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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애연의 엄마 이력서

도시적 외모와 화끈한 성격의 소유자 정애연이 호기심 많은 아들 김성은군과 유쾌한 나들이에 나섰다.

On November 01, 2015

뜨거운 볕이 성질을 거두고 따사로워지기 시작한 9월의 어느 날 정애연을 만났다. 그녀는 모델로 먼저 활동하다가 2003년 영화 <여섯 개의 시선>을 통해 연기자로 전향한 개성파 여배우.

<아홉살 인생> <킬링타임> <홀리> 등을 거쳐 최근에는 <헬머니>에도 출연했다. 드라마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에서 유부남과 사랑에 빠진 여인을 연기하면서 안방극장에 진한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시원시원한 웃음이 매력적인 그녀 곁에는 궁금한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많은 여섯 살배기 아들 김성은군이 있었다. 쏙 빼닮은 아들이 “엄마~” 하고 부를 때 세상 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미소를 짓던 그녀. 영락없는 ‘아들 바보’다. 모델 출신 엄마와 연기파 배우 아빠를 닮아서일까, 김성은군의 포즈는 프로 이상이었다. 엄마의 포즈를 직접 잡아주는가 하면, 의상 체크까지 꼼꼼히했다. ‘꺄르르’ 거리는 아이의 웃음소리에 현장은 금세 온기로 가득 찼다.

“아이가 워낙 활발한 성격이라 걱정되는 마음에 미리 포즈 연습을 시킨 게 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2년 전 가족 화보를 찍었던 경험도 있고요. 아들이 더 잘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인데, 너무 욕심이 큰가요?”


“웃으면 자꾸 손이 브이(V)가 돼요”라는 아들의 말에 킥킥대는 정애연. 아들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에는 사랑 그 이상의 것이 담겨 있었다.

“성은이는 유치원에서도 인기가 많아요. 친화력이 있어서 친구들과 사이가 좋은 것 같더라고요. 때로는 너무 장난이 심한 게 아닌가 싶어 걱정스럽기도 하지만 주변 학부모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활발한 성은이의 성격이 장점인 것 같기도 해요. 한창 호기심이 왕성하고 개구쟁이 짓을 할 나이라는 걸 인정하려고요.(웃음)”

정애연의 육아 원칙은 하나다. 예의 바른 사람으로 키우고자 하는 것. 살고 있는 아파트의 주민을 만날 때면 그게 누구라도 고개 숙여 인사하게 하고, 음식을 다 먹을 때까지는 앉은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는 식사 예절을 중요시한다고. 똑 부러지는 성격의 그녀는 육아도 프로급이다.

“육아와 교육에 대해 주변 지인들에게 조언을 많이 구해요. 아들딸을 정말 훌륭하게 키우신 부부가 있어요. 어떻게 교육했느냐고 물어보니 어렸을 때부터 식사 예절을 중요하게 가르쳤다고 하더라고요. 그때부터 저도 스파르타식으로 예절 교육을 시키죠. 아직까지는 엄마 말을 잘 듣는 아들이라서 다행이에요.”

갑작스러운 임신과 결혼으로 육아에 대해선 문외한이었던 정애연의 육아 선생님은 선배 배우와 가까운 지인들이다. 아이가 아플 땐 어떻게 해야 하는지, 유치원은 몇 살에 보내야 하는지, 앞으로 어떤 교육 방침을 세워야 하는지 등 아무것도 모르는 ‘부족한’ 엄마였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내려앉는단다.

