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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페이지를 소개합니다

On December 17, 2010 1

예쁜 얼굴에 성격까지 좋다는 얘기는 비단 사람뿐이 아니다. 훌륭한 표지는 말할 것도 없이 첫 페이지를 열었더니 끝내주는 비주얼을 숨겨둔 보석 같은 책들을 발견했다. 감사의 인사는 책부터 보신 후에.

지금도 그 자리에 있는지 모르겠지만 한때 자주 찾던 압구정동의 모 수입 책방 아저씨는 가게 안 모든 책을 비닐로 꽁꽁 싸매 두었다. 까칠한 성격에 뭘 물어봐도 살 거면 사고 아니면 나가라는 식이어서 한 번 갈 때마다 마음이 크게 상했지만, 당시 다른 곳에 없던 감각적인 예술 책이 많아 투덜거리면서도 드나들었다. 한 번은 책을 들고 전전긍긍하는 내게, 아저씨가 왜 그러냐 묻기에, “표지는 마음에 드는데 내용을 알 수 없어서요”라고 한마디 했더니, 이분께서 명언을 남긴다. “표지만으로도 충분한 값어치가 있지!”라고. 그 말이 마음에 와 닿아 바로 사서 뜯었더니, 과연 표지’만’ 괜찮은 책이었다. 그때부터 아무리 마음에 드는 표지가 있어도 꼭 속을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는데, 여기 소개하는 책들은 표지보다 더 아름다운 첫 페이지를 숨겨둔 나만의 보물 같은 책들이다.

이런 버릇 때문인지 첫 페이지를 온통 백지로만 놓아두면 아트 디자이너의 책임 어쩌고저쩌고 운운하며 꽤 시끄러운 독자가 돼버린다. 반대로 평범한 표지인데 예상치 못한 첫 번째 페이지를 만나면 맨 뒤의 책임편집자부터 디자이너의 이름까지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오지랖을 발휘한다. 아마 누구나 책에 관한 자신만의 기벽을 갖고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쌓여 있는 여러 책 중에 세 번째 책을 끄집어내 산다거나, 초판 발행이 아니면 거들떠보지 않는다거나 하는 일 말이다. 그런데 말이다. “전 첫 번째 페이지가 좋은 책을 좋아해요”라고 하는 것도 나쁘진 않다는 얘기다. 책에 관한 기벽은 사실 언제 들어도 재미있으니까. 실제로 어떤 책의 첫 페이지는 잘라서 액자에 넣어 장식하거나 스캔해 손수건으로 프린트할 때도 있다. 그럴 정도로 한눈에 반한 첫 페이지가 많아서, 그걸 나 혼자만 알고 있기 아까워서, 그런 이유로 여기에 소개하게 된 것이다. 몇 권의 헌책을 빼면 지금도 모두 살 수 있는 책들이니 당신도 ‘첫 번째 페이지 클럽’에 가입하심이 어떨지, 감히 권유해봅니다.

matisse 1904-1917
마티스를 좋아해 그의 작품집은 영어든 일어든 불어든 한국어든 모두 사두는데, 인터넷 중고 서점인 신고서점에서 발견한 이 작품집은 다른 책과 달리 흑백 사진의 마티스 화실로 시작한다. 이 사진 한 장만으로도 마티스의 세계를 한눈에 엿본 느낌이다.

tokyo souvenir book

레드와 화이트의 사선 그래픽 표지도 훌륭하지만 이 책의 장점은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신경 쓴 아트 디자이너의 세심함에 있다. 커버를 벗기면 일러스트로 장식한 책 표지가 숨어 있으며, 첫 페이지와 끝 페이지엔 일본의 화려한 포장지를 그대로 펼쳐 놓은 듯 강렬한 색칠 그림이 나타난다. 언제 펼쳐도 자극이 되는 첫 번째 페이지다.

wallpaper
‘The Ultimate Guide’라는 부제가 붙어 있듯 월페이퍼를 총망라한, 그야말로 벽지 세계를 하나로 정리한 기특한 책이다. 2백50개의 월페이퍼에 대해 설명했으며, 무엇보다 이 책의 백미는 풀 페이지, 풀 사이즈로 소개한 베스트 월페이퍼 1백50장을 수록한 점이다. 첫 페이지를 장식한 월페이퍼는 LA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그래픽 아티스트 지오프 맥페트리지가 아티스트 월페이퍼 브랜드인 포톡(Pottok)을 위해 그린 일러스트 작품 이다.

a president from hawaii

하와이의 보더스 서점에서 구입한 이 책은 하와이의 문화와 자연과 오바마 대통령의 자라온 환경을 적절하게 섞어놓은, 어린이를 위한 오바마 대통령 전기다. 첫 페이지에서부터 하와이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며 콜라주 스타일로 꾸민 점이 매력적이다.

The Selby is in your place

사진을 찍고 그림을 그리며 전 세계의 다양한 아티스트를 인터뷰하는 재능 많은 사진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토드 셀비의 첫 책. 이 페이지는 엄밀히 말하면 두 번째 페이지인데, 토드 셀비의 유머러스한 일러스트를 스티커로 장식한 게 마음에 들어 여기에 소개했다.

