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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현의 결혼학개론

〈내조의 여왕〉 〈시크릿 가든〉 의 심쿵남이 어느 날 가수 메이비와 결혼을 하고 자연스레 아빠가 됐다. 꽃중년 윤상현과의 가감 없는 대화 풀 버전.

On June 17,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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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얘기부터 꺼냈다. 솔직히 말하면 그는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없어 보였다. 2005년 <백만장자와 결혼하기>를 시작으로 <겨울새> <내조의 여왕> <시크릿 가든> <갑동이> 등 여러 작품을 거쳤지만 가고자 하는 길이 뚜렷해 보이지 않았다. 반응에 휩쓸리는 것 같았다. 그런데 배우 윤상현의 이런 행보에는 이유가 있었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 <욱씨남정기>를 만나기 전까지는 소속사에서 시키는 대로, 주변 사람들의 추천으로 작품을 선택했어요. 작품에 대한 저만의 확고한 기준이 없었죠. <갑동이>를 마친 후에는 연기를 그만둬야 하는지를 고민할 정도로 연기에 애정이 없었는데, 이번 작품을 통해 제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연기가 무엇인지 알게 됐어요.”

<욱씨남정기>에서 윤상현은 대한민국 ‘미생’을 대표하는 직장인 1호 ‘남정기’를 연기했다. 회사에서 치이고, 집에서도 치이는 캐릭터. 그렇지만 할 말은 해야 직성이 풀리는 직설적인 남자다. 윤상현은 이번 작품을 통해 스스로도 몰랐던 연기를 하는 이유를 알게 됐다. “앞으로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저를 통해 대리 만족할 수 있는 캐릭터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이에요. 배우로서 걸어야 할 길의 방향을 제시해준 <욱씨남정기>는 제게 선물 같아요.”

모든 대사, 모든 장면이 가슴 깊이 남았다고 했다. 배우로서 시청자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에 대한 뿌듯함을 느꼈다고 했다. 그래서 회를 거듭할수록 캐릭터에 푹 빠졌고, 마지막 촬영을 마친 후에는 아쉬움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쏟아 부었어요. 후회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죠. 행복한 마음 이면에 따르는 무거운 마음에 대한 심리가 잘 반영돼 있어 몰입이 잘됐어요. 남자로서, 사람으로서 배운 점도 많고요. 종영할 때가 가까워오니까 점점 아쉬워지더라고요. 마지막에 이요원씨를 찾아가 우는 장면이 있었는데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펑펑 울었어요. 종방연에서도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죠.”

청춘의 절반을 아르바이트로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라는 윤상현에게 <욱씨남정기>는 공감 백배의 작품이었다. 군대에서 맛본 갑과 을의 관계가 사회에서도 벌어지고 있음을 몸소 체험하고 연기했던 작품. 그래서일까? 아직도 잊히지 않는 대사가 있다고 했다. “구조조정을 당하는 장면이었어요. 이요원씨한테 ‘회사에서 잘려도 괜찮은 사람은 없습니다. 저도,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함부로 버려도 되는 사람은 없습니다’라고 화를 내는 장면에서 엄청 울었어요. 그동안 제가 얼마나 이기적이었는지 반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됐고, 세상의 모든 사람은 소중하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았죠.”

윤상현의 목소리가 커졌다. 아르바이트에 목숨 걸던 그 시절이 생각난 듯했다. 한바탕 박장대소하더니, 자기가 그렇게 크게 웃는 이유를 설명했다. 아르바이트 당시의 에피소드였다. “제 입으로 말하기가 부끄럽긴 하지만 저는 열혈 인기 알바생이었어요. 저 때문에 가게 매출이 올랐으니까요. 호프집에서 일한 적이 있는데 저를 보려고 여자들이 줄 서 있었어요. 그건 자연스럽게 매출로 이어졌고요.(웃음) 월급날 사장님이 뜸을 들이면 그렇게 속상할 수가 없었어요. 저는 일개 알바생일 뿐인데 먼저 ‘돈 달라’고 이야기할 수도 없잖아요. 지금 생각해보니 그런 경험이 웃음을 주네요.”

