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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이문세의 봄

기다렸다. 그의 컴백을. 13년 만에 돌아온 가수 이문세는 봄을 노래했다.

On May 08, 2015


회식 자리에서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붉은 노을’을 즐겨 불렀고, 옛 사람이 생각날 때면 ‘광화문 연가’를 즐겨 들었던 기자는 이문세의 컴백이 그 누구보다 반가웠다. 그의 목소리를 통해 전해지는 선율은 감동 그 이상이기 때문이었다. 과연 이번에는 무엇을 노래할까?

이문세의 새 앨범엔 그의 인생이 오롯이 담겨 있다. 가수로서 스스로에게 했던 다짐을 풀어낸 일기장인 셈이다. 그 때문일까. 그는 자신의 곡을 처음으로 세상에 공개하는 날, 어느 때보다 긴장했다. 기타와 피아노의 합을 맞추는 데 몇 시간을 투자했고, 입장할 때의 동선을 맞추느라 또 몇 시간을 연습했다. 그랬다. 그는 완벽하지 않으면 차라리 ‘안 하는’ 사람이었다. 이번 앨범에 담긴 수록곡도 무엇 하나 완벽하지 않은 게 없었다. ‘봄바람이 살랑’ 부는 4월의 어느 날, 봄을 노래하는 이문세를 만났다.

“어떤 가수든 새 음악을 처음으로 선보일 때는 두렵기도 하고 설레기도 할 거예요. 발표 전날까지 잠을 못 잘 정도로 만감이 교차하죠. 사람들이 어떻게 들어줄까 걱정되면서도 자식 같은 곡들을 세상에 내놓는다는 생각에 기쁘기도 해요.”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의 깊은 울림을 주는 목소리, ‘조조할인’의 가볍지만 묵직한 힘이 있는 목소리, ‘사랑이 지나가면’의 서정적인 목소리 등 이문세는 지금까지 낼 수 있는 목소리는 다 냈다. 현재에 안주하지 않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온 그의 도전에 한계는 없었다. “비틀즈나 스티비 원더, 마이클 잭슨도 계속 도전했어요. 변신에 변신을 거듭했기 때문에 롱런할 수 있었죠. 이번 앨범에서 과거에 멈춰 있고 싶지 않은 저의 의지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창법을 바꿨다. 툭툭 던지듯, 시를 읊듯 노래했던 과거의 습관을 버리고 섬세한 목소리로 노래하려고 노력했다. “제 노래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바뀐 창법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을 거에요. 이번 앨범에서는 가창력이 필요했던 과거와 다르게 노래하려고 했어요. 편곡이나 멜로디, 음악적 요소에 집중하면서 섬세하게 부르려고 했어요.”

 

 

암 수술을 받은 뒤 고음이 안 나왔어요. 끝났다는 생각이 들면서 스스로 무너졌죠. 정신을 가다듬고 목에 좋다는 건 다 먹었어요. 완치된 건 아니지만 아슬아슬할 정도의 체력은 아니에요. 홈 레코딩 방식을 선택한 이유도 컨디션이 좋을 때 바로 작업하고 싶어서예요. 순간을 즐기며 노래 부르고 싶어요


이문세는 수록곡 전곡을 집에서 녹음했다. 어제 좋다가도 오늘 안 좋은 게 컨디션이기 때문이었다. 자다가도 ‘이때다’ 싶으면 당장 노래를 불렀고, 마음먹고 노래하려 하다가도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작업을 중단했다. “함께 작업한 이윤석 프로듀서는 저희 집에 양탄자가 있어서 좋았다고 하더라고요.(웃음) 노래 부르기에 아주 좋은 환경이죠. 사실 외국에서는 많은 가수가 홈 레코딩 방식을 선호해요. 컨디션이 가장 좋을 때 녹음해야 한다는 마인드인 거죠. 저도 그들처럼 자유롭게 작업하고 싶어서 홈 레코딩 방식을 선택했어요. 자세히 들어보면 저희 집 개가 짓는 소리도 나온답니다.(웃음)”

이번 앨범에는 조규찬, 노영심, 나얼, 규현 등 후배 가수들이 참여했다. 조규찬은 ‘그대 내 사람이죠’ ‘무대’를 작곡했고, 나얼은 타이틀곡 ‘봄바람’에 목소리를 입혔다. 슈퍼주니어 규현과는 듀엣이다. “조규찬씨가 두 곡이나 선물해줬는데 그중에 ‘그대 내 사람이죠’는 프러포즈 곡이에요. ‘당신의 마지막 사랑은 내가 될 테니까 지난 과거는 묻지 않겠다’는 내용이죠. 결혼식장에서 신랑이 신부에게 바치는 노래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에요.”

‘봄바람’은 봄이 지닌 특유의 생기와 설레는 감성을 이문세의 화법으로 표현한 곡. 타이틀곡으로 선택한 이유는 간단했다. 봄이니까. ‘봄바람’은 나얼씨가 피처링했어요. 처음부터 함께 작업하려고 생각했기 때문에 기획부터 함께했죠. 수차례 이야기를 나누면서 호흡을 맞췄어요. 마무리 작업을 해야 하는 긴박한 상황이었는데 나얼씨가 한 달 넘게 감기로 고생했어요.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는데 결국 컨디션이 완벽하게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노래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도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와서 다행이에요.”

