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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 멜로드라마 대전

<비밀> vs <상속자들>

서늘한 가을과 함께 안방극장에 치명적인 멜로가 돌아왔다. KBS <비밀>은 정통 멜로, SBS <상속자들>은 트렌디 로맨스로, 기존 멜로드라마에 비해 진화된 개성을 뽐내고 있다. 2013년 하반기, 멜로드라마 대전의 승자는 과연 누가 될까?

On November 15, 2013

KBS 수목극 <비밀>
세상에서 가장 독한 멜로


부와 권력과 외모를 다 갖춘 재벌 2세 민혁(지성)은 사랑을 믿지 않는다. 돈만 보고 달려드는 여자들이 널려 있고 마음만 먹으면 쉽게 손에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민혁이 유일하게 마음을 준 순수한 여자 지희(양진성)는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다. 배 속에 그의 아이를 품은 채. 민혁은 복수를 결심한다. 범인은 뜻밖에도 가녀린 여성이다.

그녀의 이름은 강유정(황정음). 사법고시를 준비하는 애인 도현(배수빈)을 뒷바라지하다 마침내 검사가 된 그를 위해 뺑소니 사고의 죄를 대신 뒤집어쓰고 감옥에 들어간다. 유정의 비밀을 알 리 없는 민혁은 그녀를 용서할 수 없다. 5년의 수감 생활 끝에 유정이 출소했지만 그의 복수는 이제부터다. 그런데 이상하다. 뻔뻔한 악녀인 줄 알았던 이 여자, 지켜보면 볼수록 한없이 불쌍하고 미련하도록 착하다. 민혁은 증오인지 연민인지 애정인지 모를 복잡 미묘한 감정에 휘말리게 되고 마침내 세상에서 가장 독한 멜로가 펼쳐진다.

관전 포인트


1 쫄깃한 대본과 긴장감 넘치는 연출
첫 회 시청률은 5%대. 그러나 입소문이 퍼지기 시작하더니 3주 만에 시청률이 3배로 껑충 뛰었다. 인기의 핵심은 바로 대본의 힘. 지난해 KBS 미니시리즈 극본 공모전 우수상 당선작(유보라·최호철 작가)으로 얼핏 보면 뻔한 신파 멜로지만 매회 예상을 비껴가는 폭풍 전개와 쫄깃한 복선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단단히 사로잡았다. 연출의 힘도 크다. 올해 초 <학교 2013>이라는 히트작을 만들어낸 이응복 감독은 낡아 보일 수 있는 통속 멜로드라마에 아름다운 영상미와 빠른 편집으로 긴장감을 부여하며 명품 드라마 탄생에 일조하고 있다.

2 흥행 공식, 이 안에 다 있다
한국 드라마 불멸의 흥행 공식인 재벌 2세, 출생의 비밀, 불륜 등의 요소를 다 갖춘 작품. 반항기 넘치는 재벌 2세 민혁은 여심을 장악하고, 그의 생모에 관한 출생의 비밀은 또 다른 반전을 예고하며, 엇갈리는 사각관계는 얼핏 스와핑을 연상시키는 유사 불륜 코드로 멜로에 색다른 재미를 더한다. 여기에 올해 특히 유행한 흥행 요소가 추가됐다. 국민 드라마 <내 딸 서영이>, 1천만 관객의 영화 <7번방의 선물>의 인기 요소가 된 가족애와 신파 코드가 그것. 유정과 치매에 걸린 아버지 우철(강남길)의 부녀 관계, 유정과 생이별한 어린 아들의 모자 관계 등 강렬한 신파 코드는 시청자들의 눈물을 쏙 빼며 흥행의 일등 공신이 됐다. 또한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 <주군의 태양> 등이 유행시킨 복합 장르 드라마의 특징도 갖췄다. 멜로, 미스터리, 서스펜스 등 없는 것 빼고 다 들어 있다.

3 배우들의 진가, 반전, 시너지
황정음은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과 예능 <우리 결혼했어요> 등을 통해 얻은 밝고 명랑한 이미지가 지배적인 배우였다. 하지만 <비밀>은 그런 황정음의 반전 매력을 제대로 보여준다. 지고지순한 순정녀와 절절한 모성애를 오가며 선보인 오열 연기는 그녀를 ‘눈물의 여왕’으로 재발견하게 만들었다. 지성의 매력도 만만치 않다. 그간 부드러운 훈남 이미지의 역할을 맡아온 그가 복수와 애증이 뒤얽힌 통속 멜로 연기를 하는 것은 처음이다. 어둡고 무거운 감정을 깊이 있게 소화하며 무르익은 남성미를 한껏 발산하고 있다. 배수빈의 악역 연기도 화제다. 황정음의 애틋한 연인에서 노골적인 야망가로 변해가는 그의 입체적 연기는 시청자들을 흥분시키는 ‘빅 재미’ 중 하나.


