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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규슈 가고시마

On January 10, 2014 2

‘가고 싶은 가고시마’라는 홍보 문구를 봤을 때만 해도 단순한 언어유희 정도로 생각했다. 위대한 자연과 그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소박한 정서가 깃든 가고시마의 속살을 접한 후에야 그 말이 순도 100%의 진심으로 다가왔다. 일본 규슈의 최남단에 위치한 아름다운 항구도시, 코발트빛 태평양이 오히려 잔잔하게 느껴지는 그곳, 가고시마의 무한 매력.

규슈 올레 가이몬 코스의 나가사키바나 올레길 안내 표시. 제주올레의 것과 똑같다.


일본 규슈 최남단에 자리한 가고시마는 ‘동양의 나폴리’라 불릴 정도로 아름다운 항구도시다. 섬을 가득 채운 초록 물결과 코발트빛 태평양이 어우러진 장관을 보고 있노라면 가슴이 탁 트인다. 바다를 바라보며 천연 모래온천욕을 즐길 수 있고, 펄펄 끓는 활화산과 고즈넉한 정원이 마주 보며 앙상블을 이루기도 한다. 한국인의 흔적이 담긴 도요지와 무사들의 무용담이 서린 무사마을, 여기에 제주올레를 본 따 만든 규슈올레는 가고시마 나들이의 흥미로운 덤이다.

이부스키 코스의 시작점 니시오야마역은 그림같은 풍경을 자랑한다.


제주올레와 닮은 듯 다른 매력, 규슈올레
규슈올레는 제주올레 브랜드를 그대로 본떠 만든 일본판 트레킹 코스다. 2012년 2월에 4개의 코스가 만들어졌고, 올해 4개 코스가 추가로 생겼다. 8개 코스의 총 길이는 106.4km. 코스 개발, 자문, 길 표시 디자인을 모두 사단법인 제주올레(이사장 서명숙)가 제공했다. 제주도를 한 바퀴 도는 제주올레와 달리, 일본 규슈의 6개 현에 흩어져 있기 때문에 모든 코스를 돌려면 열차나 버스, 승용차를 이용해야 한다. 규슈 관광 추진 기구는 규슈 구석구석을 모두 연결하도록 계속 올레를 개발할 계획이다. 규슈올레는 사가 현 다케오 코스, 오이타 현 오쿠분고 코스, 구마모토 현 아마쿠사 이와지마 코스, 가고시마 현 이부스키 코스 등으로 이뤄지는데, 이 중 제주와 가장 닮은 곳은 가고시마 현 이부스키 코스다. 이부스키 올레 코스는 태평양의 푸른 바다, 물보라 부딪치는 소리, 싱그러운 바다 내음 등 온몸으로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코스로, 풍경이 아기자기하고 난도가 높지 않아 남녀노소는 물론 가족 단위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좋다. 약 20km의 거리로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으며, 5~6시간이 소요된다.

1, 2_ 우라시마 타로의 전설이 깃든 용궁신사. 규슈 올레의 상징색인 다홍색은 일본 신사 앞에 세워진 이 색에서 따왔다.

센간엔 정원에서 바라본 사쿠라지마 화산의 분화활동.


