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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풍을 부탁해

세상에 전하고 싶은 말이 많은 남자. 만화도, 요리도 하나의 방식일 뿐이다.

On July 06, 2015


고백한다. 기자는 김풍의 초기작부터 최근작까지 모두 챙겨 본 팬이다. 그가 요리를 좋아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난데없이 예능 프로에 앞치마를 두르고 나타날 줄은 몰랐다. 뜨거운 반응을 얻으며 대세남으로 등극할 줄은 더더욱 몰랐다. ‘핫 가이’ 김풍이 인터뷰 장소로 성큼 들어섰다. 검은색 헐렁한 티셔츠에 검정 백팩이 수더분한 그의 성격을 보여준다. 큰 키와 듬직한 체구는 여자들이 좋아하기 딱 좋은 몸매다. 기자보다 훨씬 좋은 광채 피부까지. “실물이 낫다”는 칭찬에 몸 둘 바를 몰라 하는 의외의 매력까지 갖춘 남자다.

그는 여성지를 즐겨 보는 어머니 때문에 기자와의 만남이 기대됐다고 했다. <우먼센스>에 인터뷰가 나오면 어머니가 더 맘껏 자랑할 수 있으실 거라나. 그가 방송 활동으로 인기를 얻는 모습을 보며 가장 기뻐한 사람도 어머니란다.

“저희 어머니 진짜 최고예요. 언제나 제 편이시거든요. 아직도 결혼 안 한 손자에 대한 할머니의 거센 공격을 중간에서 다 막아주신다니까요. 아마 곧 미용실에 가시겠네요. 제가 나온 페이지를 펼쳐보셔야 하니까요.(웃음)”

이토록 쿨하면서 돈독한 모자라니! 고백하건데 김풍은 ‘만능’이었다. 포토그래퍼의 계속되는 요구에도 능수능란하게 포즈를 취할 뿐 아니라 재치 넘치는 아이디어까지 제공했다. “아이, 정말 이 포즈로 찍어야 돼요?” 하며 투덜거리다가도 카메라를 들이대면 언제 그랬냐는 듯 척척 해냈다. 익살스러운 그의 표정에 주변에선 웃음소리가 떠나질 않았다. 지나가는 행인들도 웃게 만드는 그의 포즈라니! 그의 행보가 심상치 않은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저, 연기 했잖아요. 8개월 정도 극단 생활을 했어요. 처음에 장항준 감독님한테 연기를 해보고 싶다고 말씀드렸어요. 저에게 진심인지 몇 번이고 물어보시고는 ‘연기를 제대로 하려면 극단에 가서 배워야 한다’며 강력 추천하시는 거예요. 사실 그 정도 열정은 아니었는데 내심 당황했어요.(웃음) 거기서 극단에 안 가겠다고 하면 모양새가 이상해질 것 같아 가기 시작했는데, 정말 많이 배우고 느낀 시간이었죠. 정해진 연습 시간에 관계없이 하루 종일 극단 식구들과 붙어 지내면서 돈독하게 정을 쌓았어요. 그렇게 친해지니 연기 호흡도 엄청 잘 맞더라고요. 8개월간 연습해 성극 무대에 올랐어요. 제가 맡은 배역이오? 단역까지는 아니고 주인공을 괴롭히는 못된 형 역할이었죠. 나중엔 영화도 찍었는데 <아바타>랑 같이 상영하는 바람에 망했어요.(웃음)”

 


그저 이야기 속에 녹아든 하나의 캐릭터로 살아보고 싶었다. 그래서 하던 일을 모두 멈추고 극단으로 들어갔다. 무모한 거 아니냐 하겠지만 김풍은 늘 그런 선택을 했다. 하고 싶으면 그냥 하고 보는 것. 그게 바로 김풍의 라이프스타일이었다.

