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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없는 남자’ 김기열의 ‘개콘 後일담’ | 일곱 번째

개그맨으로 다양한 부업을 해보니…

On March 19, 2014


개그 콘티 짜느라 며칠 만에 집에 왔더니 현관문이 휘황찬란하다. 피자에, 치킨에, 또 신장개업을 했다는 중국집 전단지가 현관문을 꽉 채우고 있는 것이다. 문에 전단지가 붙어 있는 건지 전단지에 문이 붙어 있는 건지 모를 정도였다. 이렇게 하루가 멀다 하고 붙어 있는 전단지를 보면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경비 아저씨에게 찾아가 “이런 거 못 붙이게 관리 좀 잘하세요!” 하고 항의하거나 “에이 뭐야, 귀찮게!” 하면서 찢어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물론 나도 가끔 그럴 때가 있지만, 문에 위태롭게 붙어서 펄럭이는 전단지를 보면 ‘참 열심히 산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단언컨대 그것은 가게를 홍보하는 가장 어려운 방법이기 때문이다. 전단지가 이 자리에 붙어 있기까지, 그 과정은 분명 쉽지 않았을 것이다. 우선 가게 주인은 조금이라도 단가를 낮추기 위해 무리해서 한 번에 몇 만 장의 전단지를 찍었을 것이고, 집집마다 전단지를 붙여줄 알바생에게 의뢰했을 것이고, 그 알바생은 달팽이관을 쩌렁쩌렁 울리는 단독주택의 개 짖는 소리를 피해 엘리베이터가 없는 빌라 꼭대기를 전문 산악인보다 더 빠른 속도로 등반해야 함은 물론, 철통 같은 경비 아저씨들의 삼엄한 감시망을 뚫고 이 자리에 왔을 것이다. 물론 한 손에는 5백원짜리 스카치테이프를 들고 말이다. 또 한 가지 드는 생각은 ‘나도 장사나 한번 해볼까?’이다. 연예인이 된 후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면서 하루에 수십 번씩 고민하기도 했다. 물론 결과는 썩 좋지 못했지만 내 인생에 있어서 돈으로 살 수 없는 아주 소중한 경험이었다. 혹시 나처럼 장사를 쉽게 생각하는 분들이 있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에 실패담을 몇 자 덧붙이고자 한다.
나는 여러 가지 사업을 해봤는데, 연예인이 되고 나서 시작한 첫 사업은 누구나 쉽게 창업했다 쉽게 망한다는 온라인 쇼핑몰이었다. 그것도 젊은 남자가 하기엔 약간 생소한 아기 옷 전문 쇼핑몰. 쇼핑몰의 최대 과제는 아는 사람은 다 안다는 ‘홍보’와 ‘재고’인데, 이미 난 연예인이었기 때문에 반사적으로 얻는 홍보 효과가 어느 정도 있었다. 그래서 재고만 신경 쓰면 유지할 수 있겠다 싶었는데, 이 ‘재고’라는 게 심하게 중요한 문제였다. 이제 와서 얘기하는 거지만, 아기 옷을 사는 엄마들은 왜 꼭 그 디자인에 그 색상, 그 사이즈만 주문하는 건지. 나가는 옷들만 나가고 안 나가는 옷들은 아예 창고에서 빛을 못 보니 성공은커녕 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도대체 어린이들은 다 어디서 옷을 사서 입는 건지, 다른 쇼핑몰들은 다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 건지, 가끔 TV에 소개되는 몇 백억대 쇼핑몰 재벌들을 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믿기 힘들었다. 오프라인으로 넘어와 치킨집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만반의 준비를 하고 오픈하는 날 동료 개그맨들을 총동원해 사인회에 퍼레이드까지 동네를 발칵 뒤집어놨으나, 소위 말하는 ‘오픈발’만이 추억으로 남았다. 온라인의 애로사항이 ‘재고’라면, 오프라인은 ‘마진’이었는데 치킨 한 마리 팔면 한 1만원쯤은 남겠지 하고 시작했던 것이 패인이었다. 전에 한 치킨집에서 서비스 좀 달라고 했더니 사장님이 “닭 한 마리 팔아서 얼마나 남는다고 더 달라고 하느냐”던 그 말이 현실로 다가왔다. 물론 닭 한 마리 팔면 남긴 남는다. 잘하면 많이 남기도 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 외에 들어가는 부가적인 요소다. 닭 튀길 때 들어가는 튀김가루부터 시작해 오토바이 기름값, 알바 시급, 전기세, 서비스로 제공되는 콜라, 치킨 무값, 가스요금, 하다못해 포장 비닐까지. 거기다 이렇게 집 앞에 붙이는 전단지에 들어가는 비용까지 합치면…. 어휴, 지금 생각해도 머리가 지끈 아프다. 물론 지금도 같이 하던 친구가 혼자 운영해 나가고 있지만 그 하루하루의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그래서 나는 주변에 “나도 장사나 한번 해볼까?”라고 쉽게 말하는 분들에게 이야기해주고 싶다. 정말 시작할 거면 딱 한 달만 더 진지하게 고민하고 각오를 다지시라고. 저 한 장의 전단지가 문에 붙는 과정보다 장사는 훨씬 어렵다고. ‘장사나’가 아니라 큰 뜻을 품고 만반의 준비를 한 후에 ‘장사씩’이나 해보려고 해야 한다고 말이다. 오늘도 펄럭이는 전단지를 보며 노력하는 자영업자분들의 성공을 기원한다. 아울러 그들의 노고를 생각해 차곡차곡 모아두련다.

만반의 준비를 하고 오픈하던 날 동료 개그맨들을 총동원해 사인회에 퍼레이드까지 동네를 발칵 뒤집어놨으나, 소위 말하는 ‘오픈발’만이 추억으로 남았다.

개그맨 김기열은…
2005년 KBS <개그사냥>이라는 개그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TV에 첫 출연한 뒤 <개그콘서트>까지 진출, 데뷔에 성공했다. ‘두분토론’ ‘까다로운 변선생’ ‘소심지존 기열킹’ ‘뿌레땅뿌르국’ ‘네 가지’ 등 30개가 넘는 코너에 출연했으며, 드라마 <그대를 사랑합니다> <아이리스 2>에 출연하는 등 연기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틈틈이 앨범을 발매해 가수로도 영역을 넓히는 ‘만능 엔터테이너’-라고 본인이 말하고 다닌다.

CREDIT INFO

담당
정은혜
글, 사진
김기열
2013년 10월호

2013년 10월호

담당
정은혜
글, 사진
김기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