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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 달수

대중은 오달수를 ‘천만 요정’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그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배우이자 딸을 둔 아빠”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술을 좋아하고, 그보다는 연기를 더 좋아한다는 오달수를 만났다.

On May 13, 2016

영화 <도둑들>의 최동훈 감독은 오달수를 가리켜 “아무것도 안 하고 나오기만 해도 사람들이 웃는다”고 말했다. 오달수는 그렇게 존재감만으로도 작품에 맛을 더하는 배우다. 그가 ‘감초 배우’에서 주인공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존재감 있는 조연으로 승승장구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잘되는 작품에는 오달수가 있다’는 말을 들으며 ‘천만 요정’이라는 명예로운 별명까지 얻었다. 이제는 주인공이다. 그러나 오달수는 여전히 매 순간이 간절하고 감사하다. 처음 연극을 시작한 20여 년 전 그때처럼.

몇 년 전 한 인터뷰에서 오달수는 “몸 좀 움직여야겠다 싶으면 집 안 청소를 한다. 구민회관 헬스클럽에 등록하는 게 나의 최선이다”라고 말했다. 촬영장에서 후배 배우가 건네준 화장품이 피부 관리의 전부라고도 했다. 소탈하기 짝이 없는 그에게 “요즘 쉴 때 뭐 해요?”라고 물으며 특별한 대답을 기대했다. 올해 초 채시라의 동생인 배우 채국희와의 열애를 인정했으니 뭔가 색다른 답을 하지 않을까 싶었던 거다. 하지만 오달수는 역시나 “별다른 거 없다”며 웃었다.

쉴 때 구체적으로 뭘 하나요?
별것 없죠. 요즘은 낚시에 재미를 들였어요. 바다낚시를 하러 부산으로 달려가죠. 부산 영도 뒤로 넘어가면 외국에서 부산항으로 들어오는 배들이 들어오는 곳이 있거든요. 바다로 치면 동해 쪽인데 거기 괜찮은 낚시 장소가 있어요. 요즘에는 닷새 이상 비는 날이 있으면 무조건 짐을 싸갖고 낚시하러 떠나죠. 고등어 몇 마리 잡아 집에 가서 식구들하고 밥해 먹으면 이게 사람 사는 행복인가 싶어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도 잘 어울릴 것 같은데요?
유해진씨와 차승원씨가 출연한 프로그램을 재미있게 잘 봤어요. 편안하게 볼 수 있어 좋더라고요. 그런 프로그램이라면 한번 나가 보면 어떨까 생각도 했지요.(웃음) 저도 음식 솜씨 썩 괜찮아요. 음… 김치찌개, 된장찌개, 카레, 볶음밥을 맛있게 잘할 수 있어요.

로맨스 영화는 안 찍으세요?
아이고, 저는 삼촌이나 아빠가 제격이죠. 저에게는 로맨스 자체가 과격하고 부담스러워요. 로맨스물은 그런 연기를 잘할 수 있는 사람이 맡아야죠. 그동안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들은 거의 또래의 남자 배우들이었어요. 서로 너무 잘 이해하니까 작품에서도 호흡이 잘 맞을 수밖에 없었어요. 합을 맞추는 배우가 “달수야, 오늘은 내가 애 보는 날이야!” 이 말 한마디만 해도 “그래? 그럼 우리 빨리 찍고 집에 가자!”라고 할 정도의 호흡이랄까요?

패션 화보에서 오달수씨의 새로운 모습을 봤어요.
촬영하면서 느낀 건 정말 내 체질이 아니라는 거.(웃음) 집에 제 사진도 안 걸어놓는 사람이거든요. 이번에 <대배우> 포스터 잘 나왔다는 이야기 많이 들었지만 걸어두지 않았어요.

드라마에는 관심 없나요?
요즘 최고로 인기 좋은 <태양의 후예>를 지나치듯 몇 번 본 적이 있어요. 영상이 이국적이고 멋있어서 해외에서 전부 촬영한 줄 알았더니 우리나라 곳곳에서도 촬영했다고 하더라고요. 사전 제작이라고 하니까 호기심도 났고요. 뜸해서 그렇지 드라마는 예전에도 했어요. 2012년 SBS <도롱뇽도사와 그림자 조작단>이 마지막이었지요. 딱히 장르를 가리는 것은 아니에요.
 

