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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작가 그룹 UVA

서울 도심 한복판이 거대한 캔버스이자 미술관이 됐다. 바삐 움직이는 자동차와 모든 사람이 관객이자 작품의 일부. 도산사거리를 하나의 미디어 아트 작품으로 변모시킨 세계적 작가 그룹 ‘UVA’의 총괄 책임자인 매튜 클라크를 만났다.

On January 20, 2015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도산사거리. 그 한복판에 우뚝 선 유리 건물에 털모자를 뒤집어쓴 외국인 남성이 들어서서 창밖을 가리킨다. 활짝 웃으며 “크리스마스!(Christmas!)”라고 외치는 그의 모습은 마치 순수한 어린아이 같기도 하다. 그가 바로 창조적인 미술 작품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영국 출신의 작가 그룹 유나이티드 비주얼 아티스트(United Visual Artist, 이하 UVA)의 창립 멤버 중 한 사람인 매튜 클라크(Matthew Clark)이다. 그를 포함해 15명의 30~40대 젊은 작가로 이뤄진 UVA는 2003년 설립된 작가 그룹으로 국제적 명성과 함께 현대미술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현대미술의 성지’로 불리는 런던 테이트 모던 터빈홀에서 전시를 연 것은 물론 맨체스터 국제 페스티벌, 런던 빅토리아&알버트 뮤지엄, 런던 로열 아카데미 등에서 기획 전시를 개최한 것. 또한 뉴욕, 파리, 바르셀로나, 베이징, 도쿄, 상파울루 등 세계 곳곳에서 쏟아지는 러브콜에 이들은 1년 중 75%를 런던이 아닌 세계 각국의 도시에 머물며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다.

UVA의 모던하고 도시적인 작품 세계는 ‘예술과 기술은 떼어놓을 수 없다’는 현대미술의 특징을 제대로 보여준다는 평을 받고 있다. 덕분에 2007년에는 아트 분야에서 차별화된 창조성과 독창성, 혁신을 보여준 이들을 뽑는 D&AD 어워즈에서 수상하며 세계적인 명성에 걸맞은 실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UVA 멤버 15명은 미술, 음악, 건축, 컴퓨터 디자인, IT 기술, 조명 설계 등 다양한 분야를 전공한 사람들이에요. 그중 순수미술이나 디자인을 전공한 ‘아티스트’는 7명이고, 그 외 8명은 각양각색의 전공자들이죠. 모두 다른 전문 분야와 기술, 지식을 갖고 있어 언제나 새로운 타입의 작품이 탄생하고 좋은 결과물을 얻은 것 같아요. UVA 스스로 현실에는 없는 유토비아적인 비전을 갖고 있기도 하고요. 지금까지 없던 걸 만드는 게 재미있잖아요.”

 


멤버 간 협업 덕분에 UVA는 21세기 현대미술의 트렌드를 잘 보여주는 작가 그룹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각 분야의 전문가가 머리를 맞대고 최선의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하는 만큼 매번 종전에는 없던 신선하고 획기적인 작품이 탄생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분야를 전공한 멤버들이 함께 작업하다 보니 전혀 예상치 못한 작품이 나오기도 해요. 현대 모터스튜디오에 전시되고 있는 ‘움직임의 원리’도 그랬고요. 사실 작품 제안을 받고 이 공간을 처음 접했을 때는 당황스럽기도 했어요. 유리창으로 뻥 뚫린 곳이어서 빛이 많이 들어와 전시 공간으로는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멤버들과 끊임없이 연구와 토론을 거쳐 단점으로 생각했던 전면 유리 건물을 작품의 특징이자 장점으로 승화시켰어요.”

현대 모터스튜디오에서 전시 중인 UVA의 ‘움직임의 원리2’는 원형 조형물 5개가 나란히 설치되어 있고 그 위 대형 미디어 월(Wall)에서 영상물이 상영되는 작품이다. 작품 뒤로는 벽 전체를 차지하는 유리창을 통해 도산대로의 바쁜 도시 풍경이 보이며 건물 밖에서도 작품을 훤히 볼 수 있다. 작품이 설치된 건물, 건물이 위치한 거리, 그 거리를 지나는 자동차와 사람들이 모두 한 작품으로 어우러지고 있는 것. 덕분에 도산사거리는 자동차 전시장의 메카에서 미술계가 주목하는 핫 플레이스로 탈바꿈됐다.

“혼자 하는 것보다 여럿이 하는 작업이 확실히 결과물이 좋아요. 또 알맞은 사람이 적합한 프로젝트에 배치되도록 하고 있고 모든 멤버가 한 공간에서 작업하며 24시간 소통하므로 끊임없이 아이디어가 창출되고 소통이 자연스럽게 이뤄지죠. 15명이라는 많은 멤버가 지금까지 문제없이 UVA로서 공동 작업을 해온 것도 의견을 나누고 공유하는 것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일해온 덕분이에요. 모든 멤버가 서로 이해하려고 노력하거든요.”

 

영국 런던 테이트모던에 전시됐던 UVA의 작품 '에코(Echo)'

 


UVA처럼 그룹으로 작업을 하는 추세는 우리나라 예술계에서도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건축, 가구, 산업 등의 분야에서 디자이너들이 개인의 이름보다는 그룹명 혹은 스튜디오 개념으로 작품을 내놓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경우가 두드러지게 많아진 것이다.

