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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 수녀·혜민 스님 새해 힐링 대담

‘원조 치유 멘토’와 ‘신상 치유 멘토’가 만났다. 이해인 수녀와 혜민 스님이다. 글로써 세상과 소통해온 두 사람이 삶에 지친 이들을 어루만지는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

On October 06, 2013

‘마음 치유’의 대명사 혜민(39세) 스님과 ‘베스트셀러 시인’ 이해인(67세) 수녀가 한 무대에 섰다. 사단법인 위스타트(We Start)운동본부가 한 해를 뜻깊게 마무리하고 희망찬 새해를 맞이할 수 있도록 ‘위(We)대한 토크’라는 토크 콘서트를 마련한 것이다. 위대한 토크는 명사에게 무료 강연을 기부 받아 생긴 수익금으로 저소득층을 돕는 행사다. 두 사람은 1시간 넘게 함께하며 고민, 위로, 행복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뽀로로 차림으로 등장해 큰 웃음을 선사한 혜민 스님은 특유의 친근한 말투로 참석자들을 위로했고, 이해인 수녀는 ‘사는 게 힘들다고/말한다고 해서/내가 행복하지 않다는 뜻은/아닙니다’로 시작하는 자작시 ‘행복의 얼굴’을 낭송했다.

제가 사람들에게 꼭 하는 말이 있어요. 사람은 행복해지려고 조금만 노력하면 실제로 행복해진다는 거죠. 수동적으로 삶의 물결에 휩쓸려 의지를 잃고 남들의 요구대로 사니까 불행한 거예요. 하루에 10분이라도 시간을 내서 조용히 명상을 하거나 자신만을 위한 운동을 해보세요. 그 시간만큼은 오롯이 나를 위해 쓰는 시간이고, 나 스스로가 삶의 중심이 돼요

스스로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혜민 스님(이하 스님)_ 스님은 뽀로로 스타일~!(웃음) 잘 어울리나요? 제가 집 안 정리를 하다가 수영 안경과 모자가 있어서 써봤는데 뽀로로 스타일인거예요. 그래서 트위터에 사진을 올렸더니 포털 사이트 검색어 1위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재미 삼아 웃음을 드리고 싶어서 이렇게 하고 나왔어요.
이해인 수녀(이하 수녀)_ 잘 어울려요. 가끔은 망가지는 것도 필요하죠. 상대방과 한층 가까워지기도 하고요. (수영 안경 때문에) 앞이 잘 안 보일 것 같은데 이제 벗으시죠.(웃음)

스님_ 지난여름에 뵙고 오늘이 두 번째 만남인데 오래전부터 수녀님을 알아온 것 같은 느낌이에요. 전 어려서부터 수녀님이 법정 스님이나 다른 종교인들과 교감을 나누시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어요.
수녀_ 잠깐이지만 서강대 대학원에서 종교학을 공부했어요. 그때 다른 종교에 대해 열린 시각과 우정을 쌓게 되었죠. 스님도 종교학을 공부하셨죠?

스님_ 네. 대학에서 예전에 가톨릭 수사였던 교수님하고 공동 강의도 했어요. 학생들이 무척 좋아하더라고요. 스페인 산티아고 길도 가봤는데 종교를 떠나 어떤 동질감 같은 걸 느꼈어요.
수녀_ 있는 그대로 상대 종교를 인정하는 거죠. 우리 같은 종교인이 자꾸 만나고 소통해야 해요.

스님_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마음의 여유가 없어 소통을 어려워하는 것 같아요. 바쁠수록 중심을 잡고 마음을 잘 길들여야 하는데 말이죠.
수녀_ 맞아요. 마음속에 광야나 사막, 그런 조용한 공간을 마련해야 해요. 언젠가 법정 스님이 하신 말씀처럼 나름의 규칙을 정해 생활을 절제해야 해요. 나무도 전지를 해줘야 잘 자라는 것처럼.