윤상현은 솔직하게 말했다. 자신이 아르바이트에 목숨 걸다시피 했던 이유는 순전히 ‘돈’ 때문이었다고. 꿈이었던 가수를 포기하고 연기를 하게 된 것도 같은 이유였단다. 그리고 그는 그랬던 자신을 짠하게 보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최근에 박보검씨가 아버지의 빚 때문에 파산했다는 기사를 읽었어요. 제 이야기 같아 마음이 아팠죠. 저는 생계형 배우였어요.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집안에 빚이 많았죠. 제가 실질적인 가장이었기 때문에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해 연기했어요. <내조의 여왕>에 출연하면서 빚을 다 갚았는데, 그때의 버릇이 아직도 남아 있는 것 같아요.”
 

사실 윤상현은 책임을 회피하는 스타일이었다. 그래서 어린 나이에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견디기 힘들었다. 첫 작품부터 주인공을 맡았을 때 작품을 이끌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부담감으로만 다가왔던 것도 비슷한 이유였다. “가수 데뷔를 준비하다가 친하게 지내던 PD님의 권유로 연기를 시작했어요. 운 좋게도 첫 작품부터 주인공 역할을 맡았죠. 그때는 주인공에게 주어지는 책임과 의무, 권리 등이 너무 싫었어요. 단순히 돈을 많이 벌어야 삶이 풍요로워지는 줄 알았기 때문에, 돈을 벌기 위해 연기했죠. 연기는 제 그릇이 아닌 것 같았고, 그 그릇이 무겁게 느껴졌어요. 그러다 보니 그게 스트레스가 됐고, 자연스럽게 연기를 즐기지 못했죠. 결국 연기력의 한계를 가져왔고요.”

시간이 흘렀고, 윤상현은 성숙했다. 돈에 좌지우지되지 않으니까 연기를 즐기게 됐다. 이제는 책임감을 회피하지 않는다. “어느 순간 카메라 앞에서 최선을 다할 때 진정한 행복감이 찾아온다는 걸 깨달았어요. 이번 작품을 하면서 가장 크게 느꼈던 부분이기도 하고요. 예전에는 캐스팅 조건을 출연료에 걸었다면 이제는 대본이 탄탄한지를 먼저 볼 거예요. 출연료가 높지만 즐기지 못할 것 같은 대본이라면 선택하지 않겠어요.” 최근에는 디지털 싱글 ‘Yoon Sang Hyun Ballad’를 발표했다. 갑작스러운 일은 아니다. 잃어버리지 않고 간직했던 꿈을 이룬 것뿐이다. “연기를 하면서도 가수의 꿈은 접지 못했는데 좋은 기회가 와서 붙잡았어요. 잘할 수 있을지 걱정되기는 했지만 다행히 제 곁에는 노래하는 아내가 있잖아요.”
 

그의 말처럼 이번 앨범의 중심에는 아내 메이비가 있었다. 메이비는 작사에 참여해 윤상현표 발라드를 완성시켰다. “힙합, R&B, 록, 일렉트로닉 모든 장르를 좋아해요. ‘월간 윤종신’처럼 꾸준히 발표할 계획입니다. 메이비씨의 지인들에게 음악적인 도움을 받고 있어요. 또 집에 마이크와 시스템이 있어 연습하기에도 좋은 환경이죠. 메이비씨가 조언도 많이 해주고요. 한번은 ‘가사를 씹어서 불러라. 듣는 사람이 가사를 들어야 하기 때문에 발음을 날리면 안 된다’라고 조언하더군요.‘내가 무슨 윤종신이야? 어떻게 씹어서 불러?’라며 틱틱거렸지만 결과적으론 많은 도움이 됐어요.”

