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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의 달인, 광고대행사 TBWA 김지영 매체국장

컴플레인의 고수가 들려주는 현명하게 소비자 권리 찾는 법

물건을 샀는데 “원래 그렇다”며 환불을 거절하는 경우, 레스토랑에 갔는데 서비스가 불친절한 경우…. 이런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 있을 법하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따지기엔 겁이 난다. 괜히 개그 프로에 나오는 막무가내 ‘정 여사’ 취급을 당할까 봐서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 좀 더 현명하게 컴플레인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On March 17, 2014


광고대행사 TBWA의 김지영 국장은 업계에서 ‘욱지영’으로 통한다. 원래 목소리가 큰 데다, 조금이라도 부당한 일을 당하면 그냥 넘어가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상대가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비즈니스 관계로 만난 광고주라도 부당하게 행동한다고 판단되면 결코 물러서지 않는다. 그녀는 컴플레인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개그 프로의 ‘정 여사’처럼 무조건 “바꿔줘!”만 외칠 것이 아니라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녀에게 ‘컴플레인’은 자기 기분대로 기초 상식도 없이 소리 지르고 삿대질하며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게 아니다. 컴플레인하는 목적·상대·때·장소를 구분해야 한다. 얼마 전엔 컴플레인 노하우를 알리기 위해 책까지 냈다. 제목은 <웬만해선 그녀의 컴플레인을 막을 수 없다>.기업의 잘못된 관행이나 제도를 바로잡기 위해선 한 명의 컴플레인보다 여럿이 함께 하는 컴플레인이 더 낫다는 생각에서다.

