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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하의 남자 SEO IN KUG

올해로 스물아홉 살이 된 서인국은 상대의 마음을 편하게 안정시키는 초록색과 닮았다. 고백하건대, 초록색에 물든 인터뷰였다.

On March 11, 2015


2009년 Mnet <슈퍼스타K>에서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면서 연예계에 데뷔한 서인국은 이듬해 싱글 앨범 <애기야>로 공식 데뷔를 했다. 2012년에는 ‘밀고 당겨줘’로 뭇 여성들과 ‘밀당’을 했고, 같은 해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을 통해 대세 연기자로 발돋움했다. 이후 MBC <아들 녀석들>, SBS <주군의 태양>, tvN <고교처세왕>을 거쳐 최근 종영한 KBS2 <왕의 얼굴>까지 탄탄대로를 달리며 배우로서 입지를 확고히 했다.

서인국은 <왕의 얼굴>에서 비운의 왕 광해 역을 맡아 성군이 되기 위해 아버지 선조(이성재 분)와 싸우며 고군분투하기도 했고, 사랑하는 여자 김가희(조윤희 분)를 지키기 위해 헌신하는 로맨스의 끝판왕을 보여주기도 했다. 카리스마부터 로맨스까지 변화무쌍한 감정선을 자신만의 색깔로 표현하며 안방극장을 쥐락펴락했다.

지난 5개월간 서울과 경기도 안성, 경상북도 문경 등을 오가며 바쁜 시간을 보낸 서인국은 드라마가 종영됐음에도 스스로에게 잠시의 쉴 틈을 주지 않았다. 지난 6년 동안 앞만 보고 달려오느라 감사의 뜻을 제대로 전하지 못했던 지인들과 기자, 방송 스태프를 일일이 찾아가 인사하기 위함이었다. 촬영 때문에 하지 못했던 화보나 광고 촬영보다도 그동안 자신을 지켜봐준 사람들에게 진심을 전하는 게 먼저였다.

그 때문일까. 늦은 오후 만난 서인국의 얼굴은 까칠했다. 이른 아침부터 밤까지 초 단위 스케줄을 소화한 터라 멀끔했던 턱수염이 다시 자라 있었고, 눈은 때꾼했다. “많이 지쳐 보인다”는 기자의 말에 “괜찮아요! 즐거운 걸요”라며 밝게 웃는다. 경상도 남자의 에너지가 느껴진다.

 


"제 인생을 판단하기엔 아직 젊어요. 이제 고작 스물아홉인 걸요.
게다가 아주 즉흥적이기도 하고 아주 계획적이기도 한 성격이지요.
그래서 손해도 보지만 도전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없어요.
지금까지의 인생은 나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잘 걸어오고 있다고 확신하며 또 걸어갈래요. 물론 힘들 때도 있어요.
그런 날 있잖아요.
새벽에 집에 왔는데 갑자기 쓰디쓴 소주가 확 당기는 날.
이거 외로운 거 맞죠?"

 


드라마 종영 후 어떻게 지냈어요? 마지막 촬영이 지난 2월 5일 오전에 끝났어요. 바로 종방연을 했고, 주말 이틀 쉬고 바로 또 강행군이에요. 그동안 저를 기다려주셨을 분들께 속마음을 전하고 싶어서 쉬지 않고 인터뷰를 진행하는 중이죠. 이렇게라도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어요. 피곤하지 않느냐고요? 저 아직 젊어요. 하하. 지금이 아니면 또 언제 이런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대신 설에는 가족과 떡국을 먹으면서 푹 쉴 계획이에요.

서인국표 광해에서는 많이 벗어났나요? 그럼요! 원래 캐릭터에 빠져 사는 스타일이 아닌 데다가 보다시피 이렇게 바쁘니까 빠져 있을 시간이 없죠. <왕의 얼굴>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어 좋았어요. 현대극에서는 해볼 수 없었던 연기와 촬영 환경 등을 접해볼 수 있었죠. 신기한 건요, 마지막 촬영이 끝난 날 종방연 자리에서 배우들과 술 한잔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집에 가서 자고 일어났는데, 잠에서 딱 깨니까 몇 달 동안 있었던 일들이 마치 꿈만 같은 거예요. 오랫동안 여행을 다녀오고서 ‘내가 여행을 갔었나’ 싶은 것처럼요. 그동안 연기하면서 겪어보지 못했던 경험이라 신기했어요. 아마도 현대극이 아니라 사극이라 더 그런 거겠죠? 마치 조선시대로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랄까요.

