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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 잡지뎐

On March 08, 2013 0

한 해에 발간되는 잡지도 넘쳐나지만 요즘만큼 셀프 퍼블리싱 매체가 주목받은 적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요즘 가장 핫한 소규모 잡지만 모아봤다. 훌륭한 비주얼은 물론 읽을 거리 넘치고 착한 생각을 하는 보석 같은 매거진들이니 한 번 보면 그냥은 못 지나칠 거다.


Interview Magazine
< face > + 김주희, 송보아
< face > 는 인터뷰의 정석과 같은 매거진이다. 그 흔한 화보나 뉴스 페이지도 없고 그저 인물들의 인터뷰만 다루는 게 그렇다. 비주얼은 화려하지 않지만 오히려 심플한 레이아웃 덕분에 글에 더 집중하게 하고, 인터뷰이의 내밀한 속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기사의 글씨체며 디자인도 모두 인터뷰이를 향하고 있는 잡지다. 누가 이 잡지에 대해 묻는다면 < face > 는 2011년 10월 창간된 인터뷰 전문 계간지로, 시범호인 0호를 비롯해 지금까지 총 세 이슈를 발행한 잡지다.

매 호마다 달라지는 주제에 맞춰 그것에 관해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줄 얼굴을 찾아내 소개하는 게 콘셉트다. 인터뷰이의 이야기와 가장 잘 어울리는 표정의 활자로 인쇄하기 때문에 독자는 인터뷰이와 가까이 있는 것처럼 친근함을 느낄 수 있을 거다. 제호는 인터뷰를 통해 인터뷰이가 꾸밈없이 깨끗한 얼굴을 드러낸다는 생각을 담고 있다. 그래서 인터뷰이의 낯설기도 하고 익숙하기도 한 얼굴을 차곡차곡 모아 이 시대의 가장 젊고 빛나는 조각을 포착하고자 했다. 우리 잡지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이름이 바로 얼굴이라고 생각했기에 'FACE'란 제호를 지었다.

잡지를 만드는 구성원은 에디터 두 명이다. 공동 창립자이자 공동 편집장인데, 함께 기획과 섭외, 취재, 편집 등 잡지 제작의 모든 단계에 참여한다. 셀프 퍼블리싱 매거진을 만드는 기쁨은 갓 나온 잡지를 손에 쥐고 종이의 질감을 느끼며 페이지를 넘길 때, 독자가 < face > 를 통해 인터뷰이의 새로운 면을 발견했다고 피드백 줄 때의 희열이다. 다만 < face > 를 '독립 출판'이란 카테고리에 가두지 않기 위해 그리고 사람들에게 독립 출판물이라고 소개 했을 때 가질 수 있는 편견을 뛰어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이번 호 기사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이번 호에 대림미술관의 대안 공간 '구슬모아 당구장'의 선정 작가 10팀의 인터뷰가 실렸는데, 작가들의 10가지 색을 모두 담고 있다. 안전한 대답이라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정말 그렇게 느끼고 있다.


Lifestyle Magazine
< avec > + 정은지, 이원희
< 아베크 > 에 실린 사진은 벽에 걸어두고 싶은 충동이 생길 만큼 멋진 사진이 즐비한데,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까지 일관된 톤을 유지한 점이 가장 매력적이다. 누가 이 잡지에 대해 묻는다면 < 아베크 > 는 지나치게 상업적이지도 독립적이지도 않은 경계의 잡지다. 국내 패션 매거진의 하우스 포토그래퍼와 기자의 어시스턴트로 만난 우리는 정해진 주제 안에서 번잡하지 않은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2012년 5월에 'LA FLEUR, THE FLOWER'란 제목의 창간호를 발간했으며, 계절의 흐름에 따라 한 해 동안 잡지 네 권을 만든다. 제호는 프랑스어 중 가장 좋아하는 단어로 만들었다. 누구든 창조적이며 생산적인 일에 뜻이 있다면 우리와 '함께'하자는 의미를 담았다. 어려운 프랑스어 단어 중 발음하기도, 기억하기도 가장 쉬웠고 심지어 단어의 의미도 마음에 쏙 든다. 매거진을 대표할 수 있는 형용사는 '가능한'이다. 출판에 대해 무지했던 시절에 이미 잡지 두 권을 만들었고, 이 경험을 통해 불가능한 것보다 가능한 일이 더 많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미래에는 우리의 가능성이 모여 그 자체로도 '충분한' 잡지가 되면 좋겠다. 셀프 퍼블리싱 매거진을 운영하는 기쁨은 자유다.

외부의 압력이 전혀 없으므로 우리는 자유롭다. 하지만 자유를 다른 말로 '책임'이라고 하듯 자유는 우리에게 기쁨인 동시에 고통이기도 하다. 이번 호 기사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LA TABLE, THE TABLE'이란 주제를 보여준 무용수에 대한 기사다. 매끈하고 곧게 뻗은 테이블을 통해서 단단한 무용수의 몸이 떠올라서 그 생각대로 작업한 것인데, 사진이 무척 잘 나왔다. 모두 퇴근한 발레단 연습실에서 테이블 하나만 놓고 쉼 없이 뛰어오르던 무용수의 모습이 잊히질 않는다.


