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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이종석

스타가 되는 것보다 어려운 것이 ‘진짜 배우’가 되는 일이다. 그렇다면 이종석은 행운아다. 데뷔 5년 차, 별처럼 빛나는 눈을 가진, 믿고 보는 배우니까.

On January 15, 2015


기자가 기억하는 배우 이종석은 순정만화에 등장하는 남자 주인공 같은 이미지였다. 새하얀 피부에 가느다란 손가락. 거기에 모델 출신이라는 꼬리표 때문인지 ‘왠지 시크할 것 같다’는 선입견도 있었다. 적어도 이종석을 만나보기 전까지는 그랬다.

인터뷰를 위해 저벅저벅 걸어 오는 모습은 현재 출연 중인 드라마 <피노키오> 속 ‘최달포’의 모습과 오버랩됐다. 그는 미소에 인색하지 않았고, 솔직했고 엉뚱했다. 거침없는 청춘을 보는 느낌이랄까.

그가 맡은 ‘최달포’ 역은 어린 시절 상처 때문에 특별한 재능을 숨기고 살다가 방송사 보도국의 사회부 수습기자가 되는 인물이다. 사회 초년생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보니 극의 흐름 자체가 밝고 유쾌하게 흘러간다.

“드라마의 인기를 실질적으로 체감하진 못했어요. 촬영 일정이 빡빡해 요즘은 거의 바깥세상과 단절된 느낌이거든요. 주변 분들이 ‘드라마 재밌더라’ 하시니까 힘을 내서 기분 좋게 촬영하고 있어요. 물론 아침 일찍 나오는 건 여전히 힘들지만요.(웃음)”

연예계에서 이종석은 흥행보증수표로 통한다. <학교 2013> 이후로 <너의 목소리가 들려>(이하 <너목들>) <닥터 이방인>까지 3연속 홈런을 날렸고, 이번 작품 <피노키오> 역시 반응이 심상치 않다. 특히나 이번 작품은 전작 <너목들>에서 호흡을 맞춘 박혜련 작가와 조수원 PD가 함께해서 더욱 기대를 모았다.

“박혜련 작가님과 계속 연락하며 지냈어요. 그러다가 <피노키오>의 대본을 재밌게 봤죠. 쉼 없이 줄곧 스케줄을 소화해서 많이 힘들었지만, 또다시 같은 스태프분들과 함께 작품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렘을 느꼈고, 정말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조수원 감독님이 이끄시는 촬영 현장 분위기는 정말 좋거든요.”

드라마가 흥하기 위한 조건이 몇 가지 있다면, 그중 하나는 연출진과 배우 사이의 케미스트리다. 작가의 촘촘한 대본과 감독의 연출력, 그리고 배우의 연기력이라는 삼박자가 갖춰져야 비로소 명품 드라마가 탄생할 수 있다.

“박혜련 작가님의 대본은 굉장히 생활감이 있어요. ‘바지춤을 조이며’라는 지문이 있을 정도로 디테일하죠. 스토리 진행에 개연성이 충분하고, 인물 한 명 한 명이 모두 다 사랑스러워요.”

그가 전작 <닥터 이방인>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덥석 이번 작품을 선택한 데는 스태프들에 대한 믿음이 컸다. 이종석은 줄곧 함께하는 스태프들에 대한 ‘무한 신뢰’를 드러냈다.

“사실 <너목들>에서 호흡을 맞춘 작가님, 감독님과 함께하는 작품이라 걱정이 많았어요. 한 배우가 똑같은 스태프들과 다시 한 번 작품을 한다는 것에 대해 괜히 색안경을 끼고 보실 수도 있겠다는 생각 때문이었죠. 그래서 캐릭터로 시선을 돌리기 위해 충격적인 ‘더벅머리’를 해봤어요.”

20대인 대세 배우에게 비주얼은 중요한 문제다. 드라마 속에서 보여준 스타일이 어땠느냐에 따라 광고 시장 러브콜의 성패가 갈리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웬만한 주연급 배우들은 조금 더 예쁘게, 멋지게 보이려고 노력하게 마련이다.

“가발을 쓰고 오래 촬영하다 보니 앞머리가 많이 빠졌어요. 더벅머리 가발을 쓴 모습을 모니터링했는데, 상상 이상으로 못생기게 나온 거예요. 첫 회 방송이 나가고 나서 박혜련 작가님이 문자를 보내셨더라고요. 미안하다면서요.(웃음) 그 정도였어요? ”

 


모델 생활을 하다가 뒤늦게 연기로 방향을 전환한 그는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꿈을 한 번도 놓은 적이 없다. 그는 <너목들> 때부터 현장에서 캠코더로 촬영한 영상을 항상 모니터링할 정도로 노력하는 배우다. 그래야 잘못된 점을 체크하고 다음 신에서라도 만회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런 그의 노력을 가장 잘 아는 것도 현장에서 함께 호흡하는 사람들일 터. 상대 배우 박신혜도 “피곤할 텐데도 늘 해맑은 웃음으로 모든 스태프들에게 자양강장제가 되는 친구”라며 이종석을 추켜세웠다.