사극을 통해 서인국의 어떤 모습을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가능성요. 사투리 연기만 할 줄 알았던 경상도 남자 서인국이 사극도 할 수 있구나, 하는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었던 기회였죠. 그렇다고 제 연기가 좋았다는 건 아니고요. 하하. 부족한 게 얼마나 많겠어요. 실제로 표현력, 화법 면에서는 한계를 많이 느꼈어요. 그래도 많은 분이 이해해주시고 격려해주셔서 다행이에요.

<슈퍼스타K>로 데뷔했기 때문에 가수의 길만 걸을 줄 알았어요. 연기에 대한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소속사 대표님께서 드라마 <사랑비> 시나리오를 가져오셨어요. ‘연기를 해본 적도 없고 잘 알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해요’ 하고 ‘No’를 했는데 결국 대표님의 설득에 못 이겨 감독님을 뵙게 됐어요. 저는 감독님이 절 만나주시는 것만으로도 영광스러웠어요. 그렇잖아요, 전 연기를 전혀 해본 적 없는 초짜였고 스타도 아니었거든요. 저를 캐스팅할 생각을 하셨다는 게 그저 감사한 거예요. 그래서 ‘열심히 한번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시작하게 됐어요. 서울말로 연기하려니까 너무 어색해서 사투리로 해보자고 제안했는데 그게 제 연기의 시작이었어요.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됐네요. 2012년이었을 거예요. 돌이켜보면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힘든 시기였어요. 사춘기도 아닌데 제 인생을 걸고 가장 최악의 시기였죠. 스스로를 힘들게 했던 것 같아요. 다 때려치우고 싶고, ‘이게 맞는 건가’ 하는 의문도 들고요. 사는 게 불안하고, 미래에 대한 걱정도 컸어요. 무작정 서울에 올라오긴 했는데 그냥 막막했죠. 그래서 스트레스가 쌓이고, 그러다 보니까 성격도 이상해지고요. 그렇다고 누군가와 대화를 통해 털어내려고 하지도 않았어요. 용기가 없었던 거죠. 침체기가 오랫동안 계속됐던 것 같아요.

방황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게 연기였나 봐요. 제 안에 뭔가가 쌓여 있었는데 소속사 대표님과 <사랑비> 감독님의 제안으로 연기를 시작하게 된 거예요. 신기한 게 연기를 하고 보니까 속이 시원하더라고요. 그게 무슨 느낌이었는지는 아직도 궁금해요. 제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살아보니까 간접적으로 무엇인가 해소하는 기분이었던 것 같아요. 그제야 ‘아, 내가 숨 쉬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고, 정말 미친 듯이, 무언가에 홀린 듯 연기했던 것 같아요. 지금까지 버틸 수 있는 희망과 용기를 그때 많이 얻었죠.

그렇게 몇 년 동안 연기해보니 어때요? 지금은 많이 여유로워진 것 같아요. 여유라는 게 쉼이 아니라 제 안의 여유로움이죠. 물론 너무 바쁘다 보니까 몸은 힘들지만 주위를 둘러볼 줄 아는 여유가 생긴 것 같아요.

 


연기 선생님이 없다는 말을 들었어요. 그렇다면 천부적인 소질? 하하. 처음에 연기를 시작할 때는 앞이 막막해서 연기 레슨을 받아봤어요. 그런데 연기를 해보니 연기는 스스로 고민해야 하는 거더라고요. 제가 생각하고 고민하지 않으면 좋은 연기가 나올 수 없다는 걸 알게 된 후로는 제가 저의 연기 선생님이 되었어요. 건방진가요? 하하. 저는 그냥 저와 싸우며 연기해요.

