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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엄마 그리고 배우 전도연의 세 얼굴

지난 2011년 영화 <카운트다운> 이후 2년 만에 <집으로 가는 길>로 돌아온 배우 전도연. 2년의 휴식기 동안 아내로, 엄마로, 배우로 1인 3역을 하며 더욱 성숙해질 수 있었다는 그녀를 만났다.

On January 29, 2014


전도연을 표현하는 단어는 ‘칸의 여왕’이다. 지난 2007년 이창동 감독의 영화 <밀양>으로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며 획득한 이 수식어는 대한민국 영화계에서 그 누구도 가져보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배우로서 정점을 찍은 전도연이 선택한 행보는 놀라웠다. 그녀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뒤로하고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갔다. 그 일상에서 전도연은 한 남자의 아내였고, 한 아이의 엄마였다. 그 가운데 좋은 작품을 찾기 위한 노력도 아끼지 않았다. 충무로에 돌고 있는 좋다는 시나리오는 다 찾아 읽었다. 전도연이 오랜 고민 끝에 선택한 영화는 방은진 감독의 <집으로 가는 길>. 2011년 영화 <카운트다운> 이후 2년 만의 복귀다.

<집으로 가는 길>은 프랑스 오를리 공항에서 마약범으로 체포돼 대한민국에서 비행기로 22시간 떨어진 마르티니크 섬 감옥에 수용된 평범한 주부(전도연)와 그런 아내를 구하기 위해 애타게 세상에 호소하는 남편(고수)의 756일간의 안타까운 여정을 그린 이야기.반가운 얼굴 전도연을 만나 신작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또 남편 자랑과 딸아이에 대한 특별한 교육법도 들을 수 있다.

마약 운반범으로 몰린 주부의 <집으로 가는 길>, 명불허전 연기
전도연은 이른바 ‘장미정 사건’으로 알려진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집으로 가는 길>에서 국제적인 마약범으로 몰려 해외 감옥에 수감되는 비운의 주부를 연기했다.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그러나 전도연은 스크린을 민얼굴로 채우며 주름 하나, 미소 하나까지 감정을 실었다.

여주인공 ‘정연’ 역은 김민희, 전지현의 손을 거쳤다. 후배들이 고사한 작품을 충무로 최고 여배우인 전도연이 하리라고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이 영화와 캐릭터에는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 있었다. 복잡다단한 한 여성의 심리를 바닥까지 파고들 수 있다는 것이었다.

“시나리오를 처음 읽고 가장 먼저 든 감정은 분노였어요. 그리고 답답함과 슬픔, 그리움의 감정이 차례로 들었고요. 실제 주인공은 얼마나 답답하고 고통스러웠을까 상상이 되더라고요. 죄를 지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 죗값을 그런 식으로 치르는 것은 너무 끔찍하다고 생각했죠. 꼭 표현해보고 싶은 감정이었어요.”

지난 12월 11일 개봉한 영화는 개봉 7일 만에 전국 1백만 명을 모으며 관객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 인기의 중심엔 전도연의 열연이 있다. 명불허전이라는 평가가 대다수였다. 2년의 공백이 무색할 만큼 감정은 깊어졌고, 표현력은 넓어졌다.

‘정연’이 먼 이국땅에서 재판 한 번 받지 못하는 상황에 부닥쳤으면서도 귀국에 대한 꿈을 놓지 않았던 것은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가장 큰 동력이었다. 그 감정은 전도연의 세밀한 연기로 손에 잡힐 듯 읽혔다.

“많은 분이 제가 결혼도 했고, 아이도 있기 때문에 가족을 그리워하는 ‘정연’의 마음에 더 이입되지 않았느냐고 물으세요. 하지만 저는 촬영할 때만큼은 가족을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요. 오로지 그 인물의 감정에만 집중해 조금이라도 놓치고 가면 안 되는 것에 대해서만 생각해요. ‘정연’은 마르티니크 감옥에서 2년을 보내기 때문에 시간의 흐름에 따른 감정의 변화를 잘 살리려고 노력했어요. 그 시간이 고통스러웠을 테지만, 그로 인해 성숙해진 부분도 있었을 거라고 여겼어요"

“한결같은 남편과 사랑스러운 아이, 내 에너지의 근원”
전도연은 이번 작품에서 처음으로 방은진 감독과 호흡을 맞췄다. 감독이기 전에 연기자 선배이기도 한 방은진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을까?

“여성 감독이라서가 아니라 선배 배우여서 더 어려웠던 부분이 있었어요. 저는 현장에서 감독에게 의사 표현을 분명히 하는 스타일인데, 방은진 감독과는 돌려서 얘기한 부분이 꽤 있어요. 선배에 대한 예의와 감독으로서의 존경 등이 동반되어야 했기 때문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던 것 같아요. 하지만 감독님의 섬세한 연출 덕분에 ‘정연’의 캐릭터가 잘 살아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영화 초반, 전도연은 단란한 가정을 꾸려 소박한 행복을 영위해가는 ‘정연’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연기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집으로 돌아간 주부 전도연의 모습도 궁금해진다. 전도연은 지난 2007년 사업가 강시규씨와 결혼해 네 살 된 딸을 하나 두었다. 연기 활동을 하지 않을 때는 한 남자의 아내이자 한 아이의 엄마 역할에만 전념한다. 이제는 일만큼이나 자신의 삶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 두 사람. 가족은 배우 전도연 연기의 원천이다. 특히 남편 강시규씨의 소리 없는 내조는 전도연이 결혼 전보다 더 자유롭게 연기 활동을 할 수 있는 밑거름이다.

