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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여에게 물었다.

'오해영'같은 여자, 어때요?

남녀 불문 모두가 사랑하는 여자, 나도 ‘오해영’ 같은 ‘쉬운 여자’ 이고 싶다.

On July 06,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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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히 ‘오해영 신드롬’이다. 평범한 외모, 더 평범한 스펙, 너무 솔직해서 없어 보이는 성격까지. 그녀는 그저 그런 쉬운 여자일 뿐인데, 대체 다들 왜 이렇게 열광할까. ‘쉽고 귀엽잖아!’라고 필자의 ‘남자 사람 친구’가 말했다. “대부분 여자들은 하나부터 열까지 빙빙 돌려 말하는데, 오해영은 그런 게 없어서 속이 시원하다”고. 더불어 “사랑을 솔직하게 고백하는 여자, 매력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드라마 속 오해영은 오랫동안 사랑받지 못해 고통당해온 인물이다. 드라마의 시작도 해영이 결혼식을 불과 하루 앞두고 애인 태진(이재윤)에게 차이면서부터다. 보통은 미친 듯이 화를 내거나 울고 불며 매달리기 마련인 상황에서 해영은 “네가 밥 먹는 게 꼴 보기 싫어졌다”는 한마디에 바로 이별을 받아들인다. ‘싫다’는 단 한마디 말에 모든 의욕을 상실할 만큼 오해영은 자존감이 무척이나 낮은 여자였다. 여성들이 처음 오해영에게 몰입하게 된 지점도 바로 거기다.

여성들에게 높은 자존감을 유지하는 것만큼 지키기 어려운 미션도 없다. 여자로 태어난 순간부터 이미 외모, 성격 등 많은 부분에서 남자보다 혹독한 평가에 시달려야 하기 때문이다. 오해영의 낮은 자존감이 잘나고 똑똑한 동명이인인 ‘이쁜 오해영’(전혜빈)과의 비교에서 비롯되었다는 설정은, 그런 측면에서 무척 설득력이 있다. 말하자면 사회에서 남성들이 ‘절대평가’로 점수 매겨질 때 늘 ‘상대평가’로 점수를 받는 여성들의 현실을 잘 반영한 설정이다.

여성들은 이해할 수 있다. ‘이쁜 오해영’과 구분하기 위해 붙인 ‘그냥 오해영’이라는 별칭이 사실상 ‘못난 오해영’과 같은 체감 효과를 낸다는 것을. 그래서 여성 시청자들은 오해영이 섬세하게 대변하는 상처의 서사만으로도 큰 위안을 느낀다. “별일 아니라는 말보다, 괜찮을 거란 말보다, 나랑 똑같은 상처를 가진 사람이 있다는 게 백배 천배 위로가 된다”는 극 중 대사처럼 오해영이 울고 아파할 때 많은 여성이 함께 눈물 흘리며 ‘나도 위안받았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오해영이 그 낮은 자존감으로 인한 공감 효과에만 머물렀다면, 기존 로맨스물의 주인공들과 크게 차별화되지 않았을 것이다.

오해영은 열등감에 시달리면서도 그 안에 갇히지 않고 온 힘을 다해 자존감을 회복하고자 하는 캐릭터이기에 매력적이다. 그녀는 자신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티를 팍팍 내는 소개 팅 남에게 “내가 너 일주일 안에 자빠뜨린다”고 소리칠 줄 아는 패기를 지녔고, 자신을 계속해서 구박하는 상사에게 술의 힘을 빌려서라도 “저 힘으로는 절대 밀리지 않을 자신 있거든요”라며 ‘맞짱’을 제안할 줄 아는 호기를 갖췄다. 당장 차도로 뛰어들고 싶을 만큼 괴롭지만 한밤중에 벌떡 일어나 막춤을 추면서라도 슬픔을 버텨내고자 한다. 남들 눈에는 “감당 못할 미친년”으로 보일지라도, 그것이 해영에겐 진짜 미치지 않기 위한 최선의 몸부림이다. 흔히들 이 작품 최고의 명대사로 꼽는, “난 내가 여전히 애틋하고 잘 살길 바라요”라는 고백은 해영의 그러한 극복의 의지 위에서 탄생한 대사이기에 많은 지지를 얻었다.

오해영의 새로운 사랑도 같은 맥락에서 큰 공감을 이끌어낸다. “항상 재고, 마음 졸이고, 나만 너무 좋아하는 거 아닌가 걱정하고, 이젠 그런 짓 하지 말자. 정말 마음에 드는 사람 만나면 발로 차일 때까지 사랑하자”고 다짐하는 데서도 나타난다. 해영은 지금껏 낮은 자존감으로 인해 사랑에 소극적이었던 자신의 모습을 깨닫고 새로 다가온 사랑에는 모든 진심을 쏟아붓는다. 말 못할 사정으로 그녀를 자꾸만 밀어내는 도경(에릭)에게 해영은 기꺼이 ‘쉬운 여자’가 되어 아낌없이 사랑을 표현한다. 그 쉬운 행동은 극 중 어느 대사처럼 결코 ‘천박하거나 찌질해’ 보이지 않고, 오히려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사랑을 ‘받기’를 기다리는 수동적 행위가 아니라 주체적으로 사랑을 ‘하는’ 능동적 행위라서다.

