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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 캐릭터 디자이너 호조

모두의 프렌즈를 만들다

오늘도 많은 이들이 ‘카톡’ 창을 열어 자신을 대신할 캐릭터를 찾아 클릭한다. 바야흐로 별말 없이 캐릭터 이모티콘만으로도 대화가 되는 시대다. 대한민국 오천만이 하루에도 몇 번씩 이 남자가 그린 캐릭터를 보고, 직접 사용한다. 그는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궁금해졌다.

On February 10, 2015


지난 4년간의 작업을 모은 그의 포트폴리오 폴더에는 친숙한 얼굴이 가득했다. 대한민국 오천만 국민이 사용한다는 카카오톡 메신저의 프렌즈가 먼저 반겼다. 그뿐인가? 유튜브 조회 수 21억 뷰를 넘긴 ‘강남스타일’의 오빠 싸이도 그곳에 있었다. 작년 이맘때 프로필이 기입되는 애플리케이션에 각자 자신의 캐리커처를 만들어 설정해놓는 붐이 일었다. 무려 4백만 명이 다운로드한 애플리케이션 ‘모두의 얼굴’로부터 시작된 현상이다. 관련 업계뿐 아니라 대중조차 이 앱을 만든 작가가 누군지 궁금해했다. 디자이너 호조(38세)는 갑자기 어디선가 튀어나온 신예는 아니다. 그는 꾸준히 오랫동안 이 길을 걸어왔다. 잇단 흥행 콤보로 으스댈 수도 있을 법한데 그는 대수롭지 않은 듯 어깨를 으쓱했다. “저는 하던 대로 했어요.”

  


카카오톡의 메인 캐릭터 프렌즈는 마니아층뿐 아니라 대중적인 인기를 얻는 데도 성공한 케이스다. 성공 비결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많은 유저를 보유한 메신저의 기본 이모티콘이라는 점과, 단순하고 귀여운 캐릭터 디자인을 들 수 있다. 이는 브랜드숍의 기획 상품과 카카오빵의 인기 열풍으로 이어졌다. 카카오빵이 매번 품절되는 사태에 대해 열이면 열, 빵을 구입하면 제공되는 캐릭터 스티커 ‘띠부띠부씰’ 덕이라고 답한다. 항간에 “스티커를 사면 빵을 준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이니 말이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카카오톡 캐릭터 스티커를 얻기 위해 동네 편의점을 몇 번이고 방문한다. 편의점 업계 담당자는 카카오빵이 이번 시즌 스테디셀러 중 하나라고 말했다. 온라인에는 원하는 띠부띠부씰 스티커를 모으려는 마니아들의 ‘물품 교환’ 요청 글이 상당수 올라와 있다.

이러한 상황을 바라보는 디자인 원작자 호조의 입장은 어떨까? “여러 가지 생각이 들긴 합니다만 결과적으로는 잘됐다고 생각해요. 다른 걸 떠나 제가 만든 캐릭터가 음지에 묻혀 아무도 모른 채 사장되는 것보다야 훨씬 좋잖아요. 현재는 제 손을 떠나 크고 있는 캐릭터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은 일임에 틀림없죠. 내 새끼니 뿌듯하고. 그로 인한 수익이 저에게 직접적으로 들어오진 않지만 저는 이 친구들을 통해 더 나은 길로 가는 것이 한결 수월해졌어요.”

 


카카오 프렌즈는 호조가 탄생시킨 캐릭터지만 현재 카카오 회사 내부에서 따로 제작해 배포하는 형식이다. 아쉬울 법도 한데 그는 얻은 게 많다고 했다.

“잃은 건 없어요. 결과적으로 제가 원한 건 얻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저는 또 다른 캐릭터 작업에 열중하고 있고 거기에 또 다른 길이 있어요. 욕심이야 한도 끝도 없죠. 그걸 알기 때문에 연연해하지 않으려고 해요. 좋은 게 좋은 거니까요.”