윤상현의 삶의 전부가 돼버린 메이비. 그녀는 윤상현의 가치관에, 연기에, 음악에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는 존재다. “아내는 현명한 사람이에요. 제가 갈팡질팡하고 길을 정하지 못할 때 앞장서는 스타일이죠. 나이는 많지만 아직 철부지인 저를 잘 이끌어줘요. 배울 점이 참 많은 친구죠. 주변 사람들이 저보고 결혼 후 작품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대요. 그 배경에는 아내의 역할이 컸어요. 아내가 지혜롭다는 걸 알기 때문에 믿고 따르게 되더라고요. 음악적으로도 성숙한 친구라 많은 의지가 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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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메이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말이 빨라진다. 윤상현은 2014년 4월 소개팅을 통해 메이비와 인연을 맺고 7월부터 연인으로 발전, 약 8개월 만인 2015년 2월 8일 결혼식을 올렸다. “<지고는 못살아> 출연 이후 소개팅을 많이 했어요. 4년 넘게 소개팅만 하고 다닌 것 같아요. 그때는 단순히 결혼이 하고 싶었어요. 그러다가 <갑동이> 종영 이후 지인의 소개로 메이비씨를 만났는데 단번에 ‘이 여자다’ 싶었어요. 이렇게 예쁜 여자에게 남자가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죠. 착하고 바른 여자예요. 지금은 저의 가정교사죠. 배울 점이 많아 좋아요.”

사랑의 결실은 금세 찾아왔다. 지난해 12월 자신을 꼭 닮은 딸을 얻은 것. 5개월 된 딸이 드라마 속 자신의 모습을 보고 깔깔대며 웃는 모습을 보면 괜스레 눈물이 난다는 그다. 하루하루가 감동의 연속이란다. “아빠가 되니까 어깨가 무거워졌어요. 신기한 건 책임감이 커진 만큼 행복감도 커졌다는 거예요. 아빠가 되기 전에는 몰랐던 감정이 생기는 것 같아 좋아요. 결혼하고 나면 여가나 취미 생활은 포기해야 한다고 하는데 아내는 제게 시간을 많이 줘요. 밖에 있을 땐 방해될까 봐 전화도 안 하죠. 너무 아내 자랑인가요?(웃음)”

지난 3개월 동안 드라마 촬영을 이유로 육아에 소홀했던 게 미안하다고 말하는 윤상현. 그래서 요즘엔 앞치마를 두르고, 아기 띠를 맨단다. “제가 드라마 촬영할 때 아내는 아이를 돌봤어요. 혼자서 아이를 재우고 먹이고 씻기느라 얼마나 힘들었을지 생각하면 마음이 아파요. 미안한 마음에 요즘 육아는 제 전담이죠. 최근 며칠 아이를 봤는데 정말 힘들더라고요. 아이가 저를 닮아 너무 활동적이에요.(웃음) 낮잠을 안 자고 밤에 자는데 새벽에 한 번씩 깨거든요. 그 순간이 가장 곤혹스러워요.”

괜히 ‘국민 사랑꾼’이라는 별명이 붙은 게 아니다. 아내와 딸 이야기에 크게 웃는다. 이런 걸 두고 ‘메이비 효과’라고 하는 건 아닐는지. “어느 순간 국민 사랑꾼이라는 수식어가 생겼어요. 저는 있는 그대로를 이야기하는 것뿐인데 사람들이 오글거린대요. 결혼하면 다 그런 거 아닌가요?(웃음) 아내가 골라주는 옷이 더 예쁘니까 입고, 아내가 힘들어하니까 설거지와 빨래도 하는 거고요. 그런데 아내가 제게 해주는 것에 비하면 이건 아무것도 아니에요.”

잠시 말을 멈추더니 금세 입을 열었다. 자녀 계획이었다. 묻지도 않았는데 들뜬 표정으로 말하는 모습이 귀엽다. 아내와 딸, 가정을 향한 진심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세 명 낳을 거예요. 아내도 아이를 좋아하고, 저도 집 안이 북적북적한 게 좋거든요. ‘힘들면 둘만 낳을까?’라고 이야기해봤는데 셋은 낳을 수 있대요. 나중에 가족과 함께 가려고 아껴둔 여행지가 있어요. 스페인이요. 다섯 가족이 손잡고 스페인 곳곳을 누비는 상상을 하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어요.”

윤상현의 꿈은 좋은 아빠가 되는 거라고 했다. ‘대배우’보다는 행복한 가정의 아빠가 되는 게 궁극적인 삶의 목표라고 했다. 윤상현이 만들어갈 가정은 핑크빛일 게 분명하다.

CREDIT INFO

취재
이예지 기자
사진
최항석
2016년 06월호

2016년 06월호

취재
이예지 기자
사진
최항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