Acoustic TravelMagazine
< 42 > + 문진영
< 42 > 는 여행 매거진을 지향하면서도 여행만을 다루지는 않는다.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옛이야기 들려주듯 다독다독 전하는 특별한 재미가 있다. 누가 이 잡지에 대해 묻는다면 사람은 언제나 반드시 어떤 '사이'에 있다. 그리고 우리의 삶은 그 사이를 여행하는 일이라는 생각에서 출발한 잡지다. 장소와 장소 사이, 사람과 사람 사이, 순간과 순간 사이 등 존재할 수 있는 모든 사이의 이야기를 여행이라는 이름으로 풀어보고자 했다.

제호는 시각적 호기심을 유발하려는 의도로 '사이'라는 한글 표기 대신 발음이 같은 숫자 '42'를 사용했다. 더불어 사이라는 문자의 울타리에 < 42 > 가 지향하는 바를 가두지 않으려는 의도도 있는데, 마치 '배스킨라빈스 31'에 31가지 아이스크림 만 있는 건 아니라는 사실과 같다. 매거진을 대표할 수 있는 형용사는 '느리고 다정한'이다. 어떤 '사이'에 대한 이야기든지 아날로그적 방식으로 자유롭게, 가난하더라도 깊고 풍부한 이야기를 전하고자 했다. 셀프 퍼블리싱 매거진을 만드는 기쁨은 다양한 필진의 색깔을 < 42 > 만의 느낌으로 녹여내는 데 있다.

여건상 다음 호 제작비 정도의 이윤만 남길 뿐 물질적 보상을 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우리와 함께하는 필자들이 우리에게 큰 힘이 된다. 이번 호 기사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 42 > 의 아이덴티티를 표현한 표지와 매달 새로운 목적지로 떠난 이야기를 일러스트로 그린 여행기 'Travel to Cambodia'이다. 일러스트에 작은 변화를 줄 뿐이라서 독자가 신간이 나온 것을 인식 못한다는 얘기도 들었지만, < 42 > 매거진의 정체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부분이 바로 일러스트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co Life Magazine
< greenMind > + 김현정, 장혜영, 전지민
< greenMind > 엔 비록 배꼽 잡을 만큼 웃기는 기사는 없지만, 따뜻하고 건강한 웃음을 선사하는 기사가 가득하다. 2012년 7월에 창간해 현재 6호까지 출간했는데, 책장에 죽 늘어놓고 보는 표지 컬렉션이 참 멋지다. 누가 이 잡지에 대해 묻는다면 사람의 마음에 주목한 잡지다. 모든 변화는 마음에서 시작하며 진정한 운동은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라는 생각이 를 만들었다. '어떻게 하면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을까?'란 단순한 명제에서 시작해 자신만의 신념을 가지고 실천하는 사람들, 환경의 소중함을 알고 그 가치를 깨달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기 시작했다.

제호는 환경을 생각하는 작은 실천과 각오로 'Green' 과 'Mind'란 단어를 조합했다. 비록 에디터들이 환경 운동가도 전문가도 아니지만 수치와 자료로 풀어낼 수 없는 우리만의 방식으로 얘기한다. < greenMind > 를 만들면서 환경이란 것이 특별한 사람들만 논하는 주제가 아님을 새삼 느낀다. 매거진을 대표할 수 있는 형용사는 아이러니하지만 '까만'이다. 환경에 관해 생각해볼 때 어떤 사람은 채식주의자를 떠올리고, 어떤 사람은 패스트푸드나 패스트 패션을 반대하기도 한다. 그 때문에 모든 색이 모여 검정이 되듯 < greenMind > 가 다양한 사람의 마음을 아우르는 잡지가 되었으면 한다.

셀프 퍼블리싱 매거진을 만드는 기쁨은 사실 고생하는 경우가 더 많지만, 그만큼 새로운 것을 시도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잡지 부록을 만든 게 가장 기억에 남는데, 동대문에서 버려진 자투리 천으로 만든 매듭 팔찌, 재활용 벽지로 만든 노트 등 쓸모없이 버려지는 것을 찾아 기어이 이름을 만들어줬다. 이번 호 기사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Passion Designer 염지홍'이다. 옷걸이로 독서대를 만들고, 동전 사용하기 프로젝트를 여는 등 실생활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환경 운동을 생각해볼 기회가 됐다. 이 기사를 읽는 누구라도 가깝든 멀든, 피부에 와 닿든 그렇지 않든 염지홍 씨만큼 환경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많다는 걸 알게 될 거다.