명장면·명대사 Best 3


1위│“때리면 때릴수록 왜 내가 더 아프냐”
가장 드라마틱한 감정의 변화를 겪는 인물은 민혁(지성)이다. 사랑을 믿지 않던 그가 유일하게 사랑했던 여자를 죽인 원수를 증오하다가 차츰 연민에 물들어가고, 끝내는 폭풍 같은 격정에 빠지고 마는 과정은 감정선의 극한을 펼쳐 보인다. 그동안 유정의 불행을 지켜보며 복수의 쾌감과 연민을 동시에 느꼈던 민혁은 죽은 지희 어머니의 가게를 찾아가 구박을 받으면서도 일손을 돕는 유정의 모습에 자신의 마음이 연민 쪽으로 이동하는 것을 알아차린다. “때리면 때릴수록 왜 내가 더 아프냐”라고 토로한 민혁의 말은 그 감정의 격랑을 그대로 드러내는 명대사이자, 작품의 주제 의식까지 포함한 주제문이기도 하다.

2위│아버지의 주검과 마주한 황정음의 오열 연기
유정의 비극이 절정에 이른 순간은 세상에 남은 유일한 가족이었던 아버지의 싸늘한 시신과 대면한 순간이다. 아내 없이 홀로 유정을 정성스레 키운 아버지는 유정이 감옥에 들어가자 치매 환자가 되어 끝내는 비극적인 죽음을 맞고 만다. 스스로 누명을 쓰고 전과자가 되어 밑바닥으로 추락하고 아이까지 잃는 온갖 불행과 시련에도 꿋꿋하던 그녀가 죽은 아버지의 상처투성이 발을 어루만지며 참았던 오열을 토해내는 장면은 보는 이들까지 고통스럽게 만들 정도로 반향이 컸다.

3위│배수빈의 두 얼굴
검사가 된 뒤 가난한 유정을 버리고 조건 좋은 여자와 결혼하기를 노골적으로 바라는 엄마의 기대에도 유정을 진심으로 사랑했던 도훈(배수빈)의 운명은 뺑소니 사고를 기점으로 급격한 변화를 맞는다. 그날 이후 자신을 대신해 죄를 짊어진 유정에 대한 죄책감과 연민, 그리고 어두운 과거와 결별하고 새로운 삶을 누리고 싶은 야망이 교차하며 도훈은 괴물로 변해간다. 8회의 파티 장면은 그러한 도훈의 이중적 얼굴을 표현한 배수빈의 호연이 돋보인 명장면이다. 민혁(지성)의 강요로 재벌들의 파티에 등장한 유정이 사람들 앞에서 모욕당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동안, 뼈아픈 눈물과 자조의 웃음이 뒤섞인 배수빈의 표정 연기는 그야말로 소름이 끼칠 정도.


1 그날 밤 사건의 진짜 범인은 누구인가
모든 것은 4년 전 그날 밤 뺑소니 사고로부터 시작되었다. 결혼을 약속하고 행복을 꿈꾸던 유정과 도훈의 미래는 파괴되고, 연인을 잃은 민혁은 삶의 의미를 함께 잃었다. 표면적인 범인은 유정. 물론 그녀가 도훈의 죄를 대신했다는 것은 시청자들에게는 다 밝혀진 바다. 하지만 진범이 따로 있다는 가설도 있다. 그날 밤 도훈이 차로 친 것은 유정의 진술처럼 진짜 드럼통이었고, 사실은 민혁의 오른팔 광수(최웅)가 지희를 반대한 민혁 부친의 밀명을 받아 그녀의 죽음에 연관됐다는 가설이 유력하다. 그 외 민혁 부친의 사주를 받은 제3자라는 가설, 지희를 질투했던 민혁의 약혼녀 세연이 의외의 범인일지도 모른다는 가설 등이 떠돈다.

