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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ooops, 나의 망가진 트렌드!

On January 21, 2011 1

트렌드는 왜 부모님이나 남자친구, 중년의 어른은 질색을 하고 패션에 문외한인 사람들에게 눈총을 받는 걸까? 트렌드에 얽힌 라디오 사연만큼 유쾌한 이야기를 모았다.


+ ugg boots
지금은 국민 털신이 되어버린 어그부츠. 2006년까지만 해도 아직 많은 사람이 신지 않던, 특히 남자들에겐 혐오스러운 신발로 인식되던 시기다. 그때 나이 주위에 시선 따위 신경 쓰지 않고 자신감으로 똘똘 뭉쳐 있던 21세. 데님 스커트에 어그 부츠를 신은 린제이 로한에 반해 그녀와 같은 어그부츠를 사서 신고 학교에 갔다. 역시 모두 빠르게 트렌드를 소화한 내 모습을 부러운 눈초리로 쳐다보았고 과실 앞 전신 거울 앞에서 한동안 스타일리시한 내 모습에 빠져 있었다. 그러다 수업이 시작될 즈음 과실에 조용히 앉아 있는데 학과 회장 오빠가 반갑게 인사를 하며 “야 너 아까 거울 앞에 곰 발바닥 신은 여자 봤느냐? 대박이지?” 하더라. 오.마.이.갓. 순간 그가 말하는 ‘곰 발바닥’은 나를 패셔니스타로 만들어줬다고 생각한 사랑스러운 어그부츠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꼈다. 그 후 오빠의 시선이 얼굴에서 발로 옮겨지는 순간 흐른 어색하고 고요했던 정적은 지금도 생생하게 느껴진다. duddk0121(<나일론> 독자)

+ leather jacket
유독 더웠던 지난여름, 레더 재킷이 유행할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하고 구입한 환절기용 얇은 레더 재킷 하나. 남보다 앞서 트렌드를 즐기고 싶은 욕심에 구입한 바로 다음 날 레더 재킷으로 스타일링을 하고 친구를 만나러 갔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아침에 제법 가을에 가까웠던 날씨는 이상 기온 현상으로 인해 폭염주위보가 내려졌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하철은 에어컨이 고장나 찜통처럼 더웠다. 욕심 내어 입은 레더 재킷은 ‘여름용 손난로’로 변신해 활활 타올랐고 안에 입은 저지 원피스는 땀으로 지도가 그려졌기 때문에 재킷을 벗을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이를 꽉 깨물고 ‘딱 10분만 참자’며 더위와 싸우고 있는데, 점점 사람들의 시선이 이상하더라. 순간 당황해서 살펴보니 유난히 짧은 원피스 탓에 홍수처럼 쏟아지던 땀들이 다리 사이로 흐르고 흘러 신고 있던 스니커즈까지 축축하게 점령해 버린 것이다. 트렌드가 도대체 뭐 그리 대단하다고 욕심내다 습기 하나 없는 건조한 날씨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홀딱 젖은 ‘지하철 샤워녀’가 되었다.
엄유정(에스팀 모델)

+ flower baggy pants
지난 시즌 가장 핫하게 떠오른 플라워 프린트와 지속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배기팬츠. 이 둘을 합친다면 트렌드 리더일까? 올여름, 오랜만에 MT를 가게 돼 잔뜩 들뜬 마음으로 얼마 전 구입한 신상 아이템을 착용키로 마음먹었다. 블랙 색상의 심플한 티 한 장에 잔잔한 플라워 배기팬츠를 입은 후 쏟아지는 사람들의 시선을 즐기며 학교로 향했다. 여자친구들은 나의 과감한 패션에 호응을 아끼지 않았지만, 남자들의 반응은 그야말로 충격적! 그중 과에서 일명 ‘차도남’ 이미지로 인기가 많은 한 선배가 진지하게 던진 한마디는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오늘 우리 농활 가는 거였어?” 그는 진심으로 내가 동네 아줌마들의 베스트 아이템인 ‘몸뻬’를 입고 왔다고 여겼던 것이다. 그 이후로는 아무리 트렌디하더라도 절제와 중용의 미덕을 잊지 않는다. 나에게 ‘농활녀’라는 굴욕적 별명을 선사한 꽃무늬 배기팬츠는 여전히 옷장 한구석에 처박혀 있다.
bomin41(<나일론> 독자)

