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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하자면 신은경은 인터뷰 방법을 몰랐다. 진심을 드러내는 데 익숙하지 않았고, 달변가도 아니었다. 똑똑한 사람도 아니었고 그래서 수가 보였다. 어쩌면 논란의 중심에 선 이유가 그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On January 05,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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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경은 자신을 드러내는 데 익숙하지 않았다. 그래서 인터뷰는 힘들었다. 그렇다고 진심을 말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공감대가 크지는 못했다. 또한 “역시, 그런 여자였어!”라고 단정 짓기에는 상처가 겹겹이 쌓인, 연민이 드는 사람이었다.

환경이 그렇게 만들었을 것이다. 그녀는 외부와 소통이 차단된 채 수많은 세월을 보내왔다. 물론 그녀 자신은 잘 알지 못했다. 지금 이 논란 속에서도 외부와의 소통이 거의 없어 보였다. 그런 그녀를 이해하기 위해 그녀 삶을 들여다보기로 했다. 혼자만의 시간이 익숙했고, 10대 때부터 실질적인 가장 역할을 해왔고, 이혼과 상처를 겪으며 마음의 병을 앓았고, 그럴수록 더욱 단단히 자신만의 성을 쌓았다. 물론 그녀는 인정할 수 없다고 하지만, 기자가 만난 그녀는 그랬다. 신은경은 지금 마음의 병을 앓고 있었다. 그럼에도 묻지 않을 수 없는 몇 가지가 있다. 인터뷰는 그렇게 시작됐다.

가장 논란이 된 부분이 아들과의 관계예요. 단도직입적으로 물을게요. 모성애라는 게 있나요?
(그녀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조심스럽지만,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한테 되묻고 싶어요. 당신도 나와 같이 아픈 자녀를 두었다면 심정이 어떨 것 같으냐고요. 겪어보지 않으면 쉽게 말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몇 개월 아이를 못 봤다고 내 자식이 아닌가요? 누가 뭐라고 해도 제 아이이고, 제가 평생 안고 가야 해요. 누구보다 제가 그 사실을 인정하고 직시하고 있어요. 현재는 시어머니가 아이를 돌봐주시지만 언제까지 부탁드릴 수 없다는 것도 알지요. 제가 그 아이의 엄마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요. 제가 연기를 하고 홈쇼핑에 나가 돈을 버는 것도, 하물며 이렇게 인터뷰를 하는 것도 아이를 위해서라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아이를 본 건 언제인가요?
2014년 가을…, 아니 여름쯤이에요. 아이와 오래 같이 있지는 못했어요. 촬영 중이라 단 하루도 쉬는 날이 없던 와중에 잠시 만난 상황이었어요. 혹자는 제게 아이 사진이 없다며 아픈 소리를 하시는데, 저는 어렸을 때부터 사진 찍는 것을 싫어했어요. 지금도 좋아하지 않아요. 그래서 아이와 찍은 사진도 얼마 없어요. 언론에 나온 대로 8년 동안 두 번밖에 아이를 못 봤다면 아이가 저를 알아볼 수 있을까요? 아이가 저를 만나고 나면 며칠 동안 절 그리워하면서 힘들어한다고 시어머니가 하소연하시기도 했어요.

8년에 두 번을 봤어도, TV를 보고 엄마를 알아볼 수도 있지 않나요?
우리 아이는 많이 아픕니다. TV 화면을 보며 “저 사람이 너의 엄마다”라고 말해서 인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에요.

88세의 연로한 시어머니에게 양육비도 없이 자식을 맡겼다는 비난도 쏟아졌어요.
시어머니께 아이를 맡기고 있지만 혼자 봐주시는 건 아니에요. 도우미나 유모분들이 도와주고 계세요. 도와주는 사람이 있어도 연세 많으신 시어머니가 아이를 돌보는 일은 무척 힘들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압니다. 그래서 늘 죄스러운 마음입니다. 저 역시 아이와 지낼 때 삼촌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부족하지만 도우미의 월급(1백50만원가량)은 제가 부담하고 있습니다. 상황에 따라 아이가 병원에서 검사를 받는다든지 하면 양육비를 더 많이 보내기도 하고요. 이번 달에도 며칠 늦었지만, 통장으로 시어머니에게 양육비를 보냈어요.

아이가 가장 보고 싶을 때는 언제인가요?
한시라도 지울 수 있을까요? 물가에 아이를 내놓으면 보이지 않아도 계속 마음이 쓰이는 것과 같아요. 엄마가 아닌 분들은 이해하지 못하실 거예요. 신체 한 부분이 떨어져 있는 거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함께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만만치 않은 게 사실입니다. 변명처럼 들리지만, 저는 돈을 벌어야 합니다. 그래야 아이도 돌볼 수 있습니다.