“웹툰, 연기, 요리까지 그저 재미있다고 생각되는 걸 해온 것뿐이에요.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아 다 조금씩 해보다가 뭐 하나 걸리면 ‘좀 더 깊이 파볼까?’ 하는 거죠. 대중이 좋아하는 수준까지 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에요. 그 이상으로 파면 진짜 전문가가 되는 거고요. 제게 요리는 그저 취미예요. 전문 요리사가 되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이런 마인드가 오히려 요리하는 김풍의 매력을 배가시켰다.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그는 절박하지 않기에 오히려 만들고 싶은 요리를 뚝심 있게 밀고 나갔고 10연패 끝에 기어이 프로 요리사를 이겼다. “요리사가 생각할 수 없는 방법으로 접근한다”는 평가까지 받았다. 쿨한 마인드에 훈훈한 외모, 예능감까지 갖춘 그에게 애인이 없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특별히 누군가를 만날 필요성을 못 느껴요. 왜일까 생각해보니 저는 지금 제 생활을 굉장히 즐기고 있더라고요. 제 삶이 만족스러우니까 여자친구에 대한 갈증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아요. 이러다가 싱글의 아이콘이 되는 건 아닌지 몰라요.(웃음)”

끈덕지게 따져 물었다. 이렇게 매력적인데 대시하는 여자가 없다는 게 말이 안 된다며. 그는 이내 속내를 털어놨다. “저는 사람을 오랫동안 지켜본 후에 사귀는 스타일인데 요즘은 그럴 여건이 안 되거든요. 이상형인 외모나 성격은 없어요. 사람 성격의 ‘본질’이란 건 없다고 생각해요. 관계에 따라 다 달라지는 거 아닌가요? 아무리 못된 사람도 누군가를 좋아하면 그 사람에게만큼은 착해지는 것처럼 말이죠. ‘결국 남는 건 외모밖에 없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웃음) 요즘 생각한 건데 장점이 많지만 치명적인 단점을 가진 사람보다는 ‘이 정도 단점이면 감내할 만하다’ 싶은 사람이랑 만나야 오래 잘 살 수 있지 않을까요?”

사랑 때문에 에너지를 쏟아야 할 이유와 가치를 잘 모르겠다고 털어놓는 이 남자, 솔직해도 너무 솔직하다. 놀 만큼 놀아봤고 사랑할 만큼 사랑해본 그가 내린 결론이었다.

 


“어떤 사람을 내 사람으로 만들려고 하는 순간부터 욕심이 시작되잖아요. 꽃이 꺾이는 순간부터 시들기 시작하는 것처럼 말이죠. 어떤 한 사람을 좋아하게 된다면, 저는 굳이 관계를 진전시키지 않고 그 상태로 두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그러다 물론 그 사람이 딴 데로 가기도 하겠지만 다시 돌아올 수도 있잖아요.”

그는 인생과 사랑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수줍게 시선을 피하며 답하던 그가 이 대목에 이르러서는 막힘없이 이야기했다.

“사랑에 빠지면 모든 감정이 ‘극대화’되잖아요. 너무 행복해지고 그러다 너무 슬퍼지고, 에너지가 많이 들어가죠. 사랑하는 데 쓸 에너지를 작품을 만드는 데 쏟고 싶은 게 제 솔직한 심정이에요. 게다가 누군가를 ‘내 사람’으로 만든다는 건 큰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 일이잖아요. 나 하나도 제대로 건사하지 못하는데 그 책임을 질 수 있을지 잘 모르겠어요. 제가 너무 시니컬했나요?”

유쾌하고 익살스러운 줄만 알았던 김풍은 의외로 현실적이고 진지했다.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아왔지만 무작정 계산 없이 움직인 적은 없다는 그를 ‘멋진 형’이라고 동경하는 20대도 많다. 강연계에서는 이미 유명 인사다. 최근 연사로 참여한 ‘청춘 페스티벌’에서도 남자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청년들의 새로운 ‘롤 모델’이라고 말하니 고개를 돌린다.

“강연할 때 어쭙잖은 훈계 안 하려고 조심해요. 그냥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다’는 느낌으로 살아온 이야기만 조금 들려주는 정도죠. 개인적으로 ‘롤 모델’ ‘멘토링’ 같은 거 별로예요. 각자의 인생이 다른데 누가 누구에게 충고를 하겠어요?”