+ long cape coat
얼마 전 2010 F/W 알렉산더 왕의 컬렉션에서 선보인 담백한 디자인의 코트 스타일 롱 케이프에 반해 비슷한 울 소재의 롱 케이프를 인터넷으로 구입했다. 알렉산더 왕의 디자인과 특별히 달라 보이는 점이 있다면 팔을 뺄 수 있는 슬릿이 없다는 점과 주머니가 달려 있다는 점이었다. 며칠 뒤 케이프를 입고 버스를 탔는데 이게 웬일, 팔을 뺄 수 있는 슬릿이 없으니 교통카드를 찍기가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그러던 중 기발한 방법이 떠올랐으니 굳이 팔을 빼지 않아도 교통카드는 마그네틱이 있기 때문에 케이프 안에서도 찍힌다는 것. 역시 나의 잔머리는 아직 죽지 않았다며 기분 좋게 자리에 앉았는데 사람들의 눈빛이 심상치 않았다. 모두 하나같이 측은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는 게 아닌가. 그냥 무시하고 앉아 있는데 뒷좌석에 앉은 아주머니가 “쯧쯧. 어린 나이에 참 안됐네”라고 하시더라. 그렇다. 롱 케이프를 이해하지 못한 버스에 있던 사람들은 나를 두 팔이 없는 장애인으로 오해했던 것이다. 그 순간 팔을 케이프 밑에서 빼서 사람들에게 확인시켜주기에도 민망했으니 완벽하게 느껴지던 롱 케이프가 그렇게 원망스러울 수 없더라. 신규희(편집 숍 톰 그레이하운드 스태프)

+ rock chic
지난가을, ‘록시크’가 선풍적인 인기를 끈 것을 기억하는가. 트렌드를 만들어가는 디자이너답게 레더 라이더 재킷에 스터드를 잔뜩 박아 리폼을 하고 짙은 스모키 화장과 함께 출근을 했다. 디자인팀 식구들은 강한 록 시크 스타일이 탈색한 금발과 잘 어울린다며 역시 ‘트렌드세터’라고 칭찬을 해줘 뿌듯하던 그날 밤이었다.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고 이쑤시개를 손에 들고 나오 던 중 막 신혼여행을 다녀온 차림의 커플과 눈이 딱 마주쳤다. 그 순간, 여자가 나를 쏘아보며 ‘오빠, 무서워. 빨리 가자’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그러자 남편이 부인을 보호하면서 인도에서 차선으로 뛰어가 버리더라. 졸지에 ‘록 시크녀’가 되려다가 ‘공포의 깡패 언니’로 오해받게 된 것이었다. 록 시크 스타일을 멋지게 소화하고 싶다면 야심한 밤에 당당한 애티튜드는 화를 부르게 되니 기억하자. YoniP(스티브제이앤요니피 디자이너)

+ power shoulder jacket
남과 절대 똑같이 입지 않겠다는 원칙을 고수하던 나도 2009 F/W를 강타한 파워 숄더에 마음을 빼앗겨 살짝 외도를 했다. 발맹의 파워숄더에 눈이 멀어 큰맘 먹고 구입한 파워 숄더 재킷. 이걸 입을 생각에 며칠간 들떠 있었고 데이트 날 입기로 마음을 먹었다. 흡사 드래곤볼의 베지터의 어깨를 연상시키긴 했지만 개의치 않고 밖을 나선 게 화근일까? 지하철에서 겨우 자리에 앉았더니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다. 아니나 다를까 하늘 높이 솟은 파워숄더에 옆에 앉은 남학생의 얼굴이 계속 부딪치는 게 아닌가. 그에겐 미안했지만 힘들게 앉은 자리라 계속 버티고 있었다. 그런데 내내 파워숄더가 거슬렸는지 참다못한 그는 오른쪽 파워숄더의 끝을 손으로 꾸욱 눌러버리더라. 이럴 수가! 파워숄더 재킷의 재질이 가죽인지라 움푹 눌린 나의 오른쪽 파워숄더는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 그 날 하루 종일 일명 ‘짝짝이 파워숄더’라고 놀림당하며 동물원 원숭이처럼 사람들의 시선을 받아야 했고, 그 뒤로 트렌드에 두 번 다시 낚이지 않을 것이라 다짐했다.

assistant editor heu se rian
사진 JUNG JAE HWAN

일러스트 HONG SEUNG PYO

Credit Inf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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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u se rian
사진
JUNG JAE HWAN
일러스트
HONG SEUNG PYO

2011년 01월호

이달의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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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u se r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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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G JAE HWAN
일러스트
HONG SEUNG PYO

1 Comment

이수미 2010-05-22

Congratul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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