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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드 <심야식당> 속 셰프

코바야시 카오루

일본 드라마 <심야식당>의 마스터로 잘 알려진 코바야시 카오루의 깊은 눈빛과 묵직한 목소리는 매력적이다. 맛있는 음식보다 더 맛있는 그와의 인터뷰.

On July 15, 2015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가 전국을 강타한 6월의 어느 날, 서울 한 호텔에서 마주한 코바야시 카오루는 드라마 <심야식당>에서 방금 튀어나온 듯 과묵하지만 강렬한 마스터의 모습 그대로였다. 그는 눈을 맞추며 이야기하기를 원했고, 혹여 자신의 감정과 의도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까봐 찬찬히, 그리고 곱씹어 말했다.

대화는 자연스레 메르스와 관련된 주제로 이어졌다. 카오루가 겁도 없이(?) 입국할 수 있었던 이유는 작품을 사랑해주는 한국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기 위함이었다. 지난 6년 동안 전 시즌에 출연하며 국민 드라마 반열에 올려놓은 <심야식당>은 그에게 ‘애정’ 그 이상의 작품이었다.

“일본은 자연재해로 인한 재난에 대한 대비가 철저한 나라예요. 메르스와 같은 전염병에도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어렸을 때부터 교육을 받죠. 그래서 한국 팬들을 만나러 오는 것도 전혀 두렵지 않았어요. 영화로 만든 <심야식당>을 하루라도 빨리 소개하고 싶은 마음이 가장 컸어요.”

만화 <심야식당>의 주인공은 카오루를 만나면서 무게를 얻었다. 점잖고 배려심 깊은 만화 캐릭터는 배우 카오루와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하며 일본 안방극장을 장악했고, 인기에 힘입어 영화로 탄생했다. ‘심야식당’의 마스터와 음식을 통해 치유받는 소시민의 모습을 그리면서 짧지만 강렬한 여운을 남긴 영화 <심야식당>.

원작이 한국에 상륙했을 때 대중은 열광했다. 잔잔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카오루의 눈빛 연기에 후한 점수를 주었고, 영화 속 맛깔난 음식을 사랑했다. 실제 서울 곳곳에는 <심야식당>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심야식당’이 탄생하기도 했다. 늦은 밤에만 문을 여는 영업 스타일과 간결한 메뉴, 손님의 말에 귀 기울이는 따뜻한 셰프의 모습이 작품 속 식당을 닮았다.

“<심야식당>의 인기에 대해서는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요. 상처받은 사람들이 치유받는 내용은 보편적이기 때문에 공감을 얻은 것 같아요. 감정이라는 건 국경을 뛰어넘어 공통적인 거니까요. 놀라운 건 세계 여러 나라 중 한국 시청자의 반응이 가장 뜨겁다는 거예요. 한국 팬들이 직접 자막을 넣은 영상이 유튜브에 공개되기도 했다고 하더라고요. 뮤지컬로도 만들어지고요. 한국 팬들에게 <심야식당>의 마음이 전해진 것 같아 뿌듯하고 감사해요.”

‘먹방’의 원조 격으로 불리는<심야식당>은 독자의 상상력과 침샘을 자극했다. 게다가 남성의 부엌 출입을 금기시하던 우리나라의 요리 문화를 바꿔 대중의 시각이 변하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에서 ‘먹방’이 얼마나 인기인지 느껴져요. 일본도 마찬가지로 요리 프로그램이 많아요. 다만 일본은 15년 전에 유행한 <요리의 달인>이라는 프로그램 이후 ‘먹방’ 열풍이 점차 사그라졌어요. 일류 요리사들이 대결을 펼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었는데 요즘에는 젊고 잘생긴 남자 스타가 자신의 집에서 요리 실력을 뽐내는 정도의 프로그램으로 바뀌었죠. 2000년대 초반을 기점으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어요.”

음식은 먹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맛집을 찾고 음식을 통해 사랑하는 사람과의 추억을 공유한다. 맛있는 음식을 보면 사랑하는 사람이 먼저 떠오르는 것, 카오루도 음식이 지닌 의미를 단순한 ‘식(食)’으로 정의하지 않았다.

“사랑하는 사람이 만들어준 음식을 먹을 때 느끼는 감동은 단순히 먹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니죠. 예를 들어 어머니가 해준 밥을 먹을 때는 영양 이상의 사랑을 느낄 수 있고, 내 자식을 위해 음식을 만드는 시간은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하죠. 저는 마음과 마음이 통할 수 있는 음식을 사랑해요.”

 


그래서 물었다. 일본 요리를 맛있게, 감동적으로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일본에는 맛있는 음식이 정말 많아요. 한국 음식처럼 강렬한 맛은 없지만 먹으면 먹을수록 빠져드는 매력이 있죠. 저는 수타 모밀국수를 추천해요. 편의점에서 파는 일반 모밀과는 확실히 다르거든요. 간장에 찍어 먹는 게 전부인데 그 맛을 ‘맛있다’고 느끼는 순간부터 일본 음식에 대한 맛의 세계가 매우 넓어질 거예요.”

문외한이었던 카오루가 요리에 눈뜨게 된 것도 <심야식당>에 출연하면서부터다. 6년 전, 운명적으로 만난 <심야식당>은 카오루의 인생을 180도 바꾸어놓았다.