미우나 고우나 내 새끼는 눈에 들어오나 보다. 워낙 많은 유저를 보유한 메신저의 메인 캐릭터이다 보니 모니터링 아닌 모니터링이 지속적으로 이뤄진다.

“아무래도 저도 많이 쓰고, 주위에서 제보도 많이 하는 편이죠. 굳이 찾지 않아도 계속 보게 된달까요? 워낙에 단순한 라인과 터치로 이뤄진 캐릭터다 보니 그림 자체가 선의 굵기나 위치가 약간만 틀어져도 느낌이 아예 달라져요. 처음엔 아쉬움이 많았는데 지금은 자리를 잡은 것 같아요. 패키지 제품도 훌륭하게 잘 나오고.”

처음 캐릭터를 만들 땐 그야말로 ‘백지 상태’였다고 한다. 메신저의 성격상 뚜렷한 타깃층이 없고 전 연령층을 만족시킬 수 있는 캐릭터가 필요했다. 모든 것을 다 담으려는 욕심은 독이 된다. 이건 디자인 작업에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 방황을 하다 확정된 캐릭터는 초기 시안보다 그 수가 늘었고 모두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동물에 재미 요소를 심었다. 처음엔 ‘네오’라는 고양이로 메인이 정해졌다. “재미있긴 한데 메인으로 내세우기엔 너무 개성이 세지 않느냐?”는 다수의 의견에 다른 친구 ‘프로도’ ‘튜브’ ‘제이즈’가 나오게 됐다.

“너무 튀지 않아야 하지만 그렇다고 노멀하면 안 돼요. 주인공 같은 차별성도 필요했죠. 이런 까다로움을 다 맞춰 탄생한 친구가 바로 ‘무지’예요.”

‘무지’는 토끼 모양을 하고 있지만 사실은 단무지이다. 호조는 이런 재기 발랄한 반전을 좋아한다. ‘무지’만큼이나 인기 있는 친구가 악어 ‘콘’. 그는 어딘가 밋밋한 ‘무지’를 보충하기 위해 탄생한 친구라며 작업 비하인드 스토리를 풀었다. 여기에 ‘콘’이 ‘무지’에 따라 붙는 보조 역할이 아닌 사실은 주인이라는 설정을 더해 스토리를 불어넣은 점도 재미있다.

 


사실 카카오 프렌즈의 캐릭터는 그들이 안고 있는 스토리보다 캐릭터의 감정이 드러나는 다양한 표정을 표현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작업했다고 한다.

“이유는 ‘캐릭터적 사용도’ 때문이에요. 그것에 따라 어느 쪽에 무게가 실리는지가 정해지죠. 애니메이션이나 제품과 같은 경우는 스토리가 중요해요. 그런데 이모티콘은 사용도에 중점을 많이 둬요. 가령 ‘이 캐릭터의 성격은 이런 친구’로 한정 지어버리면 캐릭터는 살지만 정작 사용도는 급격히 떨어지거든요. 그러니까 대화할 때 ‘사용 가능한 이미지’를 우선순위로 두었어요. 처음엔 그렇게 사용도를 높이고 어느 정도 대중이 인지를 하면 그 뒤에 스토리를 붙이죠. 게임 같은 경우도 그런 방식이 많아요. 일단 게임을 재미있게 만들기 위해 이미지를 만들고 그다음에 스토리를 불어넣는 식이죠. 전부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일단 게임 자체가 잘되는 걸 좋아하니까요.”

그는 5년가량 싸이월드의 스킨 작업(배경 작업)을 한 이력이 있다. 미니홈피의 전성기 때였다. 미니홈피에서도 알고 보면 자신을 어필하고 싶을 때, 혹은 기분 전환을 하고 싶을 때 스킨을 변경했다. 호조의 작업 방식은 스킨의 프레임 자체로 모든 걸 끝내기보다는 현재의 감정이나 상황을 표현할 수 있는 이미지 혹은 프린트에 주목하는 거였다.

