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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숭 따윈 필요없어

고백하자면, 기자는 이 두 사람이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의 애청자다. 운전 중 라디오를 듣다가 너무 웃겨 핸들을 부여잡고 큭큭 댄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너무나 만나보고 싶었던 두 여자와의 사심 인터뷰.

On June 23,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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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인 김신영과 가수 나비는 ‘핑퐁’ 같은 관계다. 김신영이 ‘핑’ 하면 나비가 ‘퐁’ 하는 식.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람의 오묘한 조합을 알게 된 건 순전히 라디오 방송 때문이었다. 김신영이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 MBC FM4U <정오의 희망곡 김신영입니다>에서 나비는 토요일마다 고정 게스트로 출연한다. 둘의 거침없는 수다를 듣고 있으면 오후의 나른함이 싹 가신다.

수년간 DJ로 활약하며 쌓아온 김신영의 내공은 두말할 것 없고, 예능인보다 더 화려한 나비의 입담도 돋보인다. 기자는 꽤 오래전부터 이 프로그램의 팬이었다. 그래서일까? 인터뷰 내내 친한 옆집 언니들과 수다를 떠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검정색 페도라를 세트로 눌러쓴 그들은 한눈에도 찰떡궁합 절친 같았다.

김신영의 말을 빌리자면 “같이 행사 뛰고 싶은 사람 1순위”가 바로 가수 나비다. 아는 예능인도 많은 데다 연예계에서 발 넓기로 유명한 김신영이 가수, 그것도 ‘발라드’ 가수 나비를 콕 찍었다. 나비에 대해 얘기해보자면 MBC <일밤-복면가왕>에서 준우승을 차지할 정도로 가창력은 두말할 것 없고, 입담은 웬만한 코미디언 못지않다. 인터뷰는 한사코 고사하던 김신영도 절친 나비와 함께 한다니 두 팔을 걷어붙였다.

김신영 나비의 첫인상은 굉장히 도도하고 차가운 이미지잖아요. 몇 해 전 신동(슈퍼주니어) 씨와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처음 만났어요. 처음엔 ‘예쁘고 노래 잘하는 가수’인 줄로만 알았죠. 그런데 ‘반전 매력’이 넘치는 친구인 거예요. 지금은 ‘노래 잘하는 개그우먼 아니야?’ 하는 생각도 든다니까요. 나비는 정말 흥이 많은 친구예요. 제가 공개방송 무대에서 “자 다 같이!” 하면서 흥을 돋우면 옆에서 목청이 터져라 “아예!” “우후!” 하면서 추임새를 넣어요. 그런 감각은 어느 예능인보다 탁월한 것 같아요.

나비 언니는 제가 신인일 때부터 무척 잘 챙겨주셨어요. 저 역시 ‘이 언니 나랑 코드가 좀 맞는데?’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죠. 그러다 토요일 프로그램 진행을 함께 해보지 않겠느냐고 제안을 하셔서 2년 전쯤부터 본격적으로 친해지게 됐어요. 코드가 잘 맞는 사람들끼리는 굳이 친해지려고 억지로 노력하지 않아도 친해지는 것 같아요.

김신영 나비는 한번 코드가 맞으면 장난이 아닌데, 문제는 110V라는 거예요. 그래서 코드 맞는 사람을 찾기가 힘들죠. 박명수, 전현무, 김신영 등 ‘센 개그’를 지향하는 110V 부류와는 잘 맞아요. 감성 DJ를 지향하는 220V와는 좀 힘들죠.
 

사실 알고 보면 나비는 라디오계의 내로라하는 특급 게스트다. 한때는 방송 3사의 인기 라디오 프로그램 4개에 고정 게스트로 출연할 정도였으니, 라디오를 즐겨 듣는 사람이라면 그 이름을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다. 얼마 전엔 그녀의 이름이 한동안 실시간 검색어에 떡하니 올라간 사건이 있었으니 바로 개그맨 장동민과의 열애설. 이후 MBC <무한도전> ‘식스맨’에서는 장동민이 “<무한도전> 멤버가 되면 가요제 때 나비와 듀엣을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당시 박명수는 장동민에게 “차에 ‘나비’게이션 있습니까?”라는 농담을 던졌는데, 그로 인해 나비는 한동안 지인들에게 ‘나비게이션’이라고 불렸단다. 혹시 진짜 사귀는 것 아니냐고 묻자 아니라며 손사래를 친다. 친한 오빠 덕에 ‘무도 가요제’에 나가는 걸 내심 기대했는데 하차하게 돼 아쉽다며 너스레를 떤다. 


김신영 제가 나비에게 붙여준 별명이 ‘젊은 노사연’이에요. 이런 친구들이 40대 중반 지나면 무섭습니다. 방송계를 쥐락펴락하는 거 순식간이에요.(웃음) 


나비 <해피투게더>에서 다른 게스트한테 ‘젊은 노사연’ 운운하는 개그, 한 번 써먹었던데? 