어려운 질문을 하나 할게요. 보통 엄마들도 때론 육아에 지쳐, 상황에 지쳐 아이가 짐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게 결혼과 육아의 현실입니다. 그런 적은 없었나요?
단 한 번도 없어요. 아이에게 늘 죄책감을 갖고 살아요. 만나지 않는다고 걱정되지 않고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에요. 지금은 아이를 만나는 것도 조심스러워요. 안타까운 현실이에요. 저요? 철없는 엄마죠. 이젠 철 좀 들어야겠지요. 그 과정이 혹독하기만 하네요. 저 역시 다른 엄마들처럼 친구 같은 엄마가 되어주고 싶었고, 같이 놀아주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엄마가 되고 싶었어요.

고백하자면, 기자는 인터뷰가 시작되기 전 그녀에게 조건을 걸었다. “당신의 진짜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제 마음이 설득되고 동하면 기사에도 드러날 테니까요. 가감 없이 들려주세요.” 인터뷰이는 난감한지 어색한 미소를 지었더랬다. 순간 느낀 것은, 그녀는 아직 마음을 온전히 열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것. 물론 진심을 말했지만, 전부를 말하진 않았다.

요즘 어떻게 지내나요. 인터넷에서도 TV를 켜도, 동네 아줌마들도 신은경씨 이야기를 많이 해요.
걱정해주시는 분들도 있고, 손가락질하는 분들도 있지만 저는 생각보다 담담하게 지내고 있어요. 사실 관계를 모두 떠나, ‘신은경’에 대한 대중의 기대치에 부응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무조건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이렇게 많은 분이 저의 일에 관심을 둘지 몰랐어요. 좋은 일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제게는 앞으로 더 힘내서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됩니다. 저는 평생 스스로를 ‘여배우’가 아닌 ‘직업이 배우인 사람’으로 여기며 지내왔어요. 여배우라는 수식어가 어색하고 낯설어요. 그래서 저의 일이 이렇게 큰 이슈가 될 줄은 몰랐어요. 간혹 빈말이라도 “실제로 보니 예뻐요” 하는 사람들의 말에도 저는 쑥스럽기 그지없어요. 제가 예쁘다고 생각한 적이 단 한 번도 없거든요. 관심, 질타, 이슈, 손가락질…. 이 모든 것을 받아들이려고 노력 중입니다.
 

인터넷 기사나 네티즌의 비난 댓글을 보기도 하나요?
친동생이 인터넷을 아예 못 보게 하더라고요. 행여 제가 안 좋은 선택을 할까 봐 배려해주는 것이지요. 그 마음이 고마워 확인하지 않고 있었는데, 그럴수록 궁금해지더라고요. 사실 저는 이번뿐 아니라 몇 번의 힘든 사건을 겪을 때마다 인터넷 뉴스에 달린 댓글을 모두 찾아보는 스타일이에요. 결국 상처를 받지만 보게 되더라고요.

기분이 어땠나요?
매듭을 하나씩 풀다 보면 어느 시점에서 꽉 묶인 매듭이 스르르 풀리지 않을까 싶어요. 사실관계가 확인되면 오해가 상당수 풀릴 거라 믿어요. 대중이 저에 대해 갖고 있는 선입견이 단단하다면, 물론 시간이 걸리지만 그 역시도 제가 앞으로 살아가면서 풀어갈 문제라고 생각해요.

본인이 출연한 <리얼스토리 눈>을 봤나요? 이후 여론이 더 안 좋아졌어요. 뭐랄까, 방송에서 보인 모습이 자연스럽지 못했고, 어떤 부분에서는 진심이 보이지 않았어요.
사실 저, 못 봤어요. 동생이 보지 말라고 극구 말리더라고요. 지인들에게 물어보니 현장의 상황과는 달리 편집이 많이 돼 오해를 살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하더군요. 예전에 <힐링캠프>나 <무릎팍도사>에 출연했을 때 아이 이야기를 하는 부분에서 눈물을 흘렸는데, 그 모습이 시청자에게 큰 인상을 남긴 것 같아요. 그래서 <리얼스토리 눈>을 촬영할 때 제 딴에는 조금이라도 동정을 호소하는 듯한 느낌을 빼려고 담담하게 임했어요. ‘동정표 받으려고 하는 것 아니야?’ 이런 오해를 받을까 봐 걱정되었거든요. 제 생각이 짧았다면, 그것 역시 제가 배우고 다듬어야 할 숙제인 것 같아요.