 



2016년 봄, 오달수는 생애 처음으로 영화 주인공을 맡아 엔딩 크레디트에 가장 먼저 이름을 올렸다. 영화 <대배우>에서 그는 20년 차 무명 배우 ‘장성필’ 역을 맡았다. 장성필은 아동극 <플란다스의 개>의 개, ‘파트라슈’ 역할 전문 배우지만 언젠가는 자신도 ‘대배우’가 되리라 다짐하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이 영화가 오달수에게 유독 의미가 남다른 것은 실제 그의 모습과 많이 닮았기 때문이다. ‘가난하게 연극을 하면서도 어디선가 술값이 자꾸만 나오는 게 신기했던’ 그 시절 말이다. 지름길 없이 차근차근 지금까지 걸어온 오달수이기에 누구보다도 현장 스태프들의 애환을 잘 안다. ‘촬영 현장 콜 타임이 아침 8시면 막내급 스태프들은 새벽 5시부터 나와 준비한다’는 사실을 모든 주연배우가 아는 것은 아니다. 그에게 <대배우>는 영화를 만드는 모든 손길에 대한 존중과 존경의 마음을 담은 영화다.

생애 첫 주연을 맡은 소감이 어때요?
연기적인 부분을 떠나 ‘작품을 이끌어가야 하는데…’라는 막중한 책임감이 먼저 앞섰어요. 현장 분위기를 잘 살리는 것도 주연배우의 몫이잖아요. 게다가 영화의 90% 가까이 제가 등장하니까 작품 전체의 완성도를 위해 디테일한 부분까지 신경 써야 했죠. “아이구야~ 주연배우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라는 말이 절로 나오더라고요. 한 가지 일화를 얘기하자면, 영화 <베테랑>을 찍고 있을 때의 일인데요. 배우 황정민씨를 만났는데 제게 “주연하니까 힘들지?”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진지하게 물었죠. “정민아. 대체 주연배우는 어떻게 해야 되는 거니?”라고요. 정민씨가 저더러 뭐라고 했는 줄 아세요? “그냥, 한번 해봐!” 아, 그게 무슨 말인지 알겠더라고요. 경험해야만 비로소 알 수 있는 막중한 책임감 말이에요.

영화를 보며 어떤 생각을 했어요?
영화를 보는데 썩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어요. 영화 속 인물의 모습이 실제 제 모습이기도 했고, 지금 대학로의 현실이 떠올라 마음이 아팠지요. 과거에 힘들게 겪어낸 그 현실과 배경이 아직도 여전하다는 게 서글펐죠. 연극 무대의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제가 이 연기를 해냈다는 게 썩 반갑지는 않았다고 할까요? 새로운 깨달음도 있었죠. 영화를 찍을 때도 에너지를 엄청나게 썼는데, 홍보가 그보다 훨씬 더 힘들다는 걸 알았어요. 전면에 나서서 홍보하는 것은 처음이거든요.(웃음) 조금이라도 더 발품을 팔아 열심히 뛰어야죠.

<대배우>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작품을 고르는 원칙이 있어요. 첫째, 시나리오 혹은 희곡을 읽었을 때 재미가 있는지 없는지를 중요하게 보죠. 둘째, 감독이 이 작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보고요. 마지막으로 저와 함께 이 영화를 찍을 동료 배우들을 생각해봅니다. 언제나 동료 배우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거든요. <대배우>는 그 모든 조건을 충족했어요.

출연하는 영화마다 흥행해서 ‘천만 요정’이란 별명을 얻었어요.
닭살 돋고 적응도 안 되고 그랬지요. 그런데 저 같은 사람한테 ‘요정’이라는 별명을 붙여줬을 때는 서로 웃자고 하는 소리였겠죠? 저는 그저 ‘배우’라는 타이틀로 불러주시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에요.

너무 겸손한 거 아니에요?
‘배우’로 살아갈 수 있어 기쁘고 자랑스러워요.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배우’로 살아간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에요. 가령 동유럽에서는 연극배우가 경제적으로나 사회적 위치로나 굉장히 존중받는 직업이에요. 거기선 ‘배우’라는 호칭을 얻으면 연극을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먹고살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특히 체코 같은 나라는 TV 드라마가 별로 없대요. 대신 사람들이 극장을 자주 찾지요. 우리나라 돈으로 2만~3만원으로 세계적인 뮤지컬을 볼 수 있는 문화가 마련됐고, 전 국민이 평균 한 달에 한 번 이상 극장을 찾는다고 해요.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참 부러운 마음을 어쩔 수 없어요.

