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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언니 오빠들

한 가닥 했던 언니 LEE BON

방송계를 떠났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그래서 복귀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그저 다시 한 번 자신을 드러낸 것뿐이다. 조명이 켜지자 본색을 드러냈다.

On February 03, 2015


이본이 무대 위로 올라섰다. 조명이 켜지고 환호가 커진다. 시간은 금세 그녀를 전성기 시절로 옮겨놓았다. 당당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이 무대를 압도한다. MBC <무한도전 :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이하 <토토가>)의 MC를 맡은 이본은 “까만 콩 이본입니다”라는 익숙한 자기소개로 무대를 열었다. 조명이 꺼졌다. 시청자도, 출연자도 모두 울음을 터뜨렸다.

<토토가>를 통해 오랜만에 얼굴을 보여서 많은 시청자들이 반가워했어요. 1년 반 전, 어머니가 항암 치료 후 후유증이 심해 방송을 계속할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큰언니도 한국에 없던 터라 제가 온전히 어머니를 돌봐드릴 수밖에 없었죠. 하지만 지금은 큰언니가 한국에 들어와서 엄마를 돌봐드리고 있어요. 덕분에 이번 무대에는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임할 수 있었어요.

어머니가 이번 방송에 나온 걸 보고 좋아하셨겠어요. 그래서 더 신나게 했어요. 물론 무대 자체도 아주 신났죠. 방송 마치자마자 엄마에게 달려가 반응이 좋았다고 한껏 부풀어서 말했죠. 어머니를 웃게 해드리고 싶었거든요.

이본씨도 방송 중 눈물을 흘렸지만 시청자들도 많이 울었어요. <토토가> 1회가 방송된 날 문자메시지를 8백 개 정도 받았어요. 심지어 잘 생각나지 않는 분들까지 잘 봤다며 연락해주셨는데, 그런 분들에게도 기억을 짜내어 모두 인사드렸어요. 안 보이는 곳에서 많이 응원을 해주셨구나 싶은 생각에 울컥하기도 했어요. 방송 직후 네티즌들도 응원의 글을 많이 올려주셨어요. 사실 제가 미워하려면 한없이 얄미운 캐릭터잖아요. 그래서 ‘안 나와도 되는데 왜 나올까?’ ‘주는 것 없이 얄미우니 나오지 말았으면.’ 이런 글들이 올라오진 않을까 생각했어요. 또 한편으로는 이제 잊혀서 ‘저 여자가 뭐 하는 여자일까?’ ‘쟁쟁한 90년대 그룹들이 나오는데 왜 끼어 있을까’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고요. 제가 예상한 글들이 인터넷에 도배되겠구나 생각했는데, 의외로 좋은 반응이 많았던 것 같아요.

 


‘대중에게 잊힌 스타’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있었나요? 일찍부터 경험해서 익숙해요. 제가 본격적으로 연기를 배우기 위해 지난해 뮤지컬연기연극과에 진학했거든요. 학교에서 직업이 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아요. 그렇다 보니 사람들이 저를 못 알아보는 것에도 점차 익숙해지죠. 꽤 덤덤하게 살았어요. 근데 어느 날 저희 대학에 들어온 학부생한테 직접적으로 언니는 직업이 뭐냐는 질문을 받고 당황했어요. 임팩트가 강했죠.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랄까요.

그런 질문을 받았을 때 복귀하고 싶거나 방송을 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던 건가요? 복귀라는 말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전 은퇴한 적이 없거든요. 다만 모든 방송 활동을 중단할 때쯤 쉬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 시기적으로는 엄마의 건강도 나빠졌던 때였어요. 여러 가지 상황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잠깐 다녀온다는 생각으로 떠난 게, 시간이 너무 길어졌어요. 같은 말의 반복일지 모르지만 떠난 자리라기보다 다시 돌아가야 할 자리, 돌아가고 싶은 자리였던 것 같아요. 그래서 기약 없는데도 옥상까지 닿기 위해 꾸준히 계단을 오르듯 트레이닝을 게을리하지 않았어요. 마치 누가 내일 당장 나를 캐스팅하기라도 할 것처럼요. 영화를 보면서도 저런 연기 참 좋다, 저런 역할 참 좋다며 몇 번씩 돌려보곤 했어요.