“이런 작업을 지속하다 보니 여행을 가거나 해도 다른 사람들을 보게 되더라고요. 사람들의 표정이나 감정을 관찰하는 것이 자연스레 몸에 배게 되었어요.”

축적된 관찰들은 그가 작업하는 데 좋은 지침서가 되었다. 그걸 토대로 스케치 작업을 먼저 한 후 원하는 느낌이 안 나오면 검색을 해보는 식의 작업 루트를 거쳤다. 그래도 어렵다 싶을 땐 거울을 보며 연기를 해보기도 했다. 1950년대 무렵 디즈니 애니메이터들도 이런 방식을 고수했다고 한다. 작업은 주로 혼자 하는 편이다. 예전에 공동 작업실을 얻어 함께 진행하는 프로젝트도 있었는데 유지하기가 어려웠다고 한다.

“사실 노느라고 그랬어요. 사람 좋아하고 술 좋아하다 보니 몇 명만 모이면 놀 궁리 하느라고, 원!”

익살스럽게 웃으며 여유롭게 말하는 그. 작업 방식이 대강 보이는 듯했다.

“일단 분량을 받아보고 데드라인에 맞춰 러프하게 진행하는 편이에요. 저는 미리 안 되더라고요. 오히려 늘어져서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못 얻어요. 사실 데드라인 코앞까지 간다 해서 제가 손 놓고 있는 건 아니거든요. 머릿속에선 계속 구상을 하죠. ‘이렇게 손 놓고 있으면 안 되는데’라고 생각하더라도 말이죠. 전 마음에 짐을 짊어지면 질수록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온다고 믿는 사람이에요.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는 작업의 퀄리티를 높이는 좋은 윤활유가 돼요. 제 마인드가 이래요.(웃음)”

 


이 긍정적인 사내는 작업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어떻게 대응할지도 궁금해졌다. 역시나 그다운 대답이 돌아온다.

“일단 안 나오는 건 어쩔 수 없는 거죠. 아예 답이 안 나오는 건 ‘에라, 모르겠다’ 하고 클라이언트에게 1차로 보내요. 끌어안는다고 해결되진 않으니까요. 저는 작업할 때 모든 것이 다 완벽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가령 1번부터 24번까지의 이모티콘이 나왔을 때 전부가 동등한 완성도를 가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이에요. 더 힘이 들어간 것도 있고 반대로 힘을 뺀 것도 있을 테고요. 물론 작업하다 보면 전부 다 100%까지 끌어올리고 싶어 스트레스를 받긴 하지만 이런 마인드 덕분에 남들에 비해 스트레스 강도는 덜한 편이에요.”

그가 이전에 진행한 바 있는 웹툰 연재에 대해 운을 떼니 손사래 치며 말을 끊는다. 자신과 같은 유형에게 웹툰 형식은 쥐약이란다. 그는 수명 단축의 지름길이라고 덧붙였다. 좋은 기회가 온다면 해볼까 싶지만 이내 아니라며 그 시간에 다른 욕심나는 걸 하겠다며 발을 뺀다. 일주일 내내 그거 하나만 생각하는 삶은 자신의 방식이 아니라며 너스레 떠는 그이다.

물론 ‘연재’의 이점에 대해서도 정확하게 설명한다.

“좀 더 디테일하게 풀어낼 수 있겠죠. 작업을 하면서 가장 많이 드는 생각이 ‘내가 이걸 왜 하고 있는 걸까?’거든요. 저는 특히 사람들에게 저 자신을 어필하고 싶은 욕구가 남다른 것 같아요. 제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요. 그런 면에서 단순한 캐릭터보단 웹툰이 효과적이긴 하거든요. 짜임새 있게 내 말을 들어달라고 어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죠. 말이 그렇다는 거고… 아직 마음의 준비는 안 됐어요.(웃음)”

어린 시절 호조는 친구들과 게임하다 엄마에게 혼나고 또 몰래 만화 보다 혼나는 평범한 남자애였다고 회상했다.