Queer Magazine
< 삐라 > + 다제이, 연경, 이서하
이상하게 우리나라 사람들은 '퀴어'란 단어만 들으면 손발이 오그라드는 특이 증세가 있는 것 같다. 그런 사람들에게 소개하고픈 매거진을 만났다. 재기 발랄한 소재, 단행본 부럽지 않은 풍부한 읽을 거리가 넘쳐나는 < 삐라 > 가 바로 그것이다. 누가 이 잡지에 대해 묻는다면 'queer'란 단어를 다양하게 써보고 싶어 기획한 잡지다. 원래 '이상한, 기괴한'이란 뜻을 가진 영어의 형용사였는데, 성 소수자를 기묘하다고 느낀 대중이 동정애자나 복장전환자를 가리키는 말로 쓰게 됐다. 즉 '퀴어'가 지칭하는 두 가지 의미를 다뤄보고 싶었다.

< 삐라 > 는 월간도 계간도 아니고 돈과 시간을 헌신한 시점에 발행된다. 제호는 '전단지'를 뜻한다. 작은 단서를 통해 누구의 마음속에나 있을 열망과 욕망을 탐색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만들었다. 매거진을 대표할 수 있는 형용사는 '모호한'이다. 1호여서인지 '퀴어', '인문', '잡지'라는 엄청난 수식어를 달아도 막상 세상 밖에 나오고 나니 모호하다는 생각이 든다. '퀴어 인문 잡지'란 정제된 수식어를 전복시키는 '삐라'란 제호 때문에 앞으로도 다양한 이야기가 뒤섞이고 뒤집히고 뒤바뀐 잡지를 만들 것 같다.셀프 퍼블리싱 매거진을 운영하는 기쁨은 생산과 유통, 소비의 구조를 하나도 빼지 않고 파악한다는 빡센 즐거움이다. 특히 잡지를 만드는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알고 있다는 점에서 확실히 안심되는 부분이 있다.

책을 몇 십 권씩 부둥켜 안고 독자에게 배달하면서 외판원 역할을 한 적도 있다. 지인에게 정성껏 요리한 음식을 대접하는 느낌과 비슷하다. 이번 호 기사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관계성 회복을 주제로 혁명과 연애를 풀어낸 '우리는 제대로 된 혁명을 위하여, 연애를 필요로 한다: D. H. 로렌스를 기억하며'란 글이다. '퀴어 이론의 얼굴들1'에도 나오듯 퀴어라는 개념은 가로지르는(across) 것을 뜻하기도 하는데, 이 부분에서 주어진 길을 가로질러 새로운 길을 만들 때 연애가 무엇보다 중요한 사건이 된다는 점에 주목한 점이 마음에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레이아웃 디자이너는 각주와 미주를 달기 복잡해 가장 난색을 표한 글이기도 하다.


Photo Magazine
< playIn The World > +박상숙, 서지애
정말 오랜만에 괜찮은 사진 잡지를 만났다. 콘셉트도 심플하게 한 달 동안 촬영한 사진을 월간지 형태로 발간한다. 말 한마디보다 사진 한 장이 전하는 힘이 강렬하다는 걸 이 잡지를 보면 새삼 알게 될 거다. 누가 이 잡지에 대해 묻는다면 2012년 5월부터 시작해 매달 찍은 사진만 싣는 잡지다. 특별한 주제를 정하지는 않지만 무조건 한 달 동안 찍은 사진만 잡지에 싣는 게 < playIn The World > 의 유일무이한 콘셉트다.

우리가 촬영한 사진 이외에 어떤 글도 싣지 않는다. 제호는 책을 만드는 것이 스트레스를 받으며 하는 '일'적인 것보다 '즐겁게 노는 것'이었으면 하는 생각이 컸기 때문에 < playIn The World > 라고 지었다. 매거진을 대표할 수 있는 형용사는 책에 실리는 사진이 우리가 살아가는 소소한 이야기를 담은 것이기에 '친근한' 정도일 것 같다. 앞으로도 너무 어렵지도 멀게 느껴지지도 않고 누구나 만날 수 있는 쉬운 잡지를 만들 거다. 이번 호 기사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올해 유난히 눈이 많이 왔는데, 그 풍경을 프레임에 담고 싶었다. 그래서 지난 1월 폭설이 내린 다음 날 수원 화성 방화수류장에 갔다.

영하의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얼음 위에서 노는 아이들이 신기했고, 수원에 10년 넘게 살면서도 그렇게 멋진 곳이 있다는 걸 알지 못해 새로웠다. 필름이 다 떨어져서 한 컷밖에 찍지 못했는데, 아이들이 수줍게 도망가는 모습을 찍었다면 더 좋았을 거다. 지금까지 잡지를 만들면서 책과 함께 나 스스로도 성장함을 느꼈다. 그동안 많은 사람에게 < playIn The World > 를 알기 위해 '와우 북 페스티벌', '언리미티드 에디션' 등 행사에도 참여하고 페이스북도 열정적으로 사용했다. 무엇보다 잡지를 만들면서 내가 몰랐던 세상을 새롭게 알아가는 느낌이 들어 기분이 좋다.

editor KIM YEON JUNG
사진 PARK CHOONG YUL

Credit Inf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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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 YEON JUNG
사진
PARK CHOONG YUL

2013년 03월호

이달의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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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 YEON 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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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K CHOONG Y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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