설득의 달인, 컴플레인의 고수가 된 이유
김지영 국장은 18년째 광고대행사에서 일해왔다. ‘어떻게 소비자를 구매하도록 설득할지’를 고민하는 직업이다. 그래서인지 그녀는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는 재주가 특출하다. 그녀는 컴플레인도 일종의 ‘설득’이라고 말한다. 소비자가 정당한 보상을 요구하며 기업을 설득하는 일이라는 얘기다.
“컴플레인도 커뮤니케이션의 한 종류입니다. 결국엔 사람과 사람 간의 소통의 문제인 거죠. 부당한 처우를 받았다고 무조건 화만 낼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지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몇 해 전 그녀는 휴대폰 요금 청구서를 정리하다가 데이터 요금이 과다 청구된 것을 발견했다. 통화나 문자만 간신히 사용하는 터라 데이터 요금이 부과된 것이 참 이상했다. 통신사의 콜센터에 전화를 걸어 40~50분간의 승강이 끝에 휴대폰 기기가 오작동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당사자의 잘못이 아닌데 돈을 내야 하느냐고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본사에 있는 담당자와 다시 통화를 하게 되었고, 데이터 요금 부과 체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분 단위로 요금이 부과되기 때문에, 인터넷 이용 버튼을 1초만 눌렀다 하더라도 1분의 요금을 내야 하는 것이었다. 다른 사람들도 똑같이 이 부당한 요금 체계 아래 돈을 내고 있을 것을 생각하니 부글부글 속이 끓었다. 그래서 더 물러서지 않고 환불을 요구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통신사로부터 두어 달 치의 데이터 이용 요금을 돌려주겠다는 연락이 왔다. 당시 김지영 국장이 돌려받은 돈은 68원. 1백 원이 채 안 되는 돈이었다. 시간과 통화료를 투자해 얻은 이득이 고작 그만큼이었던 셈이다.
“그때 저한테는 돈보다는 기업의 잘못된 제도와 관행이 바뀌는 게 중요했어요. 심지어 그때 통신사는 저희 회사 광고주였어요. 망설이지 않았냐고요? 이 통신사가 좋다는 걸 제가 먼저 이해해야 일반 소비자들도 설득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게 그 회사의 발전에도 좋고, 저희 회사 발전에도 더 좋은 일이죠.”
컴플레인 내용이 같아도 정장 입은 남자가 하면 ‘정당한 요구’라 생각하고, 여자가 하면 ‘생떼를 쓴다’고 여기는 일이 다반사다. 그래서 여성이 남성보다 더 컴플레인을 하기 어렵다.
“여자들이 사회의 편견과 싸우려면 더 정중하게 격식을 차려서 얘기할 필요가 있어요. 목에 핏대를 세우고 말하면 ‘블랙 컨슈머’로 낙인찍히기 쉽죠. 저는 아무리 화가 나도 흥분을 가라앉히고 낮은 톤으로 이야기하려고 해요.”
특히 기업의 책임자에게 직접 컴플레인할 때는 최대한 논리적으로 이야기해야 한다. 때론 법적인 근거를 드는 것도 좋다. 소비자보호원 사이트에 여러 케이스가 나오는데, 거기에 해당하는 사례가 아닌지 꼼꼼히 따져보면 책임자를 설득하는 데 도움이 된다.
“저 역시 모든 규정이나 법률을 외우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컴플레인할 일이 생기면 그때그때 찾아보는 편이에요. 그렇게 하나 둘씩 익히고 나니 그게 참 유용하더라고요.”
그렇다고 늘 ‘논리’를 따져가며 컴플레인하라는 말은 아니다. 상황에 따라 ‘읍소’하는 전략이 필요할 때도 있다. 지점이나 숍의 매니저에게 권한이 있는 경우가 그렇다. 제도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이 아니라 이것 하나만 바꾸면 된다고 생각할 때 사용하면 좋을 전략이다. 예를 들어 로드 숍에서 산 구두 한 켤레를 환불하려고 하는데 통하지 않을 때. 그럴 땐 매장 직원에게 감정에 호소하며 공감을 이끌어내는 편이 낫다.
“소리 지를 필요도 없고, 억지 쓸 필요도 없어요. 이때 필요한 건 ‘공감’이에요. 내가 얼마나 불편한지, 얼마나 힘든지를 얘기하면 됩니다. ‘저 정말 아무것도 몰랐어요. 너무 불편해서 못 쓸 것 같아요’라고요.”
요즘은 고객의 목소리에 적극적으로 귀 기울이는 업체도 많다. 소극적으로 표현해도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곳들이다. 가로수길에 있는 한 유명 레스토랑이 그렇다. 김지영 국장은 레스토랑의 대표 메뉴라는 홍합파스타를 시켰다. 홍합이 상하기라도 한 건지 비린내가 났다. 그녀는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의 식사를 망치고 싶지 않아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한 숟가락도 입에 대지 않았다. 식사를 마치고 레스토랑을 나서는데 식당 주인이 “입에 맞지 않느냐?”라고 물었다. 그녀는 잠시 망설이다가 솔직하게 말했다. 그러자 오너 셰프는 미안해하며 홍합파스타 값을 받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음에 오면 꼭 한 번 맛보라며 홍합파스타 1인 이용권을 써주었다. 놀랍고도 기쁜 일이었다. ‘이러니 유명 레스토랑이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요즘에는 그나마 입소문이 무서워 업체에서 컴플레인을 잘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아요. 컴플레인하기가 과거보다 훨씬 수월해졌죠. 그건 뭘 의미하겠어요? 다른 사람들과 부당함에 대해 계속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분노하면, 점점 더 기업들이 정신을 바싹 차릴 거라는 것 아닐까요?”

