했다. 첫 주연작으로는 출발이 좋은 것 같다며 밝게 웃어 보였다. 이제부턴 진짜 영광의 순간만 있을 것이다.
“방송 초반에는 시청자분들의 댓글을 찾아서 봤어요. 다행히 반응이 좋은 거예요. 감사했죠. 영광이었고요. 작품을 이끌어가야 한다는 부담감은 안 가지려고 했어요. 수애 선배한테 많이 기댔는데 결과적으로 좋은 반응을 이끌어낸 것 같아요.”

내친김에 수애와의 호흡에 대해 물었다. 7살 연상 여배우와의 호흡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김영광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생기발랄하게 말했다.

“조금 과장하면 지금까지 호흡을 맞췄던 여배우들 중에 최고였어요. 드라마 장르가 로맨틱 코미디인 데다 우리 둘의 호흡이 중요한 작품이라 걱정이 많았어요. 그래서 처음 만나자마자 대뜸 말을 걸었어요. 조금 당황했을 수도 있는데 편하게 대해주셔서 저도 편하게 다가갈 수 있었죠. 특별히 신경을 많이 써주신 건지, 아니면 원래 후배들한테 그렇게 잘해주는 분인지 궁금해요. 저보다 연기 경험이 많은 선배한테 묻어 갈 수 있었던 건 행운이에요.(웃음)”

수애와의 키스신은 늘 화제가 되곤 했다. 특히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부녀에서 연인으로 거듭난 마지막 회의 엔딩 키스신은 강렬했다.
“촬영 전 수애 선배님과 상의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어요. 여배우에게 ‘이렇게 키스할까요?’ ‘어떤 포즈가 나을까요?’라고 묻는 게 맞나 싶었거든요. 결국 저는 물어보지 않는 쪽을 택했죠. 아무리 연기라도 남자가 디테일한 부분까지 설명하고 키스하는 건 좀 아닌 것 같다고 생각했거든요. 결론은, 키스신은 매번 어색하고 부끄럽다는 겁니다.”

 


사실 김영광과 여배우의 케미스트리에 대한 호평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디데이>에서는 전소민과, <피노키오>에서는 이유비와 ‘찰떡 케미’를 만들어냈다. 이유가 있었다.
“저는 상대 여배우를 진심으로 좋아하려고 해요. 속으로 ‘좋아하자’ ‘좋아하자’면서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죠. 저도 모르게 애틋한 감정이 묻어나오길 바라거든요.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엔 진심으로 좋아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렇다고 그 감정에서 빠져나오기 힘들었던 적은 없었어요. 다만 그 여배우에 대해서 좋은 감정은 남아 있죠.”

부끄러워한다. 그런데 그게 더 매력적이다. 작품 이야기에 열정적이다가도 여자 이야기에 금세 수줍어하는 이 남자, 사랑스럽다.
“제가 모르는 부분이나 분야를 가르쳐주는 여자가 좋아요. 보통 남자들은 가르치려드는 여자는 싫어한다고 하는데 저는 제가 놓치거나 어수룩한 부분을 똑 부러지게 가르쳐줄 수 있는 지혜로운 여자가 좋아요. 연상도 상관없죠.”

마지막 연애는 2년 전. 김영광은 한번 연애를 시작하면 완벽히 올인하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일에 집중해야 했던 2년 전부터는 자연스럽게 연애와는 담을 쌓았다고 한다.
“사랑을 하면 저도 모르게 어느 순간 그녀 집 앞에 가 있을 정도로 푹 빠져요. 올해 거의 매일 일을 했기 때문에 마음에 드는 여자를 만났다고 해도 연인으로 발전하지는 못했을 것 같아요. 공개 연애요? 싫어요. 제 의도와는 다르게 그녀에게 불편을 끼칠 게 분명하거든요. 가능한 한 조용히 몰래 사귈래요.”

캐릭터 변신을 통해 다양한 삶을 살 수 있다. 좋아하는 옷을 마음껏 입을 수 있고, 화려하게 치장할 수 있다. 때로는 여자들의 이상형이 되기도 하고 어딜 가든 관심과 집중을 받는다. 무엇보다 돈도 많이 번다. 연예인이 많은 사람의 로망인 이유다.