많은 사람이 궁금해했어요. 그동안 뭘 하고 지냈을까 하고. 일을 쉬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는 제 지식이 바닥나서였어요. 이미 가진 패는 다 보여줬는데 더 이상 개발할 시간도, 여유도 없었거든요. 가진 것 그대로 끝까지 몰고 가려고 하는 제 자신이 한심해 보였어요. 라디오를 진행하면서 늘 똑같은 멘트, 결과 뻔한 어드바이스, 이런 것에 질린 거죠. 모든 게 소진된 상태에서 계속해서 일을 한다는 게 스스로 용서가 안 됐어요. 데뷔하고 한 번도 쉬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새롭게 재충전도 할 겸 1년 동안 유럽여행을 갔다 왔죠. 많이 느끼고 시야도 넓어지고, 생각도 정리됐어요. 돌아올 때쯤 엄마가 아프다는 소식을 들었고 그 뒤 계속 병간호에만 매달려 있었어요.

자신에게 엄격한 편인가 봐요? 어설픈 걸 싫어해요. 예전 같으면 뭐 하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조금도 용납되지 않았어요. 특히 저 자신에게 더 엄격한 스타일이라고 할까요? 어설프게 하느니 차라리 좀 늦더라도 완벽하게 하는 게 좋았죠. 하지만 확실히 여행 이후로, 또 어머니의 투병 이후로, 그리고 경험이 점점 많아질수록 제가 더 부드러워지는 것 같아요.편하게 마음먹으니 의외로 결과물이 좋게 나오기도 하고요. 저 20대 때는 절대 상대방의 마음을 배려하지 않았어요. 근데 지금은 뒤로 물러나는 법을 배웠죠.

당당한 성격만큼 개성 넘치는 패션으로 사랑받았죠. 고수하는 패션 철학이 있나요? 의상을 ‘깔맞춤’ 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해요. 예전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는 패션 철학이 있다면 ‘삼색 이상을 걸쳐야 된다’는 주의예요. 보통의 패션 피플들과는 조금 다른 조언이라는 이야기를 가끔 들어요.(웃음) 저는 한 가지라도 거슬리는 게 있으면 다시 집으로 들어가 다시 차려입고 나와요. 뭐 그렇다고 해서 그게 완벽한 코디라고 할 수는 없지만요. 어릴 때부터 그랬대요. 초등학교 때였는데 엄마가 어디를 데리고 나갔을 때 길 가는 사람들이 저를 보고 예쁘다는 소리를 안 하면 엄마한테 집에 다시 가자고 했대요. 엄마가 요즘도 그 소리를 하세요.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더니 여전히 그러고 있다고. 실제로 그런 것 같아요. 사람들이 날 안 쳐다보면 이건 뭔가 ‘NG’다. 그런 생각이 들어요. 참 피곤한 스타일이죠?(웃음)

 


요즘 추구하는 패션은요? 편안한 스타일요. 어떤 때는 강하게도 갔다가 때로는 따뜻해 보이는 스타일. 시크 룩을 연출하기도 하고 모던 룩을 연출하기도 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것으로 편안함을 추구하게 된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놈코어 룩을 자주 즐기게 돼요. 이목구비가 큰 편이라 가끔 저를 차가운 사람으로 보시기도 하는데, 평상시에는 메이크업도 하지 않는 데다 옷도 편안하게 입으니 강한 인상으로 보진 않으시더라고요. 평소 민낯으로도 돌아다니고 옷도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섞일 수 있는 캐주얼 룩을 많이 입어요. 그래야 학교에 가서도 친구들이 저를 편하게 대할 수 있으니까.

세월을 비켜가는 것 같은데, 학교에서 대시하는 남학생이 있는 것 아니에요? ROTC에게 연락처를 받은 적이 있어요. 야구모자 쓰고 후드티 뒤집어쓰고 학교에 가는데 흰 쪽지를 접어 저한테 주는 거예요. 그걸 보고 한참 웃었죠. 제일 친한 학교 친구에게 “봤지? 언니 아직 잘나간다”라며 자랑도 했죠.(웃음) 아마 제가 몇 살인지 알면 기절하겠다 싶어 얼른 처리했죠. 마주치면 음료수라도 하나 사줄까 했는데 그 후 보지 못했고 제가 머리를 짧게 잘라서 아마 그 친구도 절 못 알아봤을 거예요.