아마도 이 상황에서 신은경씨 편에 서서 이야기해주는 사람이 없기에 대중의 시선이 더 차가운 것 같아요.
동료 연예인 몇 분이 저를 위해 나서주시겠다고 했지만 제가 거절했어요.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잖아요. 굳이 그러고 싶지 않았어요. 저로 인해 파생된 문제들이니, 어떤 누가 나서도 저를 도울 수 없다고 생각해요.

전전 소속사가 “신은경의 집에는 매니저랑 고양이 방은 있지만 아이 방은 없다”고 했어요. 또한 집에 매니저 방이 있다고 말해 다른 논란도 부추겼는데, 사실인가요?

채무 관계 때문에 제 명의로 집을 살 수가 없어 로드 매니저가 명의를 빌려줬어요. 그 집에서 엄마와 제가 둘이 살았는데, 매니저 방이 있다니요? 거짓말입니다. 고양이를 키우면서 아이는 시어머니한테 맡겼다고 모정이 없다고 하시는데, 모정이 없는 냉혈한이 고양이는 어떻게 키우겠어요?

1억원이 넘는 호화 의상 쇼핑도 논란이 됐어요.
개인 옷을 구입한 게 아니라 드라마 의상을 구입하러 간 것이었어요. 결제가 늦어진 건 드라마 방영 여부가 불투명했기 때문이고요. 드라마가 불발된 뒤에는 의상과 함께 환불이 되지 않아서 4천만원을 돌려드렸어요. 1억 2천만원이라는 금액도 서너 차례 이상 구매한 것이 합쳐진 비용입니다. 부분적으로 결제한 부분도 있고요.

돈을 내지도 않았는데 옷을 먼저 준다는 게 선뜻 이해가 가진 않아요.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죠. 백화점에서 일하는 분이 저를 잘 알고 있고 또 팬이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믿고 옷을 내어주신 것 같아요. 저는 직원분이 본인의 돈으로 부족한 부분을 메웠는지 여부는 전혀 알지 못했어요. 다만 그 일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고 다른 곳으로 옮기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죄송한 마음이 들었지요.

평상시 돈 씀씀이가 큰 편인가요?
저도 여자이고, 더구나 남들에게 보이는 직업을 가진 사람인데, 옷을 좋아하고 또 예쁘게 보이고 싶은 마음이 왜 없겠어요? 그래서 한때는 비싼 옷을 구입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명품에만 집착한 건 아니에요. 자라, H&M 등 SPA 브랜드도 즐겨 찾아요. 한번은 강남역 ‘자라’ 매장에서 쇼핑을 한 적이 있는데, 인터넷 댓글에 “신은경을 강남역 자라 매장에서 보고 놀랐다”라는 글이 올라온 거예요. 아직 철이 없어서인지 은근히 눈치가 보이더라고요. 초라하게 남을 의식하는 거죠. 이제는 저가의 옷으로도 비싸게 보이는 방법을 알아서 옷으로 사치하지 않아요.

수입 관리는 직접 하나요?

한 번도 직접 해본 적이 없어요. 어렸을 때는 부모님이, 이후에는 회사와 전남편이 해주었죠. 남자친구가 해준 적도 있어요. 아무것도 모른 채 산 거죠. 전 돈만 열심히 벌었어요. 밤새서 두 작품씩,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듯 정말 열심히 일했지요. 그럼에도 늘 마이너스였어요. 사람 관계에서 돈이 개입되면 늘 문제가 생기는 것 같아요. 이젠 제가 직접 해야겠죠. 어떤 변화가 있을지 궁금하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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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화 여행 논란도 있었어요.
지인 두 명을 포함해 세 명이 하와이 여행을 간 적이 있어요. 당시 드라마 겹치기 촬영이 막 끝난 터라 심신이 힘든 상황이었고, 다음 작품 들어가기 전에 쉬고 싶은 마음도 컸어요. 초인적인 스케줄로 몇 달을 지낸 뒤라 럭셔리까지는 아니지만 편히 쉬고 오고 싶었지요. 제 솔직한 마음이 그랬어요. 언론에 보도된
1억이라는 금액은, 세 명이 사용한 비용이에요. 물론 큰 금액이지만 오해한 부분이 분명히 있어요. 그 부분은 법적인 증거 자료가 있으니 모든 게 밝혀질 겁니다.