“각기 다른 장점을 지닌 사람들이 모여 작품을 하는 것은 현대사회의 반영이라고 생각해요. 회사원들만 보아도 자신의 전공과 관련된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를 응용해야 하잖아요. 작가나 디자이너들도 마찬가지인 거죠. 디지털 혁명을 겪으며 모든 것이 융합되는 것이 트렌드가 되었고, 작가 역시 어떤 작품을 만들 때 여러 가지 미디어를 사용하는 것이 큰 흐름이 되었어요. 저도 아티스트가 주변의 가능한 모든 매체를 이용해 작업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그게 붓이든 연필이든 컴퓨터든 종이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예술가로서 다양한 분야와 사람들과의 결합, 협업은 선택이 아닌 필수인 것 같아요. 집단으로 일하는 디자이너나 예술가들이 많아지는 것도 아주 자연스러운 움직임이고요.”

공동 작업이기에 아티스트로서 개인의 명성이 높아지지 않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나 개별 작업에 대한 욕심은 없을까.

“언젠가는 영국의 조용한 해변에 집을 짓고 그림을 그리면서 살고 싶은 꿈도 있어요. 아티스트로서 명성을 얻고 싶은 마음도 당연히 있고요. 하지만 처음 UVA를 설립하며 약속한 철학이 ‘늘 함께하자’는 것이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은 어떤 작업에 대한 아이디어나 욕심이 생기더라도 혼자 따로 진행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어요. 다른 멤버도 마찬가지 생각이고요. UVA로서 여럿이 작업하는 지금의 환경에 매우 만족하고 행복해요. 이들과 함께 일할 수 있는 것이 행운이라고 생각할 정도로요.”

UVA는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는 작가 그룹인 만큼 공공기관, 기업 등과의 컬래버레이션 작업에도 적극적이다. 서울 강남의 도산대로 한복판에 영국의 신진 작가인 그들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는 것도 현대자동차와의 협업 덕분. 공학과 예술의 만남에 대중은 흥미로워하고 많은 관심을 나타낸다. 브랜드의 이미지 변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평이다. 많은 기업이 아티스트들과 협업에 나서는 이유다. 하지만 작가로서는 고민도 많단다.

“특정 기업이나 한 브랜드와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마다 조심스럽고 선택을 할 때도 많은 고민을 해요. 아티스트가 창의적인 작품을 탄생시키려면 완벽한 자유가 주어져야 하는데, 어떤 기업은 원하는 방향으로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봐 걱정하기도 하니까요. 저희는 그들의 요구에 따라 광고를 하는 것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작가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서포트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어떤 이득을 보려고 하기보단 예술 그 자체를 사랑하고 지원해주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최선인 셈이죠.

그런 면에서 현대자동차와의 작업은 아주 좋은 예입니다. 현대자동차는 런던 테이트 모던의 스폰서도 하고 있을 정도로 문화·예술의 발전을 위해 지원을 하고 있고, 저희와도 동등한 파트너십을 가지고 일을 진행했어요. 덕분에 작품도 자동차를 형상화한 것이 아니라 사람의 움직임 자체에 초점을 맞춰 저희의 아이덴티티를 녹여냈고요. 이렇게 자유로운 작업 환경이 보장된다면 작가로서 좋은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무감이 있을 뿐 부담은 없어요. 오히려 새로운 도전에 대한 즐거움을 얻을 수 있고 자극제가 되기도 하죠.”

 


현대 모터스튜디오에서 전시 중인 '움직임의 원리2'는 UVA 멤버 중 7명이 함께 작업해 탄생한 작품이다.

 


UVA는 2015년에도 다양한 지역, 새로운 기관과 함께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할 예정이다. 미국 도시 필라델피아에서 큰 프로젝트를 앞두고 있고, 프랑스 파리의 국립오페라발레단과 함께하는 색다른 작업도 기다리고 있는 것. 언뜻 상상이 되지 않는 발레단과 작가들의 만남, 지금까지 없던 시도에 클라크 역시 어떤 새로운 결과물이 나올지 궁금하다는 반응이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현대사회에서 예술가의 역할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물었다.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작가인 그의 생각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예술가의 역할을 하나로 정의할 순 없어요. 개인적인 감성을 작품으로 나타내는 사람도 있고 정치적인 것을 그리는 사람도 있고, 각각 목적이나 추구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이죠.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반영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특히 대중이 어떤 장소나 환경 자체를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한국의 설치미술가 서도호가 그런 작업을 굉장히 잘해서 가장 좋아하는 아티스트 중 한 사람이에요. 그리고 어떤 해답을 제시하기보다는 사회현상에 대한 질문이나 문제를 제기하는 작품을 만드는 것도 작가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해요.”

우리가 어렵다고 생각하는 예술도 결국은 현실 속에 있다는 것이다.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UVA 멤버 15명이 함께 그려나갈 미래의 예술 세계는 어떤 모습일지 자못 기대가 된다.

CREDIT INFO

취재
이현경
사진
김승환
2015년 01월호

2015년 01월호

취재
이현경
사진
김승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