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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정말 예뻤다

요즘 연예계는 황정음으로 시작해 황정음으로 끝난다. 아무리 망가져도 예쁜 황정음과의 유쾌한 수다.

On December 14,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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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를 즐겨 본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안방극장에서 황정음의 퇴장이 누구보다 아쉽다. 잡지사에서 일하는 그녀의 열정적인 모습은 기자의 초심을 되돌아보게 했고, 박서준과의 좌충우돌 로맨스는 메마른 연애 세포를 깨웠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기승전 황정음’ 신드롬을 양산할 정도로 성숙해진 연기가 압권이었다. 그녀와 함께 웃고 울었던 지난 시간을 기억에 묻어야 한다는 게 못내 아쉬워지는 어느 날 황정음을 만났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황정음은 예뻤다. 핏 좋은 바지에 몸매가 드러나는 티셔츠, 똑 떨어지는 단발머리는 한 번쯤 따라 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길 정도로 완벽했고, 쏟아지는 질문에 성심성의껏 대답하는 애티튜드는 <그녀는 예뻤다> 속 김혜진이 튀어나온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사랑스러웠다. “잠을 못 자서 피부가 상했다”며 앙탈을 부리는 모습이 결코 밉지 않았다. 여자가 봐도 반할 정도로 예쁜 황정음이다.
“방송 초반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했던 드라마가 점점 많은 사랑을 받게 돼어 감사해요. 하루에 한 시간밖에 못 잘 정도로 힘든 촬영이었는데 사고 없이 무사히 마친 것도 좋고요. 마지막 방송을 보는데 제가 연기한 혜진이가 너무 사랑스러워 보내고 싶지 않더라고요. 언제 또 이런 작품을 만날 수 있을까 싶어 아쉬워요.”

황정음에게 <그녀는 예뻤다>는 또 한 번의 도전이었다. <킬미, 힐미>가 끝난 후 조금의 휴식도 없이 들어간 드라마 작업. 지난 몇 년간 쉴 틈 없이 달려왔기에 숨 고르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던 그녀를 이끈 건 다름 아닌 소속사 대표였고, <지붕뚫고 하이킥>에서 만난 조성희 작가에 대한 믿음이었다.

“당분간 쉬고 싶다는 생각이 많았어요. ‘1년은 아무것도 안 하고 쉴 거야!’라고 다짐했었는데 또 했네요.(웃음) <지붕뚫고 하이킥>이 남긴 가벼운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싶어 로맨틱 코미디는 피해왔기 때문에 출연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이제 겨우 코믹한 이미지에서 벗어났는데 또 해도 될까’라는 생각이 컸죠. 조성희 작가님에 대한 믿음이 없었다면 아마 김혜진이라는 캐릭터를 만나지 못했을 거예요. 결론적으로 저를 선택해주신 작가님과 출연을 독려해주신 소속사 대표님께 감사해요.”

황정음은 인터뷰 내내 드라마 흥행의 공을 모두 조성희 작가와 정대윤 감독에게 돌렸다. <자이언트> <내 마음이 들리니> <비밀> <킬미, 힐미>까지 출연하는 작품마다 최고 시청률을 만들어내며 ‘시청률 제조기’라는 수식어를 얻었음에도 자만하지 않는 모습이 예뻐 보였다. 4.3%라는 저조한 시청률과 맞닥뜨렸을 때 눈물을 펑펑 흘렸다는 조성희 작가와는 다르게 황정음은 작가와 연출자, 선배 배우라는 ‘어벤져스 군단’이 있으니 걱정 없었단다.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는 벼처럼 겸손한 자세는 그녀가 지닌 최고의 무기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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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 작가님 특유의 유머 코드 때문에 정말 크게 웃었어요. 빵 터지는 대본과 감독님의 열정을 알기 때문에 드라마가 잘될 거라는 믿음이 생겼죠. 시청률에 연연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평소에도 ‘현장을 즐기자’는 긍정적인 마인드로 임하는데, 황석정 선배님과 신동미·박충선·이일화 선배님 등 쟁쟁한 선배님이 버팀목처럼 있어줬기 때문에 더욱 걱정이 안 되었던 것 같아요. 작품이라는 건 한 명만 잘해서 되는 게 아니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기에 대본, 연출, 배우들의 팀워크에 더 신경을 썼어요. 화기애애한 현장 분위기를 만들어주신 감독님과 선배님들께 가장 감사해요.”

폭탄 머리에 홍조 가득한 볼, 거기에 짜장면 국물이 튄 듯 지저분한 주근깨까지. 황정음이 연기한 김혜진은 ‘못난이’의 전형이다. 뚱뚱하고 못생겼으며 성격까지 거침없다. 황정음은 음식도 우걱우걱 먹어야 했고, 맨몸으로 수영장에도 빠져야 했으며 몸에 맞지 않는 품이 큰 의상으로 패션 테러리스트가 되어야 했다. 아름다움이 생명과도 같은 여배우로서는 결코 쉽지 않은 결단이었다.

