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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신인이 나타났는데…

On October 01, 2010 1

유명한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좋은 작품 외에도 갖춰야 할 조건이 많다. 독특한 직업 이력, 최연소 등단이나 늦깎이 데뷔, 소설이 영화화될 가능성, 유명한 사람의 칭찬, 그리고 작가다운 외모. 하루가 멀다 하고 문단에 출현하는 ‘떠오르는 작가’ 중 8명을 위 기준에 따라 분석해보았다.

+ Craig Silvey 크레이그 실비 _<재스퍼 존스가 문제다>, 호주
‘젊은 소설가 상’은 세상에서 가장 식상한 상이지만 19세의 작가에게 붙은 수식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어디에 붙어 있는지도 모를 호주 드웰링업의 한 과수원에서 자란 1982년생 크레이그 실비는 19세에 <루바브>란 소설을 발표하고 언론의 찬사를 받았다. 그가 사과를 따러 갈 때마다 책 한 권씩 들고 나가서 읽었다는 일화 역시 그를 우수에 젖은 문학 청년으로 보이게 하는 데 일조했다. 게다가 그는 변기 청소부, 바텐더, 철물점 직원, 설탕 공장 노동자와 같은 화려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심지어 크레이그 실비는 밴드 ‘낸시 사이크스’의 멤버인데, 여기서 이 밴드의 음악이 후진 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트루먼 카포티, 하퍼 리, 마크 트웨인을 좋아하는 그는 2009년 <재스퍼 존스가 문제다>를 발표해 정말 제대로 글을 쓰는 작가라는 걸 증명해 보였다. 어떻게 작가가 됐느냐는 물음에 “무릎 관절을 다쳐 춤을 못 춰서 작가가 됐다”고 말할 줄도 안다. 작가 치고는 너무 착해 보이는 외모가 약간의 걸림돌이다.

+ Jeffrey Moore 제프리 무어_<아무 일도 없었고, 모든 일이 있었던>, 캐나다
셰익스피어를 적극적으로 인용한 작가 치고 망하기는 힘들다. 그가 제인 오스틴을 애호하는 남자 작가라면 두말할 나위도 없다. 셰익스피어를 공부하기 위해 옥스퍼드에 간 제프리 무어는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로 지루하고 어려운 토론을 하며 인생을 보내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가 대신 선택한 건 셰익스피어 작품 속 한 문장이 어떤 사람의 인생을 이끈다는 내용을 바탕으로 한 10년간의 지루한 글쓰기. 그는 지구의 여러 나라를 떠돌며 10년 동안
<아무 일도 없었고, 모든 일이 있었던>을 완성한다. 그 게으름과 고집에 혀를 내두른 평론가들은 2000년 커먼웰스 상 시상식에서 살만 루시디를 제치고 제프리 무어에게 트로피를 건넸다. 게다가 우연과 운명, 유머와 인용이 뒤섞인 사랑 소설이라니, 알랭 드 보통이 긴장해야 할 정도다. 이런 유의 사랑 소설은 영화화될 가능성도 매우 높다. 만약 휴 그랜트가 나와주기만 한다면, 제프리 무어는 평생 무위도식하며 지루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 Jon McGregor 존 맥그리거_<기적을 말하는 사람이 없다면>, 영국
존 맥그리거는 고등학교 때 댄스 파티에서 인기라고는 전혀 없었을 것 같은 남자지만 작가로서 최고의 덕목인 ‘끈기’를 가졌다. <기적을 말하는 사람이 없다면>을 거룻배에 칩거하면서 완성했기 때문이다. 그가 얼마나 끈기가 있느냐 하면 “평소에 뭘 하느냐”는 질문에 “책상 앞에 앉아 있는다. 생각하고 쓰다가 지우다가 몸을 비틀다가 다시 쓴다. 낙서를 끼적거리다가 쇼핑 리스트를 작성하기도 한다. 차를 만들고 커피를 마시고 점심으로 뭘 먹을지 생각한다. 창밖을 내다보다가 다시 자리에 앉는다. 그리고 뭔가를 쓰려고 노력한다”는 사람 미치게 만드는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덕분에 그는 27세에 쓴 이 첫 소설로 영국의 온갖 문학상 후보에 오르면서 대단한 주목을 받았다. 그가 출간한 3권의 책 모두 호평받은 걸 보면 어지간히도 지독한 사람인 것 같다. 다만, 참을성이 좀 부족한 사람에게는 그의 책이 다소 지루할 수도 있다.