Maira Kalman

세계적인 일러스트레이터 마이라 칼만 여사가 지금까지 발표한 그림들을 한꺼번에 모은 작품집. 현재 전시 중인 의 도록이기도 하다. 총 1백44페이지에 1백23개의 컬러 이미지를 수록했으며 그녀가 직접 손으로 쓴 마이라 칼만 연대기를 메모 형식으로 읽을 수 있다. 표지로 선택된 그림은 이며, 첫 페이지는 그녀의 구아슈 물감이 묻은 리넨을 찍었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에게 더 깊이 와 닿는 페이지다.

the missing milkman

<베로니카>와 <피튜니아> 시리즈로 유명한 그림책 작가 로저 뒤바젱의 1967년 작품. <행방불명된 우유배달부>에 관한 유쾌한 내용으로 국내에선 번역되지 않아 아쉬운 책이다. 뒤바젱의 책들은 모두 이렇게 첫 페이지가 화려한 편인데, 특히 실크 스크린으로 만든 그림책들은 수십 년이 흐른 지금도 세련되고 개성이 있다.

how to draw animals

요즘은 이렇게 디자인을 하지 않아 오히려 더 신선하고 멋있기까지 한 첫 페이지. 1969년에 나온 책으로 그림 그리는 법 달인인 잭 햄의 드로잉 교재다. 이 책을 비롯해 잭 햄의 드로잉 교본은 국내에도 몇 권 번역돼 있다.

puss in boots

옛이야기나 세계의 전통 동화를 소재로 그림책을 선보인 마샤 브라운의 <빨간 장화 고양이>의 첫 페이지. 무려 55년 전의 그림책인데도 액자 속에 넣어두고 싶을 정도로 아름답고 따뜻하다.

mammals

내가 첫 번째 페이지에 집착하게 된 계기가 바로 이 책 때문이다. 포유동물을 소개하는 그림책이야 수없이 많겠지만, 이 책을 펼치면 머스터드 옐로 바탕에 어디론가 뛰려는 호랑이가 수없이 반복되어 있는데, 마치 실크 스크린 작품처럼 감각적이다.

sayonara mrs. kackleman

앞 페이지에서 소개한 마이라 칼만의 그림책으로 첫 페이지를 열면 그녀의 드로잉북을 훔쳐본 것처럼 낙서하듯 자유로운 그림이 가득하다. 게다가 이 페이지만 유일하게 선 드로잉으로만 채워져 있다.

the neighbors

마샤 브라운의 그림책으로, 이 책은 일본어판인 <숲 속의 친구>의 첫 페이지를 소개한 것이다. 추운 겨울날 나무 뒤에 숨은 여우를 시원시원하게 표현한 것이 백미. 이 장면은 본문에 나오지 않는 걸로 보아 첫 페이지와 끝 페이지를 위해 별도로 그린 페이지로 생각된다.

les schtroumpfs noirs

한국어로 옮기면 ‘까만 스머프’가 되는 스머프 만화 시리즈의 첫 페이지. 같은 모양의 스머프가 하나도 없는 재미난 페이지다. 첫 페이지에서 알 수 있듯 이 책에서는 스머페트가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사랑은 스위트피 향기를 타고
소피 달의 이 책은 첫 출간 때 잠시 화제가 되었는데, 그 이유가 바로 아나운서 황정민이 번역한 첫 책이기 때문이다. 소피 달은 전설적인 동화 작가 로알드 달의 손녀. 그림은 애니 모리스의 작품. 하나하나 모두 다른 새들을 한꺼번에 모아둔 첫 페이지는 지금 봐도 최고! 2003년 초판 책은 모두 절판됐으며, 지난해 개정판 양장 제본으로 다시 선보였다.

世界のかわいいパッケ-ジ

일본의 디스플레이 그룹인 m&m&m’s가 펴낸 <세계의 사랑스러운 패키지>의 첫 페이지로, 실제로 아이스크림 막대를 책에 붙여두었다.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아이디어를 이렇게 실행에 옮기다니 대단한 센스쟁이들이다.

henri rousseau

아이들을 위한 앙리 루소의 작품집. 이 시리즈는 아이들이 보기 쉽게 동글동글한 손글씨와 심플한 일러스트를 같이 수록했는데, 왜 이런 책은 어른들을 위해 나오지 않는지 늘 불만이다.

the quiet noisy book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이 글을 쓰고 레오나드 와이스가드가 그림을 그린 그림책의 첫 페이지. 1950년 작품이라고는 믿기 힘들 만큼 그래픽적인 요소가 화려한 그림책이다. 표지보다 훨씬 힘있고 강렬하다.

성냥팔이 소녀
지난해 CJ 그림책 수상작 작품전에 갔다가 알게 된 크베타 파코브스카의 안데르센 동화책. 체코 프라하에서 활동하는 작가는 회화·그래픽·조각·일러스트레이션 등 다양한 작품 경력에 맞게 여느 그림책 작가와는 전혀 다른 스타일을 선보인다.

CONTRIBUTING EDITOR : OH YOUN KYOUNG
사진 KIM JUNG 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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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RIBUTING EDITOR
OH YOUN KYOUNG
사진
KIM JUNG HO

2010년 12월호

이달의 목차
CONTRIBUTING EDITOR
OH YOUN KYOUNG
사진
KIM JUNG HO

1 Comment

양미라 2009-11-21

나일론 품절된 곳이 많더라구요ㅠㅠ 은근 힘들게 찾아서 주문하고 기다리고 있는 중이예요..너무 궁금하고 기대되고 그렇습니다.. 멋진 김희철군 화보나 인터뷰가 큰 몫을 했죠^^

마지막 페이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