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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국&봉만대 - 털어야 사는 남자들

‘예능 어시스트’ 김흥국, ‘에로 감독’ 봉만대. 이 두 남자가 이렇게 호흡이 잘 맞을 줄 몰랐다. 슈트 패션이 이렇게 잘 어울릴 줄도 몰랐다.

On June 15,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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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국이 언제 안 웃긴 적이 있었냐마는, 최근 그는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토크쇼에서 만난 조세호에게 밑도 끝도 없이 “왜 (안)재욱이 결혼식에 오지 않았느냐?”며 닦달하는 모습, 그리고 황당하고 억울하다는 듯 “잘 모르는 사이인데 어떻게 가요?”라고 답하는 조세호의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인터넷을 돌며 큰 화제를 모은 것이다. 언뜻 눈에 띄는 건 ‘조세호’지만 좀 더 들여다보면 이 모든 상황을 가능하게 한 것은 김흥국의 캐릭터였다. 그는 자신만 돋보이려 하지 않고 함께하는 이들 모두를 띄워준다. ‘예능계 미다스의 손’ ‘예능계의 손흥민’ 같은 수식어가 이를 증명한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내 옆자리에 앉으려고 난리들이에요”라는 김흥국의 말은 그저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그런데 이 ‘행운의 옆자리’를 차지한 것이 봉만대 감독이다. SBS 라디오 러브FM에서 매일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진행하는 <김흥국, 봉만대의 털어야 산다>의 공동 DJ를 맡은 것이다. 봉만대 감독은 <도쿄 섹스피아>(1999)를 연출하며 에로영화계에 데뷔했다. 2003년경에는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으로 충무로에 진출했다. 2008년에는 도지원·신세경 주연의 공포영화 <신데렐라>를 선보였다. 영화 활동 이외에도 토크쇼에 출연해 과감하면서도 선을 넘지 않는 아슬아슬한 입담을 선보이더니 요즘은 예능 쪽에서 서서히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이처럼 캐릭터가 뚜렷한 두 남자가 라디오 DJ로 함께 만난다니 기대가 될 수밖에.

두 남자의 화보 촬영이 있던 날은 김흥국의 생일이었다. 촬영 시작 30분 전 갑자기 전화가 걸려왔다. “봉만대입니다. 흥국 형님이 생일이시라 같이 부대찌개 먹고 있습니다. 촬영 시간에 늦지 않게 가겠습니다.” 15분 뒤 두 남자는 매니저도 없이 어슬렁어슬렁 걸어 들어왔다. “봉 감독이랑 오붓하게 밥 먹는데 매니저가 왜 필요해요?”라며 “으하하하” 냅다 웃는 김흥국. 그가 웃자 스튜디오에 있던 모든 사람이 따라 웃었다.“으아~ 나 이 옷 갈아입으면 되는 건가요? 오랜만에 더블 버튼 양복을 입으려니까 어색하고만. 요즘 살이 찐 데다 방금 부대찌개를 먹고 와서 배가 더 나왔는데 셔츠가 맞으려나 모르겠네.”(김흥국)

다행히 슈트는 몸에 잘 맞았다. 김흥국은 자신의 모습에 만족하는 듯 거울을 들여다보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잘나가니까 이런 옷도 입혀주는구만. 하하. 오늘 생일인데 오전에는 (조)세호랑 CF 찍고 오후에는 봉 감독님이랑 <우먼센스> 화보도 찍고, 최고의 생일입니다.”(김흥국) 이어 말쑥하게 슈트로 갈아입은 봉만대 감독이 다가왔다. 깨끗한 피부에 날씬한 몸매에 슈트가 제격이다. “으아~ 이번 화보 나가면 봉 감독님 양복 광고 좀 들어오겠고만!” 김흥국의 말이 과언이 아니었다. “배가 나와 보이지 않아요?”라며 걱정스럽게 물으면서도 봉만대 감독 역시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꽤 맘에 드는 듯했다.

촬영이 시작됐다. 영국 신사로 변신한 두 남자가 햇살이 쏟아져 내리는 창가에 나란히 섰다. 서로 마주보라는 포토그래퍼의 주문에 눈이 마주친 두 남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박장대소를 시작한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기자도, 스타일리스트도, 스튜디오 직원도 모두 웃음보가 터졌다. 바라만 봐도 유쾌한 두 남자가 만났기 때문일까? 그들이 함께 하는 라디오 <털어야 산다>는 시작한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화제를 모으며 청취자에게 사랑받고 있다.

