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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청동 골목길의 진구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진구에게 한 방이 있다는 것을!

On May 09,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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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구(37세)는 유일하게 기자의 질문을 자기 수첩에 받아 적는 배우였다. 한 글자 한 글자 연필심을 꾹꾹 눌러가며 메모하던 그의 모습이 기억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진심이 느껴지는 진심과 반짝이는 눈빛은 KBS2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낳은 송중기 신드롬보다 진구의 성장이 더 반가운 이유다. 오랜만에 만난 그는 여전했다. 여전히 친절했고, 여전히 건강했고, 여전히 아름다웠다. 자기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주변을 에워싸도 우쭐하지 않았고 다양한 포즈 요구에도 얼굴 한 번 찡그리지 않았다. 수직 상승한 인기 속에서 흥분된 감정을 절제하고 있음이 느껴졌다. 드라마는 끝났고 열기는 식을 것이다. 그래도 진구는 이제까지 그래왔듯 자기가 가야 할 길을 묵묵히 걸을 것이다.

<태양의 후예> 방영 후 뜨거워진 반응을 실감하나요?
‘송송 커플(송중기&송혜교)’에 비하면 저와 (김)지원씨의 분량이 적은데도 큰 사랑을 받은 것 같아요. SNS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는데 기하급수적으로 느는 SNS 팔로어 수를 보면서 인기를 실감했죠. 사람들이 알아보고 함께 사진 찍자고 할 때 놀라요. 드라마 방영 전에는 그런 경우가 드물었거든요.(웃음)

처음 캐스팅 소식을 접했을 때 기분이 어땠나요?
정말 신났어요. 이미 캐스팅이 완료된 상태라고 들었기 때문에 기대하지 않았죠. 제작사 대표와는 사적인 자리에서도 보는 사이인데 ‘왜 나한테는 출연 제의를 하지 않느냐’고 장난으로 묻기도 했고요. 줄거리를 듣고 재밌을 것 같아 응원하러 커피 사 들고 한번 놀러 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제가 출연하게 됐다고 전화가 온 거예요. 출연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는데 정말 좋았어요.

캐스팅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작가님을 예전에 한 번 뵌 적이 있는데 그때 저한테 ‘뭘 잘하느냐’고 물으셨어요. ‘비빔국수를 잘 만든다’고 했고, 얼마 후 작가님 사무실에 놀러 가 직접 비빔국수를 만들어 대접했죠. 캐스팅 후 작가님이 ‘비빔국수 때문에 캐스팅했다’고 농담으로 얘기하시더라고요.

그리스 촬영 현장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고 들었어요. 그럼에도 배우들은 무척 즐거웠다고 하던데요?
모든 배우들의 호흡이 잘 맞았어요. 그리스에서는 (송)중기씨가 열심히 촬영하고 있을 때 촬영이 없는 극중 특수부대 대원인 ‘알파팀’ 멤버들과 그리스를 돌아다니며 재밌는 추억을 많이 쌓았어요. 이번 작품은 좋은 친구들과 즐겁게 작업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알파팀 멤버들과의 끈끈한 우정이 보기 좋아요.
기범 역을 맡은 (김)민석이와는 처음부터 남다른 교감이 있었어요. 나이는 어리지만 남자답기도 하고 성실한 친구더라고요. 함께 촬영하면서 성인 배우로서 대처하는 자세, 막내 스태프 챙기는 방법 등을 알려줬죠. 극 중 서대영, 김기범의 관계와 비슷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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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숙 작가 특유의 감성이 십분 발휘된 작품이라 소화해내기 어려웠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오히려 좋았어요. 작가님 특유의 대사를 할 때마다 짜릿하기도 했죠. 멜로 연기에 대한 갈증이 있었는데 달달한 멘트를 하니 좋았어요. 지금이 아니면 언제 그런 멘트를 해보겠어요.

물론 사랑하기 때문이었지만, 여자친구에게 무뚝뚝한 캐릭터를 연기했어요. 실제 진구씨의 성격은 어떤가요?
무뚝뚝하지 않아요. 애교도 있고 표현해야 할 땐 하는 편이에요. 다정다감하고요. 서대영처럼 칼 같고 냉철한 부분도 있는데 실생활 속에서는 엉뚱하고 재미있답니다.

드라마 속 모든 캐릭터가 살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구원 커플(진구&김지원)’의 가장 큰 매력과 무기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구원 커플은 톡톡 튀는 캐릭터 사이에서 올드한 게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판타지 같은 사랑 이야기도 좋지만, 이별도 하고 고통도 감내하는 복합적인 감정들이 좋았어요. 사랑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감정이기 때문에 사랑받았던 것 같아요.

나이 차가 조금 있는(?) 김지원씨와의 호흡은 어땠나요?
지원씨가 성숙하고, 진지하고 겸손해서 처음부터 잘 맞을 것 같다는 느낌이었어요. 실제로 촬영장에서도 합이 좋았고요. 여배우들한테 먼저 살갑게 다가가지 못하는 스타일인데 지원씨는 고맙게도 먼저 고민 상담을 하면서 다가와 주었죠.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함께 좋은 연기를 만들어나갈 수 있었어요.

극의 중심을 이끌어가는 배우 중 가장 맏형이에요. 부담도 있었을 것 같아요.
큰형 역할을 하긴 했지만 중기씨가 어른스럽고 리더십이 있는 친구라 저보다 더 맏형 같을 때가 많았어요. 저는 원래 장난을 많이 치는 성격이라 현장에서 분위기를 풀어주는 역할을 했죠.