김신영 미안해, 언니가 노란 옷만 입으면 초조해져서 그래. 사실 그 자리가 많이 배울 수 있으면서도 힘든 자리예요. 게스트들은 MC들이 받쳐주고, MC들은 자기 할 몫이 있어 바쁜데, 패널은 눈치껏 해야 하거든요. 조세호 선배랑 나란히 노란 옷을 입고 나면 한숨을 쉬어요. 나비야, 언니가 타산이 안 맞아서 ‘젊은 노사연’ 한 번 당겨썼다. 이해해줘.(웃음)


나비 사실 전 어릴 적부터 유재석 선배님의 열렬한 팬이었어요. 재석 오빠가 메뚜기 탈을 쓰실 때부터 그걸 녹화해서 보기도 했고 공개방송에 방청객으로 가고 그랬죠. 그런데 데뷔 후 김구라, 신동엽 오빠 다 만나봤는데 재석 오빠와는 인연이 닿지 않는 거예요. 신영 언니가 <해피투게더>에 출연하고 있기에 저 좀 게스트로 추천해달라고 졸랐는데, 제가 아니라 수지를 추천했더라고요. 


김신영 장담하건대, 나비는 재석 오빠랑 안 맞아요. 그 오빠는 220V거든. 나비야, 언니도 힘든데 언니가 누굴 추천하니? 수지는 내 인맥 중에 넘버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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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기 어린 농담을 툭툭 주고받지만 그래도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만큼은 각별하다. 사실 김신영은 인터뷰를 잘 하지 않기로 유명한 방송인 중 하나다. 사진 찍는 것도 어색해 얼마 전엔 소속사 프로필 촬영도 거의 8년 만에 했단다. 그런 그녀가 카메라 앞에 선 건 순전히 절친 나비와 함께이기 때문이다.

나비 사실 언니가 외부 활동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집에서 혼자 기타 연습을 하거나 글을 쓰고 강아지와 생활하죠. 그나마 언니와 왕래가 많은 건 집이 가깝기 때문이에요. 제가 신영 언니에게 추천을 받아서 김포로 이사했거든요.

김신영 제가 ‘재미김포 1세’고요, 나비가 ‘재미김포 2세’예요. ‘재미김포’는 ‘재미있게 사는 김포 시민’의 줄임말입니다.(웃음) 지난 연말연시 때는 개그우먼 김영희와 함께 기타 하나 둘러메고 나비네 집에 가서 놀았어요. 여자들끼리 노는데 뭐 별거 있나요? 그냥 고민 털어놓고 서로 수다 떠는 거죠.

대중에게 늘 웃음을 주는 김신영에게는 사람이 많이 모이는 왁자지껄한 술자리가 어울릴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기타 치면서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김신영이라니…. 낯설다.

나비 언니에게 상담을 많이 해요. 연애와 연예에 관한 조언을 구하죠. 가끔 보면 언니는 인생을 다 산 ‘할매’ 같을 때가 있어요.
 

김신영 나비는 ‘순진’하진 않은데 ‘순수’한 사람이에요. 사랑에도 쉽게 빠지는 스타일이라 제가 옆에서 많이 말리죠. “나비야, 안 된다~, 지금은 돈 벌 때다” 하면서요. 아, 한번은 허니버터칩이란 과자가 유행했을 때 제가 편의점 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린 적이 있어요. 1인당 한 봉지씩만 판다고 하기에 새벽 2시 반에 나비에게 전화를 걸었죠. 그런데 얘가 울고 있는 거예요. “나비야, 너 우니?” 했더니, 훌쩍이면서 “언니, 나 지금 구 남친 타임이야” 하더라고요. 구 남친 생각을 정기적으로 하는가 봐요.(웃음) 결국 혼자 기다려서 한 봉지밖에 못 샀어요. 늘 웃음이 넘칠 것만 같은 김신영에게도 슬럼프는 있었다. 2012년 말께 촬영차 떠난 일본에서 갑작스러운 건강 이상으로 응급실을 찾은 것이다. 그 후 그녀는 방송 활동을 잠정 중단해 휴식기를 가졌다. 