일본식 정원의 진수, 센간엔
센간엔(이소테이엔)은 가고시마의 주요 명소로 거대한 정원이다. 사쓰마의 19대 번주였던 시마즈 미쓰히사가 에도시대인 1658년에 별장으로 지었던 것을 정원으로 다시 꾸며 개방했다. 일본식 정원으로는 독특하게 자연미를 최대한 살려 꾸며놓았는데, 정원 뒤로는 호젓한 산길을 따라 산책로가 이어져 있다. 예쁜 꽃과 예술적 가치가 높은 오래된 소나무들이 정원 곳곳에 자리 잡고 있으며, 일본 근대화의 주역이 됐던 많은 인재들의 탄생비도 눈에 띈다. 사철나무와 울긋불긋한 꽃으로 꾸인 대형 꽃시계도 눈길을 끄는 명물이다. 무척 넓기 때문에 천천히 둘러보려면 1시간 정도 걸린다. 산책 코스에 무료함을 느낀다면 가고시마를 대표하는 전통 수공예품을 접할 수 있는 작은 갤러리에 들어가 보자. 견고하고 세밀하게 가공된 유리잔인 사쓰마 기리코와 백제의 영향을 받은 도자기 사쓰마 야키의 아름다움에 매료돼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세계 유일의 모래 온천, 천연 모래찜질
가고시마의 최남단에 있는 이부스키는 화산재로 만들어진 검은 모래 해변으로 유명하다. 이 검은 모래 해변에서 이색적인 모래찜질을 즐길 수 있다. 모래밭 아래에서 온천이 분출되는데, 이 뜨거운 증기를 이용해 모래찜질을 하는 것이다. 모래 온도는 50~60℃에 육박하지만 유카타(일본식 가운의 일종)를 입고 모래 안에 들어가기 때문에 화상을 입을 염려는 없다. 속옷 대신 유카타만 입은 후 미리 파놓은 모래 구덩이에 누우면 온천의 스태프가 삽으로 모래를 떠서 얼굴을 제외한 온몸 위에 덮어준다. 그리고 잠시 후면 모래 열로 몸이 데워진다. 마치 뜨끈뜨끈한 온돌방에 두꺼운 이불을 덮고 누워 몸을 지지는 듯하다. 10~15분 동안 모래찜질을 해 몸속 노폐물을 빼낸 뒤에는 바로 옆에 있는 노천 온천탕으로 향한다. 모래를 털어내고 온천수로 땀을 씻어내면 피로가 확 풀리고 온몸이 날아갈 듯 가벼워진다. 실제로 모래찜질 온천은 체내의 독소 배출 효과가 있어 건강과 미용에 매우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온천 모래찜질은 일반 모래찜질과는 달리 누우면 땅속에 흐르는 온천수 열기가 전신으로 퍼져 원활한 혈액순환을 도와준다.

1_센간엔 정원 산책길.
2_일본은 온천으로 유명하지만 천연 모래찜질 온천은 가고시마에서만 즐길 수 있다. 모래찜질은 10~15분 정도 하는게 가장 효과가 좋지만, 워낙 ‘지지는 걸’ 좋아하는 한국인들은 1시간씩 버티는 경우가 많다는 후문.

유노히라 전망대에서 본 사쿠라지마.


매일 연기를 뿜어내는 활화산, 사쿠라지마
가고시마의 최대 볼거리는 단연 화산섬 사쿠라지마다. 사쿠라지마의 3개 봉우리 중 하나인 미나미다케(남악·1060m)는 지금도 화산활동을 계속해 정상 아래 분화구에서 연기를 뿜어내고 있다. 가고시마 시내 전경을 감상하던 순간에도 작은 폭발을 여러 번 목격할 정도. 사쿠라지마는 원래 섬이었으나 1914년 화산에서 분출된 용암이 인근 8개 마을을 순식간에 덮쳤고, 이후 사쿠라지마와 오스미 해협이 연결되어 한쪽은 육지, 다른 한쪽은 섬이 되었다. 이 때문에 차량을 이용해 사쿠라지마로 들어가 분연을 뿜어내고 있는 미나미다케를 가까이에서 감상할 수 있다. 활화산인 탓에 산은 온통 회색빛이다. 발을 들여놓는 순간 곳곳에 화산재가 쌓여 있어 달나라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 섬 해안가에는 6천여 명이 넘는 주민이 살고 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활화산 때문에 아이들은 노란색 안전모를 쓰고 학교에 다니고, 이곳저곳에 방공호를 만들어 화산재가 날리면 대피하기도 한다. 섬 생활은 불편하지만 불안하지는 않다. 대폭발이 있기 몇 개월 전에는 반드시 지진이 먼저 오며 이것으로 예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화산은 생물의 크기도 다르게 만든다. 가고시마에는 두 가지가 기네스북에 올라 있는데 세계에서 가장 큰 무와 가장 작은 귤이 그것이다. 사쿠라지마 아리무라 전망대 인근 가게에서 ‘가고시마 무’와 귤을 맛볼 수 있다. 사쿠라지마는 시내에서 15분마다 운행되는 페리를 타고 4km의 바다를 건너면 닿을 수 있다. 선착장 주변에서 무료 족탕과 용암 산책로를 이용할 수 있고, 유노히라 전망대에 오르면 화산재와 가스를 분출하고 있는 사쿠라지마 활화산의 역동적인 모습을 가까이에서 감상할 수 있다.