2 유정의 아들 산이는 어디에?
또 하나의 궁금증은 유정의 어린 아들 산이의 생존 여부다. 유정은 수감 시절 누군가의 사주를 받은 감옥 동기의 악행으로 아동학대라는 누명을 쓰고 산이와 강제로 결별했다. 이후 그녀는 산이가 패혈증으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하지만 산이의 소식을 전해주는 도훈의 모친인 박계옥(양희경)의 모습에 어딘지 미심쩍은 구석이 보였다는 점을 미루어볼 때 어쩌면 그녀가 산이를 다른 곳에 감췄으며 현재 생존해 있을 수도 있다는 추측이 나돈다. 감옥 동기를 사주한 인물이 누구인지도 아직은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하지만 산이가 살아 있어야 극의 전개가 더 재미있어진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니, 산이는 지금 어딘가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을 듯.

3 홍 여사(조미령)의 정체는?
민혁의 젊은 계모 홍인주도 미스터리한 존재다. 미모를 무기로 조 회장(이덕화)을 사로잡아 민혁 생모의 죽음을 기다렸다는 듯 후처로 들어온 인물. 민혁은 그녀를 아줌마라 부르며 멸시를 서슴지 않는다. 그러나 민혁을 대하는 인주의 태도에는 의외의 구석이 있다. 다른 재벌가 계모들과 달리 민혁의 후계 자리를 노골적으로 방해하지도 않고 오히려 그에게 힘을 실어주는 듯한 반응도 보인다. 반면 친딸에게는 냉정한 면이 있어 계모 아니냐는 얘기를 듣기도 한다. 홍인주의 묘한 반응에 민혁에 대한 그녀의 진짜 속마음이 무엇인지 궁금증이 늘고 있다.

전성기 누리는 품절남
지성


단언컨대, 올해 최고의 커플은 지성과 이보영이다. 결혼으로 인생 제2막에 돌입했고, 연기자로서는 제2의 황금기를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성은 결혼 전 <비밀> 제작발표회에서 “잘나가는 여친”에 대한 심경을 묻는 말에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고 답했다. 훈훈한 대답에 <비밀> 역시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로 화답했다. 30대 후반의 나이에도 소년 같은 이 동안의 스타는 어느덧 인간적으로도 배우로서도 진정한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비밀>은 지성의 첫 나쁜 남자 연기 도전작이기도 하다. 그간 주로 부드럽고 젠틀한 이미지였던 그는 최근 제작사를 통한 인터뷰에서 반전 연기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민혁이 나쁜 남자라 좋았어요. 나쁜 역을 하며 좋은 연기로 사랑받는다면 배우로서 더 큰 보람이 있을 것 같아요. 민혁이 더 많이 나빠지고 그래서 나중에 더 깊이 후회했으면 좋겠어요.”

이보영과 결혼하자마자 펼치는 황정음과의 멜로 연기에 대해서는 “작품으로 인한 배우 본연의 모습이라 멜로 연기를 하는 것엔 전혀 문제가 없다”며, “광고 촬영 때문에 호흡을 맞춘 적이 있는 터라 황정음과의 관계도 좋다”고 이야기했다(두 사람은 지난해 하이마트 CF에서 커플 연기를 선보였다).

<비밀> 열풍에 대해 예상했을까? 신혼여행을 포기하고 선택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따로 시청자 반응을 찾아보거나 댓글을 일일이 확인하진 않죠. 하지만 요즘 많은 사랑을 받고 있어서 감사할 따름이에요. 사실 작품에 대해 확신이 있었어요. 시놉시스가 굉장히 매력적이었고 그래서 결혼을 앞둔 상태에서도 놓치고 싶지 않아 과감하게 출연을 결정했어요.”

그의 배역, 어떤 점이 끌렸을까?
“뻔할 것 같지만 뻔하지 않은 게 매력인 것 같아요. 특히 캐릭터 부분에서 어느 역할이든 딱 구분 지어진 게 없어요. 착한 역, 나쁜 역에 대한 구분 없이 그 모호한 경계선 안에서 끊임없이 갈등하고 사랑하며 아슬아슬하게 이어가죠. 그 긴장감이 극에 재미를 더하고 있는 것 같아요.”

참으로 명쾌한 설명이다. <비밀>은 인기를 날로 더해가고 있고, 벌써부터 많은 이들이 지성과 황정음의 연기대상 수상을 점치고 있을 정도다.