1986년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위해 방송국에 들어섰다가 노영심의 피아노 연주에 반해 그녀의 팬이 됐다. 이후 가수와 작곡가로 만나 30년째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두 사람. 노영심은 이문세의 14집 앨범 <빨간 내복>의 수록곡 ‘내 사랑 심수봉’을 작사·작곡했고, 이문세는 노영심의 음반 <연애시대 쏭북>의 두 번째 곡 ‘그때 내가 미처 하지 못했던 말’을 불렀다. 음악적 동반자로 성장하고 있는 두 사람. 이번에도 그녀에 얽힌 에피소드가 재미있다.

“‘그녀가 온다’를 영심이가 작곡했죠. 그러고는 행방불명됐어요. 가사를 쓸 수가 없었나 봐요. 창작의 고통을 알기 때문에 타박하지 않았어요. 저는 영감이 떠오르지 않으면 숨어버리고 싶은 그 마음을 충분이 이해할 수 있거든요. 3개월을 기다렸는데 결국 나타나지 않아서 가사를 제가 쓸 수밖에 없었어요.(웃음) 궁여지책으로 쓴 가사라 퀄리티가 확 떨어져요. 밋밋하고 힘이 없었죠.”

그래서 생각해낸 게 규현과의 듀엣이었다. 하이 톤의 목소리를 가진 여가수를 찾다가 발견한 보석 같은 존재였다. “마침 규현이가 생각나더라고요. 작년인가, 규현이가 ‘깊은 밤을 날아서’를 리메이크하는데 저한테 허락을 받겠다고 왔어요. ‘나는 작곡자가 아니다’라고 하니까 그래도 허락을 받는 게 예의인 것 같다며 왔었죠. 그 모습이 얼마나 예뻐요. 언젠가는 같이 노래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번에 그 기회가 온 거죠.” 이문세는 규현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아이돌 그룹 멤버는 노래를 못할 거야’라는 편견을 깨준 사람이 규현이라고 했다.

“규현이가 얼마나 열심히 준비했느냐 하면, 연습하라고 미리 악보를 보내줬는데 악보가 까맣게 될 정도로 공부했더라고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몇 가지의 버전으로 구상해 저한테 먼저 제안하기도 했어요. 규현이는 천재 같아요. ‘봄 처녀가 나풀나풀하는 느낌’으로 불러달라고 했는데 그걸 알아듣더라고요. 함께 작업하면서 ‘너는 천재야’라는 말만 되풀이했던 것 같아요. 아이돌 그룹 멤버는 노래를 잘하지 못할 거라는 선입견이 완전히 사라졌죠.”

후배들도 이문세를 향한 존경심을 감추지 않는다. 지난 4월 6일 방송된 SBS <힐링캠프-기쁘지 아니한가>에서 가수 이정은 “존경하는 형님이다. 내가 힘들 때 용기를 주셨다. 지금까지 이렇게 챙겨주셔서 감사하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존재해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문세와 함께 우리나라 발라드 계보를 이었던 가수 변진섭도 이날 방송에서 그에 대한 칭찬을 늘어놨다.

이문세는 이번 앨범을 통해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을 추모했다. ‘사랑 그렇게 보내네’가 그 곡이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세월호 참사를 이야기하는 건 굉장히 조심스럽죠. 이 곡을 처음 만들 때는 의식하지 않았어요. 정미선 작가는 갑자기 엄마가 세상을 떠났을 때의 슬픔을 표현한 거예요.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하지 못했는데 돌아가신 엄마를 생각하며 찢어지는 마음이죠. 그런데 저는 세월호 참사의 한 장면만 생각해도 울컥 눈물이 나는 복합적인 상황 속에서 이 노래를 했어요. 지난 일 년 동안 해결되지 못한 것들, 여러 가지 슬픈 상황, 다시는 마주하고 싶지 않은 슬픈 감정이 담긴 곡이에요.”

지난 2007년에 이어 지난해까지 두 차례에 걸쳐 갑상선암 수술을 받은 이문세. 혹자는 걱정했다. 이문세의 목소리를 다시 듣지 못하게 될까봐. 실제로 그는 <힐링캠프>에서 “수술 이후 고음이 안 나왔다. 끝났다는 생각이 들면서 스스로 무너지더라”라고 당시의 심경을 털어놨다. “목 상태가 좋지 않으면 가수로서는 치명적이죠. 아프고 난 뒤 목에 좋다는 건 다 먹었어요. 지금도 완치된 건 아니지만 아슬아슬할 정도의 체력은 아니에요. 제 목 컨디션에 따라 쉬고 싶을 때 쉬고, 노래하고 싶을 때 노래하니까 많이 좋아졌어요. 즐기면서 성장하고 싶어요” 이문세, 그는 여전히 진화하고 있었다.

CREDIT INFO

취재
이예지
사진
KMOONfnd
2015년 05월호

2015년 05월호

취재
이예지
사진
KMOONf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