스님_ 제가 사람들에게 꼭 하는 말이 있어요. 사람은 행복해지려고 조금만 노력하면 실제로 행복해진다는 거죠. 수동적으로 삶의 물결에 휩쓸려 의지를 잃고 남들의 요구대로 사니까 불행한 거예요. 하루에 10분이라도 시간을 내서 조용히 명상을 하거나 자신만을 위한 운동을 하면 좋아요. 그 시간만큼은 오롯이 나를 위해 쓰는 시간이고, 나 스스로가 삶의 중심이 되니까요.
수녀_ 요즘 사람들은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기보다 외부로 향하는 경우가 너무 많은 것 같아요. 휴대전화만 해도 카톡이다 뭐다 해서 할 게 너무 많잖아요. 내가 전화기를 소유한 건지, 전화기가 나를 소유한 건지. 문제는 그게 행복하면 괜찮은데 행복하지 않다는 거예요.

스님_ 그런 면에서 이 시대 종교인은 삶에 지친 사람들을 위로하고, 성찰의 시간을 제공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제 사람들은 누가 옳은지 따지는 것보다 얼마나 인간적으로 함께 공감해주느냐에 더 관심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수녀님은 타인과 어떻게 소통하고 공감하고 계시나요.
수녀_ ‘소통의 대명사’로 통하시는 분이 저에게 그런 질문을 하시니 쑥스러운데요. 가르치거나 훈계하려고 하지 말고 그 사람 입장을 헤아려야 해요. 스님을 만나면 “점심 같이 하시겠어요”보다 “스님, 함께 공양하시겠어요” 하고 상대 종교의 언어를 쓰면 작은 공감의 파장이 일어나는 것처럼요. 겸손의 미덕이 바탕에 깔려야 한다는 거죠. 잘난 체하고 짧은 순간이라도 가르치려 들면 공감이 안 돼요.

스님_ 잘 듣는 것도 중요할 것 같아요. 자비로운 마음도 필요하고. 운전을 할 때 나이 드신 분이 횡단보도를 천천히 건너가면 답답하잖아요. 그런데 그 순간 관점을 살짝 바꾸면 짜증이 안 나요. ‘저분이 우리 엄마다’ 그렇게 생각하면요.
수녀_ 저는 요즘 젊은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한 가지 고민이, 부부 상담과 관련된 거예요. 연애 경험조차 없는 저에게 연인 사이의 시시콜콜한 다툼부터 부부 사이의 심각한 갈등까지 다 털어놓는데 무슨 말을 해줘야 할 지 모르겠어요.

스님_ 저도 같은 상황이에요. 해줄 말이 별로 없는데 자꾸 물어보니 참 난감해요. 왜 결혼도 안 해본 저희에게 연인이나 부부의 문제를 상담하는 걸까요.
수녀_ 친한 친구나 가족에게 털어놓으면 걱정을 끼칠 수 있으니 우리처럼 비밀이 보장되는 사람들에게 털어놓는 거겠죠. 또 그들이 딱히 해결책을 바란다기보다 마음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울고 싶으니까 그런 거라고 생각해요. 함께 고민하고 싶은 거죠.
스님_ 맞아요. 사람과 사람이 소통하는 데 주제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니까요. 앞으로 귀를 더 열고 많이 들어야겠어요.

멈춰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
두 사람은 책과 SNS로 사람들과 소통한다. 이는 타인과 공감하는 시간이지만 스스로와 마주하는 귀한 시간이기도 하다. 글쓰기에 대해 혜민 스님은 ‘자기 마음의 기록’이라고 말하고, 이해인 수녀는 ‘매일 드리는 기도’라고 정의한다.

수녀_ 스님은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라는 책으로 베스트셀러 자리를 굳건히 하고 계신데, 스님에게 글은 어떤 의미인가요.
스님_ 제 마음의 기록이에요. 순간을 가만히 돌이켜보면 어떤 깨달음이 생겨요. 그래서 일기 쓰듯 트위터에 그런 생각을 올렸죠. 물론 글을 올리기 전에 제 마음을 철저하게 들여다봐요.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공감을 하는 것 같아요. 사람들 마음이 실은 다 비슷비슷하니까요. 자기 마음이라고 마냥 잘 보이는 게 아니에요. 하지만 한 발짝 물러나서 마음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는 연습을 하면 어느 순간 자기 마음의 패턴이 보이는 것 같아요.