+ Shane Jones 셰인 존스_<꿀과 연기 냄새가 나는 소녀>, 미국
온라인 연재가 계속되자 출간 요청이 쇄도한 점, 출간되자마자 스파이크 존스 감독이 영화 판권을 산 점, 20대 초반부터 시를 써온 점 등 여러모로 셰인 존스는 유명한 작가가 될 에피소드를 잔뜩 가지고 있다. 모든 작가가 인간의 구원과 도덕성 문제를 거론할 때 그는 한마을에 2월이 계속되면서 일어나는 초현실적이고 몽환적인 얘기를 풀어낸다. 듣도 보도 못한 상상력과 독창성은 할리우드 영화화에 걸림돌로 작용했지만 말이다. 얼마 전 스파이크 존스가 결국 <꿀과 연기 냄새가 나는 소녀>의 영화화를 포기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작가라면 응당 갖춰야 할 조건, 그러니까 더러운 바지와 채소를 뺀 식사, 허약한 몸, 왠지 신뢰감을 이끌어내는 턱수염, 끝내주는 답변(<꿀과 연기 냄새가 나는 소녀>는 어디서 영감 받았느냐고 묻자 “우울함이오”라고 답했다), 그리고 자조적인 유머(자신의 사이트에 “당신이 만약 작가가 되고 싶다면 내 책 그만 읽고 당장 가서 뭘 좀 써라”고 써놓았다)를 갖췄다.
팀 버튼이 만약 이 책을 읽는다면 반할 것 같으니 그를 좀 더 지켜봐야 할 듯하다.

+ Tilman Rammstedt 틸만 람슈테트_<베이징 레터>, 독일
독일 작가가 뜨려면 둘 중 하나다. 미학·철학·신학에 대해 토마스 만 정도로 쓸 수 있든지, 그도 아니면 독일 작가에게 없는 유머를 드러내든지. 대학에서 문학과 철학을 공부하다가 중도 포기한 틸만 람슈테트는 당연히 후자로 주목받았다. 유머가 생활화되어 있는 영미권 작가들이 들으면 참 어이없다고 하겠지만 낄낄거리며 읽을 수 있는 <베이징 레터>가 2008년 잉게보르크 바흐만 문학상 대상으로 결정되자 무거움과 지루함을 무기로 삼던 독일 문학계의 일대 사건이 되었다. 그리고 틸만 람슈테트가 소설에서 생생하게 묘사한 중국을 <론리 플래닛-중국 편>을 보고 완성했다는 인터뷰는 그의 재능을 재확인시켜주기에 충분했다. 중국 가는 게 평생 꿈인 할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시자 주인공 ‘나’가 가짜로 할아버지와 자신이 중국에서 재미있게 지내는 것처럼 가족에게 편지를 쓴다는 내용인데, 아무래도 독일 사람은 영화 <굿바이, 레닌>류의 이런 내용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것 같다. 어쨌든 이 소설은 매력적이다. 약간 기름져 보이는 헤어스타일과 날카로운 턱 선 등 작가의 외모 역시 매력적이다.