“어릴 때 보고 하던 걸 지금 하는 거죠, 뭐. 좋아했어요. 그렇게 혼나면서도 재미있었으니까. 지금도 쉴 때는 위닝(위닝일레븐)하고 만화 보고, 유튜브 연관 동영상들을 따라가며 낄낄대고, 또 일이랑 연관도 시키고 그래요. 낙서도 하고. 전 어릴 때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진 건 없는 것 같아요.”

 


군 제대 후 열심히 준비했던 서울예대에서 바로 합격 통지서를 받았더라면 지금쯤 배우로 어느 무대에서 끼를 뽐내는 호조를 마주했을 수도 있다. 미련은 없다고 했다. 직접 해보니 카메라 울렁증등 다른 문제가 많음을 알게 됐다고. “제 길이 아니었나 보죠” 하고 또다시 너털웃음을 웃는다.

고민에 대한 답을 빨리 내리는 편인가 보다고 물었다. 그에게 ‘결정장애’는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어차피 둘 중에 하나니까요. 조금이라도 더 치우치는 쪽으로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하거든요. 그게 정신 건강에 좋아요. 예전에 공부할 때 벤처 열풍이 불었어요.

2004~05년 무렵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때 게임 회사에 들어가게 됐어요. 보통 그런 회사의 디자이너들은 자신의 스타일로 게임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욕심을 품고 있거든요. 근데 그 회사는 이미 다 나와 있는 매뉴얼로 툴에 맞춰 로테이션만 도는 구조였어요. 회의를 많이 느꼈죠. 나 자신을 어필하는 데 열정을 다한 게 아마 그때부터였지 않나 싶어요.

그렇게 만든 게 제 개인 홈페이지인 ‘호조넷’이에요. 지금은 카툰이라고 하는 컷을 이용해 제가 하고 싶은 말이나 생각을 전달할 수 있는 창구로 일기라고 봐도 좋고, 포트폴리오 폴더라고 할 수도 있는 사이트죠. 하다 보니 재미가 붙어서 하고 싶었던 것을 소소하게 그려 올리기도 했어요. 이를테면 기존 동화에 스토리 라인을 전환해 새로운 해석이나 결말이 나올 수 있게 ‘호조 스타일’로 뽑는다거나 하는 거죠. 그렇게 회사 일과 병행하면서 하다 보니 다른 길이 조금씩 보이더라고요.”

 


그가 운영하는 호조넷(http://blog.naver.com/hozo_chun)을 미리 방문했었다. 유쾌하고 익살스러운 친구들로 가득했다. 그렇다고 마냥 가볍지만은 않았다. 그를 직접 만나보니 ‘작가 자신이 그대로 투영된 캐릭터들이 그곳에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의 99.8%에 가깝게 본인이라고 시인했다. 나머지 0.2%는 놓지 못한, 잘 보이고 싶은 마음 정도라고 정리했다. 그림을 그리며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솔직함’이라고 말하는 그는 이제껏 보이던 장난기 어린 눈빛을 거두고 사뭇 진지해졌다.

“그게 가장 어려워요. 그러려면 일단 삶 자체가 솔직해야 하거든요. 여러 가지로 솔직해야 ‘참작업’을 할 수 있는데 거짓이 섞이다 보면 한계가 와요. 베이스 자체가 진심이 아니면 좀 그렇죠. 아마 보셨을 콘텐츠의 대부분은 그 설정 안에 제가 들어가 있을 거예요. ‘나라면 어땠을까?’라는 질문을 반드시 담았죠.”

가수 싸이의 캐릭터 작업에 대해서도 물었다. 개성이 남다른 것이 어쩐지 그와도 겹치는 부분이 많아 보였다.

