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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도심에서 찾은 자연주의 라이프 스타일

작은 것의 아름다움을 놓치지 않는 도심 속 자연주의자들을 만났다.

On June 30,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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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메이드 라이프 배정현

이곳은 미아리, 저의 아지트죠. ‘어나더언니’라는 브랜드로 다양한 프로젝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 중인 만큼 강남에서 주로 서식(?)하지만 문득 마당이 있는 주택에서 작업하고 미팅하는 낭만을 누리고 싶어 이곳을 아지트로 삼았죠. 집 구조가 특이하죠? 제가 가장 공을 들인 공간이 바로 주방이에요. 제게 ‘식재료 쇼핑’과 ‘요리’는 오감을 자극하는 행위죠. 영국 유학 시절부터 패키지가 예쁜 향신료에 집착했고, 줄지어 서 있는 향신료를 볼 때마다 많은 아이디어가 떠올라요. 마당의 텃밭에서는 루콜라, 이탤리언 파슬리, 바질 등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스스로 잘 자라는 채소를 키워요. 최근에는 서울 인근에 주말농장을 분양받아 작물을 키우는데, 오 마이 갓! 딸기에 열매가 맺혔더군요. 마당에 묻어둔 항아리에서 아삭한 김치를 꺼내 먹고, 좋은 재료로 맛있게 요리해 사랑하는 사람들을 대접하는, 이른바 ‘소꿉놀이’라고 일컫는 행위가 저의 즐거움입니다. 아, 이 밀가루 보세요! 평범한 것 같지만 이탈리아에서 공수해 온 특별한 녀석이랍니다. 저만의 소소한 사치인데, 저는 고급진 밀가루가 맛있고 좋네요. 하하. 아, 최근에는 ‘비우기 프로젝트’를 시작했어요. 제가 가진 물건을 하루에 하나씩 나누는 것인데 아기자기한 소품부터 애지중지 아끼던 책까지 SNS를 통해 아주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어요. 나누고 느끼고 즐기는 삶, 그것이 저의 인생 모토랍니다. 자, 인터뷰는 이 정도로 하고 스콘을 구워볼까요? 진토닉과 함께 우리 소꿉놀이를 해보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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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주의 살림꾼 효재

손님이 오셨는데 분주해서 미안해요. 마침 마당에 흐드러지게 핀 찔레꽃을 꺾던 참이었어요. 아무리 바빠도 마당을 관리하는 일만큼은 손수 해야만 하거든요. 내가 직접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 탓에 남한테는 도저히 맡길 수가 없어요. 이 조그만 정원에 엄청난 사건들이 매일 일어나거든요. 명이나물과 엉겅퀴, 잡초를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이 헤집어놓으면, 그것들을 다시 심는 작업을 하죠. 이렇게 바쁜데 정원 일까지 하려니 ‘잠도 못 자겠다’ 싶겠지만 재미있는 일이라 힘든 줄 모르고 해요. 이 찔레꽃 참 예쁘죠? 옛 어른들은 찔레꽃 순을 드셨어요. 테이블 위에 세팅해도 정말 예쁘답니다. 자식 같은 꽃인데 남의 손에 어떻게 맡겨요? 서울과 제천을 오가며 생활하고 있어요. 언제와도 그대로인 제천이 좋아요. 사람들은 내가 그 먼 곳을 후딱후딱 드나드는 걸 보고 다들 혀를 내두르더라고요. 자연과 가까워 질수록 저는 더욱 행복해요. 허리를 굽혀 잡초를 뽑다 보면 별 생각이 다 들어요. 오늘은 이런 생각을 해봤어요. 친구와, 벗과, 동무의 차이요. 좋은 걸 보고 부르고 싶으면 친구고, 그리워하게 되면 벗이고, 함께 누리면 동무고…. 이렇게 몇 년을 하다 보면 자연주의자를 넘어 철학자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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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풍경 앞에서 오경아

저는 아파트에서 산 적이 없어요. 시골에서 논두렁 밭두렁을 뛰어다니며 진흙을 뒤집어쓴 어린 시절을 보냈지요. 흙을 만지며 별을 보며 비를 맞으며 사계절을 느꼈죠. 30대 중반에 무언가에 이끌려 목적 없이 도피하듯 영국으로 유학을 떠났는데, 정신 차려보니 왕립식물원의 인턴 정원사로 일하고 있더라고요. 숨 가쁘게 흘러온 인생 여정 속에서 제게 힘을 준 건 자연 그 자체였죠. 간혹 어린 시절 내 모습을 추억해봅니다. 이미 수십 년이 흐른 지금의 기억은 단편적이고 자세하지도 않지만 그때의 기분은 마치 밀봉된 잼 뚜껑을 열 때처럼 매번 생생합니다. 영국에서 지냈던 7년 동안 그들에게 배운 것은 정원의 화려한 꽃은 도시가 아니라 시골에서 피어난다는 것이었고, 그 시골의 문화가 도시마저도 아름답게 변화시키고 있다는 점입니다. 아름다운 풍경 앞에서 우리의 마음도 정신도 아름다워지니까요. 도시보다 세련되고 질 높은 시골 생활, 저는 누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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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에 자연을 담아 샘킴