 

 



한 인터뷰에서 오달수는 “국민 배우가 되는 것을 꿈꾼 적은 없다. 그저 버티다 보면 힘든 시절이 지나가겠거니 했고, 사실 힘들다는 생각도 별로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런 그가 연기를 시작한 것은 우연한 계기 때문이었다. 인쇄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드나들던 극단에서 ‘머릿수를 채우기 위해’ 오달수를 부른 것이다. “너 이리로 와봐, 여기 그냥 가만히 앉아 있으면 돼”라는 말에 이끌려 그는 연극 <오구>의 ‘문상객 1’로 데뷔한다.

시작은 우연이었지만 오달수는 정신없이 빠져들었다. ‘극단 사람들과 함께 같이 밥을 끓여 먹고, 밤새우고, 포스터를 붙이며 고생한 끝에 관객들과 만나는’ 그 행복만으로 충분히 배불렀다. 그렇게 20~30대의 일상을 온전히 연기로 채웠다. 심지어 출석일수를 채우지 못해 다니던 학교에서 제적당했지만 상관없었다. ‘특별히 되고 싶은 것이 하나도 없었던’ 그의 인생에 처음으로 피어난 열정은 그만큼 강렬했다. “지금도 시간 나면 다른 것 하나도 안 하고 촬영에 대한 그림을 그린다”는 오달수의 연기 열정은 여전히 뜨겁다.

지금의 오달수가 있기까지, 가장 힘이 되는 존재는 무엇이었나요?
가족이죠. 오달수의 연기를 보는 첫 관객이 감독이라면, 두 번째 관객은 제 가족일 거예요. 제가 영화를 찍었다고 하면 부모님께서는 바로 조조 표를 끊어 보시니까요. 제가 어떤 작품에 출연하면, 비록 저는 ‘이건 별로인데…’라고 생각할지라도 가족들은 “야! 이번 작품 너무 좋더라” 하며 칭찬과 격려를 해주세요. 사실은 그게 아닌 걸 알면서도 가족의 격려를 들으면 그냥 힘이 나죠.

배우로서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연기를 하면서 힘든 순간도 많았지만 늘 행복했어요. 그런데 수입까지 생기기 시작하니 감사하더라고요. 이제는 빚을 다 갚았어요. ‘빚을 갚는다’는 말은 현실적이면서도 마음을 크게 울리는 말이에요. ‘그래, 달수야. 너 참 열심히 살았구나’라고 스스로를 다독일 수 있는 말이랄까? 그래서 그 이상 욕심을 내지 않으려고요. 빚 없이 사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다행이에요. 요즘 우리 대학생들이 졸업할 때 빚을 잔뜩 안아야 하는 게 현실이잖아요. 지금 빚이 없고, 저를 불러주는 곳이 있어 계속 연기할 수 있는 지금이 가장 행복하죠.

배우 오달수에게 꿈이 있다면?
곱게, 좋은 배우로서 잘 늙어가는 것이에요. 10년 후 이 질문을 받아도 제 답은 같을 거예요. 늘 무대 위에 오르는 연기자를 꿈꿨는데 거짓말처럼 카메라 앞에서도 연기하는 배우가 됐잖아요. 지금처럼 연기할 수만 있다면 좋겠어요.

인생 첫 주연을 맡은 오달수지만, 사실 그에게 ‘주연’과 ‘조연’은 큰 의미가 없는 듯했다. “영화의 장면마다 주인공은 사실 따로 있는 것”이라며 “자신이 해야 하는 몫을 정확하게 해내는 배우가 진짜 주연”이라고 말하는 이 배우에게는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에게는 배역이 작품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무대의 크기도 의미가 없었다. 아마도 오달수보다 잘생기고 인기 많은 배우는 앞으로도 수없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그러나 ‘오달수 같은’ 배우를 찾기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연기할 수 있는 지금’에 감사하며 그저 묵묵히 걸어온 이 배우는 그렇게 ‘대체할 수 없는 존재’가 됐다. 그래서 우리는 여전히 오달수의 ‘다음’이 궁금하다.

 

CREDIT INFO

기획
정지혜 기자
취재
남혜연(<스포츠서울> 기자)
사진
이상엽
2016년 05월호

2016년 05월호

기획
정지혜 기자
취재
남혜연(<스포츠서울> 기자)
사진
이상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