“결혼 후에 임상수 감독의 <하녀>를 촬영했는데 남편이 별말을 않고 ‘하라’고 하더라고요. 그땐 ‘이 사람, 이해심이 참 많은 남자구나’ 생각했어요. 이후에도 제가 작품 활동을 할 때마다 무관심으로 저를 배려해주더라고요. 남편은 특별히 제 연기를 모니터하거나 잔소리를 하지 않아요. 그저 묵묵히 지켜볼 뿐이죠. 그래서 제가 일에 더 매진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엄마 전도연은 어떤 모습일까? 전도연은 자신을 “딸에게 엄격한 엄마”라면서 “안 되는 것은 안 된다고 단호하게 말하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푸근한 엄마는 아닌 것 같아요. 어렸을 때 전 어머니가 엄해서 싫었는데, 저도 어느새 그렇게 돼 있더라고요. 아이들이 어른의 심리를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해요. 어떤 프로그램을 보니까 갓난아기들조차도 생존 본능이 있어 어른을 보면 방긋 웃는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 아이에게는 어른을 대하듯이 상황을 명확하게 설명하고 조금은 엄격하게 대하는 편이에요. 일례로 아이가 울고 토하고 그러면 받아주지 않아요. 그럴 때는 그냥 두죠. 그러면 혼자 눈물을 그치고 다가와요. 엄격하게 키워서인지 아이가 한 번도 떼를 쓴 적이 없어요. 남편도 저의 육아법을 존중해주는 편이에요.”

전도연은 이번 영화 촬영 때문에 6주간 해외에 머물러야 했다. 마르티니크 감옥 촬영 분에서 실감 나는 연기가 가능했던 건 어쩌면 실제로도 가족과 떨어져 있던 자신의 처지 때문이기도 했을 터.

“많이 그리웠죠. 아이에게 한창 엄마가 필요할 시기인데 함께해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들었어요. 그런데 그런 감정을 촬영까지 끌어올 만큼 여유롭지 못했어요. 온 힘을 기울여 연기했다기보다는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했다고 할 수 있겠네요.”

배우 전도연의 시간은 다시 흐른다
오랜 휴지기를 가졌던 전도연은 <집으로 가는 길>에 이어 <협녀:칼의 기억>으로 활동을 이어간다. 이 작품으로 1999년 <내 마음의 풍금>에서 호흡을 맞췄던 이병헌과 13년 만에 만났다. 강산이 변하고도 남을 세월 동안 두 사람 모두 배우로서 정점을 찍었고, 가정도 이루었다. <내 마음의 풍금>에서 스승과 제자로 풋풋한 첫사랑을 나눴던 두 사람이 이번 영화에서는 민란을 주도하는 검객으로 만나 묘한 감정을 나눈다.

“제가 ‘선배님, 선배님’ 하면서 따랐던 게 생생한데 벌써 10여 년이 흘렀더라고요. 위치적으로 상황적으로 많은 것이 바뀌었죠. 이병헌씨야말로 월드스타인데 ‘변했으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있었는데 어제 만난 오빠처럼 변함없더라고요. 좋은 배우와 좋은 사람은 시간이 지나도 그 자리, 아니 더 성숙해진다잖아요. 이병헌씨가 제게는 그런 느낌이었어요. 성장했지만 변하지 않은 느낌, 그래서 고마웠어요.”

<집으로 가는 길>에 이어 <협녀>까지 숨 가쁜 행보를 보이는 것에 대해 전도연은 “그동안 이를 갈고 있었다”라고 우스갯소리로 답했다. 이어 “일부러 공백기를 가진 건 아니었어요. 그저 제게 맞는 작품이 없었을 뿐이었죠. 쉬는 동안에도 도대체 내가 어떤 작품을 하려고 이렇게 쉬고 있나 싶기도 했어요. 사람들에게는 본의 아니게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는데, 실제로는 때를 기다리고 있었죠”라고 덧붙였다.

여왕의 귀환에 충무로도 활기를 띠는 분위기다. 몸을 사리지 않는 배우로 유명한 전도연의 귀환은 다양한 여성 영화의 기획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아내이자 엄마 그리고 배우까지 1인 3역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그녀지만, 내년에는 ‘배우 전도연’의 얼굴을 스크린에서 더 자주 볼 수 있을 것 같다.

CREDIT INFO

기획
장은성
취재
김지혜
2013년 12월호

2013년 12월호

기획
장은성
취재
김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