“라디오가 좋아요. 사람 냄새가 나면서도 무한대로 범위를 확장할 수 있는 무대잖아요. 게다가 재밌으면서도 시각이 예리한 봉 감독님과 같이 하니까 합이 잘 맞아요. 같이 입 터는 재미에 요즘 신난다니까? 개편 때도 우리 프로그램은 살아남았으면 좋겠어요.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작전 짜느라 내가 요즘 머리가 아파요.” (김흥국)

‘같이 입 터는’ 재미에 푹 빠진 건 봉만대 감독도 마찬가지다. 라디오의 매력을 알아가기 시작한 봉 감독은 김흥국과 파트너가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기뻐했다. “만세를 외치면서 박장대소했죠. 형님이야 라디오 DJ계의 거목 아닌가요?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어록만 봐도 얼마나 웃겨요. 그런 분 옆에서 배울 수 있으니 요즘 말로 ‘완전 이득’이죠. 형님이 아마 요즘 유난히 피곤하실 겁니다. 제가 빨대 꽂고 모든 노하우를 쪽쪽 빨아먹고 있거든요.” (봉만대)
 

매일 2시간씩 라디오 부스에서 만날 텐데도 두 남자는 무에 그리 서로 반가운가 싶을 정도로 촬영 내내 수다 삼매경이었다. 두 남자의 걸쭉하고 농익은 입담을 지면에 싣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울 정도다. 야한 농담을 불쾌하지 않게 던지는 봉 감독의 센스도 센스지만, 심드렁한 태도로 받아치는 김흥국의 재치는 그야말로 발군이다.

“언제부터 그렇게 웃겼냐고? 으아~ 기자님이 어려운 질문을 하시네요. 연예계 데뷔한 뒤 안 웃겼던 적은 없는 것 같은데. 처음 데뷔했을 때는 노래만 새침하게 부르고 다녔는데 송창의 PD가 나를 설득하시더라고요. 나는 그저 노래나 열심히 하겠다고 하는데 PD님이 ‘노래만으로는 오래갈 수 없다. 나를 믿어봐라’라고 어찌나 설득하던지. 국내 첫 예능형 가수 1호가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겁니다. 내 인생을 바꿔놓은 감사한 분이죠.” (김흥국)

김흥국이 웃긴다는 건 대한민국 모두가 안다. 하지만 그가 예의 바르며 사람을 잘 챙긴다는 것은 아직 덜 알려진 듯하다. 이날 화보 촬영을 하며 김흥국은 10여 년 전 만났던 스타일리스트와 우연히 재회했다. “으아~ 그 어린 친구가 이렇게 어엿하게 스타일리스트가 되었단 말이야? 열심히 하더니 잘 풀렸구나” 하며 어찌나 반가워하던지, 오래전 인연임에도 여러 가지를 잊지 않고 살뜰히 안부를 묻는 그에게서 인간미가 느껴졌다.

“후배들한테도 늘 하는 이야기가 있어요. 혼자 뜬 거 아니니까 주변 사람도 챙기라고요. 너 혼자만 인기 얻으려고 하지 말고 신인 때 같이 방송한 애들까지 끌어줘야 한다고요. 잘나가는 날이 언제 끝나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거든. 혼자만 독점하는 게 아니라 다 같이 먹고살 수 있는 생태계가 만들어져야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고 하면서 같이 사는 거예요. 그리고 돈 된다고 일 너무 많이 하지 말라고도 이야기해줘요. 계속 그렇게 폭주하다가 한 방에 훅 가면 회복이 안 돼요. 스스로에게 쉼을 허락하면서 길게 보며 같이 가야죠. 그런 면에서 김구라씨가 참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기는 것 같아요. (조)세호도 착해요. ‘선배님 때문에 떴습니다’ 이러면서 자꾸 밥을 사겠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아직까지는 안 샀어요. 으아~ 설마 입만 턴 건 아니겠지? 으하하.” (김흥국)
 

새로운 파트너 봉만대 감독도 김흥국의 살뜰한 보살핌에 대해 두말없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라디오 방송을 처음 할 때는 많이 긴장했거든요. 마치 제 주변에 벽이 겹겹이 서 있는 느낌이었어요. 든든한 파트너와 함께하며 조금씩 그 벽을 깨어나가는 느낌이에요. 점차 안정감이 생기고 다른 방송에서도 시너지가 나는 것 같아요.” (봉만대)

‘봉 감독은 테 있는 안경이 더 어울리는 것 같다’며 챙겨주는 ‘흥국 형님’과, 김흥국의 무릎 위로 냅다 드러누워버리는 봉 감독.이들의 호흡에 촬영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봉 감독이 센스가 넘쳐 촬영이 빨리 끝났네요.”(김흥국)