수녀_ 마음을 객관화한다는 말씀이 마음에 들어요. 정말 그런 게 필요해요. 저에게 시 쓰기는 매일 드리는 기도 같은 거예요. 피아노 잘 치는 사람도 조금만 연습을 게을리하면 금방 감이 무뎌지잖아요. 저는 1960년대부터 하루에 몇 줄이라도 제 마음을 들여다보고 기록하는 습관을 들였어요. 일기라고 해도 좋은 그 글쓰기를 지금 1백39권째 쓰고 있죠. 그중 일부가 시로 나오는 거예요.
스님_ 수녀님도 1980년대 베스트셀러 작가셨잖아요.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수녀_ 1980년대만 해도 글 쓰는 성직자가 드물었어요. 늘 최루탄이 날아다니고, 젊은이들은 현실 참여적이고, 정권도 좀 그렇고요. 그러던 차에 젊은 수녀가 쓴 책이 나오니까 관심이 컸던 것 같아요. 위로가 필요한 시대였다고 할까요.
스님_ 어쩌면 그 시대보다 지금 더 위로가 필요한지도 몰라요.

수녀_ 맞아요. 경쟁사회로 치닫다 보니 항상 남과 나를 끊임없이 비교하기도 하고요. 예전에는 서울대만 가도 됐는데 이제는 아이비리그를 가야 한다고 생각하죠. 세상이 이렇다 보니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도 많은 것 같아요.
스님_ 그런 사람들에게 수녀님은 어떤 말씀을 해주시나요.

수녀_ 예전에 자살을 고민하던 한 소녀가 편지를 보내온 적이 있어요. 부모님이 다 돌아가셔서 그 뒤를 따라가고 싶다며 이런저런 푸념을 늘어놨더군요. 그때 제가 보낸 답장은 ‘자살하겠다고 결심한 그 용기로 죽을힘을 다해 부모 몫까지 살아야 한다’는 거였어요. 그러고 연락이 끊겼는데 그 소녀가 며칠 전에 찾아왔어요. 그때 진심 어린 위로의 말 한 마디가 마음을 바꿔놨다면서, 그 이후로 이를 악물고 살게 되었고, 결혼해서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고, 고맙다고 하더라고요. 뭉클했습니다.
스님_ 살다 보면 어려운 때를 만나는데 그 순간에는 영원할 것 같은 숨막힘을 느낄 때가 있지요. 하지만 이 또한 지나간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수녀_ 맞아요. 잠시 멈춰 있으면 그 순간 고통이 지나가고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죠. 스님 책(<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제목처럼. 그런데 멈춤의 진리를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어요.

얼마 전 스님 트위터에서 ‘이 세상 살면서 열심히 분투하는 내가 가엾지 않나요? 친구는 위로해주면서 왜 스스로에게는 함부로 대하나요. 자신을 사랑해주세요’라고 쓴 글을 봤는데 꼭 저한테 하는 말 같았어요. 스스로를 학대하고 돌보지 않아서 암에 걸렸구나, 생각도 하게 되고요. 나를 다독이면서 받아들이는 깨우침을 얻었답니다

스님_ 안 그래도 학생들이 물어요. 스님은 왜 자꾸 멈추라고 하느냐고. 요즘 같이 바쁜 시대에 멈춰서 도태되면 책임질 거냐면서. 박찬호 전 프로야구 선수(투수)를 만났는데, 그는 바쁜 생활 속에서 왜 멈춰보라고 하는지 잘 알고 있었어요.
수녀_ 사실 우리가 수도자이지만 마음을 멈춘다는 것이 쉽지 않죠. 남들이 볼 땐 문제없이 완벽하게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렇지만은 않거든요. 스님은 누군가를 미워해본 적 있으세요.