누구 하나 특별하지 않은 인생은 없지만 김풍의 인생은 뭔가 더 스펙터클할 것 같다.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겪었을 법한 그에게 인생 최대의 도전은 다름 아닌 ‘수능’이었다.

“가장 힘들었던 시간은 수험생 시절이에요. 대학에 꼭 가야겠다는 생각이 없으니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았죠. 3수 하니까 비로소 ‘나는 이렇게 공부해야 하는구나’라는 감이 왔어요. 그러면서 점수가 오르더라고요. 가끔 대학에 안 갔더라면 뭘 했을까 생각할 때도 있어요. 다시 생각해도 그때는 정말 힘들었거든요.”

 


중고등학교 때의 김풍은 말썽은 피우지 않았지만 공부도 하지 않는 학생이었다. 수업 시간에도 딱히 졸지는 않았지만 집중하지도 않았다. 다만 그림 그리는 것만은 좋아해 ‘나중에 동화작가나 하면 좋겠다’는 막연한 꿈을 가지고 있었다고.

“학교 다닐 때 선생님들을 소재로 스토리를 짜서 만화를 그렸거든요. 친구들이 제 공책을 가져가서 반별로 돌려보고 소감을 써서 보내줘요. 일종의 댓글이랄까? 그러면 저는 그 내용을 참고해 다시 그림을 그렸고요. 재수학원 다닐 때도 그렇게 만화는 꾸준히 그렸어요. 재수생들 사이에서도 제 만화가 꽤 인기 많았어요. 더 보고 싶다면서 얼른 그려달라고 다들 난리였죠.(웃음)”

대학생이 된 김풍은 공책 대신 인터넷에 만화를 올리기 시작했다. 그의 첫 번째 작품이 <폐인가족>이었다. 주말에 작품을 올렸는데 그다음 주 월요일에 그의 이름이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했단다. 이후 삶은 완전히 바뀌었다. 쏟아지는 인터뷰 요청과 CF 제안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고. 만화 같은 일이었다.

“<폐인가족>은 저 스스로 만화가라는 의식 없이 습작처럼 그린 것이었어요. 제가 열심히 노력해 얻은 결실이 아니라 그냥 운이 좋았던 거죠. 갑자기 너무 큰 관심을 받으니 당황할 수밖에 없었어요. 솔직히 우쭐한 마음도 컸고요. 대학교도 한 번에 못 오고 고생 많이 했는데, 이제야 보상을 받는구나 싶더라고요. 사람들이 알아볼까 봐 괜히 혼자 신경 쓰고, ‘연예인들처럼 우울증 걸리면 어떡하지?’라는 말도 안 되는 걱정도 했다니까요.(웃음)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끔 부끄러워질 때가 있어요.”

김풍은 그렇게 인터넷 세대를 상징하는 새로운 아이콘이 되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CF를 찍고 하고 싶었던 연기도 했다. 승승장구는 가속도가 붙었고, 하루아침에 스타가 됐다. 그런데 두려울 게 없던 그의 청춘은 갑자기 끝났다.

 


“다시 회사로 돌아갔는데 이미 제 역할은 사라지고 없었어요. 결국 그만뒀죠. 새로운 웹툰 작가들은 하루가 다르게 치고 올라오는데, 바뀐 트렌드에 맞춰 작품을 만들 의욕이 나지 않았어요. 문득 ‘이제 만화가 못 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김풍은 백수 생활을 선택했다. 또 한 번의 기회는 뜬금없는 곳에서 주어졌다. SNS를 통해 네티즌과 소통하길 즐겼던 그는 직접 만든 기상천외한 요리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그게 두 번째 기회를 가져올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4년 동안 백수로 살며 저렴하게 집에서 놀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다 보니 요리를 시작하게 된 거예요. 누구한테 음식을 해주는 것보다 나만의 메뉴를 개발하는 데 관심이 많았어요. ‘이런 재료로도 기성품 같은 맛을 낼 수 있구나’ 하는 깨달음이 엄청 짜릿하더라고요. 하나의 메뉴를 정복하면 또 다른 메뉴를 찾아 떠나고요.(웃음) 그러던 어느 날 올리브TV에서 연락이 왔어요. 만들고 싶은 거 아무거나 요리해보라고 하더라고요. 진짜 그래도 되느냐고 몇 번이나 확인한 끝에 출연하기로 했죠. 그래서 시작한 게 <만만한 레시피>라는 프로그램이었어요.”