1, 2_일본 가고시마 현 미야마 마을에 위치한 심수관 도요지 입구. 심수관은 일본의 도자기를 국제화한 조선 도공 가운데서도 대표적인 존재이다.


한국인의 흔적, 심수관 도요지·지란 무사 가옥
한국인의 흔적을 만날 수 있는 미야마의 심수관 도요지는 가고시마에서 제일 유명한 도요지이다. 14채의 전통 가옥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이곳 마을은 일본 3대 도자기 중 하나인 ‘사쓰마 도기’의 발상지다. 전북 남원에서 건너온 도공 심수관의 후예가 4백여 년간 15대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가마’뿐 아니라 ‘바닥’, ‘지렛대’ 등의 용어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으며 12대부터 선대의 이름을 이어받아 후예들이 그대로 쓰고 있다. 15대 심수관의 아들 2명도 이곳에서 가업을 전수받고 있다. 일본색이 완연한 아기자기한 정원을 곁들인 무사 가옥을 만나려면 가고시마 현 중앙의 지란 무사 가옥으로 향하자. 1백13개의 무사 가옥은 교토, 오키나와 양식 등의 각기 다른 정원을 지니고 있다. 무사마을길은 아름다움과 섬세함으로 ‘일본의 길 100선’에도 선정됐다. 아름다운 돌담과 질서정연하게 늘어선 저택이 인상적이며, 가레산스이(고산수) 양식의 일본 정원이 특히 아름답다.

‘사쓰마의 작은 교토’라 불리는 지란의 무사마을은 ‘일본의 길 100선’에 선정된 향토색 짙은 아름다운 마을이다.

  • Travel Data

    교통편_ 인천에서 가고시마까지 대한항공이 직항편을 운항한다. 10월 말부터 주 3회 운항하던 것을 매일 운항으로 늘렸다. 공항에서 가고시마 시내까지 버스로 1시간 정도 걸린다. 시내에서는 버스뿐 아니라 전차로 이동할 수도 있다. 여행자들에게는 ‘웰컴큐트패스’가 유용하다. 1일권(어른 1천 엔)과 2일권(어른 1천5백 엔) 두 종류가 있고, 가고시마 시내버스와 전차, 관광객을 위한 시티뷰 버스와 사쿠라지마 섬 페리 등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먹거리_가고시마의 먹거리로는 누린내가 전혀 나지 않는 흑돼지 샤브샤브와 돼지갈비를 생강 등의 재료와 된장을 넣어 푹 끓인 돈코쓰(돼지뼈 요리)가 있다. 기비나고(샛줄멸치)와 사쓰마아게(어묵)에 가고시마의 명물 고구마소주를 곁들이면 좋다. 일본 3대 녹차(교토, 시즈오카, 지란) 중 하나인 지란 녹차도 반드시 마셔볼 것.

    날씨_연평균 기온이 20℃ 가까이 되는 따뜻한 아열대기후라 장마나 태풍이 오는 시기를 제외하면 연중 내내 여행을 즐기기에 적합한 날씨다. 우리나라보다 기온이 다소 높은 편이며, 한겨울에도 눈이 거의 내리지 않아 골프나 트레킹에 지장이 없다.

    문의_세양여행사(02-717-9009), 일본정부관광국(www.jroute.or.kr)

‘가고 싶은 가고시마’라는 홍보 문구를 봤을 때만 해도 단순한 언어유희 정도로 생각했다. 위대한 자연과 그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소박한 정서가 깃든 가고시마의 속살을 접한 후에야 그 말이 순도 100%의 진심으로 다가왔다. 일본 규슈의 최남단에 위치한 아름다운 항구도시, 코발트빛 태평양이 오히려 잔잔하게 느껴지는 그곳, 가고시마의 무한 매력.

Credit Info

기획
정은혜
사진
일본정부관광국

2013년 12월호

이달의 목차
기획
정은혜
사진
일본정부관광국

2 Comment

솔로몬의지혜 2014-05-03

푹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디아즈 2013-12-31

가고싶은 곳이에요! 실제는 더 아름다울거같은데 사진이 살짝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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