스님_ 그럼요. 저도 사람인걸요. 그런데 인간관계에서 생긴 문제를 풀 때, 왜 상대가 내 마음을 알아주지 않을까, 왜 내가 원하는 대로 해주지 않을까 이런 마음에서 출발하는 문제는 절대 풀리지 않아요. 상대에 대한 이해가 아닌, 나의 요구로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이죠. 왜 상대가 나에 대해 저렇게 생각하는지, 나의 어떤 면 때문에 오해를 했고 힘들어하는지, 이런 관점에서 출발하면 상대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생각보다 쉽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요.
수녀_ 그런데 살다 보면 이해고 뭐고 무조건 싫은 경우도 있잖아요. 그럴 때 스님은 어떻게 하세요.

스님_ 누군가가 밉다면 내 안의 열등감 때문은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도 있어요. 그리고 그 열등감을 없애도록 노력해야 해요. 열등감 중에는 어렸을 때부터 어른들이 하는 말(형제 간 비교, 외모 지적 등)로 인해 고착화된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말로 상처받았을 땐 말로 풀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나는 외톨이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세상 사람들이 자신을 좋아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항상 먼저 거절하는 성향이 있어요. 두려우니까요. 그런 사람들은 “나는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다”라고 스스로에게 말해야 해요. 또 늘 비교당해서 자학하는 스타일이라면 스스로에게 “나라면 할 수 있어”라고 하고, 혹시라도 외모 때문에 열등감에 빠진 경우라면 “나는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고 나만의 빛깔로 세상을 밝힐 거야”라고 자신에게 말해줘야 해요. 내가 나를 사랑하도록 주입식으로 말해주면 자존감도 커지고 내 안의 열등감과 자기 학대 의식이 마법처럼 상쇄되는 순간이 올 거예요.

수녀_ 얼마 전에 스님 트위터에서 ‘부족한 나를 계속 사랑해주세요. 이 세상 살면서 열심히 분투하는 내가 가엾지 않나요? 친구는 위로해주면서 왜 스스로에게는 함부로 대하나요. 자신을 사랑해주세요’라고 쓴 글을 봤는데 꼭 저한테 하는 말 같았어요. 우리는 남들에게 사랑하고 베풀라고 하는데, 정작 나 자신은 돌보고 살았는지 되돌아보게 되더군요. 스스로를 학대하고 돌보지 않아서 암에 걸렸구나, 그런 생각도 하게 되고요. 나를 다독이면서 받아들이는 깨우침을 얻었답니다.
스님_ 사실 트위터에 올리는 글은 제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해요. 마음 관리가 잘 되지 않을 때 글을 쓰게 되거든요. 수녀님이 제 글에서 힘을 얻었다고 하니 기분 좋네요.

상처받은 마음의 치유를 위해서는…
알려진 대로 이해인 수녀는 2008년에 대장암에 걸렸다. 2009년 세상에 마지막 흔적을 남긴다는 심정으로 자신의 동시집 <엄마와 분꽃>에서 가려 뽑은 13편을 낭송해 녹음했다. 절망에 빠졌던 당시 낭송 도중 울기도 했다고 한다. 그 녹음이 최근 ‘이해인 수녀가 읽어주는 엄마와 분꽃’이라는 시 낭송 음반으로 나왔다. 판매 수익은 장애 어린이 치료기금으로 쓰인다.

스님_ 암 투병의 고통을 어떻게 이겨내시나요.
수녀_ 솔직히 하루도 죽음을 생각하지 않는 날이 없어요. 김점선, 장영희 등 가까운 사람들이 암으로 세상을 떠나기도 했고. 그런 죽음을 생각하면 두렵죠. 하지만 제 어머니께서 돌아가신 후로는 죽음이 두려움보다는 친근함으로 다가오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죽어도 괜찮다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어요. 나중에 죽음을 당해봐야 알겠지만 어쨌든 지금은 굉장히 평온해요. 스스로도 놀라요. 내가 이렇게 명랑하게 투병할 줄 나도 몰랐어요.