치열한 장인들의 요리와 달리 부담 없이 놀면서 만드는 김풍의 요리는 색다른 매력으로 시청자들에게 다가갔다. 그가 현재 출연하는 예능만 4편. 바쁘지만 본업은 놓치지 않는다. 그는 현재 웹툰 <찌질의 역사>의 스토리 작가로 작업 중이다. 30대 남자 주인공이 자신의 철없던 과거를 회상하는 내용의 이 작품은 인터넷상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영화로도 만들어질 예정이란다. 축하를 건네니 생각보다 차분한 답이 돌아온다.

“현재로선 감독이 정해진 것뿐이에요. 송중기·조정석씨가 남자 주인공 물망에 올랐다고 하는데 아직 구체화된 것은 없어요. 한 남자가 추억을 회상하는 액자식 구성인 데다 여러 인물이 얽혀 있어 영화화하기 쉽지 않을 거예요. 시나리오 작업이 힘들겠지만 여건이 된다면 저도 꼭 참여하고 싶어요. <찌질의 역사>가 오프라인에서도 사랑받았으면 좋겠어요.”

 


‘요리하는 섹시한 남자’ 이미지로 상한가를 치지만 김풍은 스스로의 뿌리를 ‘작가’라고 규정한다. 이번에 직접 그림을 그리지 않고 스토리 작가를 맡은 이유도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에 집중하고 싶어서’다. 방송 활동과 강연 등 바쁜 그지만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것은 언제나 웹툰 작업이다. <찌질의 역사>는 유독 세세하게 손이 많이 가는 작품이라 신경 쓸 게 많았지만 연재 기간 내내 참 행복했단다.

“남자 주인공에 대한 묘사가 너무나 디테일해 제 이야기가 아니냐고 많이들 물어보시더라고요. 에피소드는 주변에서 들은 이야기에 상상력을 더한 거지만, 제가 20대 시절 느꼈던 감성이 당연히 반영될 수밖에 없죠.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쓴 옛날 글들을 보면서 철이 덜 들었던 ‘찌질한 감성’을 차용하기도 했고요.(웃음)”

김풍은 10월부터 다시 <찌질의 역사> 시즌 3를 연재한다. 아마도 작품의 마지막 시리즈가 될 것이라고 그는 귀띔했다. 다음에는 ‘요리 웹툰’을 작업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안 그래도 그런 말씀을 많이 하시는데, 만일 요리 웹툰을 그리게 된다면 더 많이 신경 써서 해야 할 거예요. 대중의 기대치가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저도 언젠가는 꼭 해보고 싶어 열심히 아이템을 모으고 있죠. 유튜브에서 신기한 요리 레시피 영상 같은 거 꼭 챙겨보고 ‘아, 저런 건 나중에 좀 활용해야겠다’ 체크도 해놓고요.”

본업도 예능 활동도 승승장구 중이다. 인생의 오르내림을 경험한 그는 이 시간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안다.

“인생에서 손꼽힐 정도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저를 잘 아는 사람들은 이런 제 모습이 낯설다고 말해요. 지금만 누릴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이라고 생각하며 즐기고 있어요. 작품 이외에도 김풍 자체로 유명해져 대접받는 건 기분 좋은 일이에요. 하지만 꿀같이 달콤한 시간도 끝이 있다는 걸 잊지 않으려고 합니다. 다행히 돌아갈 곳이 있어 감사하네요. 저는 참 운이 좋은 사람이에요.”

CREDIT INFO

취재
정지혜 인턴기자
사진
하지영
스타일링
박미영, 박경민
2015년 07월호

2015년 07월호

취재
정지혜 인턴기자
사진
하지영
스타일링
박미영, 박경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