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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거꾸로 간다

On September 09, 2011 0

잘록한 허리를 강조한 1940년대? 샤넬의 체인 백이 탄생한 50년대? 무엇을 입어도 용납되던 60년대? 히피적 저항 정신으로 가득한 70년대? 그것도 아니면 여성 상위 시대로 접어든 80년대? 이번 시즌에는 모든 트렌드가 리바이벌이다. 어느 시대로 돌아가고 싶은지 말만 하라.


NOW 드디어 경제 공황과 대량 실업으로 이어지던 격동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 이제야 쌀자루처럼 투박하고 군복같이 무채색 일색인 지루한 룩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우리 여자들을 위한 위대한 슈즈 메이커 살바토레 페라가모가 등장해 웨지힐을 처음으로 선보였으며, 그레타 가르보, 마를렌 디트리히 등 스타일의 본보기가 될 만한 할리우드 패셔니스타가 속속 탄생했다. 이제 돈은 먹고 자는 데만 쓰는 것이 아니란 것을 모두 깨닫고 있는 중이다. 패션으로 치자면 격동의 시대가 드디어 시작된 것이다.
and THEN 스포티즘은 미우치아 프라다가 미우미우를 위해 즐겨 사용하는 키워드다. 그런데 이번 시즌에는 1930년대 신여성들이 주목했던 바로 그 스포티즘으로 눈길을 돌렸다. 말하자면 레트로 스포티즘인 거다. 과장된 어깨, 라운드 네크라인에 달린 커다란 칼라, 야구 모자, 고무줄 팬츠 등 빈티지한 디테일과 아이템을 2011년 스타일로 모던하게 재해석했다. 마크 제이콥스의 런웨이는 패션 거장들의 귀환이었다. 무슈 디올의 뉴 룩,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의 코쿤 셰이프 등 30~40년대 헤리티지 피스들의 위대한 재탄생 장면을 2011 F/W 런웨이에서 목격할 수 있다.

NOW 이제 전쟁은 모두 끝나고 패션 춘추 전국 시대로 접어들었다. 여자들의 몸을 구속하는 모든 거추장스러운 장식을 거부한 샤넬의 룩은 미국판 <보그>에서 열렬한 지지를 받고,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혜성처럼 우리 앞에 나타났다. 오트 쿠튀르가 성대하게 번성하는 반면, 프레타 포르테 시장 역시 효율적인 생산 라인을 앞세워 나날이 커져만 갔다. 이제 돈 많은 상류층 여인네들뿐 아니라 대중의 모든 여성이 아름다워질 수 있는 시대가 펼쳐졌다. 귀족적인 여자도, 섹시한 여자도 모두 대접받은 세상이다.
and THEN 1957년 나치 시대를 배경으로 한 <비엔나 호텔의 야간 배달부>라는 이탈리아 영화는 스타일을 위한 훌륭한 인스피레이션 필름이다. 파시즘과 에로티시즘이 적절하게 섞여 있는 이 매력적인 영화는 장교 모자를 쓰고 토플리스를 한 채 우뚝 서 있는 도발적인 샬롯 램플링이 포스터를 장식하고 있다. 적당히 야할 줄 아는 남자 마크 제이콥스가 이 장면을 놓칠 리 만무하다. 그는 음탕한 기운이 풍기는 오래된 호텔 로비, 농도 짙은 페티시 옷차림을 한 야하디야한 여인들이 밤새 오가는 신을 루이비통을 위한 2011 F/W 런웨이에 펼쳐냈다.