“원래 요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었어요. 섬세하게 맛을 음미하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아무 음식이나 맛있게 잘 먹는 편이에요. 결혼 전에는 통조림 반찬을 그대로 밥에 올려 먹었을 정도로 주방과는 거리가 멀었죠. 그런데 <심야식당> 푸드스타일리스트 이이지마 나미씨를 만나면서 달라진 것 같아요. 재료를 볶거나 프라이팬을 흔들어 식재료를 뒤집는 장면 등을 제가 찍으면서 요리에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심야식당>은 저를 새로운 세계로 인도했어요.”

최근에는 아내를 위한 요리에 도전했다. 다름 아닌 계란말이. 작품에 종종 등장하는 음식인데 침이 꼴깍 넘어가는 비주얼을 자랑한다.

“촬영에 쓰였던 프라이팬을 집에 가져와 만들어주었는데 너무 맛있다며 온 동네 주민을 부르더라고요. 쑥스러웠지만 저를 자랑스러워하는 것 같아 좋았어요. 슈퍼마켓에서 반제품을 사 먹었던 제가 계란말이를 할 수 있게 됐다는 건 기적과도 같아요.”

소문난 애처가답다. 고된 촬영에 지친 심신을 아내와 대화를 나누며 쉰다고 한다.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도 아내와 수다를 떠는 것이라고.

“아내가 저에게 치유제이듯 영화에서 저는 음식으로 사람들을 위로해주는 역할을 해요. 하지만 실제로는 기술적인 것으로 사람들을 치유해줄 순 없다고 생각해요. 그냥 묵묵히 곁에 있어주는 게 가장 큰 위로가 아닐까요? 인생에서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의 순간이 언젠가는 꼭 오는데, 그때 따뜻한 눈과 마음으로 지켜봐주는 게 가장 큰 힘이 되더라고요. 그걸 치유나 위로라고 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상처받아 괴로워하는 친구에게는 어떤 말보다 따뜻한 눈빛이 더 위로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배우가 한 작품에 연달아 출연하는 데에는 이미지에 갇혀 연기 스펙트럼을 넓힐 수 없다는 부작용이 따른다. 6년 동안 드라마 <심야식당>을 지켰던 카오루가 영화에도 출연한다고 했을 때 사람들이 우려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다른 카오루를 보고자 했던 시청자의 바람이 통한 걸까. 카오루는 드라마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얼굴을 스크린에 담기 위해 고민했다.

“드라마에 이어 영화에도 출연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나 부담감은 전혀 없었어요. 부담을 갖지 않으려고 했다고 말하는 게 더 정확한 것 같아요. 드라마에서는 마스터의 미소나 눈빛을 담아낼 시간적 여유가 없었는데 영화에서는 자전거를 타고 경사진 길을 오르는 것과 같은 굉장히 일상적인 모습도 나오죠. 드라마에서는 보여주지 못하던 섬세하고 치밀한 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였어요. 손님들과 공유는 하지만 적당한 거리감을 두는 게 제 연기의 포인트입니다.”

카오루는 <심야식당>이 영화로 재탄생하기까지의 공을 마츠오카 조지 감독에게 돌렸다. 감독 특유의 스타일이 제대로 묻어난 작품이라고.

“30분씩 10부작, 시즌3까지 방송됐으니까 총 30부작 드라마 속 에피소드를 2시간짜리 영화로 풀어내기에는 분명히 한계가 있어요. 그래서 감독님이 다른 접근법을 시도한 것 같아요. 드라마는 30분 안에 모든 이야기를 풀어내야 했기에 기승전결이 짧았다면 영화는 시간적 여유가 있기 때문에 충분히 연구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중견 배우들이 입에 달고 살다시피 하는 ‘매너리즘’. 일본 대표 배우로서 한 작품에 계속 출연하면서 생길 수 있는 매너리즘은 없었을까?

“주로 하는 대사가 ‘어서 오십시오’ ‘음식 나왔습니다’예요. 매너리즘에 빠지기에는 대사가 너무 없죠.(웃음) 세트장에 촬영을 하러 가면 실제 식당 같은 분위기인데 세트가 주는 편안함, 다른 배우들의 연기, 또 화기애애한 현장 분위기 때문에 지금까지 어려움 없이 연기할 수 있었어요.”

아! 카오루도 싫은 소리를 할 때가 있다는 사실. 이른 새벽 일어나 졸린 눈을 비비며 현장으로 출근해야 할 때는 ‘내가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지?’라고 투정하는 마음이 생기고, 긴 대사를 한 번에 외워야 할 때도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싶단다. 종종 찾아오는 ‘귀차니즘’이 그를 괴롭히고 있는 셈이다.

“먼 곳으로 가 로케이션 촬영을 해야 할 때나 밤늦게까지 촬영할 때도 불만을 털어놔요. 저도 사람이니까요.(웃음)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런 작업들이 저를 충실하게 만들죠. 제가 선택한 직업이고, 제가 하지 않으면 결과도 얻을 수 없는 거죠. 저는 귀찮으면서도 특이한 제 직업을 사랑해요. 하루하루가 아주 재미있는 일의 연속이거든요.”

연기하는 카오루에게 어떤 사명감 같은 건 없다. 단지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아끼는 것, 다시 말해 뜨거운 ‘열정’이 그를 이끄는 원동력이다.

CREDIT INFO

취재
이예지 기자
사진
호호호비치
2015년 07월호

2015년 07월호

취재
이예지 기자
사진
호호호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