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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발 찌라시, 이렇게 만들어진다!

오늘도 ‘카톡’ 메시지가 도착했다. ‘찌라시’다. 확인되지도 않았고 확인할 수도 없는 이 정보를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On July 26,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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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 ‘카톡’ ‘카톡’

지난 6월 14일, 기자의 휴대폰에서 카카오톡 알림음이 쉼 없이 울렸다. ‘(받은글)’로 시작하는 일명 ‘카톡발 찌라시’였다. 동료 기자와 취재원들이 보내온 것이다. 공교롭게도 그날은 JYJ의 멤버 박유천이 성폭행 논란에 휩싸인 다음 날이었다. “성폭행을 당했다”는 여자의 주장과 “돈을 노린 함정이다”라는 박유천 소속사의 입장이 촌각을 다투며 쏟아졌고, 새로운 뉴스가 나올 때마다 휴대폰은 ‘카톡’ ‘카톡’ ‘카톡’을 짖어댔다.

‘찌라시’의 주요 골자는 ‘박유천이 한 술집 여성과 강제로 성관계를 맺었다’는 내용이었다. 몇 시간 후에는 ‘박유천의 그녀’라는 파일명으로 몇 장의 사진이 올라왔다. 또 몇 시간 후에는 ‘아찔한’ 여성의 모습이 담긴 동영상도 전달됐는데, 화면 속 여성이 피해자고 남성이 박유천이라는 확인되지 않은 설명도 더해져 있었다.

그날의 ‘카톡발 찌라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아티스트 A군의 휴대폰에 연인인 B양의 나체 사진이 들어 있으며, 그가 B양과의 성관계 동영상을 지인들에게 자랑하듯 보여주고 다닌다’는 내용도 도착했다. 인터넷 뉴스를 검색해보니 두 사람의 결별설이 이미 보도되었고, 소속사 측이 반박했다는 기사도 있었다. 하지만 사실인지 아닌지 궁금하지도 않다.

이런 ‘카더라 뉴스’는 하루에 열 개도 넘으니까. 동시에 유명 셰프 부부의 불화설이 담긴 ‘찌라시’도 도착했다. 최근 한 여성과의 진한 스킨십이 담긴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논란에 휩싸인 부부다. 이렇듯 기자의 하루는 ‘찌라시’로 시작해 ‘찌라시’로 끝난다.

‘카톡발 찌라시’의 영역은 끝이 없다. 성매매 논란이 불거지면 유명 여배우가 포함된 일명 ‘리스트’가 공개된다. 실명이 거론된다는 것 자체가 자극적이다. ‘찌라시’의 공통점은 ‘그럴싸하게’ 재구성되어 있다는 거다. 날짜와 시간, 장소까지 상세하게 적혀 있고 심지어 ‘찌라시’ 속 주인공이 나눈 대화 내용까지 담겨 있다. ‘카톡’ 메신저 대화창이 그대로 캡처된 채 온라인에 떠돌아다니기도 한다.

분야 역시 광범위하다. 정치·경제·연예·스포츠·언론 계통을 넘나든다. 기업 내부 구조조정, 언론사 내부에 번지는 갈등에 대한 이야기도 있지만 대부분은 염문이나 추문이다. 카카오톡 단체방에 ‘(받은글)’이 도착하면 대화에 참여한 사람들에 의해 살이 붙는다. 풍문에 풍문이 더해져 내용은 확대 재생산된다. 남 이야기 하기 좋아하는 ‘뒷담화 심리’, 사생활을 엿보고 싶어 하는 ‘관음증적 심리’가 반영된 것이다.

관련 업계 종사자라면 터무니없는 허위 사실이라는 걸 단박에 알아챌 ‘허구성 찌라시’도 많다. 그렇다고 무시할 순 없다. 기자들에게는 ‘찌라시’가 때로는 취재의 시작이 되기도 하니까. 고백컨대 기자도 구체적이었던 한 ‘찌라시’ 내용을 후속 취재했다가 팩트(fact)로 확인한 경험이 몇 번 있다.

‘증권가 정보지’라 불리던 과거의 ‘찌라시’는 고급 정보였다. 전국 증권사 지점에서 취합한 정보가 여의도 증권가로 흘러들고, 그 정보를 사고파는 속칭 ‘찌라시 모임’이란 게 있었다. 당시에는 고급 정보가 없는 사람들은 이 모임에 낄 수 없을 정도로 진입 장벽이 높았다. ‘증권가 정보지’가 탄생한 배경은 기업의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고급 정보를 미리 습득해 대처하기 위함이었다.

한데 요즘은 어떤가. 디지털 미디어 시대가 도래했고 무료 메신저가 보급되면서 소수의 사람들만 주고받던 정보가 불특정 다수에게 급속도로 퍼지기 시작했다. 카카오톡이라는 매체가 이른바 ‘너랑 나만 아는 비밀 정보’와 철통같은 ‘찌라시’에 대한 진입 장벽을 무너뜨린 셈이다.

‘찌라시’는 고급 식당 종업원들의 입에서 흘러나오기도 하고 강남 유명 식당의 발레파킹 요원에 의해 탄생하기도 한다. 간혹 기자들이 윗선에 보고하는 ‘정보 보고’가 ‘찌라시’ 형태로 유포되는 경우도 있다. 이렇듯 요즘 ‘찌라시’는 의외의 곳에서, 의외의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다. 하지만 소수만 주고받는 ‘고급 찌라시’는 적게는 몇 만원, 많게는 수백만원에 여전히 거래되고 있다.

우리는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카톡발 찌라시’에 피로감도 높다. 알고 싶지 않은, 몰라도 되는 정보를 타의에 의해 접하는 것은 소모전에 불과하다. 기자의 휴대폰은 오늘도 ‘카톡’ 소리로 시끄럽다. 피곤하지만 또 카톡창을 연다. 소설 같은 이야기들 천지지만 모르면 또 안 될 것 같으니까.

CREDIT INFO

취재
이예지 기자
사진
서울문화사 DB
2016년 07월호

2016년 07월호

취재
이예지 기자
사진
서울문화사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