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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스가 다르다, 김래원

On August 17,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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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래원은 연기를 못했던 적이 없다. 그가 맨 처음 주연한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에서 그가 맡은 ‘경민’이라는 캐릭터를 떠올려보라. ‘평범하고 능글맞은데 보면 볼수록 멋있는 남자 주인공’이라는 새로운 캐릭터를 개척할 수 있었던 것은 온전히 그의 연기력 덕분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김래원’이라는 배우의 급 자체가 달라졌다고 느끼는 사람이 비단 기자뿐일까? 2015년 방영된 드라마 <펀치>를 본 대중은 김래원을 재평가했다. 뇌종양으로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며 삶의 과오를 정리해나가는 냉철한 검사 ‘박정환’ 역을 통해 ‘제 몫을 하는 배우’ 그 이상의 연기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펀치>를 촬영할 때 초반에는 아무것도 연기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시청자들로 하여금 실제로 존재하는 인물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느낌을 주고 싶었거든요. 카메라를 쳐다보고 ‘나 지금 이렇게나 슬픕니다’라고 굳이 티 내지 않았죠. 감독님이 ‘연기 좀 하라’고 지적하셨지만 사실 저는 내면으로 연기하고 있었어요. 편집본을 보고 나서야 감독님도 인정해주시더라고요.”

<펀치> 방영 당시 특히 화제가 된 것은 김래원과 조재현, 두 남자 배우의 호흡이었다. 연기에 관한 한 ‘본좌급’으로 불리는 조재현과 호흡을 맞췄음에도 밀리지 않는 김래원을 보며 “김래원이 이렇게나 내공이 있었던가” 하는 시청자들의 호평이 이어졌던 것.

“재현이 형과는 2003년 드라마 <눈사람>에 함께 출연한 경험이 있어요. 10년 전에는 연기가 뭔지도 모르던 터라 형이 다 맞춰주었는데, <펀치> 때는 그래도 주거니 받거니 재미있게 연기한 것 같아요. 재현이 형이 받쳐주었기 때문에 ‘박정환’이라는 캐릭터에 더욱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주로 어둡고 무거운 인물을 연기해온 김래원이 오랜만에 순정남으로 변신했다. <닥터스>에서 의사 ‘홍지홍’을 연기하는 그는 소년처럼 장난스럽게 웃다가도 강렬한 수컷의 눈빛으로 여자의 마음을 흔든다. 그 어느 상황에서도 사랑하는 여자를 지키겠다는 의지는 꺾이지 않는다. “김래원이라 가능한 캐릭터”라는 호평 속에 드라마 <닥터스>는 시청률은 상승 중이다.

“<옥탑방 고양이>나 <어린 신부> 이후 오랜만에 하는 밝은 작품이잖아요. 조금 설레면서도 걱정이 됐어요. 혹시 너무 주책으로 보이지 않을까 싶어서요. 그런데 저보고 귀엽다고 하더라고요. 비타민 같대요.(웃음)”

실제로 아홉 살 차이인 파트너 박신혜와의 호흡도 흠잡을 데 없다. ‘스승과 제자’라는 관계 속에서 피어난 미묘한 떨림을 수채화처럼 그려낸다. 손발이 오글거릴 법한 대사도 김래원의 목소리로 들으면 마냥 좋다.

“처음 대본을 보았을 때는 당황스러웠어요. ‘이 대사를 내가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로맨틱해서요.(웃음) 솔직히 부담스러웠는데 막상 현장에서 연기해보니 입에 착 감기는 맛있고 좋은 대사였어요. 신혜랑 함께 있으면 늘 유쾌해요.

신혜가 제게 발차기를 하는 장면이 있는데, 제 왼쪽 허벅지랑 엉덩이 쪽에 시커멓게 멍이 들었더라고요. 촬영 초반이라 긴장이 덜 풀리고 의욕이 앞서 힘 조절을 못해서 그랬겠죠? 다음번에는 신혜랑 액션 영화 찍어야겠어요.(웃음)”

<닥터스>를 통해 모든 여자의 이상형으로 거듭난 김래원은 당분간은 연애할 생각이 없다.

“가끔 데이트하는 친구는 있었어요. 그런데 관계가 진전될 때쯤에 영화 <강남 1970>을 촬영하게 되면서 멀어졌죠. 역할에만 온전히 몰입하고 싶은 마음이 컸거든요. 이후 드라마에 출연하는 동안은 시간이 아예 없었고요. 당분간은 연기에 우선순위를 두고 싶어요. 나이를 더 먹으면, 그땐 연기보다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더 집중할게요.”