“사실 연예인이라는 직업이 마냥 좋지만은 않아요. 내 이름을 내걸고 무언가를 해야 하는 거라서 부담되는 부분이 많죠. 외적으로 신경 써야 하는 부분도 많고요. 예컨대 이번 드라마 초반에 노출 신이 있었어요. 단기간에 살을 빼야 해서 물과 밤만 먹으면서 다이어트했죠. 힘들었어요. 최대한 자유롭게 행동하려고 하는데도 주변의 시선은 어쩔 수 없이 부담스럽죠.”
김영광은 잠시 숨을 돌렸다. 동전의 앞뒷면과도 같은 연예인의 삶에 대해 생각하는 듯했다. 화려하게 빛나는 겉모습 이면에 쓸쓸하고 어두운 면도 있다는 걸 강조했다.

“4일 동안 잠 한숨 못 자고 일해보면 느낄 거예요. 연예인이라는 직업이 그렇게 화려한 직업만은 아니라는걸요. 누구나 그렇듯 힘들고 지쳐서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죠. 하지만 이왕 시작한 거 잘해보자 싶은 마음이 더 커요. 아마 이 일을 그만두어야 할 때가 온다면 엄청 고민이 될 것 같아요.”

동네 만화방 사장을 꿈꾸던 소년은 우연한 기회에 모델이 됐고, 또 생각지도 못하게 배우가 됐다. ‘김영광’이라는 이름 석 자만으로도 믿음을 주는 배우가 되기까지 결코 순탄치만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우리나라 대표 모델 출신 배우’에 욕심을 부렸다.

“친하게 지내는 이수혁, 김우빈, 이종석 등 활발하게 활동하는 모델 출신 연기자가 많아요. 이런 현상에 대해 왜 그럴까 하고 진지하게 고민해보지는 않았지만 분명한 건 다들 각자의 자리에서 정말 열심히 한다는 거예요. 저도 대표 배우가 되고 싶고요. 단점이오? 아! 하나 있어요. 키가 너무 크니까 여주인공과 키 차이를 줄이기 위해 갖은 방법을 다 쓰죠. 제가 다리를 벌려 키를 낮춰준다거나 여배우에게 계단을 만들어준다거나. <피노키오>에 함께 출연한 윤균상 씨는 저보다 더 커요. 아마 저보다 더 불편할 거예요.(웃음)”

데뷔 10년 만에 첫 주인공을 따냈고 ‘재발견’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오랫동안 동고동락해온 매니저와 함께 자신의 이름을 건 회사도 차렸다. 김영광의 서른 살은 이렇듯 뜨거웠다.
“주어진 일을 하나씩 이뤄나가는 데 집중했는데 돌아보니 벌써 연말이네요. 서른한 살이라…. 나이 먹는다는 걸 현장에서 실감해요. 예전에는 현장 스태프가 다 형이고 누나였는데, 지금은 되레 저더러 형, 오빠래요. 이러면서 진짜 어른이 되는 거겠죠? 내년에는 또 무슨 일이 일어날지 궁금하고 기대돼요.”

김영광은 3월에 개봉하는 영화 <원더풀 라이프>로 돌아온다. 눈에 보이는 불법은 그냥 넘어가지 못하는 융통성 제로의 직업 정신 투철한 경찰관 ‘태진’ 역을 맡았다. <우사남>속 깨방정 ‘고난길’과는 사뭇 다른 캐릭터다.

“드라마를 시작할 때 영화도 같이 찍고 있었어요. 3일은 영화, 4일은 드라마를 촬영하는 식이었죠. 힘들었지만 결과가 좋은 것 같아 기쁘네요. 열심히 일한 걸 보상받는 것 같기도 하고요. 관객들과 만날 날이 기다려져요.”

숨 가쁘게 달려온 그는 이제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간다. 혼자 떠나는 일본 여행을 계획했었는데, 이런저런 사정으로 잠시 미뤘다. 대신 바쁘다는 핑계로 그동안 관리에 소홀했던 집과 화분 등을 돌보며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과 수다도 한판 떨고, 잠시 멀리했던 게임도 하루 종일 해볼 생각이다.

“드라마 촬영이 한창일 때는 ‘끝나기만 해봐라. 당장 일본으로 떠날 테다’라고 별렀는데 막상 떠나려고 보니 맘대로 안 되더라고요. 대신 집에서 온전한 저만의 시간을 보낼 계획이에요. 미뤄두었던 청소도 해야 하고, 먼지 때문에 죽어가는 화분도 살려내야 해요.(웃음)”

환하게 웃는 그 미소가 예쁘다. “내년에 또 봬요!”라며 손을 흔드는 김영광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내년엔 꼭 연애하세요!”라고. 사랑에 빠진 그가 펼치는 연기는 무슨 색일까?

CREDIT INFO

취재
이예지 기자
사진
하지영
2017년 01월호

2017년 01월호

취재
이예지 기자
사진
하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