인터뷰 자리에 오기 전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 그녀와 함께 작업했던 동료들에게 물어봤더랬다. 어떤 이는 쿨하다, 어떤 이는 예의 바르다, 어떤 이는 주눅 들어 보인다, 어떤 이는 까칠하다고 말했다. 기자가 본 그녀는 자신감이 없어 보였다. 그녀에게 좀 더 다가가 봤다.

신은경이 생각하는 신은경은 어떤 사람인가요? 자신감이 없어 보이는 건 왜일까요?
낯선 질문이네요….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전 그냥 부지런한 사람이에요. 겁이 많고 생각이 많지요. 자신감요? 그러고 보니 늘 자신 없었어요. 그래서 참 열심히 일하며 살았어요. 뛰어난 사람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어 열심히 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더라고요. 전 다른 연기자들보다 특별히 예쁘지도, 집안이 좋지도, 연기를 잘하지도 않았거든요. 저를 시원시원하고 쿨한 이미지로 생각하는 분이 많은데, 실제로 저와 얘기해보면 어딘지 모르게 주눅 들어 보인다고 놀라는 분이 많아요. 저는 누구에게 전화를 걸 때도 열 번 정도 고민하고 결국 하지 못하는 스타일이에요. 상대가 일을 하느라 바쁜 건 아닌지, 뜸하다가 갑자기 전화하면 실례는 아닌지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돼요. 그래서 결국은 자신 없어 못해요…. 의외죠?

어렸을 때부터 소극적인 성격이었나요?
장녀와 누나로 책임감을 가지고 살았죠. 연년생 쌍둥이 남동생들 때문에 한 살 때 이후로는 엄마 품에 안긴 적이 없어요. 늘 엄마 품은 쌍둥이 남동생들의 차지였지요. 엄마 냄새가 그리웠는지 엄마의 스웨터에 유난히 집착했대요. 안 되겠다 싶어 엄마가 스웨터를 조각조각 잘라 제게 하나씩 주셨대요. 장녀라서 늘 셋이 같이 말썽을 피워도 제가 혼났어요. 열세 살 때부터 연예계 일을 하면서 물질적으로 집에 도움을 드렸고, 그래서인지 그게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늘 어깨에 짐을 지고 살았죠. 그래서 제겐 ‘여배우’라는 화려한 수식어가 낯설고 연기하는 사람, 연기자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는 느낌이 더 와 닿아요. 왜 그리 무게감을 느끼며 저를 억누르며 살았는지 몰라요.

어느 인터뷰에서 사는 게 힘들어 술을 마시기 시작했고 그 순간만큼은 고통스럽지 않았다는 내용을 읽은 적이 있어요.
저는 강박감과 공포심이 커요. 그래서 멍하니 혼자 술을 마시기 시작했는데, 어느 날 안되겠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지난 8년간 금주했고 종교를 가졌지요. 작년부터 금주를 조금씩 해제했어요. 조금이라도 절 놓아주고 싶었거든요. 뭐가 그리 힘들었냐고요? 전 소속사에 들어가기 전에는 제가 열심히 일하지 않아서 제 인생이 박복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전 소속사에 들어간 뒤엔 정말 열심히 일했어요. 딱 5년만 미친 듯이 앞만 보고 일해보자고 스스로 마음을 잡았거든요. 정말 닥치는 대로 일했는데, 제 삶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어요. 결국 지치더라고요. 어느 날 문득 영원히 이렇게 빚만 갚으며 사는 건 아닐까 하는 공포감이 들었어요. 재작년부터 강박증이 심해서 정신과에 가서 치료를 받았어요. 공황장애가 다시 시작된 거죠.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나요?
가식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연기로 풀어요. 어쩌면 유일하게 푸는 방법일지도 몰라요. 언젠가부터 그런 생각을 했어요. 사람은 배신을 해도 일은 저를 배신하지 않는다고. 그래서 언제나 모든 걸 쏟아 부어 일했어요. 집착하듯 연기를 해왔지요. 쉴 때는 주로 집에서 지내요. 스트레스 풀러 밖으로도 나가 봤는데 스트레스가 더 쌓여 들어오는 경우가 있었거든요. 그냥 혼자 집에서 쉬는 게 익숙해요. 가장 편해요.