+ Philipp Meyer 필립 마이어_<아메리칸 러스트>, 미국
미국의 철강 도시인 피츠버그나 볼티모어 출신 작가들은 군더더기 없는 문장을 써낼 거라는 막연한 기대가 있다. 해수욕이나 하고 버뮤다 팬츠 입고 낮잠 자야 마땅할 것 같은 마이애미나 샌디에이고 출신의 유명한 작가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마이클 셰이본이 피츠버그에 대한 유년기의 기억을 바탕으로 소설을 쓴 것처럼 볼티모어 출신의 필립 마이어는 <아메리칸 러스트>에서 쇠락해가는 철강 마을을 무대로 6명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전개했다. 철강 도시 출신인 그들이 글을 잘 쓰는 데는 이유가 있다. 실패한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아직도 우려먹는) 미국인의 영원한 테마가 가능하고, 황량한 풍경 속에서 절박한 가치에 대해 진절머리 날 정도로 잘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출판사 편집자들이 좋아할 만한 자전거 수리공, 건설 인부, 구급 의료 기사 같은 다양한 이력 속에서도 글쓰기를 계속했다. 아니나 다를까, 지금 미국 문단은 신인이 출현할 때마다 언급하는 이름인 존 스타인벡, 어니스트 헤밍웨이, 코맥 매카시, 러셀 뱅크스에 비교하며 그를 치켜세우기에 이르렀다. 무슨 일을 하든 뚝심 있게 밀어붙일 것처럼 보이는, 머리카락 한 올 없는 작가의 외모도 이런 단단한 이미지에 한몫했다.

+ Christian Moerk 크리스티안 뫼르크_<달링 짐>, 덴마크
웨스 앤더슨과 베넷 밀러와 같은 영화감독을 인터뷰하고, <버라이어티>, <뉴욕 타임스>에 영화 칼럼을 기고한 남자가 과연 소설을 잘 쓸 수 있을까? 밥 먹는 시간 빼고는 영화를 계속 봐온 크리스티안 뫼르크는 슈테판 츠바이크의 <연민>이나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처럼 스릴러의 요소와 로맨스가 결합된 대중 소설의 장점을 잘 알고 있었다. 심지어 그는 만약 <달링 짐>이 영화화된다면 남자 주인공으로는 콜린 파렐, 찰리 휴냄, 조너선 리스 마이어스, 질리언 머피, 크리스천 베일 정도가 좋을 것 같다는 안목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지금은 페터 회나 욘 아이비데 린드크비스트 같은 북유럽 작가들이 뜨는 시대기도 하다. 문제는 지적으로 보이는 그가 <달링 짐>처럼 대중적으로 매력적인 소설을 사람들이 생일 파티마다 선물로 챙겨 갈 수 있게 매년 써낼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 Thierry Cohen 티에리 코엔_<살았더라면>, 프랑스
짙은 쌍꺼풀과 흘끗 보이는 흰 머리, 눈가의 주름살에서부터 원숙미가 느껴지는 티에리 코엔은 세계 각국의 공항이나 기차역에서 사람들이 읽는 세계적인 대중 소설 작가가 되긴 힘들겠지만, 프랑스의 TV 독서 프로그램이나 고등학교 교과서에 나올 가능성은 커 보인다. 모로코의 카사블랑카라는 변방의 출신 성분에서부터 훌륭한 작가가 될 조건을 갖춘 그는 그다음 단계인 무명 시절을 겪었다. 첫 소설 <살았더라면>을 발표할 당시 전혀 주목받지 못한 것. 하지만 나중에 이 작품은 마르크 레비가 가명으로 발표한 것이라는 루머가 퍼질 만큼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력과 뼈아픈 묘사 등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런 작가들은 파리 같은 도시에서 절대 살지 않는다. 역시, 그는 리옹에 산다.

에디터 나지언

Credit Info

월간 나일론

디지털 매거진

에디터
나지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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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지언

1 Comment

이남영 2009-09-30

세계로 뻗어나가는 한국 디자이너들 좋아요 좋아^^ 의상들도 정말 엣지있는걸요? 그들의 열정이 점점 더 빛을 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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