세상에는 가치 있는 것이 정말 많아요. 하지만 저는 그중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자연’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먹는 모든 음식의 재료가 자연으로부터 오기 때문이죠. 제 요리는 작은 씨앗이 땅 위에 뿌려지면서 시작돼요. 농장에서 직접 땀 흘리며 땅을 파고, 씨앗을 심고, 물을 주고 돌보다 보면 어느새 조금씩 신선한 채소가 자라요. 그렇게 내가 땀 흘려 키운 재료로 요리하면 그것은 나의 마음까지 주는 것이되죠. 의사는 아픈 사람을 치료하지만 요리사는 병을 예방할 수 있는 사람이라 믿어요. 한 끼의 식단을 바꾸는 작은 노력이 한 사람의 삶 자체를 바꿀 수 있지 않다고 믿죠. 그래서 저는 오늘도 건강한 식재료를 찾아 농장으로 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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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여자의 농가주택 오미숙

2천만원으로 시골집을 지은 뒤 3년이 흘렀습니다. 여전히 집은 건재합니다. 마음만큼 시골집에 자주 가지는 못해요. 한번 가도 5일 정도 머물렀다가 다시 서울로 돌아가야 하죠. 시골집에 한번 다녀오면 향수병이 도집니다. 수돗가 따라 쭉 심어놓은 꽃들이 싹이 얼마나 자랐을지 궁금하고 보고 싶어요. 작년에는 토마토를 잔뜩 심었는데 못 간 사이에 익은 녀석들이 죄다 땅에 떨어져 울면서 버려야 했습니다. 최선을 다한 아이에게 책임을 다하지 않은 것 같아서 어찌나 미안하던지요. 얼마 전에는 이웃이 꽃씨를 한 아름 주었어요. 받아가지고 오는 길에 어찌나 두근거리던지요. 온 가족이 달려들어 그것을 심었습니다. 1달 반 정도 지났으니 싹이 피어났을 법도 한데 요즘 하도 정신이 없어 가보질 못했답니다. 가장 먼저 피어날 것은 아마도 접시꽃일 것 같습니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뛰어요. 그 초롱초롱하고 예쁜 꽃을 얼른 눈으로 보고 싶습니다. 인생 첫 시골집에 대한 책을 쓴 후 저는 시골집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변신했어요. 첫 고객에게 선물한 시골집이 떠오릅니다. 열정을 온전히 쏟아 부었던 집이라 지금도 잊히지 않네요. 그 고객과는 이제 정기적으로 안부를 묻고 얼굴을 보는 친구가 되었습니다. 솔직히 시골집을 디자인하는 건 경제적으로 큰 벌이는 안 됩니다. 하지만 작업하는 내내 행복한 꿈을 꾸게 만들죠. 지금도 시골집을 하나 더 만들려고 내려와 있어요. 집주인의 설레는 표정을 보니 옛날의 제 생각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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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는 셈치고 꽃시장에 가보세요 김신정

어느 우울한 날 무심코 시장에 가서 마음에 드는 꽃을 골라 들었습니다. 만원 남짓한 가격의 꽃들이 마음을 이렇게 밝혀줄 줄이야. 그렇게 만원으로 꽃다발 만들기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매주 수요일에 꽃시장에 가는 발걸음은 언제나 가볍습니다. 직접 만든 꽃다발을 혼자 보기 아까워 소소하게 블로그에 글을 올리게 됐는데 많은 분들이 댓글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나둘 털어놓는 걸 보면 신기합니다. 자연은 그렇게 사람의 마음속 빗장을 여나 봅니다. 한 달 전부터 유칼립투스 나무를 키우고 있는데 자식 키우는 엄마의 마음을 조금 알 것도 같습니다. 엄마가 텃밭에서 수확한 각종 채소와 과일을 먹으면 몸도 마음도 배부릅니다. 그래서 저도 언젠가는 텃밭 주인이 되겠다고 결심했어요. 혹시 지금 지쳐 있다면 속는 셈치고 꽃시장에 한번 가보세요. 그리고 첫눈에 들어오는 꽃을 한 송이 사세요. 안개꽃을 조금 곁들이면 멋진 꽃다발이 됩니다. 누구에게 선물할지 고민하다가 어느새 미소 짓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될 거예요.
 

CREDIT INFO

취재
하은정·이예지·정지혜 기자
사진
최항석, <샘킴의 맛있는 브런치>(이덴슬리벨), <시골의 발견>(궁리), (한스미디어)
2016년 06월호

2016년 06월호

취재
하은정·이예지·정지혜 기자
사진
최항석, <샘킴의 맛있는 브런치>(이덴슬리벨), <시골의 발견>(궁리), (한스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