지성의 재벌 2세 캐릭터 매력 비교,
차지헌 vs 조민혁


지성의 재벌 2세 연기 중 조민혁과 투톱을 이루는 것은 SBS <보스를 지켜라>의 차지헌이다. 두 캐릭터는 엄청난 재력, 빼어난 외모, 반항기라는 재벌 2세의 매력을 공유하고 있지만 느낌은 정반대다. 조민혁이 위험한 옴파탈의 매력이라면, 차지헌은 장난기 넘치는 소년의 매력을 발산한다.

연애 스타일도 정반대다. 마치 노예 계약의 주인님처럼 유정을 강압적으로 몰아붙이는 민혁이 치명적인 독재자 타입인 데 반해, 괄괄한 은설(최강희)에게 얼떨결에 뽀뽀했다가 눈치를 보는 지헌은 말하자면 <너는 펫>의 귀여운 애완견 스타일이다. 그래서 민혁이 든든하게 보호받고 싶은 남자라면, 지헌은 모성애를 불러일으키는, 지켜주고 싶은 남자다. 결론은 둘 다 갖고 싶은 남자지만, 실제의 지성은 이미 이보영의 남자라는 사실.



SBS 수목극 <상속자들>
섹시하고 사악한 격정 하이틴 로맨스


명문 사립 귀족고 제국고등학교에서 펼쳐지는 대한민국 상위 1% 상류층 자제들의 청춘 트렌디 드라마. 18세 김탄(이민호)은 국내 재계 서열 1위를 다투는 제국그룹 총수 김 회장(정동환)과 그의 세 번째 여자 기애(김성령) 사이에서 태어난 서자다. 본처의 소생이자 그룹의 적자인 형 김원(최진혁)은 후계 경쟁구도가 본격화되기 전에 탄을 미국 유학이라는 명목으로 유배 보낸다.

낯선 땅에서 외롭게 생활한 지 3년째, 탄은 언니를 찾아 미국에 왔다가 난처한 상황에 처한 동갑내기 한국인 소녀 은상(박신혜)과 운명적으로 만나게 된다. 미국에서 한여름 밤의 꿈같은 추억을 쌓은 두 사람은 한국으로 돌아온 뒤 제국고등학교에서 다시 재회하게 되고, 두 사람 주변에 학교 동창들이 엮이면서 본격적인 청춘 로맨스가 그려진다.


1 최고의 흥행 작가 김은숙의 첫 하이틴 로맨스
2004년 <파리의 연인>의 대성공 이후 무려 10년 동안 흥행 불패 신화를 써온 스타 작가 김은숙의 첫 하이틴 로맨스라는 점이 흥미롭다. 20대에서 40대까지 폭넓은 나이대의 성인들을 중심으로 성숙한 로맨스를 펼쳐온 작가가 10대들의 풋풋한 멜로를 어떻게 그려낼지 궁금했으나, 앞뒤 재지 않고 혈기 넘치는 청춘들이기에 오히려 ‘섹시하고 사악한 격정 로맨스’라는 표현이 잘 어울린다.

2 젊은 핫 스타들의 최강 비주얼 드라마
<상속자들>은 일찌감치 젊고 신선한 핫 스타들이 대거 포진한 화려한 캐스팅으로 주목받았다. 주연배우 이민호, 박신혜를 비롯해서 <학교 2013>의 대세남 김우빈, 김지원이 남녀 서브 주연을 맡았고, 걸그룹 f(X)의 크리스탈, 씨엔블루의 강민혁, 제국의 아이들의 박형식 등 아이돌 군단이 조연으로 출연한다. 그 밖에도 <구가의 서> ‘월령앓이’의 주인공 최진혁, 뮤지컬 스타 출신 강하늘, 개성적 마스크의 임주은 등 젊고 신선한 배우들이 그야말로 ‘안구 정화’를 선사하며 최강의 비주얼 드라마를 완성한다.


1 또 신데렐라 얘기야?
아무리 김은숙 작가의 최고 장기가 신데렐라 스토리라지만 10년쯤 되니 그것도 식상하다. 더욱이 <상속자들>은 명문고를 중심으로 한 부유층 고교생들의 트렌디 로맨스라는 점과 주연배우 이민호 때문에 제2의 <꽃보다 남자>라는 편견에 시달려야 했다. 가난하지만 씩씩한 캔디형 여주인공도 이제는 진부하기 짝이 없다. 김 작가는 과연 그 자신이 유행시킨 신데렐라 로맨스의 진부함을 떨쳐낼 수 있을까?