연기에 대한 고민을 어떻게 하는지 궁금해요. 저를 버리려고 해요. 그걸 어떤 단어로 정의 내릴 수는 없겠지만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접근한 다음에 캐릭터를 만들려고 해요. 철저하게 나와 다른 캐릭터를 만들어내야겠구나 하는 고민요. 그래서 사람들을 많이 관찰해요. 예전에 어떤 선배님이 그러셨어요. 연기의 기초는 모방이라고요. 따라 하다 보면 그 안에서 또 다른 느낌의 캐릭터가 나온다는 거였죠. 뭔가 한 대 맞은 듯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그때부터 엄마도 따라 해보고, 친구도 따라 해봤어요. 그게 제 연기의 기초가 된 것 같아요.

서인국표 연기를 추종하는 마니아들이 있는 건 아시죠? 고백하자면 저도 그중 하나예요.(웃음) 이런 영광이! 저는 감독님, 작가님과 이야기를 많이 하려고 해요. 촬영 현장에 모든 답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정말 이해가 안 가는 캐릭터가 있으면 감독님에게 이야기해서 조율하기도 하고요. 사실 세상살이라는 게 모든 것에 정답은 없잖아요. 그래서 이해 안 가는 캐릭터도 있었는데 그 감정을 이해하려고 혼자 생각하는 시간이 많았던 적도 있어요.

아직 연기 경력이 많지 않은데, 어느 순간부터 주인공으로서 극을 이끌어가야 했어요. 부담감은 없었나요?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죠. 그래도 최대한 시크한 척 노력했어요.(웃음) 연기자가 카메라 안에서 부담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보시는 분들이 얼마나 불편하겠어요. 그래서 생각한 방법인데요, 연기 잘하시는 선배님들에게 살짝 묻어가는 방법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하하.

사람들이 서인국에게 거는 기대는 뭐라고 생각해요? 저를 두고 ‘도전하는 사람’이라고 해요. 새로운 무언가를 하는 모습을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이 친구가 이번에는 어떤 도전을 할까 하는 기대나 궁금증도 있는 것 같고요. 이번에도 현대극이 아니라 사극을 한 것에 대해 엄청 칭찬해주시더라고요. 그만큼 더 잘해야겠다는 부담이 컸죠. 열심히 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잘하는 건 쉽지 않잖아요. 밥 열심히 먹으면서 힘내고 있어요. 아자아자!

가수 서인국을 기다리는 사람들도 많아요. 무대에 서고 싶은 생각도 간절해요. 시간 날 때마다 작사·작곡을 하고 있고요. 서인국만의 스타일이 묻어나는 노래를 부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아직까지 너무 촌스럽죠. 이적 선배님이나 김동률 선배님은 자신만의 스타일이 있으면서도 전혀 촌스럽지 않은 음악을 만들어요. 음악적인 영감과 실력이 너무 부러워요.

서인국이 작곡한 노래가 궁금해지는데요? 일본 싱글 앨범 중에 ‘멀어진다’라는 곡이 있어요. 제가 만든 곡인데 사랑에 서툴러 연인을 보내는 남자의 심정을 그렸어요. 가사를 일부러 대놓고 직설적으로 했죠. 우리나라에는 아직 발매되지 않았어요. 이건 제 자랑인데요, 나름대로 듣기 좋아요. 하하.

탄탄대로예요. 스스로는 잘 성장하고 있다고 판단하나요? 음, 그걸 판단하기엔 제 인생이 아직….(웃음) 전 어떨 때는 계획적이고, 어떨 때는 굉장히 즉흥적이에요. 그래도 생각해보자면, 나름대로는 잘 걸어온 것 같아요. 힘들 때도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행복합니다.

자꾸 힘들다고 하는데, 뭐가 그렇게 힘들었어요? 공유합시다! 하하. 육체적으로 힘든 게 아니고요. 왜, 그런 날 있잖아요. 갑자기 소주가 확 당기는 날요. 퇴근했는데 집이 갑자기 너무 휑하게 보이는 날요. 그럴 때는 가끔 힘들더라고요. 이런 게 외로움인가요?

반짝반짝 빛나는 서인국의 내일엔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상상 그 이상의 것임은 분명하다.

CREDIT INFO

기획
하은정
취재
이예지
사진
젤리피쉬
2015년 03월호

2015년 03월호

기획
하은정
취재
이예지
사진
젤리피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