머리를 자르다니, 심경의 변화라도 있었나요? 머리를 짧게 자른 지 7~8개월 됐는데 심경의 변화는 없었어요. 그냥, 긴 머리가 너무 지루했어요. 긴 머리의 제 모습이 거울에 비치는데 갑자기 이건 아니다 싶어 단번에 잘라버렸어요. 헤어 디자이너 선생님이 기다렸다는 듯 신나서 자르더라고요. 다행히 커트가 잘 어울린다는 소리를 들으니까 나쁘지 않네요.

다시 찾아온 인기, 낯설지 않죠? 팬클럽 친구들이 제 옆을 지켜주고 있어요. 제 팬클럽에서는 2년에 한 번씩 돌아가며 회장을 맡는데, 팬클럽 회장이었던 9명의 친구를 지금도 여전히 만나고 있어요. 이제 결혼한 친구도 있지만 제가 일하지 않을 때에도 혹시나 자신들이 괜한 압박을 주진 않을까, 그래서 상처받진 않을까란 생각으로 항상 뒤에서만 저를 응원해줬죠. <토토가> 방송 후 애들이 짜기라도 한 듯, ‘이렇게 나타나주어 고맙다’는 식으로 전부 문자를 보낸 거예요. 그때 마침 혼자 있던 터라 울음이 터졌어요. 그 친구들은 지금도 가벼운 비밀번호는 제 휴대폰 뒷번호를 쓸 정도로 돈독해요. 얌전하고 말없이 진득한 친구들이죠. 제가 시끌벅적하고 나대는 거 별로 안 좋아해서인지 팬들도 저랑 성격이 비슷해요.

곁에서 오래 머무르는 건 참 어려운 일이잖아요. 언젠가 TV를 보는데 이승환씨가 팬들과 마주한 자리에서 팬들에 대한 고마움을 굉장히 독특하게 표현하더군요. 멋없게 일부러 ‘틱틱’대듯 하더라고요. 근데 팬들이 이승환씨의 표현 방법이란 걸 다 알고 있었어요. 충분히 교감했던 거죠. 저도 팬들과 마주치면 바쁘지 않은데도 더 냉정하게 하고 멋없게 굴었던 것 같아요. 조금 있다가도 만나기로 했는데, 만나서 맛있는 것도 사주고 표현을 좀 해보려고요.

 


방송에서 마이크 잡았을 때 느낌이 확 살아나지 않던가요? 대학교 행사 나 연극을 하면서 사람들 앞에 설 일이 많아요. 그래서 긴장은 덜했어요. 내 손에 자연스럽게 마이크가 쥐어졌고, 무대조명이 비췄을 때 관객들이 다 보인다는 건 긴장하지 않았다는 뜻이거든요. 카메라와 마주하며 마음 편안했던 것 같아요. ‘왜 나는 시간 가는 줄도 몰랐을까, 왜 잠깐 쉰 듯한 느낌일까.’ 결론은 결혼을 하지 않아서 환경에 큰 변화가 없었던 게 이유인 것 같아요. 제가 만약 결혼해서 애라도 낳았다면 과거의 일들이 먼 얘기처럼 느껴졌을 텐데, 예나 지금이나 부모님과 같이 살고 하는 것도, 성격도 변함없고, 운동도 꾸준히 하고 있어 체력이 크게 떨어지는 것도 느낄 수 없고, 모든 게 똑같으니까. 그래서 더 편하게 다시 무대에 설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안 그래도 연애나 결혼에 대해 궁금해하는 분이 많아요. 전 연애는 꼭 해야 된다는 주의이기 때문에 지금 당장 결혼 생각이 없어도 연애는 계속 하고 싶어요. 독신주의는 아닌데, 지금 저에게 주어진 상황에서 결혼을 선택할 이유는 없어요. 지금 이렇게 다시 하고자 했던 일을 붙잡고 달려 나가야 하는 상황에 결혼이라는 선택지가 있다면 제가 그쪽으로 가지는 않을 것 같아요. 하지만 전 절대 독신주의는 아니랍니다.(웃음)