컴플레인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원래 그래”는 김지영 국장이 자주 쓰던 말이다. 연애 시절, 남편과 다툴 때 “나 원래 그런 애야”라며 말꼬리를 자르곤 했다. 남편은 그때마다 ‘원래’라는 건 없다고, ‘원래 그래’를 받아들이는 순간 모든 변화와 발전은 없는 거라고 일장 연설을 늘어놓았다. 사실 ‘원래 그래’라는 말은 컴플레인할 때도 자주 듣는 말이다. 기업이 마음대로 자기 입맛에 맞게 규정을 정해놓고는 “원래 그렇습니다”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럴 때면 김지영 국장은 예전의 자기 모습을 떠올리며 반성도 많이 한다.
그녀는 ‘나의 컴플레인 한 번이 세상을 좀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는 것을 믿는다. 내가 컴플레인해서 잘못된 제도가 바뀐다면, 나 이후에는 그런 부당한 일을 겪는 사람이 없을 테니까 말이다. 한 번의 컴플레인으로 바뀌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하나하나의 컴플레인이 모이면 큰 파급력을 가질 수 있다.
“컴플레인을 통해 얻는 효용이 크지 않다고 생각해 그냥 불편을 감수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많아요. 내가 한 번 컴플레인하는 것이 아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거죠. 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아요. 이런 한 걸음 한걸음이 모였을 때 잘못된 제도가 다시 검토되고 바뀌는 겁니다. 컴플레인을 해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실망하지 말고 계속해야 해요. 서로 컴플레인 성공담을 많이 공유할 필요도 있고요. 그렇게 공감대가 형성되면 잘못된 제도는 언젠가는 바뀝니다.”
김지영 국장이 이렇게 컴플레인을 권하는 것은 거창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그저 삶 속에서 깨달은 것을 나누기 위해서다. 그녀는 컴플레인하는 과정에서 타인을 다치게 하거나 무시해서 더 큰 상처를 만들지는 말자는 말을 덧붙인다. 컴플레인의 목적이 ‘단순 분풀이’가 돼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오늘부터 그녀의 말대로 꾸준히 컴플레인을 해보자. 단번에 성과가 보이지 않을지라도, 언젠가는 우리에게 혹은 다음 세대에게 더 좋은 세상이 올 테니까.

‘삼변(三變)주의’를 기억하라!

컴플레인을 했는데 잘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세 가지 사항을 변화시키면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가 훨씬 수월해진다.

1 사람_대화 창구를 바꾸는 전략이다. 간혹 사람들은 애꿎은 콜센터 직원에게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항의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콜센터 직원은 정해진 매뉴얼대로만 읊을 뿐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그럴 땐 정중하게 그 일의 책임자를 바꿔달라고 하는 것이 맞다.

2 장소_컴플레인을 전달하는 루트를 바꾸는 것도 도움이 된다. 전화로 컴플레인을 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 메일을 보낸다거나 직접 찾아가서 컴플레인하라는 얘기다.

3 때_극도의 흥분 상태에서는 상대를 설득하는 일이 쉽지 않다. 양쪽 모두 냉정하게 상황을 봐야 해결책이 나온다. 지금 당장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포기하지 말고, 수일 후에 보상받을 내용을 정리해 다시 요청하는 방법을 추천한다.

컴플레인할 때 알아두면 좋을 상황별 TIP

1 백화점 정기 세일 할 때
공정거래법상 백화점에서 할인된 가격으로 물건을 구입하는 방법은 ‘세일’과 ‘가격 인하’ 두가지가 있다. 정기 세일의 세일 품목은 세일 시작 전 최소 20일간 정상가로 판매된 제품에 한해 진행되어야 한다. 매장에 입고된 지 20일이 지나지 않은 신상품은 세일 제외 품목이다. 세일 품목은 세일이 끝나면 다시 정상가로 복귀시키거나 판매를 중단해야 한다. 반면 가격 인하 상품은 한 번 가격이 낮춰지면 정상가로 돌릴 수 없다. 모든 물량이 소진될 때까지 할인가로 판매한다.

2 병원 진료비 내역이 궁금할 때
진료비 확인 절차는 매우 간단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사이트(www.hira.or.kr) 에 들어가면 진료비를 적어 내는 원본 자료가 있고 그걸 다운 받아서 영수증에 적힌 대로 쓴 다음 인터넷으로 제출만 하면 된다. 본인일 경우 영수증 자료만 있으면 되고, 본인이 아닐 경우에는 영수증과 환자 본인의 동의서, 그리고 가족 관계 확인 서류가 있으면 된다. 그렇게만 내면 이후 병·의원에 자료를 요청하고 심사하는 것은 모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몫이다.