실제로 해영은 남자가 필요해서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행복해지기 위해 사랑을 한다. “정말 마음에 드는 사람 만나면 발로 차일 때까지 사랑하자. 꺼지란 말에 겁먹어서 눈물 뚝뚝 흘리며 조용히 돌아서는 그런 바보 같은 짓 다신 하지 말자…. 아낌없이 다 줘버리자. 인생에 한 번쯤은 그런 사랑 해봐야 되지 않겠니?”라는 대사에는 사랑의 의미가 잘 나타나 있다. 즉 도경을 향한 해영의 ‘직진 구애’는 그것이 자존감을 회복하기 위한 치유로서의 주체적 사랑이기에 얼마든지 쉽고, 넉넉해질 수 있는 것이다. 3회 엔딩신에서 아무런 사심도 없는 해맑은 표정의 해영이 중력의 힘마저 초월하여 도경의 품으로 전력 질주해서 날아드는 모습은 이 쉬운 여자의 사랑스러움을 극대화한 명장면이다.

그리고 이러한 해영의 사랑 방식은 남성층의 호응까지 이끌어내고 있다. ‘내 여자가 직설적이고 구체적으로 말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남자들은, 에둘러 말하지 않고 어떤 감정이든 숨기지 않으며, 자신의 진심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오해영에게 열광할 수밖에 없다. 얼마나 시원시원하고 또 사랑스러운가. 해영의 쉬운 사랑은 그들에게 어떠한 해독도 필요 없는 이상적 사랑처럼 다가온다. 극 중에서 도경이 해영에게 서서히 무장해제가 되며 사랑을 느끼는 과정도 이와 비슷한 면이 있다.

도경은 ‘이쁜 오해영’이 왜 자신을 떠났는지 이유를 모르기에 더 괴로워한다. 말도 없이 사라진 연인은 도경에게는 ‘불가해’ 그 자체다. 그녀와 이름만 같은 오해영의 솔직함이 도경에게는 신선할 수밖에 없다. 3회의 그 엔딩신에서 도경은 자신을 향해 온몸으로 달려오는 해영을 저도 모르게 힘껏 끌어안는다. 이때 “그 여자가 자꾸 나를 풀어헤치는 느낌이에요. 그만 불행하고 이제 같이 행복하자고”라고 고백했던 도경의 마음속 대사는 어쩌면 오해영 신드롬의 핵심일지도 모른다. 오해영은 온몸으로 이야기한다. 쉬운 여자가 되어서 전력을 다해 사랑하라고.  

오해영에 대한 남심과 여심


쉬우면서도 귀엽고 솔직하면서도 당당한 그런 여자. 그래서 알고 보면 제일 어려운 여자 오해영. - 용산 엑스맨
진짜 사귀는 거 아니냐? 키스신, 서서 하는 베드신인 줄. -부럽 에릭
쉬운 여자 좋지. 쉬우니까 좋지. 근데 오해영은 단순히 쉬운 여자가 아니라 완벽한 여자다. 쉽기만 한 여자와 쉽기도 한 여자는 완전히 다르다. -오해영 연구원
무엇보다 평범한 옷차림이 제일 예쁘다. -청담동 SNS 중독자
사랑하고 싶다. 오해영이 나의 연애 세포를 자극한다 . -에릭은 뭔 복


누군가에게 온전히 내 자신을 드러낸 적이 있나 싶다. 그런 여자를 어떻게 밀어낼 수 있을까. 그렇게 쉽고 단순한 문제인데, 우린 너무 복잡하게 인생을 살아간다. -보광동 아티스트
여자들은 알겨. 금해영이 흙해영을 귀여워하는 척하면서 자기 밑 취급하는 거 -분당 흙미정
상처받은 후에도 당차고 현명한 여주인공은 현실감 없어. 마음이 깨졌는데 쉽게 그렇게 되나? 그래서 오해영이 좋으면서도 불편해. 너무 리얼해서 소름이 돋아. -주섬주섬
썸 타고 간 보 는 요즘 연애 트렌드에 일침을 가하는, 2016 연애지침서. -사당동 살쾡이
진심을 보였을 때 그 진심이 소중하다는 걸 알고 상대 역시 진심을 보여준다. 그것보다 완벽한 인간 관계는 없다. 도경과 해영은 그런 관계다. -달콤 쏘잉

CREDIT INFO

취재
김선영(TV 칼럼니스트)
일러스트
최희정
2016년 07월호

2016년 07월호

취재
김선영(TV 칼럼니스트)
일러스트
최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