2 흥행 콤비의 결별
또 하나는 김은숙 작가와 함께 흥행 불패 신화를 써왔던 신우철 PD와 결별한 뒤 처음으로 다른 감독과 작업한 작품이라는 점이다. 그동안 누군가에게는 ‘오글거릴’ 수 있었던 김은숙의 발랄한 대본을 트렌디하고 감각적인 연출로 영상화했던 신우철 감독의 비중을 잘 아는 팬들에게는 큰 위험 요소였다. 강신효 감독의 전작인 <마이더스>와 <타짜>가 그리 성공한 작품은 아니기에 더욱 그랬다. 아니나 다를까 <상속자들>은 김은숙의 전작들과 달리 초반부터 조금 분위기가 처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민호의 재벌 2세 캐릭터 매력 비교,
구준표 vs 김탄

F4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서 리더인 구준표의 인기도 신드롬에 가까웠다. 초강력 곱슬머리 분장에도 죽지 않는 꽃 미모, 모델 뺨치는 장신의 카리스마 넘치는 외모와 달리 무식하기 짝이 없는 돌머리와 다혈질의 허당스러움은 지금 떠올려봐도 여전히 매력적이다. 무엇보다 유치하게 괴롭히던 소녀에게 갑자기 반한 다음부터 사정없이 돌직구로 내리꽂는 순정은 모든 여성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이에 비해 <상속자들>의 김탄은 제2의 구준표가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말끔히 씻어내는 또 다른 매력을 지녔다. 차가운 태도 이면의 사려 깊음과 따뜻함, 깊은 고독에서 빚어진 우수 어린 분위기, 섬세한 감성은 새로운 재벌 2세 캐릭터의 탄생이다. 결국 올가을 멜로드라마 대전의 핵심은 사실 김탄과 조민혁의 진검 승부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핫 스타 연기 평가 보고서

제국고에서도 계급은 나뉜다. 최상위층이자 진정한 재벌 후계자인 경영 상속자, 경영권에서는 배제되었지만 대주주인 주식 상속자, 명예를 중시하는 법조계와 정치계 자녀들인 명예 상속자, 경제적 소외계층인 사회 배려자. 핫 스타들의 연기를 이 네 그룹으로 나눠 평가해보았다.


경영 상속자 집단

제국그룹 2순위 후계자
김탄(이민호)


캐릭터 매력 ★★★
최고 기업의 후계자이지만 서자라는 치명적인 ‘매력’이 있는 소년. 싸가지 없는 나쁜 남자라는 재벌 2세의 전형성에서 벗어나 우수 어린 분위기가 더해진 캐릭터.

연기 ★★★
깊이와 안정감, 성숙한 분위기, 무게 있는 발성 등이 장점. 10년 연상 여배우까지 커버하는 폭넓은 연기력. 다만 이번 작품에서는 18세 ‘고딩’치고는 과하게 노숙한 얼굴 때문에 별 하나 제외.

호텔 제우스 상속자
최영도(김우빈)


캐릭터 매력 ★★★★
김탄에게서 싸가지가 덜어진 대신 김은숙 드라마 남자 주인공들 특유의 까칠함은 영도에게 옮겨졌다. 인기 미드 <가십걸>의 섹시남 척을 연상시키는 터프한 남성미가 매력.

연기 ★★★
단연 돋보이는 연기력. 꽃미남들 사이에서 선 굵고 개성 있는 마스크의 희소성, 진중한 분위기, 묵직한 목소리가 강점. 남배우들과는 ‘브로맨스’, 여배우들과는 로맨스를 이끌어내는 ‘케미’도 좋다.

주식 상속자 집단

메가 엔터테인먼트 후계자
이보나(크리스탈)


캐릭터 매력 ★★★
나이대에 걸맞은 철없음과 귀여움을 지닌 말괄량이. 속이 몇 겹으로 꼬인 상속자들 세계에서 감정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솔직함이 매력이다. 오만함을 허당스러움이 중화하는 좋은 사례.

연기 ★★
첫 정극 연기 도전치고는 나쁘지 않다. 하지만 전작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의 캐릭터를 답습하는 중.

