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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IS

헤밍웨이가 문학을 논하던 카페

On August 06, 2014

카페 레 되 마고의 내부. 지식인들은 파리의 유서 깊은 카페에서 시대를 논했다.


몇 주 전 중요한 일로 카페에서 미팅 약속을 잡았다. 미리 도착해 카페 내부를 둘러보니 유명인들의 자취가 인상적이었다. 내가 간 곳은 파리의 오페라 극장 앞에 있는 매우 유명한 카페, ‘카페 드 라 페(Cafe de la Paix)’다. 이곳은 1862년 개업한 이후 알랭 들롱과 존 트라볼타가 즐겨 찾는 곳으로 유명하다. 그뿐만 아니라, 파리의 문화유산 1위로 지정된 곳이기도 하다.

정장을 갖춰 입은 웨이터(갸르송)들이 에스프레소 한 잔을 내어주는 풍경이 이곳의 가장 큰 매력이다. 파리의 ‘카페’는 일찍이 플로베르가 연극과 영화를, 헤밍웨이가 시와 문학을, 피카소가 예술과 정치를, 오나시스와 칼라스가 음악과 경제를 논하던 장소다. 두 차례에 걸친 세계대전이 유럽을 휩쓸고 지나갈 때, 시대의 지식인들은 파리의 카페에 모여 시국과 세계를 비판하고 혁명과 이데올로기를 고민했다.

레 되 마고(Les deux Magots), 막심스(Maxim’s), 카페 드 라 페(Cafe de la Paix) 같은 파리의 카페는 100~150년의 세월 동안 한자리에서 그 이름을 지키며 서비스를 이어가고 있다. 커피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것도 이 때문. 입소문을 듣고 찾아온 관광객들도 많다.

카페 레 되 마고의 로고가 쓰인 테이블.

노천 화가가 그린 레 되 마고의 풍경.


파리지앵이 가장 즐겨 찾는 음료는 단연 ‘카페 데스프레소(cafe d’Expresso)’다. 프랑스인 특유의 ‘여유로움’은 코스 요리 끝에 나오는 커피 문화 하나만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 파리의 거리를 걷다 보면 카페테라스에 앉아 에스프레소 한 잔을 놓고 몇 시간씩 대화를 나누는 파리지앵의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렇듯 파리지앵의 커피 사랑은 비가 오든 눈이 오든, 바람이 불든 식을 줄을 모른다.

뉴욕의 맨해튼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에는 이런 파리의 커피 문화를 절묘하게 묘사한 부분이 있다. ‘미국 커피’로 불리는 아메리카노를 가장 쥐여주기 어려운 도시가 중국도, 러시아도 아닌 파리라는 것. 뉴욕에 사는 여자 주인공 캐리(사라 제시카 파커)는 그런 파리를 무척이나 선망했다.

물론 파리에도 ‘스타벅스’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이 있다. 하지만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의 일회용 컵을 들고 바쁘게 지나가는 사람은 진정한 파리지앵이라고 보기 어렵다. 파리의 진짜 매력을 아는 사람은 여전히 노천카페에서 즐기는 에스프레소를 선호한다.

단골 카페의 갸르송에게 안부를 건네며 느긋하게 여유를 만끽하는 것. 그러면서 더욱 파리의 매력에 빠져드는 셈이다. 종이컵을 손에 들고 바쁘게 이동하는 현대식 커피 전문점은 파리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역사 속 인물들이 대화를 이어가던 낭만적인 공간. 그곳이 곧 ‘파리지앵의 카페’다.

파리지앵이 즐기는 에스프레소. 2유로 정도의 가격이다.

카페 레 되 마고 전경.

글쓴이 오윤경씨는…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하고 해외 유학길에 올랐다. 파리의 건축대학 라빌레트를 졸업한 후 현재까지 파리에 거주한다. 인테리어 디자인 회사 옴 프로덕션(OM Production)의 대표로 저서로는 <파리지엥의 주방>과 <봉주르, 파리>가 있다.

CREDIT INFO

기획
정희순
사진
카페 ‘Les deux Magots’ 제공
2015년 11월호

2015년 11월호

기획
정희순
사진
카페 ‘Les deux Magot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