3 식당에서 컴플레인할 때
맛있다, 맛없다를 떠나 재료 상태가 상한 것과 연관 있다면 확실히 컴플레인해야 하는 문제다. 문제가 있을 경우 당당히 얘기하고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는 것이 좋다. 말하지 않는다면 다른 손님도 그런 음식을 또 먹어야 한다. 한 가지 더 팁을 주자면, 모든 컴플레인은 음식이 다 나온 후에 하는 것이 좋다. 자꾸 토를 달면 음식에 뭐가 섞여 나올지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 때문이다.

4 구입한 물건을 반품할 때
기본적으로 재화를 구매한 후에 ‘단순 변심’으로 구매를 취소할 수 있을까? 대부분은 가능하다. 특히 온라인상에서 이루어지는 구매의 경우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구매하지 못하는 터라 ‘단순 변심’의 사유가 많을 수밖에 없다. 휴대전화를 포함해 할부거래법과 전자상거래법 등에 의거, 대부분의 상품은 구매 후 일주일 내에 소비자의 단순 변심에 의한 청약 철회가 가능하다. 이를 어기는 수많은 온라인 쇼핑몰이 매년 적발되고 벌금형에 처해지고 있으니, 쫄지 말고 해당 구입처에 요구하자. 만일 취소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 한국소비자원이나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면 된다. 7일 이내 철회 불가 품목은 재화가 훼손된 것(확인을 위한 포장 훼손 등은 제외), 시간이 지남으로써 재판매가 어려울 정도로 가치가 현저히 낮아진 것(변질되기 쉬운 식품류), 복제 가능한 재화의 포장을 훼손한 것(음반 CD), 대통령령 6조에 따른 선박·항공기·기차·건설기계·자동차·냉동기·전기냉방기 및 보일러 정도다. 구매 후 7일 이내의 ‘소비자 환불권’은 법률도 보장해주는 권리이니, 꼭 기억하자.

5 컴플레인할 때 증거 대는 법
컴플레인할 때 발생한 문제 상황에 대해 기업과 소비자가 서로 다른 주장을 할 때가 많다. 그럴 땐 구매 시의 계약 조건과 구체적 내용에 대한 ‘증거’를 바탕으로 해야 수월하다. 전화상으로 구매하는 항공 회사, 홈쇼핑, 신용카드사 등에서는 반드시 ‘녹취’를 하게 돼 있다. 영수증을 모아두는 것도 중요한 습관이다. 더불어 택시에서 내릴 때 영수증을 받아놓으면, 영수증에 있는 기사님 연락처와 차고지를 알 수 있어 분실물을 찾을 수도 있고 만약에라도 운행 중 불편 사항이 있었다면 회사에 컴플레인할 수도 있다.

6 소비자 분쟁 해결 시
컴플레인을 하다 보면 이걸 어디까지 보상받아야 하느냐 하는 문제에 봉착할 때가 있다. 상식적으로 ‘소비자가 손해 본 만큼’ 요구하는 게 타당할 것이다. 법적인 테두리에서 보자면 소비자기본법 16조와 동법 시행령에 의한 ‘소비자 분쟁 해결 기준’을 참고하면 좋다. 한국소비자원 사이트(www.kca.go.kr)에서도 열람이 가능하다.

CREDIT INFO

취재
정희순
사진
조혜원
참고서적
<웬만해선 그녀의 컴플레인을 막을 수 없다>(중앙 M&B)
2013년 10월호

2013년 10월호

취재
정희순
사진
조혜원
참고서적
<웬만해선 그녀의 컴플레인을 막을 수 없다>(중앙 M&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