“처음 캐릭터 시안을 보내주셨는데 어마어마하더라고요. 제가 생각한 것보다 더 망가져야 한다는 사실에 놀랐고, ‘시청자들이 못생긴 저를 외면하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이 앞섰죠. 어떤 감독님은 저보고 ‘마이콜 같다’고 하는 거예요. 충격적이었어요. 하루라도 빨리 예쁜 김혜진으로 변신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제 착각이었다는 걸 알았어요. ‘뽀글머리’와 주근깨는 연기를 잘하는 것으로 보이게 하는 하나의 장치였는데 말예요.(웃음) 시간적 여유가 없어 작가님의 의도를 다 보여드리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워요. 더 망가졌으면 어땠을까요?”

황정음은 드라마 속 김혜진을 사랑했다. 작품 속 캐릭터를 아끼고 사랑하니 완벽한 연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기자는 분명히 봤다.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하는 그녀의 눈에서 반짝이는 무언가를. “제가 연기한 인물이라 하는 말이 아니고요. 김혜진은 제가 봐도 정말 매력적이에요.(웃음) ‘예쁘다’는 건 얼굴이 예쁘다고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못생겼는데도 예쁠 수 있는 건 분명 ‘매력’이 있기 때문이거든요. 실제 저와는 닮은 구석이 하나도 없죠. 그냥 밝다는 거 빼고는요.”

그녀의 파격 변신만큼 화제가 됐던 건 <킬미, 힐미> 이후 다시 만난 박서준과의 ‘케미’였다. 마치 만담을 나누듯 주거니 받거니 하며 장면을 즐기는 두 사람의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엄마 미소를 짓게 했고, 실제라고 해도 믿을 법한 알콩달콩한 로맨스는 안방극장에 달달한 향기를 풍겼다. 두 사람의 로맨스를 보고 웃지 않을 사람은 없었다. “박서준씨에게 고마워요. 제가 ‘쿵’ 하면 ‘짝’ 하고 반응해주었기 때문에 연기하는 재미가 있었어요. 눈치도 빠르고 센스가 엄청난 배우라 지난 3개월 동안 가장 많이 의지했죠. 마지막 촬영이 끝나고 나서 서준씨가 ‘내가 연기적으로 잘 못하는 부분을 채워줘서 고맙다’고 말하더라고요. 그런데 오히려 제가 감사해요. 저를 빛나게 해주었으니까요.”

박서준과의 로맨스가 잠든 연애 세포를 깨웠다면, 최시원과의 호흡은 삭막한 생활에 한 줄기 웃음을 선사했다. 황정음과 최시원의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연기는 센세이셔널했고, 둘의 러브 라인을 응원하는 시청자도 늘어났다. “최시원씨와의 연기는 거침이 없었어요. 함께 연기하면서 행복하고 즐거웠던 밝은 에너지가 텔레비전을 통해 안방극장으로 전해진 것 같아서 좋아요. 시원씨와의 연기를 통해 현장의 분위기가 작품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연기하는 게 정답이라는 걸 느꼈어요. 결론은 박서준씨와 최시원씨, 멋있는 두 남자 사이에서 연기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는 거예요.(웃음)”

 

그룹 ‘슈가’의 멤버였지만 아유미의 그늘에 가려 늘 정상을 올려다봐야만 했던 황정음이 이제는 작품을 이끄는 주연배우로, 시청률을 책임지는 주역으로 자리매김했다. 무명의 설움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일까? 그녀는 마음껏 연기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제는 욕심을 더 부려보려고 한단다.

“처음 연기를 시작할 때는 아무 생각이 없었어요.(웃음) 회사에서 오디션 보라고 하면 봤고, 감독님이 캐스팅해주시면 연기했죠. 욕심이 별로 없었는데 <지붕뚫고 하이킥>을 만나면서 연기의 재미를 느꼈고, 인기를 얻으면서 누리게 된 많은 것 때문에 ‘아 연예인이 좋은 직업이구나’라고 깨달았어요. 연예인은 수많은 상황에 놓이고 이 상황을 혼자서 헤쳐 나가야 하는데, 저도 로봇 연기를 하던 시절부터 그런 과정을 겪었잖아요. 연기할 수 있음에 감사하면서 열심히 하려고 하다 보니까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사실 저는 완벽주의자는 아니에요. 다만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생겨 지금의 제가 된 거죠.”

2006년 SBS 드라마 <루루공주>를 통해 연기자의 길에 입성한 그녀. 이후 매년 브라운관에 얼굴을 비췄고 종종 영화에도 출연했다. 실제 성격을 백분 보여줄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에서 자신의 매력을 어필하다가도 <비밀>과 같은 정통 멜로드라마에서 세밀한 감정 연기를 펼치며 연기파 배우의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제는 믿고 보는 배우가 됐는데도 연기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황정음은 노력형 배우다.

