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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전문 변호사 이명숙의 ‘사랑과 전쟁’│열아홉 번째

딸이 돌아왔다

안정희(가명)씨는 10년을 한숨 속에서 살았다. 하나밖에 없는 딸이 어느 날 사라진 것이다. 당시 딸은 대입 수험생이었다. 일요일 아침, 안정희씨는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웬 남자가 초인종을 눌러 딸을 찾았다.

On October 10, 2013

안정희(가명)씨는 10년을 한숨 속에서 살았다. 하나밖에 없는 딸이 어느 날 사라진 것이다. 당시 딸은 대입 수험생이었다. 일요일 아침, 안정희씨는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웬 남자가 초인종을 눌러 딸을 찾았다.
“선주 남자친구예요. 잠깐만 밖에서 할 이야기가 있어서요.”
잠자고 있던 딸을 깨우자 딸은 “금방 들어올게요”라는 말을 남기고 잠에서 덜 깬 얼굴로 부랴부랴 집을 나섰다. 그날 이후 딸은 행방이 묘연했다.
남자친구라는 말만 들었지 이름도 연락처도 어떤 관계인지도 묻지 못했고, 딸에게도 그때까지 남자친구에 대해서 듣지 못했던 터라 딸을 찾을 길이 없었다. 경찰에 수차례 실종 신고를 하려고 했지만, ‘남자친구를 따라서 가출한 것’이라며 실종 신고조차 받아주지 않았다.

안정희씨는 전국을 돌며 딸을 찾아 헤맸다. 하지만 딸의 흔적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가슴이 먹먹할 때마다 점집을 찾았는데 대부분 “인연을 따라간 것이니 마음을 비우고 기다려라” “죽지 않고 살아 있다”는 말을 해주었다. 딸의 생일에도, 졸업식 때도, 체육 특기생으로 미리 입학 허가를 받아둔 대학교 입학식 때도, 명절 때도 안정희씨는 눈물 속에서 시간을 보냈고, 딸이 돌아오길 기원하는 108배를 올리며 눈물과 한숨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혹시 딸이 찾아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이사도 가지 않고, 가족 모두 전화번호도 바꾸지 않았다.

그렇게 더딘 시간이 흐르고 5년이 지났다. 어느 날 기적처럼 딸이 찾아왔다. 네 살 된 남자아이와 갓 돌이 지난 여자아이를 데리고서 말이다. 딸의 말에 따르면 자기를 찾아온 ‘남자친구’라는 사람을 만나러 잠깐 집 밖에 나갔다가 납치되다시피 부산으로 가게 되었고, 여관에 끌려가 구타와 함께 성폭행을 당한 뒤 감금됐고, 그 남자가 얻어둔 옥탑방 월셋집에서 외부와 연락이 차단된 채 지내게 됐다고 한다. 두어 달 뒤부터는 노숙 생활을 했다. 공원에서 잠을 자고 공원 쓰레기통에서 썩은 토마토와 먹다 버린 포도 등을 뒤져 먹으며 하루하루를 버텼다. 화장실에 갈 때조차 따라다닐 정도로 감시는 계속됐다.

무직으로 지낸 그 남자는 나중에 성매매까지 시켰다. 채팅으로 남자를 여관으로 유인해서 10만원을 받고 성매매를 시켰고, 그런 다음 남자를 성폭행범으로 형사 고소하게 한 뒤 남자를 협박해 수백만원을 합의금 조로 받아내서 그 돈으로 생활하곤 했다. 그렇게 집을 떠난 딸 선주는 18세의 나이에 임신을 하게 되었고, 첫아이가 태어나기 두 달 전에 그 남자가 일방적으로 혼인신고도 해버렸다. 첫아이가 태어난 뒤에도 성매매는 계속되었고 성폭행 합의금을 받아내 간신히 생활비를 마련했다.

그렇게 두 아이를 안고 5년 만에 집으로 돌아온 딸이지만 며칠 되지 않아 그 남자와 그의 부모, 시댁 식구들이 몰려와 “왜 여기 와 있느냐”며 마구 행패를 부리고 다시 데려가버렸다. 그로부터 다시 5년 후 영하 10℃가 넘는 한겨울 밤, 딸 선주는 반팔 셔츠와 7부 바지를 입은 채 혼자서 몇 시간을 걸어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온몸은 추위에 꽁꽁 얼어붙은 상태였다. 넋이 나간 선주는 이후 장애 3급 진단을 받았다. 극심한 우울증 환자였고 정신 질환으로 손톱을 물어뜯어 손톱에서는 피고름이 흘렀다.

10년 만에 돌아온 딸은 지난 일을 기억하는 것조차 두려워했다. 아직 서른도 안 된 나이에 상상할 수 없는 끔찍한 경험을 하고 심신이 황폐해져 돌아온 것이다. 딸이 좀 더 용기를 내어 주변에 도움을 청했더라면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비참한 현대판 노예, 성매매를 통한 돈벌이 기계로 전락하지는 않았을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 ADVICE
    이 변호사의 어드바이스

    선주씨는 남편을 상대로 이혼 및 위자료 청구소송을 하고, 아이들을 양육할 의사와 능력이 있다면 아이들에 대한 친권자 및 양육자 지정 청구를 할 수 있다. 납치, 감금, 폭행, 협박, 성매매 알선 등으로 남편을 형사 고소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 모든 부모가 명심해야 할 것은 자녀를 양육할 때 수학 문제 푸는 법이나 예의범절을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예상치 못한 위기 상황이 닥쳤을 때 이를 헤쳐나갈 수 있는 방법과 지혜, 담력을 가르치는 것도 중요한 부모의 역할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글쓴이 이명숙 변호사는…
23년 경력의 이혼·가사 사건 전문 변호사로 현재 KBS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 2>의 자문 변호사로 활약하고 있다.

CREDIT INFO

기획
하은정
일러스트
배선아
2013년 03월호

2013년 03월호

기획
하은정
일러스트
배선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