김신영 가수들은 앨범 내고 활동하는 시기가 정해져 있고, 배우도 작품 들어갈 때와 쉴 때가 있잖아요. 그런데 예능인에게는 그런 시기가 딱히 정해져 있지 않아요. 괜히 휴식기라면서 쉬다가는 “걔 이제 한물갔다”는 말밖에 못 듣게 되죠. 저 역시 데뷔 이후 한 번도 쉬지를 못했어요. 매일 새벽 두세 시까지 촬영을 했죠. 그렇게 일하다 보니 피로가 쌓여 제가 완전 고꾸라진 거예요. 한쪽에선 ‘김신영이 과하게 살을 빼더니 결국 쓰러졌다’는 루머까지 돌았죠. 그런데 그건 사실이 아니에요. 의사 선생님 말로는 오히려 살을 빼고 나서 쓰러져 다행이래요. 뚱뚱한 상태에서 쓰러졌다면 못 일어났을지도 모른다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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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일 이후 김신영은 방송에 임하는 마인드를 바꿨다. 예전에는 여러 사람을 만나서 그 가운데 생긴 일화를 재치 있게 풀어내려고 했다면, 이제는 현장에서 벌어지는 상황에서 재미의 요소를 뽑아내려고 노력한다. 그녀는 TV 프로그램이 아닌 라디오 프로그램의 메인 진행자로 다시 활동하기 시작했다. 예능인으로서 두 번째 발돋움이었다.

김신영 라디오로 워밍업을 하고 <해피투게더>에 고정 패널로 출연하게 됐어요. ‘과연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죠. 그때 유재석 선배님께서 “신영아, 나도 한때 비슷한 고민을 했어. 혼란스러울 필요도, 두려워할 필요도 없어. 예능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일 뿐이야” 하며 격려해주셨어요. 수많은 후배 개그맨들이 유재석 선배에게 가서 고민을 이야기하는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이제는 게스트가 오면 그 사람과 상황을 조심스레 관찰해요. 그렇게 하니 방송에 훨씬 집중하게 되더라고요.

나비 역시 재석 오빤 ‘걸어 다니는 미담 백과사전’이신가 봐요.(웃음)

사랑하면 서로 닮는다고 했다. 우정에도 그 공식은 통하는 모양이다. 김신영은 나비를, 나비는 김신영을 닮아가는 중이다. 우정이 깊어지면서 나비는 개그 욕심이,
김신영은 음악 욕심이 생겼다고 했다.

김신영 나비가 코미디언같이 보여도, 알고 보면 대학교 실용음악과 교수님이에요. 그래서 나비에게 어떻게 하면 노래를 잘할 수 있는지 조언도 많이 구해요.  

나비 저는 라디오에서도 거의 신영 언니와 수다 떠는 기분으로 방송을 해요. 그게 더 청취자분들의 반응이 좋은 것 같아요. 제 마음 저 밑바닥에 개그 욕심이 좀 있나 봐요. 그래서 신영 언니랑 잘 통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반면에 신영 언니는 음악을 굉장히 좋아해요. 저는 팝 장르를 많이 아는데, 언니는 오랜 DJ 경력을 통해 다양한 시대의 가요를 많이 접했죠. 또 노래도 굉장히 잘해요. 고음 처리도 깔끔하다고 할까요? 음악적인 열정이 대단해서 요새는 매일 기타 연습을 하고 작사도 많이 한다니까요. 


김신영 하하. 나비랑 저랑 조만간 여성 듀엣 ‘다비치’에 대항할 만한 그룹을 결성할 거예요. 이름은 ‘다비지’로 하려고요. 유명 작사가인 김이나씨가 투자하기로 했고요, 작곡가 윤일상씨는 섭외 중에 있어요. 아, 방배동 살쾡이(박명수)요? 그분은 너무 일방적이어서 고민을 좀 해봐야 할 것 같아요. 사실 예전에 명수 오빠의 음반 ‘돈고’ 피처링을 제가 했었거든요. 그때 명수 오빠가 “신영아, ‘명수네 떡볶이’ 대박 난 거 봤지? 내가 너 그렇게 만들어줄게. 그냥 노래방에서 하듯이 부르면 돼”라고 하셔서 얼떨결에 참여했던 거예요. 그런데 막상 녹음실에 들어가니까 “야, 그렇게 해서 되겠어? 엄정화 몰라? 엄정화! 얘 ‘포이즌’ 틀어줘!” 하고 소리를 지르시더라고요. 음원 성적은 ‘수우미양가’에서 ‘양’ 정도였고요.(웃음) 몇 달 전엔 둘이 함께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출연해 ‘사미인곡’을 열창하기도 했다. 나비의 가창력에 김신영의 퍼포먼스가 더해져 관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녹화 전날 김포에 있는 노래방에서 한 시간 반을 꼬박 함께 연습한 결과였다.  

김신영 행사 때 꼭 한 번 나비와 함께 호흡을 맞춰보고 싶어요. 나비와 함께 하면 가격 대비 엔진 성능이 좋다고나 할까요?(웃음) 나비와 함께 있으면 없던 자신감도 생기거든요. 인터뷰 말미에 그들은 조만간 그룹 ‘다비지’로 인사드리겠다며 농을 던졌다. 왠지 그들의 말이 곧 실현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그들의 우정이 이토록 빛나니까 말이다.

CREDIT INFO

취재
정희순 기자
사진
김승환
2015년 06월호

2015년 06월호

취재
정희순 기자
사진
김승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