평탄치 않은 삶과 독한 캐릭터 때문일까요?
인간 신은경도 독해 보인다는 사람이 있어요. 음, 오히려 전 제가 물러 터져서 이런 일들이 생기는 것 같아요. 똑똑하지 못해서, 약지 못해서 상처를 주고 상처를 받고, 그 모든 제 인생의 치부가 만인에게 공개되는 것 같은…. 강인한 배역을 연기하다 보면 실제로 그 여자와 닮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적도 있어요. 그리고 독한 인물도 알고 보면 상황이 그렇게 만든 거겠죠. 제가 대중에게 그렇게 보이듯이….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을 때는 언제인가요?
아버지가 건축업을 하셨는데 사업의 기복이 컸어요. 상황이 어려울 때는 온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 살기도 했고 채권자들이 들이닥친 기억도 있지요. 그때는 그게 너무 무섭고 기억하기 싫은 일이었는데 이혼으로 너무 힘들었던 시기에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조금은 억지 같지만, 지금 힘든 이 상황을 버텨내기 위해 삶이 내게 미리 연습을 시켜줬던 건 아닐까. 그렇게 합리화했어요. 지금도 사실 너무 힘들어요. 힘들지 않은 척하려고 애쓰지만 사는 게 사는 것이 아니죠. 하지만 이혼한 시기에 느꼈던 아픔만큼은 아니에요. 그런 걸 보면 아직 제게 할 일이 남아 있는 것 같아요.

외롭지는 않느냐고 물었다. 외로워 보여서 던진 질문이었다. “외롭지 않아요. 아주 어렸을 때부터 남동생들과 함께 지냈고, 지금도 가족과 늘 함께 있으니까요.” 그럼에도 외로워 보였다. 사무치게 외로워 보였다.

사랑에 대한 생각도 듣고 싶네요. 다시 사랑, 하셔야죠?
음, 지금 심정 같아선 앞으로 사랑할 일이 없을 것 같지만 사람 일은 또 모르는 거니까요. 지금은 모든 게 두렵습니다. 뭐랄까, 재물복은 있지만 인복이 없었던 것 같아요. 저 어떻게 하면 될까요?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겠지만….

가장 힘든 게 뭔가요?
한때 모든 것을 공유했던 사람들과 대치하게 된 이 상황이 너무 힘들어요. 제가 인간관계의 폭이 넓지 않아요. 소수의 사람과 깊게 사귀는 스타일이에요. 당시엔 그들이 제 전부였고, 제 사람이었어요. 왜 그들과 좋았던 순간이 없겠어요? 매일, 온종일 붙어 있고 모든 것을 공유하는 사이인데요. 제 돈 관리를 해주는 사람인데 그런 믿음 없이 가능할까요? 그래서 힘들어요. 무슨 죄를 짓고 살았기에 한때 사랑했던 사람들과 이런 일이 일어날까요?

 

이 모든 논란에서 도망가고 싶은 적은 없나요?
혼자라면 겁을 먹고 도망갔을 거예요. ‘시간이 지나면 되겠지’라고 스스로에게 말하면서 숨어 있었겠죠. 근데 전 혼자가 아니잖아요. 엄마이자 딸이에요. 무책임했다면 이렇게 인터뷰도 하지 않았을 거예요.

밝은 이야기로 돌려볼게요.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기는 언제예요?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요즘이에요. 가족들이 나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다시 한 번 알게 됐거든요. 동시에 가장 힘든 때도 요즘이에요.

되돌아보면 여자 신은경의 삶은 어땠나요?
‘여자’라는 프레임으로 저를 바라본 적이 없어요. 어딘가에 기대어 살 마음을 가져본 적이 없고, 제가 늘 주변을 챙겨야 했지요. 그래서 여자라는 수식어가 낯설어요. 제가 올해 만으로 마흔넷이 됐어요. 배우로는 32년을 살았고요. 이 나이까지 인간 신은경의 삶은 여러 번 롤러코스터를 탔지만, 배우 신은경은 무책임한 적이 없었다고 말씀드릴 수 있어요. 배우로서의 모습만큼 인간이자 엄마로서의 신은경도 좀 믿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오늘 인터뷰, 진심으로 임했나요?
네.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임했어요.

하고 싶은 말이 더 있나요?
봄에는…, 봄에는 좀 더 좋은 모습으로 기자님과 만나 밝은 이야기를 하고 예쁜 사진을 찍었으면 좋겠네요. 제 바람입니다.

그제야 자연스럽게 웃었다. 책임져야 할 것이 있다면 피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녀의 마흔세 번째 겨울은 혹독하기만 하다.
 

CREDIT INFO

취재
하은정·정지혜 기자
사진
신빛, 박원민
헤어·메이크업
이희 hair&makeup
스타일리스트
이주희
2016년 01월

2016년 01월

취재
하은정·정지혜 기자
사진
신빛, 박원민
헤어·메이크업
이희 hair&makeup
스타일리스트
이주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