스님_ 그런데 수녀님은 전혀 환자 같지 않으세요. 너무나 맑고 천진난만한 소녀 같아요.
수녀_ 실은 아무리 아파도 다른 사람 앞에서는 꽃과 같은 표정을 보여주자는 목표를 세웠어요. 혼자 있을 때 아파서 울더라도 말이죠. ‘이왕 내게 온 암, 미워하기보다는 같이 가자. 내 세포들아, 내가 잘 돌봐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다독이면서 잘해보자고 다짐해요. 그렇게 하루를 보낸 후 ‘아 또 하루를 살았네’ 하다 보니 4년을 견딘 거예요.

스님_ 세상에 대한 울림이 큽니다. 희망을 주기도 하고요.
수녀_ 그런가요?(웃음) 실제로 저는 투병 중인 요즘 오히려 평소 느끼지 못했던 사소한 행복을 느끼곤 해요. 수많은 독자들과 팬들이 보내오는 진심 어린 손 편지가 정말 큰 힘이 되거든요. 그들이 있기 때문에 제가 밝고 명랑하게 투병 생활을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도중하차했더라면 차마 느끼지 못했을 수도 생활의 큰 보람을 제대로 느끼고 있습니다.

스님_ 수녀님 시에는 유독 꽃이 많이 등장하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수녀_ 제가 꽃을 좋아하는 건 숨쉬기만큼이나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어릴 적 납북된 아버지와의 마지막 추억이 함께 꽃밭을 가꾸던 거였어요. 몇 해 전 돌아가신 어머니도 항상 꽃잎을 붙여 편지를 보내셨죠. 여름엔 치자꽃, 가을엔 코스모스, 겨울엔 장미를 붙이셨어요. 저도 10여 년 전부터 독자들에게 사인할 때 항상 꽃 그림을 그려요. 꽃 한 송이가 믿음과 소망, 사랑과 행복을 말할 수 있거든요.
스님_ 그러고 보니 수녀님은 코스모스를 닮은 것 같아요. 코스모스의 꽃말은 ‘소녀의 순정’이래요. 소녀 같은 풋풋함과 맑은 영혼을 늘 간직하셨으면 좋겠어요. 오래도록요. 두 사람의 대화는 공감과 위로와 치유와 열정과 희망의 메시지로 가득했다.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마무리하고 희망찬 새해를 맞으려는 지금, 이보다 더한 ‘힐링’이 또 있을까.

혜민 스님은…
요즘 한국 출판가의 대세는 혜민 스님이다. 스님의 에세이집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쌤앤파커스)은 2012년 초부터 베스트셀러 1위를 굳건히 했다. 서글서글한 외모, 미국 하버드대와 프린스턴대에서 각각 석·박사를 따고 햄프셔대 종교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화려한 스펙, 트위터 팔로어 25만 명의 막강한 영향력, 무엇보다 불교적 깨달음을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자상하게 전하는 콘텐츠 자체의 힘. 이런 것들이 상승 작용을 일으켜 스님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이해인 수녀는…
종교를 뛰어넘어 시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아 온 이해인 수녀. 1970년대 중반, 절대자에게 순명을 다짐하면서도 어쩔 수 없는 인간적 번뇌를 담아낸 시집 <민들레 영토>가 세상에 나오자 사람들은 열광했다. 말과 글이 자유롭지 않은 억압적인 정치 환경에 대한 우회적인 비판 창구로 시가 뜨겁게 소비되던 시절, 수녀의 시는 그 중심에 있었다.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 <내 혼에 불을 놓아> 등 중독성 있는 수녀의 시집들은 1980년대 초반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동시에 진입하곤 했다.

CREDIT INFO

취재
정은혜 기자
사진
조혜원,박규만
2013년 01월호

2013년 01월호

취재
정은혜 기자
사진
조혜원,박규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