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카카오 스토리 인스타그램 네이버 포스트 네이버 밴드 유튜브 페이스북

통합 검색

인기검색어

HOME > STAR

STAR

‘인기 없는 남자’ 김기열의 ‘개콘 後’ 여덟 번째

요즘 잘나가는 개그맨들의 과거를 공개합니다!

On November 22, 2013

요즘 토크 콘서트가 대세다. 웬만한 인기 가수 콘서트나 그 어떤 공연보다도 정말 인기가 많다. 덕분에 나 또한 너무 감사하게도 여기저기 토크 콘서트의 사회를 보러 가는 일이 많은데, 갈 때마다 강연자의 이야기를 듣고 인터뷰도 하다 보면 느끼는 바가 참 많다.

어려운 환경에서 역경을 딛고 일어선 사연, 수많은 실패에도 굴하지 않고 오직 성공만을 생각하며 여기까지 왔다는 이야기, 우리가 살아가면서 가져야 할 삶의 자세 등. 그런데 나는 갖가지 우여곡절을 경험하며 인생 역전을 한 거창한 사연보다,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소소한 행복, 특히 인간관계의 소중함에 대해 이야기한 한 연사의 강연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당시 너무나 공감이 가고 느낀 바가 커서 내 기준에서 몇 자 적어보려 한다.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니 두루두루 관계를 잘 맺어놓아야 한다”라는 말은 약아 보이지만 어찌 보면 당연한 얘기다. 나도 몇몇 인연 있는 개그맨 후배들을 생각해보니 새삼 저 말이 와 닿는다. 특히 나와 특이한 인연을 가진 개그맨 송준근 형(아직도 많은 분들이 ‘송중근’으로 잘못 알고 있는데 ‘송준근’이라고 꼭 좀 써달라고 부탁함)의 예전 모습만 생각하면 지금도 입가에 웃음이 난다.

준근이 형은 내가 신인 개그맨 시절 <폭소클럽>의 코너를 준비하던 중 햄버거 가게에서 우연히 만난 개그맨 지망생이다. 잘 다니던 명문대도 중간에 휴학하고 개그를 해보겠다며 뛰쳐나왔지만 잘하는 것도, 숫기도 없어 주말엔 교회에서 사는 그냥 착한 형이다.

개그맨 생활을 하는 나를 부러운 눈초리로 바라보며 옆에서 슬쩍슬쩍 아이디어 짜는 것을 도와주다가 어렵사리 “나도 시켜주면 잘할 수 있는데…” 하며 혼잣말처럼 읊어대던 모습, ‘밑져야 본전’이란 생각으로 서 있는 역할로 잠깐 섭외한 인연으로 일반 대학생 신분이던 형을 <개콘>까지 데리고 갔지만 극심한 울렁증과 긴장으로 발밑에 소품 가방을 두고도 가방이 없어졌다며 무대에 못 올라가던 모습, 녹화 중에 너무 긴장해서 여닫이문 세트를 밀고 나오다 세트 전체를 무너뜨리던 모습, 당연히 녹화는 망하다시피 했고 결국 그 코너는 없어졌던 기억….

너무 착해서 개그맨이 되기는 힘들겠다고 생각한 그 사람이 이듬해 KBS 22기 공채 시험에 당당히 합격한 것도 모자라 무대에서 “쌈 싸 먹어!”를 외치며 방송국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까부는 모습을 보면, “참 정말 사람 일은 모르는 거구나” “이런 사람이었구나” “이렇게 잘하는 사람이었구나” “8년 전 햄버거 가게에선 그렇게 소극적이던 사람이 이렇게까지 변할 수가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대학로 소극장 구석방에서 이상한 쫄쫄이 의상을 입고 공연에서 오프닝 댄스를 추던, 태어나서 내가 본 여자 중 가장 뚱뚱했던 권미진. 평생 뚱뚱할 줄로만 알았던 미진이가 살을 그렇게 무지막지하게 빼서 날씬이가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또 내가 제일 맘에 안 들어 했던 후배 양상국. 단지 생긴 게 맘에 안 들어서 못됐을 거라 생각하고 7년 동안 서로 말 한마디 안 했던 녀석이 지금은 제일 친한 동생이 될 줄이야….

그뿐만 아니라 학교에서 만나면 밥 사달라고 따라다니던 대학교 후배 최효종이 ‘애정남’이란 코너로 대한민국을 들었다 놨다 하는 스타가 될 줄, 또 늘 효종이만 졸졸 쫓아다니던 정범균도 이렇게 잘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던 사실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떡잎부터 남달랐던, 그러나 모래 속에 파묻혀 있던 ‘진주 같은’ 후배들이었다.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 남모를 고통이 수반되었을 테지만 말이다.

그러고 보면 누군가도 지금 나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하겠지? “저거 저거 옛날에 학교 다닐 때 아무것도 아니었는데, 군대 있을 때 어리바리하던 이등병 녀석이!” 하면서 말이다. 아직 난 그 정도는 아닌가…

처음엔 몰랐다. 그들이 이렇게 ‘끼’ 넘치는 ‘인물’들이었는지. 돌이켜 생각해보면 떡잎부터 남달랐던, 그러나 모래 속에 파묻혀 있던 ‘진주 같은’ 후배들이었다.

개그맨 김기열은…
2005년 KBS <개그사냥>이라는 개그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TV에 첫 출연한 뒤 <개그콘서트>까지 진출, 데뷔에 성공했다. ‘두분토론’ ‘까다로운 변선생’ ‘소심지존 기열킹’ ‘뿌레땅뿌르국’ ‘네 가지’ 등 30개가 넘는 코너에 출연했으며, 드라마 <그대를 사랑합니다> <아이리스 2>에 출연하는 등 연기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틈틈이 앨범을 발매해 가수로도 영역을 넓히는 ‘만능 엔터테이너’-라고 본인이 말하고 다닌다.

CREDIT INFO

담당
정은혜
글,사진
김기열
2013년 11월호

2013년 11월호

담당
정은혜
글,사진
김기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