“저는 정말 부족한 엄마였어요. 둘째를 낳는다면 더 잘 키울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땐 아이를 왜 그렇게 키웠는지 모르겠어요. 그저 전전긍긍, 노심초사하기만 하고 딱히 해결책은 없었죠. 이런 엄마인데도 건강하고 밝게 잘 자라준 아들에게 감사할 따름이에요.”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아들이지만 종종 찾아오는 힘든 순간에 괴로웠던 적도 있었다. 줄 수 있는 사랑을 모두 주고, 할 수 있는 노력은 다 했다고 생각하는데도 아이의 부족한 점을 발견할 때마다 가슴이 무너졌다. 모든 게 ‘부족한’ 자기 탓인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어려서 애착 관계가 형성되어야 할 때 일을 다시 시작하면서 옆에 있어주지 못한 게 혹시라도 아이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까 봐 걱정이에요. 유아기의 ‘결핍’은 결혼 후에야 나타난다는데 혹여 성인이 되었을때 부족한 점이 발견 되지는 않을까 걱정돼요. 얼마 전 유치원에 들어갔는데, 처음으로 하는 사회생활에서 뒤처지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도 있고요.”

훌륭한 엄마가 되어야 한다는 부담감 역시 그녀를 긴장하게 했다. 아들에게 본보기가 되기 위해 늘 공부했고, 고민했다. 세상 모든 부모가 같은 마음이 아닐까? 그녀는 아들의 행복을 위해 스스로 행복해지기로 했다.

“육아를 고민하고 있을 때 누군가가 ‘엄마의 감정은 쓰레기통’이라고 말해주었어요. 정확한 의미는 잘 모르지만 엄마가 행복한 감정으로 살아야 아이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래요. 남편 내조하랴, 살림하랴, 아이 키우랴, 일하랴…. 요즘 다들 슈퍼맘이라 마음에 여유가 없잖아요. 그러면 아이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고요. 예를 들어 남편과 싸운 뒤 아이에게 짜증을 내곤 하는데, 마음에 여유가 있고 평온하면 아이에게 좋은 말만 하게 되잖아요. 그래서 저 스스로 행복한 엄마가 되기로 했어요.”

알다시피 정애연은 배우 김진근의 아내다. 데뷔 초인 23살에 작품에서 만나 6년간의 열애 끝에 결혼했다. 시아버지는 고 김진규, 시어머니는 김보애다. 연기파 배우 남편과 대한민국 예술 문화를 이끌었던 시아버지, 이제는 원로 여배우가 된 시어머니까지, 손꼽히는 연예인 가족이다.

“결혼 전에 6년을 연애했는데 한 번도 안 싸웠어요. 나이 차가 15살이나 나는데도 세대차이 같은 건 전혀 느껴지지 않았죠. 연기를 배워야 하는 시기에 배울 점 많은 남편을 만났고, 그 때문에 저도 더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제 이십대 전부를 다 바친 사람이에요.”

불같은 사랑을 했던 정애연과 김진근은 연애할 당시 약속했다. “나보다 더 좋은 사람, 나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게 언제라도 이야기하자”라고. 상처받으면서 서로를 곁에 두지 말자고 다짐했다. 다행히 아직까지 그런 일은 없다며 특유의 화통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연애는 쿨하게 했어요. 다만 결혼하면서는 서로에게 책임감을 부여했죠. 저도 부모님이 이혼하는 상처가 있었기 때문에 아이를 낳으면 절대 헤어지지 말자고 약속했어요.”

그녀에게 남편 김진근은 영원한 친구이자 평생의 동반자, 인생의 멘토다. 진짜 연기는 ‘스스로 느꼈을 때’ 나오는 것임을 알려준 스승이었고, ‘엄마’라는 새로운 삶을 살게 해준 피앙세다.

“연기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죽어라 해도 안 되는 거예요. 죽기 살기로 하는데 감독님에게 매일 혼났죠. 혼자서 끙끙대고 있을 때 남편이 나타났어요. 자신이 강의하고 있는 ‘신필름 아카데미’에 강의를 들으러 오라고 하더라고요. 당시 매니저와 거의 두 달을 매일 다니면서 사랑이 시작됐죠. 그때를 생각하면 남편이 저한테 엄청나게 공을 들였던 것 같아요.”