연기력과 흥행성을 동시에 인정받으며 배우로서 최고의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김래원은 담담하다.
“저는 똑같아요. 하던 대로 연기했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라는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 건 그가 데뷔 이래 정말로 그래왔기 때문이다.
 

명대사, 명장면 BEST 5

“결혼했니?” #운명의 헬기 재회 신

로맨스 남주인공의 매력을 더하는 장치로 한동안 헬기가 유행할 모양이다. <태양의 후예>에서 헬기를 타고 사라진 유시진 대위의 신비로운 모습이 아직도 생생한데 <닥터스>의 홍지홍 교수 역시 역대급 헬기 신으로 여심을 들었다 놨다. 지홍은 귀국 비행기 안에서 위급한 환자를 응급조치하고 병원으로 호송하기 위해 헬기를 탄다.

마침 혜정은 응급 환자 소식을 듣고 헬기를 맞으러 가던 참이었다. 드디어 헬기에서 지홍이 내렸을 때 그 건장한 몸에 찰싹 감긴 단정한 슈트발에 1차 ‘심쿵’, “결혼했니?” “애인 있니?” “됐다. 그럼”으로 이어지는 3연속 단문 확인에 2차 ‘심쿵’이 일어난다. 그때 대부분의 여성 시청자 표정은 지홍을 바라보던 혜정의 표정과 비슷했을 것이다.
 

“그 돈으로 공부해.” #할머니의 편지

<닥터스>의 초반 시청률을 견인한 배우로 김영애를 빼놓을 수 없다. 아픔 많은 손녀 혜정을 무조건적인 사랑으로 감싸온 전형적인 할머니의 삶은 김영애의 감동적인 연기로 설득력을 얻었고 중장년층 시청자들이 이 드라마에 호응을 보낸 힘이 됐다.

하숙생 김래원과 티격태격하는 장면도 두 배우의 노련한 연기 호흡 덕에 인상적이었다. 특히 암과 의료사고로 세상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쓴 편지는 <닥터스>에서 제일 가슴 먹먹한 장면을 남겼다. “통장 네가 가져. 그 돈으로 공부해. 할미는 세상에서 제일 부러운 여자가 배운 여자야.”
 

“내가 갈 거야, 너한테.” #지홍의 고백

“나한테 남녀 간의 사랑은 어느 한쪽이 죽어나갈 때까지 싸우는 거다.” 혜정은 엄마, 아빠와의 불행한 기억 때문에 사랑을 불신하는 인물이다. 그런 혜정의 마음을 아는 지홍은 계속해서 도망가려는 그녀를 붙잡고 설득한다.

<닥터스> 로맨스에 사람들이 몰입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혜정뿐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이 진정한 사랑을 회의하는 시대에 그에 대한 믿음을 회복하게 만드는 지홍의 한결같은 사랑은 치유적 성격까지 지니게 된다. 첫 키스 후 달아나는 혜정에게 지홍은 말한다.

“너 움직이지 마. 내가 갈 거야, 너한테. 사랑은 먼저 아는 사람이 움직이는 거래. 움직이지 마. 모르는 사람은 알 때까지 움직이지 마.” 지홍의 이 다정하고 사려 깊은 고백은 사랑을 두려워하고 불안해하는 모든 이들의 마음을 차분하게 위로하는 힘이 있다.
 

“내가, 선생이라 이러는 것 같아? 너 진짜 바보다.” “나쁜 계집애.” #은근슬쩍 또 고백

지홍은 어려운 수술을 마친 혜정과 함께 벤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은근슬쩍 자신의 마음을 고백한다. 당황한 혜정이 음료수를 엎지르자 지홍은 특유의 넉살로 그녀의 긴장을 풀어주며 배려한다. 모든 질문에 무의식적으로 “아니요”라고 대답하는 혜정을 달래며 귀엽게 일갈한다. 김래원의 능청스러움은 이제 경지에 이른 듯하다.
 

“네가 찾는 게 진실이라면, 진실이 있어야 행복할 수 있다면 내가 도와줄게.” “왜 대답이 없어. 나한테는 십원짜리 입 언제 돼줄 거야?” #키다리 아저씨, 지홍

혜정은 할머니의 사망에 대한 의혹을 밝히기 위해 고군분투해왔다. 할머니의 수술 기록을 살펴달라는 혜정의 부탁을 거절했던 지홍은, 결국 그녀에게 도움을 주기로 결심한다. 작게 웃기만 할 뿐 고맙다는 말조차 쉽게 하지 못하는 혜정에게 귀엽게 반문하는 지홍의 대사에, 대한민국 여심은 저격당했다.
 

Credit Info

기획
정지혜 기자
취재
김선영(TV 칼럼니스트)
사진제공
팬 엔터테인먼트

2016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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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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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영(TV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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