명예 상속자 집단

국내 최고 로펌 상속자
조명수(박형식)


캐릭터 매력 ★★★
여자 중에 허당 보나가 있다면 남자 중에는 천진 명수가 있다. 10대다운 유치함과 귀여움이 뒤섞인 캐릭터. 명예 상속자에 걸맞은 위엄도, 무게도 없고 본인도 그것을 잘 알아서 노는 데 더 관심이 많다.

연기 ★★
tvN <나인>에서 이진욱의 아역을 무리 없이 소화해낸 박형식은 이번에도 무난한 연기를 보여준다. 화려한 출연진 사이에서 기죽지 않고 캐릭터를 소화한다.

검찰총장 상속자
이효신(강하늘)


캐릭터 매력 ★★
제국고등학교 학생회장. 절제된 이성과 카리스마로 중용의 미덕을 발휘하며 남녀 모두에게 동경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내면에는 불꽃같은 정열과 반항기를 감춘 소년.

연기 ★★★
뮤지컬 배우 출신 특유의 또렷한 발음과 풍성한 발성이 매력적이다. 제2의 조정석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유망주.

사회 배려자 집단

제국그룹 비서실장의 아들
윤찬영(강민혁)


캐릭터 매력 ★★
반듯하고 성숙하다. 까칠한 속물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인간미가 넘쳐흐르는 인물. 그러나 ‘범생이’ 캐릭터의 지루함이 있다.

연기 ★★
안정감이 강점.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의 철부지 연기도 잘 소화하는 등 이미지도 다양하다. 고유한 개성이 좀 더 필요.

가난 상속자
차은상(박신혜)


캐릭터 매력 ★
신데렐라 로맨스의 가장 큰 피해자다. 속물기가 조금 더해졌지만 여전히 진부한 캔디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연기 ★★★★
20대 여배우들 사이에서 로맨틱 코미디와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다. 감성적인 눈물 연기와 소녀답고 사랑스러운 매력이 강점. 다양한 필모그래피를 쌓아가며 순진한 남장 소녀에서 야망에 찬 악녀까지 연기 스펙트럼도 넓다.


제작보고회 현장
최고의 상속자 패셔니스타는?

1위 : 원숙미의 화신 김성령
등 라인과 가슴 라인이 깊이 파인 파격적인 블랙 드레스로 몸매를 강조하며 젊은 여배우를 압도하는 아름다움을 보여줬다.

2위 : 재벌 2세 빙의 이민호
이민호와 김우빈의 투 샷 촬영 때, 이곳저곳에서 탄성이 나올 정도로 두 사람은 완벽했다. 더욱 눈길을 끈 것은 이민호. 모델들만 소화할 수 있는 자줏빛 슈트와 블랙 셔츠를 매치해 주인공 포스를 온몸으로 풍겼다. 그 간지, 실제로 보지 않은 사람이면 모른다.

3위 : 제국고의 페리스 힐튼 김지원
함께 출연한 또래 여배우들의 패션이 전반적으로 심심했다. 단지 그 이유로 김지원의 레드 미니 원피스가 이목을 집중시켰다. 뱅 헤어의 까맣고 긴 생머리 또한 레드와 조화를 이루며 ‘냉미녀’ 포스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김은숙 작가가 꿈꾸는
이 세상 최고의 로맨스

스토리텔링의 진수를 보여주는 대한민국 대표 작가 김은숙. <파리의 연인> <프라하의 연인>
<온에어> <시크릿 가든> <신사의 품격>까지 매 작품 스타를 탄생시킴과 동시에 톱스타들의 화려한 재기를 돕는다. 2013년 하반기 그녀가 선택한 작품은 ‘격정 하이틴 로맨스’다.

“내가 가장 잘하는 것을 해보자는 생각이 우선이었어요. 못하는 것들을 열심히 해봤는데 칭찬보다는 우려가 더 많았거든요. 작업하면서 늘 명심하는 것은 새로운 소재가 아니라면 반보 앞선 상상치
못한 이야기를 해야 된다는 점이에요.”

주연배우는 이민호다. 이미 데뷔작 <꽃보다 남자>에서 교복을 입은 재벌 상속자 역할로 대한민국 여심을 뒤흔든 주인공이다. 재벌 옆에는 늘 그렇듯 가난하지만 씩씩한 여주인공도 있다. 이 작품도 마찬가지다. 장치들만 보자면 흔한 신데렐라 스토리와 별 다를 게 없다.

