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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머리띠앤

On December 03, 2010 1

위의 제목을 ‘빨간머리앤’이라고 읽지 않을 정도의 눈썰미를 가진 사람이라면 이 팝업 머리띠를 만드는 데 얼마나 손이 많이 가는지도 눈치 챘을 거다. ‘빨간머리띠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디자인 그룹 이이빌리지(ee.village)를 만났다


처음에는 쉽게 생각했다. 고등학교 때 미술 학원에서 만난 친구 셋은 2010년 남아공월드컵 기간에 머리에 꽂을 수 있는 커다란 리본을 만들어서 팔기로 했다. 셋이 모여 같이 놀지만 말고 뭔가 만들어보자고 한 거였다. 팝업 설계 디자인을 하고 있는 김수현의 특기를 살려 만든 건 부채를 접는 식으로 접었다 펴서 쓸 수 있는 종이 팝업 리본 머리띠(이 제품은 12월 1일부터 <나일론> 홈페이지를 통해 한정 판매할 예정이다)였다. 이이빌리지의 ‘빨간머리띠앤 프로젝트’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상암경기장에 3만 명이 모여서 축구를 보니까 1천 개 정도는 몇 시간 안에 다 팔 줄 알았죠. 심지어 ‘더 만들어야 되나’ 하고 걱정했다니까요”라고 그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그런데 시작해보니 장난이 아닌 거다. 덕분에 멤버가 모여 앉아 빨간 종이 1천 장을 일일이 손으로 접어야 했다. 그리고 축구 경기가 열리는 날에 코엑스, 인천월드컵경기장, 안산의 중앙로를 찾아다니며 직접 사람들에게 팔았다. 노점이었지만 그럴듯한 판매 부스도 있었는데 5분 안에 설치가 가능한 부스도 하드보드지를 이용해 팝업으로 제작했다. ‘빨간머리띠앤 사세요. 빨간머리띠앤 사세요’ 하고 외쳐서 판 건 2백50개. “‘오, 진짜 많이 팔았어’라고 생각했는데 남은 게 7백여 개 더라고요. 물건을 보관할 창고가 없어서 민경이 방에 쌓아놓았는데 방 안 가득 머리띠가 있으니 자기 방 안에서 잠을 못 잤어요. 얘네 어머니가 갖다버린다고 해서 어떻게 처분할까 고민했죠.” 국내 최고의 팝업 디자이너를 꿈꾸는 이이빌리지의 멤버 김수현은 생각지도 못한 재고 정리의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건 독학으로 팝업 설계를 공부하던 때에 비하면 행복한 고민인 셈이다. 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팝업 디자이너는 열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로 귀한데 아무도 닦아놓지 않은 길을 가는 게 무척 외로웠다고 얘기하는 그녀는 장난스럽게 눈물을 닦아내는 척한다. 지금은 같이 생산 과정을 고민하는 산업 디자이너 안선아와 팀 내에서 레크리에이션과 홈페이지 관리를 맡고 있다는 디자이너 김민경이 있어 덜 외롭다.

결국 그들은 남은 7백여 개의 머리띠를 처리하려는 고민 끝에 서울디자인올림픽에 참여했다. 부피가 커서 가지고 다니기 힘들었던 플라스틱 머리띠는 끈으로 바뀌었고 장난스러운 표정을 그린 팝업 축하 카드와 함께 세트로 변신했다. 종이를 접는 속도가 빨라진 건 물론이다. “남들이 볼 때 소란스러워 보였을 거예요. 판매보다 전시하는 정적인 분위기였는데 우리는 머리띠를 쓰고 나가서 사람들에게 씌워주고 같이 사진 찍고 그랬어요. 혼자 쓰고 있으면 효과가 없고, 2명 이상 쓰고 있어야 구매욕이 생기는 것 같아요.” 셋이서 그때를 회상하며 얘기를 하는 것도 얼마나 신이 나는지 이 빨간 머리띠만 쓰면 저절로 이이빌리지처럼 유쾌해질 거라는 착각에 빠질 정도다. 각종 스포츠 대회가 열릴 때마다 모여서 관람하고 1년에 한두 번씩 같이 여행을 하며 모여서 놀기 좋아하는 이들이 파티나 이벤트 용품을 만들려고 하는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우리가 하고 싶은 건 딱 하나인 것 같아요. 재미!” 빨간머리띠앤 프로젝트 외에 그들이 만들어놓은 팝업 카드를 봐도 만드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짐작할 수 있다. 카드를 펼쳤을 때 튀어나오는 사람의 익살스러운 얼굴 표정을 보고 누구라도 유머를 가진 사람이라는 걸 눈치 챌 거다. 그들의 머릿속에는 더 재미있는 게 우글거리고 있다. 그중 하나만 예로 들면 어글리 파티를 위한 스티커다. “얼굴에 붙이는 왕점이나 털난 점, 다크서클을 만드는 거예요. 그 스티커를 얼굴에 붙이고 어글리 파티를 열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이 스티커를 제작 할 계획은 조금 미뤄질 수도 있겠다. <나일론>과 함께한 크리스마스 킷 제작을 포함해 이이빌리지는 올해 말까지 스케줄이 꽉 차 있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 기간에 코엑스에서 ‘빨간머리띠앤’을 판매하고, 뉴욕에서 열리는 아티스트 마켓에도 참여하게 되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팝업 트리에 종이 방울을 달 수 있는 디자인 소품을 만들어서 판매할 생각이다. 팀 이름을 지을 때 생각한 콘셉트대로 빨간머리띠앤이 살고 있는 마을 안에 가죽이나 나무로 만든 팝업 제품이나 이어폰 같은 간단한 테크 제품이 입주할 날도 머지않은 것 같다. (왼쪽부터) 김민경, 안선아, 김수현

EDITOR kim yoon jung
사진 HWANG HYE JEONG(인물), JUNG JAE HWAN(제품)
일러스트 제이이빌리지 (www.eevillage.co.kr)

Credit Info

EDITOR
kim yoon jung
사진
HWANG HYE JEONG(인물), JUNG JAE HWAN(제품)
일러스트
제이이빌리지 (www.eevillage.co.kr)

2010년 12월호

이달의 목차
EDITOR
kim yoon jung
사진
HWANG HYE JEONG(인물), JUNG JAE HWAN(제품)
일러스트
제이이빌리지 (www.eevillage.co.kr)

1 Comment

임소연 2009-11-20

기사에 나온 김희철씨 화보사진을 보고 당장 서점에 달려가서 나일론 12월호를 사왔어요^^ 화보도 너무 멋지고, 인터뷰 내용도 굉장히 좋아서 정말 만족스럽네요. 솔직담백하고 위트도 있고, 진지하면서도 재미있는 그런 인터뷰^^ 인터뷰하신 기자님도 희철씨에 대해 많이 알고 있거나 사전조사를 잘 하고 질문하신 것 같아 그점도 상당히 마음에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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