NOW 아티스트가 대접받는 세상이 시작됐다는 건 이제 좀 살 만하다는 거다. 살 만하니까 취향은 까다로워진다. 소위 잘나가는 예술가들과 그 주변인들은 음악과 영화, 문학에 심취하고, 옷에 집착했다. 그들은 끼리끼리 모여 사조직을 만들고 그 안에서 자신들의 취향을 공유하고 발전시켜갔다. 대표적인 것이 모즈(Mods)다. 모즈는 1958년 즈음 런던에서 모던 재즈에 심취해 자신들을 가리켜 모던스(Moderns)라 부르던 젊은 남녀들의 사조직에서 시작했다. 60년대를 완벽하게 정복한 비틀스가 바로 모즈 룩의 선봉자.
and THEN 1960년대는 모든 패션 디자이너들이 끊임없이 리바이벌하는 황금 어장이다. 이번 시즌 역시 60년대에 심취한 디자이너 수는 상당하다. 온통 60년대 모티브로 가득 채운 프라다의 런웨이를 보라. 앙드레 쿠레주와 파코 라반풍의 60년대 룩은 프라다의 런웨이에서 컨템퍼러리하게 다시 태어났다. 질 샌더도 프라다와 같은 타임머신을 탔다. 팝 아트적인 색채를 비틀어보고 싶었다는 라프 시몬스는 여배우 클라우디아 카르디날레가 입었던 60년대 초반의 지방시나 이브생로랑의 하이패션을 2011년의 라이브함을 담아 표현했다. 비비드한 컬러의 블루마린이나 몬드리안 룩의 재탄생을 알린 아퀼라노 리몬디 도 마찬가지.

NOW 자고로 기성세대란 목소리만 크고 도무지 이해라는 걸 모르는 앞뒤 꽉 막힌 무식한 집단이다. 그러니 자유로운 히피 정신으로 무장한 젊은 층은 반항이란 걸 할 수밖에 없는 거다. 이러한 저항 운동에 불을 지핀 건 다른 아닌 뮤지션! 섹스 피스톨스와 레드 제플린, AC/DC, 이기 팝(Iggy Pop) 등은 젊은이들의 교주나 마찬가지였다. 이런 분위기에 패션 디자이너 비비안 웨스트우드가 합세했다. 렛 잇 록(Let It Rock), 살기엔 너무 젊고 죽기엔 너무 이르다(Too Young to Live, Too Fast to Die), 섹스(Sex)라는 이름부터 남다르게 로킹한 레이블을 차례로 선보인 그녀는 70년대를 대표하는 저항 정신의 산증인.
and THEN 구찌의 프리다 지아니니는 70년대 히피 룩에서 많은 영감을 받는다. 남들이 모두 60년대로 눈을 돌리던 때도 그녀는 꿋꿋하게 히피 시크를 추구하곤 했다. 이번 시즌 역시 마찬가지. 풍부한 컬러 팔레트로 치장한 쿨한 페도라와 퍼 아우터는 그녀가 부르짖어온 히피 시크의 결정체. 70년대 고딕 룩의 창시자 지방시도 물론 다시 한 번 70년대와 조우했다. 시스루로 뉴 셰이프를 선보인 리카르도 티시의 70년대식 섹스어필은 훌륭하다고밖에 표현할 수 없겠다.

NOW 길거리는 키치한 프린트가 가득한 티셔츠에 어깨에 뽕을 잔뜩 넣은 재킷을 걸치고는 껄렁하게 걸어다니는 펑크족과 잘빠진 스커트나 팬츠 슈트를 입은 여피족으로 양분됐다. 이들은 서로의 극명한 스타일만큼 서로를 극도로 싫어했다. 보이 조지와 프린세스 다이애나가 나란히 걸어가는 모습을 상상해보라.
and THEN 지난 시즌 쿠튀리에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한 돌체와 가바나 듀오는 이번 시즌 키치한 것에 푹 빠져버렸다. 별, 오선지, 음표, 반짝이는 스팽글 따위의 것에 마음을 빼앗긴 두 남자는 80년대 보이 조지를 런웨이에 되살려놓았다. 반면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살바토레 페라가모의 마시밀리아노 지오네티는 80년대 여피족을 찬양했다. 칼처럼 날이 선 어깨, 클린한 테일러링의 슈트와 펜슬 스커트, 앞코가 뾰족한 스틸레토로 완성된 80년대 파워 우먼의 룩은 다가서기조차 힘들 만큼 완벽하다.

editor KANG HYOGENE
사진 JIMMY HOUSE, REXFEATU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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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NG HYOGENE
사진
JIMMY HOUSE, REXFEATURES

2011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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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NG HYOGE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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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MMY HOUSE, REXFEATU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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