“맞아요, 이번 작품에 온갖 클리셰(진부한 표현을 가리키는 문학 용어)가 다 들어 있죠. 하지만 내 모든 드라마가 클리셰덩어리이고, 많은 사람들이 내 작품을 봐줬어요. 같은 재벌, 같은 신데렐라 스토리라도 기존 작품의 캐릭터와 다른 길을 가는 게 클리셰를 벗어나는 길이라고 생각했어요. ‘많이 봐왔지만 이상하게 재밌네’라는 느낌을 줄 수 있을 거예요.”

이민호 때문일까, <꽃보다 남자>가 연상된다는 의견도 있다. 그녀는 “아류라는 소리가 나올 드라마를 쓸 생각이었으면 애초에 섭외를 하지 않았다”고 강하게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마음이 편치 않다”고 속내를 토로했다.

아이돌 스타들도 대거 투입됐다. 실제로 기자간담회가 열렸던 호텔 앞 대로변에는 소녀팬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일본이나 중국에서 온 여성팬들도 보였다.
“아침 9시부터 밤 9시까지 일주일 동안 50명씩 오디션을 봤어요. 아이돌이어서가 아니라 그들이 캐릭터를 잘 소화했기 때문에 캐스팅한 거예요. 크리스탈 같은 경우 철딱서니 없고 착하고, 상처도 주는 ‘이보나’ 역할을 그녀만큼 잘하는 신인이 없었어요. 그리고 박형식군은 그 특유의 에너지가 좋았어요. ‘왜 아이돌이면 안 되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섭외에 관한 에피소드도 있다. 가장 먼저 캐스팅된 주인공은 ‘찬영’의 아버지로 출연하는 최원영. “제가 간혹 후회할 짓을 하는데, 그중 하나가 작년 대선 때 ‘투표 인증 사진 보내면 대본 보내 드리겠다’고 휴대폰에 저장된 배우 천 명에게 보냈어요. 유일하게 제게 인증 사진을 보낸 배우예요. 근데 최원영에게 마음이 갔고 만나고 작업을 하고 싶었어요. 저는 그런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촌스러운 사람이거든요. 그리고 김우빈씨 같은 경우도 사심이 있어서 섭외를 했어요. 신인 때 작업을 함께 한 적이 있는데 연기를 아주 잘하는 친구였어요. 꼭 같이 해보고 싶었죠.”

대중이 왜 김은숙의 이야기를 좋아할까? 같은 줄거리, 같은 재벌, 가난한 주인공. 하지만 그녀는 ‘다른 행보’를 그리기 때문이다.
“로맨스는 내가 가장 잘하는 장르이고 실제로 가장 재미있어 하는 장르예요. 전 로맨스가 좋아요. 실제로 남편과 연애할 때도 세상에 둘밖에 없는 듯, 미친 듯 사랑을 했고요.”

현재 <상속자들>은 “자꾸자꾸 보게 될 것”이라는 김 작가의 말처럼 점점 탄력을 받아가고 있다. 김 작가의 로맨스에는 분명 특별한 것이 있다.

김은숙의 수혜자들(남자 배우 편)

<시크릿 가든>(2010) 현빈
그해 현빈은 대단했다. 드라마 한 편으로 톱스타 언저리에 애매모호하게 걸렸던 그가 상위 1%의 톱스타 대열에 당당히 들어섰고, 그는 홀연히 해병대로 떠났다. 여심은 더욱 흔들렸다.

<파리의 연인> (2004) 박신양
사랑을 꿈꾸게 한 드라마였다. 주옥같은 명대사가 매회 쏟아졌다. “애기야, 가자”라는 대사 덕분에 ‘애기’는 지금껏 연인들 사이의 애칭으로 사용되고 있다. ‘내 안에 너 있다’는 대사 역시 여태껏 통용되고 있는 일상어가 됐다.

<신사의 품격> (2013) 장동건
사실 장동건은 슬럼프였다. 명성은 여전했지만 배우는 연기로 말하는 법. 몸에 딱 맞는 작품을 만나지 못하고 있던 차에 적시적소에 이 작품을 만났고, 홈런은 아니지만 안타를 쳐냈다. 이미지 쇄신의 좋은 기회였다.

CREDIT INFO

취재
하은정, 김선영
사진
박원민, 최항선, KBS, SBS, 드라마틱 톡, 3HW com
2013년 11월호

2013년 11월호

취재
하은정, 김선영
사진
박원민, 최항선, KBS, SBS, 드라마틱 톡, 3HW 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