“저는 아직 연기 수업을 받아요. <비밀> 출연 이후에 만난 선생님이 있는데 연기적으로 고민이 있을 때면 늘 찾아가서 배우곤 하죠. 대본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하면 연기를 하지 못하는 성격이라 선생님의 도움이 절실할 때가 많아요. 지금은 친한 친구처럼 많이 의지가 되는 사이예요.”

작품 선택에 있어서도 지인들의 도움을 받는 편이다. 쏟아지는 섭외 요청에 작품을 보는 눈이 객관적이지 못한 이유도 있지만 숱한 고민 끝에 캐스팅 제안을 했을 감독들의 열정을 허투루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배역의 변화에 대해 어떤 계획이 있는 건 아니지만 ‘내가 연기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기 때문에 캐스팅 제안을 받으면 친한 지인들과 상의하는 편이에요. 제작사 사람들부터 숱한 관계자들이 머리를 모아 저를 캐스팅하고자 하는 걸 텐데 못 하면 안 되잖아요. 대신 ‘누가 캐스팅됐더라’라는 말들에는 신경 쓰지 않아요. ‘내 몫만 잘하면 돼’라는 생각이죠.”

대세 배우가 된 그녀의 어깨에 예전에는 없었던 부담이 올라앉았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부담이 주는 무게는 인기와 함께 누려야 하는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잘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압박하다 보면 어색한 행동이 나오더라고요. 최대한 부담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러려고 해요. 사람이 잘될 때가 있으면 미끄러질 때도 있는데 혹시 실패하더라도 변함없이 이대로만 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다만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어요. 대중은 늘 신선하고 새로운 걸 원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물었다. 본인에게 가장 잘 맞는 옷은 뭐라고 생각하느냐고. “<지붕뚫고 하이킥>이나 <그녀는 예뻤다>에서의 연기는 제가 가장 편하게 할 수 있는 연기예요. 하지만 제가 원하는 건 <비밀>의 강유정 같은 캐릭터죠. 왜 그런지 모르지만 이상하게 로맨틱 코미디 장르는 연기를 하면서 완벽한 행복감이 느껴지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강유정은 저도 몰랐던 저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됐어요. ‘나한테 이런 모습이 있어?’ ‘내가 우는 연기를 잘하다니!’ 하면서 깜짝 놀랐어요. 그런 재발견이 배우에겐 재미있는 경험이죠.”

황정음은 스스로를 누구보다 잘 안다. 솔직하게 이야기할 때가 가장 매력적이라는 걸 아는 그녀는 인터뷰 내내 거침없었다. 꾸밈없이 말하려 했고, 그러다 보니 터져 나오는 엉뚱한 발언에 머쓱해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모습은 사랑스러웠다. 연말 시상식을 앞두고 대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것에 대해 “마냥 좋다”며 웃는 황정음. 그녀는 사람을 끌어당기는 강력한 힘을 지닌 게 분명했다. ‘스스로가 가장 예뻐 보일 때는 언제인가’라는 질문에도 그녀는 톡톡 튀는 답을 했다.

“지금요! 얼굴이 예뻐서가 아니라 상황이 예쁜 것 같아요. 그동안 연기를 잘하고 싶어서 열심히 해왔고, 좋은 작품과 좋은 배우들을 만나서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으니까 저는 지금이 가장 예쁘고 좋은 때인 것 같아요.” 단언컨대 그녀는 우리나라 여배우 중 가장 유쾌한 성격의 소유자다. 무거운 분위기를 밝게 환기할 줄 아는 배우. ‘연기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게 무엇이냐’는 다소 무거운 질문에는 4차원적 대답으로 기자의 웃음보를 터뜨렸다.

“저는 어릴 때부터 친구들이 매일 ‘쟤 왜 저래? 뭐 잘못 먹었어?’라고 할 정도로 유별나게 자신감이 넘쳤어요. 제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건 이상한 생각하지 않고 예쁜 생각만 하며 자신감있게 사는 거예요. 그리고 무엇보다 연기가 가장 중요하죠. 배우가 연기를 못하면 우리가 흔히 하는 말로 ‘병신’ 같잖아요.(웃음)” 서른세 살을 앞두고 있는 황정음. <킬미, 힐미>부터 <그녀는 예뻤다>까지 연속 흥행 홈런을 날린 그녀의 내년에는 또 어떤 버라이어티한 에피소드가 펼쳐질까? “2016년 운세를 봤어요. 해외 운이 되게 좋대요. 그래서 외국 작품에 출연하는 걸 기대하는 중이에요.(웃음)”

CREDIT INFO

취재
이예지
사진
이진하
2015년 12월호

2015년 12월호

취재
이예지
사진
이진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