정애연은 남편에게 사랑받는 아내가 되기 위해 하루도 빠짐 없이 자신을 가꾸고 있다. 여전히 완벽한 외모를 지녔음에도 운동을 비롯한 자기 관리를 소홀히 하지 않는다. 탄탄한 몸매와 도시적인 외모가 여성들의 부러움의 대상인데도 말이다. 꾸준히 작품활동을 하는 이유도 스스로에게 긴장감을 주기 위해서란다.

“우리나라 아내들의 적극적 사회생활을 응원해요. 남편에게 예쁘게 보이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스스로의 개발을 위해서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누구라도 집에만 있으면 퍼지게 마련인데 출근하려면 거울을 보고 예쁜 옷을 입어야 하잖아요. 그러면서 스스로에게는 활력이 생기고 남편에게는 긴장감이 생기죠. 남편들 역시 사회에서 인정받는 아내를 보면서 자랑스러워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그녀가 다시 무용복을 입은 이유도 마찬가지다. 폭풍 같은 20대가 지나가고 30대 중반을 살고 있는 그녀가 더 멋진 40대를 맞이하기 위한 준비인 것이다.  

 

“대학에서 무용을 전공했는데 그동안은 보여줄 기회가 별로 없었어요. 졸업한 지 10년이 넘어서 감각을 잊어버리기도 했고요. 최근에는 전공을 살려 필라테스 자격증에 도전했어요. 30대에 접어들면서 급격히 저하된 체력도 이유였지만 지금 이 시기를 더 뜻깊게 보낼 수 있는 게 무엇일지 고민하다 선택했죠. 댄스스포츠도 배웠고, 활동적인 운동을 많이 하고 있어요.”

도전과 성장을 멈추지 않는 그녀는 연기에 대한 욕심도 부렸다. 여자로서, 아내로서, 엄마로서 화목한 가정을 꾸렸으니 연기자로서도 인정받고 싶은 욕심인 게다.

“겉으로 보이는 제 이미지가 도시적이고 화려한가 봐요. 대중이 원하고 느끼는 이미지가 그렇다면 굳이 변신하고 싶지는 않아요. 다만 저만의 색깔이 묻어나는 작품을 만나고 싶고, 그런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은 마음이 크죠. 스무 살 때부터 도시적인 캐릭터를 연기했는데 그때 저와 지금의 저는 완전히 달라요. 스무 살 정애연이 풋풋했다면 서른네 살 정애연은 농익은 여자죠.”

그래서일까. 그녀는 결혼 후 줄곧 연극 무대에 섰다. 스스로를 다듬을 수 있는 기회였고 꽉 찬 정애연을 만들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해마다 한 작품씩은 꼭 해왔어요. 남편이 ‘연극을 해야 진짜 연기의 맛을 알 수 있다’고 조언했었는데, 그 말이 무슨 뜻인지를 알게 됐죠. 제 안에 또 다른 저로 채워가는 기분이랄까요. 예쁜 아내, 자랑스러운 엄마, 멋진 배우로 인정받고 싶어요.”

반나절을 함께 보내고 나니 비로소 그녀의 참모습을 볼 수 있었다. 텔레비전 속 ‘시크한’ 그녀가 이토록 소탈하고 유쾌할 줄이야. 시도 때도 없이 빵빵 터지는 통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동네 언니들이 저를 좋아하는 이유가 ‘연예인 같지 않아서’래요. 알고 보면 굉장히 털털한 성격이거든요. 저는 스스로 직업이 배우일 뿐 평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거리낌 없이 행동하려고 하죠.”

외모, 성격, 아들, 남편, 능력까지. 정애연은 다 가진 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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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취재
이예지 기자
사진
하지영(haphoto studio)
헤어&메이크업
박세진
스타일리스트
박희경
의상협찬
21드페이, 지니킴, 봉쁘앙, 닥터마틴, 아이잣컬렉션, 슈즈원
2015년 11월호

2015년 11월호

취재
이예지 기자
사진
하지영(haphoto studio)
헤어&메이크업
박세진
스타일리스트
박희경
의상협찬
21드페이, 지니킴, 봉쁘앙, 닥터마틴, 아이잣컬렉션, 슈즈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