이종석에 대한 현장 스태프의 평가가 고스란히 드러난 것은 지난 12월 12일 있었던 그리메상 시상식에서였다. ‘그리메상’은 1년 동안 활동한 연기자 중 가장 뛰어난 연기력과 좋은 이미지를 보여준 연기자를 촬영 감독들이 직접 투표해 시상자를 선정한다. 배우와 함께 촬영장에서 호흡을 맞추는 감독들이 뽑는 상이기에 더욱 의미가 깊다. 이종석은 여기서 <피노키오>로 남자 최우수연기자상을 수상하며 역대 최연소 수상자에 이름을 올렸다. 역대 수상자로는 조재현, 이성민, 차승원, 소지섭, 장혁, 김명민, 송일국 등 연기파 배우들이 있었고, 2013년 그리메상 여자 최우수연기자상을 수상한 사람은 <너목들>에서 이종석과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 이보영이었다. 이제 막 20대 중반을 넘어선 그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영광스러운 상인 셈이다.

그는 수상 소감을 밝히는 자리에서 “그동안 어딘가에서 스스로를 소개할 때 감히 배우라고 타이틀을 붙이는 걸 부끄러워했어요. 촬영장에서 함께하는 분들이 주시는 상이라 더 의미 있는 거 같아요. 정말 영광스럽습니다. 이렇게 좋은 상 주셔서 어깨 펴고 다녀도 될 것 같아요”라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돌이켜보면, <학교 2013> 이후 그가 맡은 배역들은 하나같이 슬픈 사연을 간직하고 있다. 한 가지 단적인 예를 꼽자면, 이종석이 맡은 캐릭터는 부모가 온전히 살아있었던 적이 없다. 그래서인지 이종석이라는 배우를 떠올렸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우수에 젖은 눈. 그는 존경하는 배우로 강동원을 꼽아왔는데, 강동원의 눈빛을 닮고 싶다고 공공연히 밝히기도 했다. 배우 데뷔 5년 차, 이종석은 어느새 강동원의 슬픈 눈만큼이나 깊은 감성을 담아내는 배우가 됐다.

이종석의 풍부한 감성이 돋보이는 또 다른 이유는 바로 박신혜와 함께 선보이는 로맨스 라인에 있다. 혈연으로 맺어진 관계는 아니지만 어쨌든 ‘달포’와 ‘인하’는 삼촌과 조카 사이.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대한 안타까움과 동시에 두 청춘의 설렘까지 표현해야 하는 것이 배우 이종석에게 주어진 과제다. 두 배우의 케미는 드라마가 방영되기 전부터 화제가 됐다. 이종석은 박신혜와 함께 1년여 간 한 패션 브랜드의 광고 모델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같이 촬영하면서 신혜의 새로운 모습을 많이 보고 있어요. 시청률 반등의 이유가 신혜의 미모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신혜의 전작을 봤지만, 이번 드라마에서만큼 사랑스럽고 예뻐 보였던 적은 없는 것 같아요.”

인터뷰 자리에서도 말주변이 없는 이종석을 옆에서 거드는 것은 박신혜의 몫이다. 이종석이 두서없이 말끝을 흐리면서 “아, 네가 정리 좀 해봐” 라고 말했고, 박신혜는 두세 문장 정도로 종석의 말을 설명해주는 식이다.

시청자들이 꼽는 명장면도 두 사람의 키스신이다. 이른바 ‘식빵 키스.’ 이 장면에서 이종석은 박신혜가 입에 물고 있는 식빵의 다른 쪽을 덥석 베어 문다. 생각보다 야릇하다.

“반응이 이렇게나 뜨거울 줄 예상조차 하지 못했어요. 감독님이 느끼하게 가자고 하셔서 노력 좀 해봤거든요.(웃음) ‘상상’ 속 상황이라 덤덤하게 촬영했어요. 제가 생각하는 드라마 속 명장면은 아무래도 ‘달포’가 ‘인하’에게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는 장면이에요. 시청자들은 ‘달포’의 마음을 알고 있지만, ‘인하’는 모르다가 알게 되는 거잖아요. 앞으로 캐릭터가 느끼는 감정이나 행동이 어떻게 변하게 될지도 기대되고요.”

이종석의 관심은 온통 연기에 집중돼 있었다. 그는 멈출 생각이 없는 듯보였고, 이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이종석은 지금 아름다움 청춘을 보내는 중이다.

CREDIT INFO

취재
정희순
사진
웰메이드,오클리
2015년 01월호

2015년 01월호

취재
정희순
사진
웰메이드,오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