연애 스타일은 어때요? 오래 만나요. 데뷔하고 나서 지금껏 계속 연애를 했는데 사귄 남자가 서너 명밖에 안 되니까 오래가는 편이죠. 진득하고 조용조용하게 연애해요. 뭐든 하면 끝을 봐요. 다르게 말하면 끝을 볼 때까지 새로운 걸 잘 시작하지 않아요. 피곤하니까. 연애로 본다면 좀 게으른 거죠. 술을 못해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기회가 많지 않아요. 그러니까 그냥 주야장천 한 사람만 만나나 봐요.(웃음)

독신을 지향하는 사람에게 화려한 싱글이 되기 위한 조언을 해주세요. 직업이 확실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마인드가 끊임없이 솟구쳐요. 자신에 대한 투자도 아끼지 말아야 해요. 그래야 삶의 질이 떨어지지 않고 화려한 싱글로 살 수 있죠, 제가 봤을 때는 나중을 위해 저축을 하는 것도 좋지만 현재 예쁘게 사는 게 정말 화려한 싱글다운 것이 아닐까요?

 


소속사 ‘필름있수다’와 정식 계약을 했어요. 영화에서 맡고 싶은 역할이 따로 있나요? 영화라면 무자비한 캐릭터도 괜찮을 것 같아요. 남자한테 얻어맞는다거나, 강한 이미지의 캐릭터도 좋아요. 신(scene)이 많지 않아도 사람들의 기억에 확실히 각인되는 선 굵은 캐릭터를 해보고 싶어요. 미친 여자 역할 같은 것도 재밌을 것 같아요. 올해 영화를 하게 되면 제 인생 최초의 영화를 찍게 되는 거거든요. 그래서 더 저다운 영화를 해봤으면 좋겠어요. 싹수가 노랗고 욕도 잘하는 그런 역할이랄까요?(웃음) 특히 여배우 중 강한 이미지의 배우라고 하면 떠오르는 배우가 없으니까 ‘강한 여자’라면 단번에 떠올릴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여성미보다는 보이시하고 질기고 끈질긴, <리타 길들이기>의 주인공 같은 역할요. 중국 무술 잘하는 캐릭터도 좋겠네요. 최근에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란 영화를 봤는데 그런 예술영화라면 아주 짧은 한 신에 나와도 정말 영광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MC보다 ‘배우’라는 이름에 더 욕심을 내는 건가요? 제가 한창 일할 때는 드라마도 하고 MC도 보고, DJ도 하다 보니 연기는 하고 싶어도 못했어요. 그래서 연기에 미련이 많아요. 저도 준비가 되어야 하고, 소속사도 노력을 해야 하지만, 운도 좀 따라줘야겠죠? 하지만 이렇게 간절히 원하니 연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요?(웃음)

이번 2015년에 연기대상에 도전하는 건가요? (웃음) 연기대상까진 무리고 연기대상 MC를 하는 게 소망이에요.(웃음) 이번 방송을 저는 ‘7분의 미러클’이라고 생각해요. 그 7분간 임팩트가 그대로 전달되었다는 것에 감사드려요. 절 잊지 않고 기억해주신 것에 감사합니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연기자로 죽을 때까지 살았으면 좋겠어요. 진심의 가치를 아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톡 쏘는 오렌지 컬러였는데 알고 보니잔잔한 그린 컬러다. 이본은 그런 여자였다. 이본의 본색은 그렇게 우리 마음을 물들일 준비가 됐다.

CREDIT INFO

취재
전유리
사진
하지영
스타일리스트
김지연
의상협찬
나파피리, 톰보이, 힐피거데님, 프레드페리, 모조에스핀, 나인웨스트, 렉스다이아몬드, 꼼뜨와데꼬또니에
2015년 02월호

2015년 02월호

취재
전유리
사진
하지영
스타일리스트
김지연
의상협찬
나파피리, 톰보이, 힐피거데님, 프레드페리, 모조에스핀, 나인웨스트, 렉스다이아몬드, 꼼뜨와데꼬또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