평소 존경하는 배우나 롤 모델이 궁금해요.
데뷔 초에는 이병헌 선배가 롤 모델이었어요. 눈빛과 목소리 모두 닮고 싶었죠. 그러다 어느 순간 아무리 애를 써도 선배와 같아질 수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이젠 저만의 색을 지닌 개성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필모그래피를 보면 걸어온 길이 탄탄하다고 느껴져요. 작품 선택의 기준이나 전략 같은 것이 있나요?
크든 작든 제 역할과 연기에 집중해왔고, 그렇게 꾸준히 하다 보니 어느 순간 엄청 많이 올라왔더라고요. 지금 이 자리까지 그냥 편안하고 느긋하게 올라왔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가며 살고 싶어요.
 

데뷔작인 SBS 드라마 <올인>이 흥행하면서 스포트라이트를 굉장히 많이 받았어요.
어마어마했죠. 그때는 인터넷 뉴스보다 종이 신문의 영향력이 컸어요. 신문에 제 사진이 크게 걸려 있고 제목은 ‘진구 돌풍’이었어요. 그때 일부러 제 기사를 보고 싶어서 정기구독을 신청할 정도로 들떠있었어요. 그 시기가 안 끝날 줄 알았는데 진짜 금방 끝나더라고요.

인기가 사그라지면서 슬럼프가 찾아왔을 것 같아요.
맞아요. 그 인기가 딱 3주 갔어요. 그때 좌절과 충격을 맛봐서인지 이후에는 인기에 크게 휘둘리지 않게 되더라고요. 어릴 때 다쳤기 때문에 회복도 빨랐고 다치지 않는 법을 터득한 것 같아요. <태양의 후예>가 <올인> 때보다 더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게 확실한데 덜 들떠 있죠.

그러고 보니 <올인>에서 송혜교씨와 만났었네요?
같은 앵글에 나온 적은 없지만 회식 자리나 대본 리딩 때 몇 번 봤었어요. <가을동화>는 군인들의 로망이던 작품인데 제대 후 송혜교씨와 연기하는 것만으로도 신기했던 기억이 있어요. 그런 여배우와 한 앵글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니까 감회가 새롭더라고요. 혜교씨도 ‘오빠랑 이렇게 만나게 됐다’며 신기해했고요.

남자로서, 사람으로서 가장 후회스러운 순간은 언제였나요?
후회스러운 순간이라면 너무 많아요. 사람이기 때문에 항상 완벽한 결정을 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런 후회가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제가 있는 거라고 생각하고요. 그래도 후회하기보다는 받아들이려고 해요.

후회한다는 게 연기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뜻으로 들리는데요?
연기에 대해선 늘 생각해요. ‘지금 내가 잘하고 있는 건가’, ‘이 직업이 나한테 맞는 것인가’에 대해서 지금도 생각하죠. 죽을 때까지도 생각할 것 같아요.

배우라는 직업을 왜 사랑하나요?
어메이징한 직업이에요. 가끔 힘들 때는 아내나 친한 친구들한테 ‘3D 업종’이라고 투정을 부리지만 나쁜 점보다 좋은 점이 더 많은 직업이죠. 세상이 저를 위한 앨범을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사람들의 관심이나 칭찬을 받는 것도 좋고요.

대중의 반응에 예민한 편인가 봐요.
좋은 반응만 좋아해요. 안 좋은 이야기는 안 보려고 하죠. 상처를 받을까 봐 비판의 댓글 같은 건 열어보지도 않았어요. <태양의 후예> 이전에는 기사를 찾아봐야 할 정도로 관심이 높지도 않았고요.(웃음)

최근 대중의 반응은 진구씨가 결혼한 줄도 몰랐다는 반응이 많아요. 여전히 총각 같을 수 있는 비결은 뭔가요?
지금까지 제 사생활에 사람들이 큰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 같아요.(웃음) 유부남 이미지가 강하면 멜로 연기에 방해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결혼한 건 사실이기 때문에 굳이 숨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연기로 훌륭히 표현해내면 시청자들도 캐릭터에 몰입할 수 있지 않을까요?

결혼 후 달라진 게 있다면요?
외모뿐이에요.(웃음) 마음의 안정을 찾기는 했지만 크게 달라진 건 없어요. 결혼을 해도, 나이를 먹어도 저는 저일 뿐이에요.

갓난아기를 아내에게 맡겨놓고 그리스 촬영장으로 떠나야 했어요. 가장으로서, 남편으로서, 아빠로서 그 순간이 힘들었을 것 같아요.
당연히 힘들었죠. 몰래 운 적도 있다니까요. 그 마음을 달래준 게 알파팀이었어요. 결혼 이후 저 자신 말고 책임져야 할 사람이 두 사람 더 생겼잖아요. 부담이라기보다 책임감을 많이 느끼게 됐어요. 목숨 걸고 일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다나까체’로 <우먼센스> 독자분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안녕하십니까. <태양의 후예>에서 서대영 역으로 인사드린 배우 진구입니다. 많은 사랑과 관심, 진심으로 감사드리지 말입니다. 지금 촬영 중인 영화 <원라인>도 기대 많이 해주시길 바랍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단결!  

CREDIT INFO

취재
이예지 기자
사진
최항석
2016년 05월호

2016년 05월호

취재
이예지 기자
사진
최항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