“웃느라고 힘든 줄도 모르고 했네요.” (봉만대) 서로 치하하는 태도에서 진심이 느껴진다. “부스 안에서도 즐겁지만, 라디오 끝나고 스태프들과 가볍게 술을 한잔하는 재미가 쏠쏠해요. 영화판에서도 그날의 촬영을 마치면 한잔하며 피로를 씻어내는 게 관례거든요. 소주잔 기울이며 ‘감독님, 사실 저 아까 그 장면은 다시 찍고 싶습니다’ 하면, ‘그래? 얘들아, 그럼 내일 그 장면 한 번 더 촬영하자’라고 소소한 대화를 주고받기도 하죠. TV에 출연해보니 녹화가 끝난 뒤 모두 다음 일정으로 바로 떠나는 게 좀 아쉬웠어요. 라디오 문화가 저랑 좀 잘 맞는 것 같아요.” (봉만대)

본업인 영화감독 외에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봉만대 감독. 그는 최근 방송된 KBS <해피투게더>에서도 물오른 입담을 선보이며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에 연일 이름을 올렸다. “어쩜 그렇게 말씀을 재미있게 잘하세요?”라는 기자의 질문에 “티는 잘 안 나지만 엄청 떨고 있다”며 겸손하게 말했다.

“라디오를 진행하면서 입 밖으로 나가는 말에 더 조심하게 됩니다. 생방송으로 진행되는데 제대로 알지 못하는 이야기를 했다가 청취자분들에게 혼동을 드리면 안 되잖아요.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사실도 다시 한 번 찾아서 확인해보는 습관이 생겼어요. 본의 아니게 겸손해지고 있어요.(웃음) 생방송이 주는 압박감과 긴장감이 크지만 이 ‘쪼는 맛’에 살아 있음을 느껴요. 하하.” (봉만대)

새로이 DJ를 맡는 등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김흥국은 자신이 맡은 가수협회장일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 2011년부터 대한가수협회가 진행해온 ‘찾아가는 대중문화예술공연단-낭만콘서트 5080’을 새롭게 변신시킨 것도그의 아이디어다. 기존 원로가수들의 무대를 유지하면서 베이비부머 등 폭넓은 세대가 그리워하는 추억의 노래들을 들려주려는 시도다. 선배,동료,후배들을 아우르며 살뜰하게 챙기는 김흥국에게 동료가수들도 라디오에 게스트로 출연하는 등 응원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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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하지 뭐. 이 나이까지 살아 보니까, 노하우를 가르쳐준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알겠어요. 맨땅에 오래도록 헤딩하다가 결국엔 상처만 얻고 포기하는 사례들을 너무 많이 봤거든요. 선배들이 내게 10년 고생할 거 5년으로 줄여주는 팁을 알려주었듯이 나도 그런 선배가 될 수 있었으면 해요.”(김흥국) 봉만대 감독 역시 본업인 영화 제작을 한창 진행 중이다. 일본 만화가 고토 아키라의 <그녀는 관능 소설가>의 판권을 사서 영화화를 준비 중인 것. 2015년 상반기 개봉이 목표였지만 여러 가지 상황이 여의치 않아 아직 세상에 내놓지 못했다.

“올해는 개봉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사실 영화감독이 작품을 세상에 내놓지 않으면 금세 잊히는데, 저는 운 좋게도 대중 앞에 계속 나설 수 있게 되어 감사해요.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질 수 있어 기쁘고요. 앞으로도 제한을 두지 않고 여러 분야를 탐험해보려고요. 그게 결국 제 영화에도 반영되리라 믿어요.” (봉만대)

“라디오 생방송 1시간 전에는 일정을 잘 잡지 않는다”는 김흥국과 “입을 터느라 살이 빠졌다”는 봉 감독. 두 남자 모두 라디오에 일상을 맞추어 살아가는 요즘이다.

“라디오를 진행하면서 다양한 청취자분들을 만나죠. 수화기 너머로 전해져오는 삶들이 다 귀하더라고요. 열심히 하루하루 살아가는데도 삶이 바뀌지 않는 것 같다고 고민하는 분들을 보면, 인생을 좀 살아본 사람으로서 마음이 아파요. 저런 분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게 뭘까? 이렇게 고민하게 만드는 게 라디오의 힘인 것 같아요. 퍽퍽한 삶 속에서도 그네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고 웃음 주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아무도 없는 것보다는 한결 낫지 않을까요?” (김흥국)

오후 4시에 진행되는 라디오 생방송을 준비하기 위해 두 남자는 부랴부랴 떠났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정답게 걸어가는 그들의 뒷모습을 보며 가능한 한 오래 그들 콤비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달의 라디오 스타

SBS 러브FM 103.5MHz <김흥국, 봉만대의 털어야 산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두 DJ와 전문가, 청취자가 함께하는 새로운 형식의 버라이어티 토크쇼.
월~금요일 오후 04:05~06:00
radio.sbs.co.kr/boomdrivingclub/

CREDIT INFO

취재
정지혜 기자
사진
이진하
스타일링
이주희
협찬
매료, 클릭클락, 제로라운지, 프리마베라 by최새롬, MO'
2016년 06월호

2016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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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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