“저는 이런 분들을 좋아해요. 늘 장난 같고 가벼워 보이지만 사실은 아닌, 그러니까 제가 장난스러운 그림을 많이 그린다 해도 사실은 진지한 분들을 좋아하거든요. 저도 그런 부류 같고.(웃음)”

나중에 기회가 있다면 가수 ‘노라조’와도 작업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자신과 비슷할 것 같아서. 그리고 “일단 재미있잖아요”라며 웃어 보인다.

회사 일과 프리랜서로서 개인 작업을 병행하는 그이다 보니 같은 작업을 하는 크루라든가, 회사를 차리는 건 어떤지 조심스레 물어봤다. 그의 리액션 속도는 매우 빨랐다. 5점 만점의 1점, “매우 싫다”란 반응이 나왔다. 이전에 한 회사에 근무하며 2년가량 관리직을 맡은 적이 있다고 했다. 일도 별로 없고 바쁘지도 않은데 무기력한 기분이 들었다. 그림을 그리던 사람이 그림을 놓으니 그저 이상했다. 그 이후론 직함이나 스탠스를 떠나 자신이 만족하고 즐거워하는 게 목표라 관리나 경영의 스트레스를 받느니 그냥 하고 싶은 걸 하며 살기로 했단다. 모르긴 몰라도 그다운 신조였고, 잘 지켜지고 있으리라는 믿음이 스쳤다.


그가 카카오 프렌즈의 이보티콘 중 가장 자주 사용한다는 '어피치'


호조의 지난 몇 년간의 작업을 중간 점검하면 대부분 다른 이견 없이 성공적이라 할 것이다. 그만큼 그가 만든 작품은 ‘대박’이었고 대중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 비결은 ‘공감’이라고 했다.

“아무리 재미가 있어도 공감을 얻지 못하는 작가 혹은 캐릭터는 끝장이에요. 제가 목표로 삼는 가장 성공적인 캐릭터는 공감이 가는 데다 이왕이면 재미까지 있는 거거든요. 한 가지 더 보탠다면 ‘절제미가 돋보이는 것’이죠.”

그는 최대한 간단히 표현하는 것을 좋아한다. 군더더기가 붙을수록 매력은 급격하게 떨어진다. 캐리커처에는 왜곡이 많아 별 흥미가 없다고 했다. 이모티콘이나 캐릭터를 만들 때는 다르다. 튀려고 나서는 것보다 합이 잘 맞게 연출하는 것이 관건이기 때문.

“사람도 그래요. 가면같이 꾸며진 이미지를 지닌 분들에겐 마음이 안 가요. 솔직한 사람에게 끌리죠. 저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고.”

뻔한 얘기라 해도 될지 고민된다며 운을 뗀 그가 쑥스러운 듯 말한다. “실패를 즐기는 사람이 되면 좋을 것 같아요. 사방에서 열정을 강조하고 도전적인 태도를 부추기는데, 사실 실패하는 경우가 다반사죠. 젊을 땐 더욱요. 근데 근본적인 걸 즐길 줄 알아야 실패도 극복할 수 있거든요. 실패했다고 해서 낙담하고 좌절하면 거기까지예요. 저는 사실 답이 실패에 있다고 생각해요. 역전시킬 방법이라든지, 실패한 경험이 있어야 후에 이를 소스로 썼을 때 사람들이 거기서 공감하고 진정성을 느끼죠. 그런 것을 전달하고 또 받는 것이 짜릿한 행위란 말예요. 즐기다 보면 우연히 길이 생기는 것 같아요. 자괴감이니 후회니 하는 것을 애써 겪지 말라고 감히 조언하고 싶어요. 옛말 그른 거 없다고, 사람 죽으라는 법은 없더라고요.”

내가 먼저 솔직하고 정직한 사람이 되어야 상대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는 캐릭터를 만들어낸다고 믿는다고 했다. 그를 닮아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캐릭터의 탄생을 기대해본다.

CREDIT INFO

취재
박지현
사진
이진하
2015년 02월호

2015년 02월호

취재
박지현
사진
이진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