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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전문 변호사 이명숙의 ‘사랑과 전쟁’서른한 번째

여자가 된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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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June 11, 2014

“판사님, 제발 아버지를 여자로 만들지 말아주세요.”
A군은 평범한 부모 사이에서 태어나 사랑받으며 자란 평범한 아이였다. 그런데 초등학교에 입학한 직후부터 부모의 이혼으로 아버지와 단둘이 살게 되었다. 그 이유가 황당했다. 아버지가 트랜스젠더이기 때문이었다.

이제 와서 보니 아버지는 사춘기 무렵부터 성 정체성 때문에 부모와 갈등을 빚어 부모는 물론 친인척과 의절하고 지내면서 어머니와 결혼했고, 어머니마저 아버지의 성 정체성 문제로 인한 갈등을 견디지 못하고 떠난 것이다.

이혼 직후부터 아버지는 외형마저 남자에서 여자로 변하기 시작했다. 여성호르몬 주사를 맞고 유방 성형수술과 얼굴 성형수술, 그리고 여성의 목소리를 갖기 위해 성대 수술까지 했다. 게다가 남성의 성기를 제거하는 성전환 수술을 단계적으로 진행했고, 법원에서 개명까지 함으로써 완벽한 여성으로 자신을 변모시켰다. 그 과정에서 아버지는 유일한 가족인 A군에게 한 번도 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해 설명도 이해도 구하지 않았다. 어린 나이였지만 A군은 아버지에 대한 원망이 점점 커져만 갔다.

여자의 모습으로 변해가는 아버지의 모습은 열 살이 채 안 된 어린아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두려운 공포였다. 특히 얼굴 성형을 하고 난 후 몇 달 동안 미라처럼 붕대를 칭칭 감은 채 누워 있는 아버지의 모습은 공포영화의 한 장면 같았고, 성전환 수술을 위해 국내 또는 태국 등 외국에서 장기 체류를 할 때는 몇 달씩 방치된 채 텅 빈 집을 지키며 학교에 다녀야 했다.

그렇게 여자의 몸이 된 아버지는 정상적인 직장 생활을 할 수 없어 유흥업소에서 일했다. A군은 긴긴 밤을 혼자 지내야 했다. 그뿐만 아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낯선 남자들과 아버지가 함께 있는 모습을 목격하곤 했고, 낯선 남자 품에 안겨 있는 아버지의 모습이 꿈에 나타나기도 했다. 행여 아버지의 피가 자신에게도 흘러 자신도 어느 날 여자로 변하는 게 아닌지, 행여 아버지가 여자의 모습을 하고 학교에 나타나는 건 아닌지, 아버지나 아버지의 남자친구들이 자신을 여자의 몸으로 바꾸어버리거나 성폭행하는 것은 아닌지 A군은 끝없는 공포 속에서 지냈다.

다행히 이 사실을 알게 된 어머니가 A군을 양육하면서 공포와 불안감으로부터 벗어나게 됐다. 그리고 A군이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해, 아버지는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을 정정해달라’는 성별 정정 신청을 가정법원에 제출했다. 가족관계등록부에 아버지가 여성으로 기재되면 부모 모두 여자이기에 대학 생활이나 군 복무, 취직과 결혼 등 A군이 앞으로 살아가면서 겪게 될 고통과 사회적 편견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A군의 시름은 깊어만 갔고 결국 변호사 사무실을 찾게 됐다.

  • 이 변호사 법률 어드바이스
    A군의 아버지가 가정법원에 제출한 성별 정정 신청이 받아들여진다면 현행법상 A군의 부모는 모두 ‘여자’로 기재되고, 사망하거나 입양되지 않는 한 아버지가 ‘여자’라는 사실을 피할 방법은 없다.
    고민 끝에 A군은 담당 판사에게 ‘아버지를 남자로 남아 있게 해달라’는 의견서를 제출했고, 법원은 고민 끝에 아버지 개인의 인권도 중요하지만, 결혼과 자녀 출산을 선택한 이상 그에 따른 책임도 중요하고 자녀인 A군의 법적 지위와 그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 곤란을 초래하는 것까지 허용할 수는 없다’는 취지에서 아버지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랜 유교적 사상에 바탕을 둔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성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달라지고 있지만 사실상 성전환자들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수용하는 성숙한 분위기까지는 조성되지 않은 상태다. 그 과정에서 성전환으로 인한 친부 관계 단절과 가족관계등록부 기재 불허가 가능하도록 입법적인 조치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글쓴이 이명숙 변호사는…
24년 경력의 이혼·가사 사건 전문 변호사로 현재 KBS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 2>의 자문 변호사로 활약하고 있다.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

CREDIT INFO

기획
하은정
일러스트
정대영
2014년 03월호

2014년 03월호

기획
하은정
일러스트
정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